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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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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157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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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6-101.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6)

DUMMY

무명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의 제자로 보이는 흰색 소복을 입은 다른 무당귀신 둘이 순식간에 무명의 옆에 다가와 그의 양팔을 붙잡고 무명을 막아섰다.


젊어 보이는 여자 둘은 엄청난 힘으로 무명의 양팔을 붙잡고 그를 옴싹달싹하지 못하게 했는데 무명은 너무나도 강한 힘에 꿈쩍도 할 수 없었다.


- 낭패다! 이를 어쩐담!


무명이 상황이 심각해짐을 느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명은 자신의 스승님께 배운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무당귀는 흔히 두 종류라고 했다.


표독스럽게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는 종류가 있고, 또 하나는 죽어서도 죽은 영혼들을 달래는 무당귀가 있다는 것이다.


스승님이 말씀하시길 무당이 죽으면 살아생전 자신에게 해코지를 한 사람을 찾아가 그의 자식을 죽이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하셨다.


이 무당귀가 나타날 때는 특징이 있는데 항상 방울소리가 들리고 무당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당귀가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 먹으면 정말 끔찍할 정도로 강한 복수를 한다고 했다.


- 가만... 방울? 방울만 찾으면 되나?


무명은 자신의 스승님이 알려주었던 내용 중 방울소리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보통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쓰는 방울은 ‘무령(巫鈴)’이라고도 한다.


자루 하나에 많은 방울이 달려 있어 얼핏 보기에는 포도처럼 생겼는데, 흔히 잡귀를 쫓거나 자신이 모시는 신령님을 소환할 때 흔든다.


- 저 무당귀 역시 방울로 자기 신력(神力)을 쓰는 거 같은데... 방울을 부수면 내가 어떻게든 싸워 이길 거 같은데 방울을 어디서 찾는다? 하아...


무명이 자신의 양팔을 붙잡은 무당귀신 제자들에게 저항하며 안간힘을 쓰는 동안 어느새 젊은 무당귀신 둘은 무명의 양팔을 붙잡고 그를 질질 끌고 눈앞에 작두를 타고 있는 무당귀신에게 다가갔다.


무명은 이를 악물며 양쪽 발로 버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무명이 띄워둔 하얀 나비부적들은 너풀너풀 거리며 무영의 옆에서 떠있었지만 무명의 양손은 그녀들에게 붙들려 있었기에 수인을 맺지 못해 하얀 나비부적 모양의 식신(食神)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신명나게 작두를 타듯이 산 흙바닥을 동동 뛰던 무당귀가 왼손에 들린 커다란 부채로 무명의 머리를 내리쳤다.


무명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산기슭 흙바닥에 쓰러졌다.





쌀쌀해진 밤공기를 맡으며 윤재는 민혁과 통성명을 한 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고 있었다.


“형! 근데 제가 뭐 신기(神氣)가 있거나 하지는 않는데... 대충 느낄 수는 있거든요? 형... 집안에 아프신 분 있죠? 부모님?”


“어? 그거 어떻게 알았어?”


“헤헤... 제가 뭐 막 미래를 보거나 하지는 못해도 가끔씩 아주 가끔씩 이미지들이 보일 때가 있거든요. 완벽하지는 않아요. 아마 아버님? 아버지가 아프신거죠?”


“와! 너 진짜 무당이구나?”


“에이, 형! 무당 아니라니까! 암튼... 괜찮으실 거에요!”


귀신들에게 홀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벽에 머리를 박아대던 자신을 구해주고, 미래까지 예언해준 윤재를 보고 민혁은 활짝 웃어보였다.


“진짜? 진짜 괜찮으신거야? 진짜면 형이 나중에 맛있는 거 한번 거하게 쏜다!”


“오! 진짜에요!?”


윤재가 민혁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동안 갑작스럽게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이 윤재의 뒤통수 쪽에서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헐... 뭐지? 보통 기운은 아닌데?


윤재가 흠칫 몸을 굳히며 등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윤재가 자신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자 민혁 역시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윤재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왜? 또 뭐가 나타난 거야?”


“아뇨... 그건 아닌데... 무명선생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셨나봐요... 보통 기운은 아닌데...”


윤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민혁이 말했다.


“그 분이 윤재 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면 너보다 쎈 분 아니야? 근데 그분이 당한거면.... 어쩌냐? 우리 살아서 나갈 수 있는 거야?”


윤재는 말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정말로 무명선생님이 당한 거라면 자신이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닐 것이다.


“형! 여기 결계에서 절대로 나오지 말아요. 아무래도 제가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윤재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어내며 민혁에게 말했다.


민혁은 말없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윤재를 향해 말했다.


“근데 나도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윤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민혁에게 말했다.


“그러면... 형 내 등 뒤에 딱 붙어서 따라와요! 여기서 형을 계속 두기도 뭣하긴 해요.”


그러자 민혁 역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윤재가 말한대로 그의 등에 딱 붙어서 천천히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왔다.


윤재는 불길하고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민혁과 그의 선배가 묵는 컨테이너 박스 숙소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윤재와 민혁이 조심스럽게 다가가보니 ‘퍽퍽’거리며 무언가 둔기로 무언가 내리찍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윤재는 한손에는 붓을 들고 언제든 부적을 던질 기세로 조심스럽게 걸어갔고, 민혁 역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천천히 컨테이너 숙소로 향했다.





민혁과 윤재가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 입구 문이 열렸다.


내부로 들어가자 무명이 자신의 등에 꽂힌 커다란 붓자루로 민혁의 선배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

“선배!”


민혁과 윤재가 동시에 외쳤고, 무명의 목이 기괴하게 꺽어 민혁과 윤재를 돌아보았다.


무명의 두 눈은 하얗게 까뒤집혀있었고, 입에서는 하얀 침 같은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미친! 조졌네! 지금 무명 선생님이 빙의당하신 거 같은데! 아오! 이를 어째! 무명 선생님이 당할 정도라니! 말이 돼?


윤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윤재는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짚었다.


무명선생님에게 빙의를 할 정도의 신력(神力)이라면 윤재 자신이 맞붙어도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일단은 무명선생님을 잡아 가두어야했다.


윤재는 서둘러 붓으로 컨테이너 숙소에 결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민혁이 형! 지금 저 분 좀 막아봐요! 잠깐만이라도요!”


“응? 내가?”


“아, 그럼 지금 여기 막을 사람이 형 밖에 더 있어요? 엎어치든 메치든 그건 알아서 하고! 일단 몇 분 만이라도 좀 버텨 봐요! 알았죠?”


윤재의 다급한 외침에 민혁은 서둘러 윤재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명은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민혁과 윤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씨를... 말려버릴 것이다! 다 죽일 것이야! 모조리 모아서 다 불태워주마!”


무명의 입에서 쇠로 긁는 듯한 중년의 여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명의 두 눈동자는 핏줄이 한껏 곤두서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시뻘개져있었다.


윤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붓으로 결계를 그리고 있었다.


민혁에게 순식간에 달려온 무명을 민혁은 재빨리 피해 그의 어깨를 잡고 컨테이너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사실 민혁의 전공은 유도였다. 중간에 집안 형편으로 인해 포기하긴 했지만, 유도 국대 출신의 그였기에 무명을 냅다 내리꽂아 바닥에 내팽겨칠 수 있었던 것이다.


- 아이고! 우리 선생님 제정신 돌아오시면 골병 나시겠네! 진짜 집어 던져 버리네? 선생님 어디 한군데 뼈라도 부러지시는 거 아닌가 몰라. 에라! 모르겄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윤재는 우당탕 바닥에 내리꽂히는 무명의 모습을 흘끗 쳐다보고는 다시 결계를 그리는데 집중했다.


이윽고 자신의 검지를 있는 힘껏 깨물어 피가 뚝뚝 흘러 나오자 그것을 결계 입구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이내 윤재의 피가 결계 곳곳에 뿌려지자 윤재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민혁이 형! 빠져 나와요!”


그의 말에 민혁은 서둘러 결계 밖으로 나오려 하는 순간이었다.


기괴하게 팔을 꺾은 무명이 그의 붓으로 순식간에 민혁의 왼쪽 어깨를 내리쳤다.


“으악!”


민혁의 어깨에서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민혁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윤재는 깜짝 놀라 그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무명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꼬리가 귀에 찢어질 정도로 웃으며 말했다.


“이 새끼 몸이 이리 좋구나! 쓸 만해. 아주 쓸 만해!”


윤재는 입술을 깨물며 자신이 민혁을 끌고 나와야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순간 엄청난 속도로 민혁이 데구르르 구르며 순식간에 결계 밖으로 굴러 빠져나왔다.


유도의 기술 중에 회전 낙법으로 빠져나온 민혁을 무명과 윤재가 둘 다 커다란 눈빛으로 놀라 쳐다보았다.


“아오! 씨! 윤재야! 저거 붓 아니야? 근데 붓 자루가 무슨 쇠파이프 같냐? 지금 나 어깨 부서진 거 같은데?”


민혁이 아픈 듯이 인상을 쓰며 윤재를 향해 말하자 윤재는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잠시 내쉬고는 빙의된 무명을 보고 말했다.


“무명 선생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윤재가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지만, 무명은 아무 말이 없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무명이 결계 밖으로 빠져나오려 하자 무언가 투명한 벽이 그를 가로막듯이 그를 막아섰다.


결계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포기한 채, 무명은 몸을 돌려 침대에 누워 의식을 잃은 민혁의 선배를 다시한번 붓으로 내리치려 했다.


그 순간 무언가 그를 막아서듯이 그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투명한 물속에 갖힌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던 무명이 이윽고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윤재를 쏘아보며 말했다.


“오호! 이 놈 제자라더니 너도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표독스러운 여자 목소리에 윤재가 흠칫 몸을 굳히며 말했다.


“지금 당장 우리 스승님 몸에서 꺼져라! 내 손에 소멸당하기 싫으면!”


윤재가 바락바락 악을 쓰자 무명에게 빙의된 무당귀가 말했다.


“네 놈 스승이 알려주지 않았나보네? 무당이 무당귀를 쫓아내려면 무당귀보다 신력이 더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되려 무당귀한테 당한다는 걸 모르는 것이야? 네 스승이 대단한 인물인 것 같기는 하다만 신력(神力) 자체는 나보다 격(格)이 낮구나. 그럼 네가 네 스승보다 격이 높더냐? 그것 또한 아닌 거 같은데? 니가 어찌 무슨 수로 나를 쫓아내?”


한껏 신이 난다는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무당을 향해 윤재가 한참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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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챕터6-102.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7) 23.12.05 29 1 11쪽
» 챕터6-101.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6) 23.12.05 31 1 11쪽
100 챕터6-100.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5) 23.12.05 27 1 11쪽
99 챕터6-99.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4) 23.12.05 30 1 11쪽
98 챕터6-98.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3) 23.12.04 30 1 11쪽
97 챕터6-97.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2) 23.12.04 35 1 11쪽
96 챕터6-96.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1) 23.12.04 30 1 11쪽
95 챕터6-95.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3) 23.12.04 31 1 11쪽
94 챕터6-94.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2) 23.12.03 32 1 11쪽
93 챕터6-93.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1) 23.12.03 31 1 12쪽
92 챕터6-92.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2) 23.12.03 32 1 11쪽
91 챕터6-91.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1) 23.12.03 31 1 11쪽
90 챕터6-90.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3) 23.12.03 32 1 11쪽
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4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40 1 11쪽
87 챕터5-87(완). 해태(獬豸)- 신수 해태 (2) 23.12.02 40 1 11쪽
86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23.12.02 36 1 11쪽
85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23.12.02 36 1 11쪽
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83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6 1 11쪽
82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7 1 11쪽
81 챕터5-81. 해태(獬豸)-광교저수지 (1) 23.12.01 35 1 11쪽
80 챕터5-80.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3) 23.12.01 37 1 14쪽
79 챕터5-79.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2) 23.12.01 36 1 11쪽
78 챕터5-78.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1) 23.12.01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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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챕터5-76. 해태(獬豸)-수원과 화성(華城) (1) 23.12.01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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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챕터5-74. 해태(獬豸)-첫사랑 (1) 23.12.01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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