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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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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33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2 18:00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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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DUMMY

“너.....”


수희가 자신의 흰색 머리핀과 흰색 리본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여중생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엄마. 그저께 돌아가셨어. 엄마가 장례도 치르지 말라고 해서, 그냥 하루만에 후다닥 발인하고... 지금 언니한테 오는 길!”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덤덤해보였고, 웃어 보이기까지 했는데 수희는 아무 말도 없이 미간만 찌푸리며 그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갑자기...? 왜?”


“뭐... 말 안 해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엄마가 언니한테 무슨 말을 했나본데. 그게 천기누설이었나봐. 천기누설의 대가로... 그대로 꼴까닥 꿱! 하고 죽은 거지 뭐!”


남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여중생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쳐다보던 수희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고 로비 가운데 있는 구석진 쇼파로 그녀를 끌었다.


여중생을 털썩 앉히고는 그 옆에 자신도 앉아 천천히 그녀를 향해 물었다.


“너 이름이...”


“이선아! 엄마가 안 알려줬나보네. 내 이름 이선아야!”


“그래... 선아야.... 어머님 돌아가셨는데 슬프지 않아? 그리고 너는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수희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선아를 바라보자 선아는 어깨에 짊어진 백팩을 소파 옆에 내려놓고 수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 엄마 죽을 팔자였대. 그동안 나 때문에 그 무거운 신(神)을 짊어지고 고생만 했는데 이제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서 엄마는 좋다고 하고, 나도 그렇게 힘들게 사는 엄마가 안쓰러워 미칠 지경이었는데, 엄마가 맘 편히 떠날 수 있다니 내가 슬프겠어? 나는 좋기만 하구만! 나 진짜 너무 좋아!”


깔깔대고 웃는 선아의 눈동자를 말없이 한참 쳐다보던 수희가 갑자기 선아를 끌어안고 등을 쓰다듬으면 토닥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웃음을 멈추던 선아는 이내 천천히 어깨를 들썩이더니 소리죽여 울기 시작했다.


수희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말없이 그녀의 등을 다독거려주고 있었다.


아무리 겉으로는 좋아보여도 속은 이미 썩을대로 썩어 곪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건 수희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가족들을 그렇게 무참히 화마에게 잃고난 뒤, 수희는 장례식장에서 그 흔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아니 흘리지 않았다.


울 수 있을 때 울어야만 가슴 속에 맺힌 한이 그리고 슬픔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수희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수희의 등이 선아의 눈물로 천천히 젖어들고 있었다.





어느새 그런 그녀들 앞에 검은 양복 정장차림의 상현이 말없이 물끄러미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상현의 인기척을 느낀 수희가 안고 있던 선아를 놓고 상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연히 알게 된 꼬맹이인데... 저번에 광교저수지로 가라고 했다던 신풍동 무당 아주머니 따님이에요. 어머님이 그저께 돌아가셨대요.”


수희의 말에 상현은 고개를 살짝 숙여 조의를 표했고, 선아 역시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수희는 가만히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고, 선아는 그런 수희를 흘끗 쳐다보며 잠시 핸드폰으로 유투브를 보는지 정신이 없었다.


수희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내 전화신호음이 울리더니 곧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수희가 목청이 나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오라방!!!”


수희의 목소리에는 애교가 철철 흘러 넘쳤고, 상현은 그런 수희의 목소리에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평상시에 자신을 대하던 말투가 아니어서 내심 상현은 수희의 그런 목소리가 놀랍고 낯설기만 했다.


- 수희 씨한테도 저런 모습이 있구나...


상현은 그런 수희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핸드폰을 하던 선아는 수희를 보며 살짝 웃어보이는 상현을 흘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휘휘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수희는 그런 그 둘을 아랑곳하지 않고 천수도령과 전화 통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빠! 오빠오빠! 일월선녀님 혹시 신딸 필요하지 않아? 애동제자 한명 더 두시면 좋지 않나?”


“얘는 또 무슨 헛소리야. 신아들인 내가 있는데, 선생님이 왜 신딸이 또 필요하셔?”


“에이, 제자가 한명만 있으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구, 오빠는 허구헌 날 물귀신 천도한다고 여기저기 쏘다니는데 일월선녀 선생님 혼자 얼마나 쓸쓸하고 적적하시겠어? 여기 내가 귀여운 여자 꼬마애 하나 아는데, 좀 데려다가 잘 보살펴주시면 안될까? 응? 내가 이렇게 부탁하게~ 오빵~~”


그녀의 애교 섞인 부탁에 선아는 고개를 더 강하게 저으며 혀를 '쯔쯔' 찼고, 상현은 이내 어이없다는 듯이 황당한 표정으로 수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내 휴대폰 너머로 깊은 한숨을 쉬던 천수도령이 짧게 대답했다.


“너를 누가 말리겠냐... 일단 데려와 봐! 스승님이 직접 보시고 결정하시겠지. 난 말씀만 드려놓을 거야. 그 다음은 너가 알아서 해!”


“고마와~ 내가 나중에 소고기는 아니고, 돼지고기 쏜다! 히힛!”


이내 목적을 달성해서 신난다는 듯이 수희는 활짝 웃어보이며 전화를 끊었다.


천수도령이 무언가 더 말하려던 찰나 서둘러 먼저 전화를 끊어버린 수희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선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아야, 잘 들어. 너의 어머님이 나한테 너 잘 부탁한다고 하셨어. 그런데.... 내가 좀 바빠. 해야 할 일도 있고.... 그래서 널 보살펴주긴 힘들 거 같아. 어머님이 남기신 유언이시니까 내가 너 하나만큼은 꼭 지켜줄게. 나한테 친오빠 같은 사람이 한명 있는데 그 오빠가 모시는 선생님이 대단하신 무당 선생님이셔. 너 거기 가서 공부도 하고, 신가물로 태어난 너 팔자도 따라가보고 할래? 무당이 되고 싶으면 하고, 아니다 싶으면 벗어나려고 해 봐. 이 언니가 도와줄게.”


수희의 말에 선아는 묵묵히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희가 활짝 웃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자 선아가 수희의 팔을 팍 쳐내며 말했다.


“엄마 말이니까 듣는 건데! 지금처럼 그 귀여운 척 좀 하지 마! 나 엄청 토 쏠려! 그리고 틀딱이야? 요즘 누가 그렇게 부탁을 하냐?”


되바라지게 말하는 선아의 말에 수희는 동그래진 눈으로 양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더욱 더 세게 꼬집으며 말했다.


“어쭈구리! 이것 봐라? 요게 발라랑 까져 가지구! 너 오은영 선생님이랑 강형욱 선생님 불러다가 콜라보해서 ‘금수같은 애새끼’ 한편 찍어야겠다!”


수희의 목소리는 장난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상현은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엄마가 죽고, 어린 나이에 홀로 세상에 남게 된 이 어린 여자아이를 챙기려는 수희의 따뜻한 마음을 말이다.


분명 수희는 선아라는 이 어린 여학생이 더 이상 슬프게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러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오! 아퍼! 이 언니가 미쳤나봐!”


선아의 앙탈에 수희가 깔깔 웃으며 그녀의 에코백을 챙겨 어깨에 매고, 선아의 백팩을 들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내 나가자는 듯한 손동작을 보이며 상현과 선아에게 고갯짓을 하던 수희의 등 뒤에서 선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근데 언니. 지금 다른데 가려고 하지 말구, 지금 당장 광교저수지에 다시 가 봐!”


선아의 말은 무척이나 진지했고, 수희가 고개를 돌려 선아를 바라보며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묻자 선아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엄마는 무당이고, 우리 아빠는 굿판에서 피리 불던 ‘전악’인가 뭐시기였대. 엄마는 자신한테 내린 신(神)이 나한테 이어질까봐 걱정했나본데. 미안하게도 내 몸에 신이 내리진 않았어. 신가물이긴 한데 내가 그럴만한 그릇이 안 된대. 아무튼.... 대신에 희한하게도 나한테 어떤 능력이 있는데...”


“능력? 어떤 능력?”


수희의 말에 선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엄마처럼 대단한 큰 신(神)을 모신 것도 아니고, 신빨이 뛰어난 것도 아니야. 다만... 전부터 어디로 가면 그 장소에 뭐가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찾아냈거든. 엄마 말로는 아마 땅의 기운인지 뭔지 지기(地氣)를 느끼는 것 같다고 하는데. 아버지 쪽 혈통의 지관(地官)의 피가 흘러가 그런 거래. 나는 복잡해서 지관인지 뭔지 그런 거는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광교저수지 쪽으로 가면 언니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오늘 언니 어디있는지 한번에 찾아서 여기 호텔로 온 거 보면 믿음이 가지? 뭐... 물론 믿든지 말든지는 언니 자유! 난 일달 알려준거다?”


선아는 이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희를 쳐다보고 있었고, 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선아를 쳐다보다가 상현에게 조용히 말했다.


“상현 씨, 미안한데 광교저수지 좀 가봐야겠어요. 지난번 선아 어머님이 말씀해주신 광교 저수지가 경환씨 누나 일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또 다른 뭔가가 있었나 봐요.”


수희의 진지한 말에 상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호텔 밖으로 나가 차를 꺼낼 준비를 했다.


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에 잠겼다.


그런 수희의 모습을 흘끗 바라본 선아가 덤덤한 표정으로 수희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언니도 무당이지? 혹시... 나중에....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혹시 언니 꿈에 우리 엄마가 현몽하거든.... 나 잘 지낸다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이나 해줘... 부탁할게...”


씁쓸한 선아의 말에 수희는 눈물이 솟구치려는 것을 참고 선아에게 저벅저벅 걸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조문 상복 머리핀을 고쳐 다시 꽂아주었다.


수희는 가슴에 송곳을 찔린 것처럼 아파왔다.


처음 보는 생면부지의 수희 자신을 위해 천기누설의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화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으니 수희는 선아의 어머니가 말했던 전라남도 함평군 쪽에서 행해지는 '불막이제'에 대해 꼭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수희 자신에게 건네주었던 낡은 은장도의 내력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봐야할 것만 같았다.


선아의 어머니는 수희를 향해 부디 선아를 어여삐 여기고 보살펴주며,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했다. 아마도 선아의 어머니는 자신이 죽을 것을 미리 알았던 것 같다.


수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선아를 보고 말했다.


“고럼고럼! 당연하지. 이 언니가 어머님께 꼭 말씀드릴게. 너 너무 잘 살고 있다고 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꼭 말씀드릴게!”


수희의 말에 선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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