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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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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110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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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6-96.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1)

DUMMY

지금 윤재와 무명이 심각한 표정인 것은, 악한 영(靈)적인 존재들을 내쫓기 위해 윤재가 중년의 여인에게 알려준 비방술이 절대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윤재의 말처럼 개복숭아 나뭇가지는 귀신을 내쫓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선(善)한 수호령 조차 쫓아내는 점이라는 문제였다.


지금 당장 마을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악(惡)한 귀신들을 무찌른다 하여도, 후에 그들을 지켜줄 선한 조상귀나 수호령들 조차 그들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그들을 도와줄 수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수호신이 없는 사람의 인생은 불운(不運)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의 불운보다 당장의 죽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 그럼 정리해볼까, 우리 윤재 학생! 오늘의 교훈이 무엇인가요?”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함인지 짐짓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무명이 윤재를 향해 물었다.


“어... 어디보자... 음... 조상을 잘 보살피자?”


“예끼! 인석아!”“


무명이 장난스러운 윤재의 말에 장난스런 말투로 대답했고, 이내 윤재 역시 깔깔대고 웃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응당 대가가 따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재의 대답에 무명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무엇이든 무슨 일을 할 때는 대가가 항상 따르는 법이다. 저 마을 주민들은 조상들의 안식을 방해하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받았고, 저 귀신들은 자신들의 평온을 빼앗긴 대신 해마다 무연고인 귀신들까지 함께 성대한 위령제 제사를 받았다. 하지만 모든 계약이 어그러지게 되면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야.”


“뭐든지 함부로 약속하고, 함부로 해준다고 하면 안 되겠네요?”


“그래. 그래서 남들을 쉽게 믿고.... 또 함부로 도와줘서도 안 되는 이유를 알겠지? 도움을 주었다가도 원망을 받기란 참으로 쉽더구나...”


윤재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분명 무명 선생님이 호의를 가지고 좋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도와준 일이 자칫 안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그들은 무명 선생님 탓을 하면서 그를 원망했으리라.


씁쓸한 표정이었지만 윤재가 애써 웃어보이며 무명을 향해 말했다.


“근데요 선생님... 저는요! 그래두.... 그래두 전 사람들을 도울래요!”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윤재에게 무명이 되물었다.


“그러다가 너가 다치거나 죽게 된다 해도?”


“네! 제가 할 수 있다면 도와달라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런 윤재를 말없이 잠시 흘끗 쳐다본 무명은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휘저었다.


씁쓸한 무명의 마음처럼 차는 무심하게 어둠이 짙게 내린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스물스물 차오르는 안개는 마치 누군가 군불이라도 떼운 듯이 짙게 내려앉아 주변 일대를 자욱하게 가리고 있었다.


음습한 기운이 가득한 안개 때문인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양복차림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컨테이너 사무실 한쪽 창문을 바라보았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폐아파트 뒤쪽을 유심히 바라보자 돌산 하나에서 조금씩 스물스물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듯 했다.


“야! 쫄았냐?”


유심히 돌산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의 등을 가볍게 한 대 툭 치면서 말하는 남자 역시 검은색 양복 정장차림이었다.


“에이, 선배! 제가 이런 걸로 쫄겠습니까? 담배나 한 대 피러 가시죠!”


그는 자신에게 쫄았냐고 말하는 것이 마치 어이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자신의 등을 친 선배를 향해 말했다.


“민혁아! 그래도 조심 해야 해. 여기서 사람 여럿 죽어나갔다!”


선배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지금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민혁이라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민혁은 그런 선배의 말을 들으며 빙긋 웃어보였다.


“에이! 그건 그냥 우연이 겹쳤거나 애초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 죽을 사람들이어서 그랬겠죠!”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 민혁을 향해 선배는 ‘쯔쯧’혀를 차며 말했다.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여기 이곳 터가 안 좋다더라....”


말끝을 흐리는 선배를 무시한 채, 민혁은 서둘러 그의 팔을 붙잡고 그들이 있는 컨테이너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있는 곳은 도심하고 가까운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폐아파트였다.


이곳은 고속도로 인근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 옆에 붙은 공터에 지은 아파트였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왜 이런 곳에 아파트를 지었나 싶은 생뚱맞은 위치였다.




민혁은 몸이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편의점 알바는 물론, 고깃집과 식당 알바는 물론 배달 일에 더 나아가 새벽에는 대리운전까지 하는 그였다. 남들이 그런 민혁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고 힘든 일을 하며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그런 민혁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대학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야! 민혁아. 너 요즘 돈 필요해서 미친 듯이 일하고 다닌다며? 선배가 좋은 일자리 하나 구해줄 수 있는데 같이 해볼래? 일당 30만원 준댄다. 삼.십.만.원!”


민혁은 주급도 아니고 일당이 30만원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배! 그거 뭐 위험하거나, 보이스피싱이나 뭐 사기 그런 거 아니에요?”


믿을 수 없어 의심하는 민혁을 향해 껄껄 웃으며 선배가 말했다.


“아냐, 그냥 폐아파트 입구에서 지내면서 아파트 경비서는 건데 사건사고가 많아서 소유주가 아주 골치가 아프댄다. 그냥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경비만 잘 서면 돼! 대신...”


“대신요?”


“거기서 다치거나 죽어도......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각서를 써야 해!”


그의 말에 민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민혁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선배! 저 할게요! 어디로 가면 돼요?”


일주일 전의 일을 회상하던 민혁은 재빨리 자신에게 이곳을 소개시켜준 선배의 입에 물은 담배에 한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곤, 자신 역시 입에 문 담배에 붙을 붙였다.


민혁은 깊숙이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자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선배! 여기 지금 우리 5일째니까 백오십만원인 거에요?”


“그치, 대박 아니냐?”


“와... 선배 나 여기 한 달 있을까 봐요!”


민혁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자, 선배가 서둘러 담배를 발로 비벼 끄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야! 그건 안 돼. 우리 6일째 되는 날 여기서 나갈거야.”


“네? 내일요?”


“응.. 그래야 해!”


“선배? 왜요? 여기 더 있으면 하루에 30만원인데, 왜 나가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동그래진 눈으로 민혁이 묻자 선배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야! 내가 여기서 몇 명 죽었다고 했지?”


“네. 사건 사고가 많았다면서요?”


“그래. 여기서 죽은 경호 용역들.... 전부다 7일째 되는 날 죽었다?”


“헐.... 말이 돼요?”


“나도 안 믿겼는데... 전부다 7일째 되는 날 죽었어. 그것도 저 폐아파트 내부에서 목이 부러져서 이상하게 꺾인 채 말이야!”


선배의 말에 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등 뒤에 있는 폐아파트를 쳐다보았다.


8층 높이의 작은 아파트는 3개동이 서로 엇갈려 디귿(ㄷ)자 모양이었다.


자신들이 먹고 자는 숙소로 쓰는 컨테이너 박스 외부에 달아놓은 조명 때문에 은은하게 불빛이 비춰진 아파트는 얼핏 보기에는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건설 현장 같아보였지만 자세히 바라본 아파트는 곳곳에 현관문이 열려있었고, 군데군데 유리창문들이 깨져있어 흉물스러웠다.


주변일대는 주황색과 파란색의 촌스러운 시골지붕을 가진 낡은 주택들이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진 시골마을이었는데, 아파트가 들어 올만한 곳이 아닌 곳에 덩그러니 세워진 아파트 건물을 보니 기괴한 느낌마저 풍겨져오고 있었다.


민혁이 고개를 들어 바라본 아파트 복도 역시 빛 한점 없이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갑자기 민혁은 자신의 등 뒤에서 누군가 손가락으로 훑기라도 한 듯이 차가운 기운이 자신을 만지는 듯한 기분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선배! 근데 우리가 내일 나가면 누가 여기 또 지켜요?”


민혁의 말에 선배가 말했다.


“내 동기랑 친구녀석 둘이 올 거야. 우리 6일씩 번갈아가면서 일한다.”


그의 말에 민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그대로 컨테이너 사무실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컵라면이나 끓여먹자는 선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민혁이 서둘러 발걸음을 떼고 있을 때였다.


“저기요!”


그들 뒤에서 갑자기 민혁과 선배를 부르는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혁과 선배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쳐다보았다.


그들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젊은 여자 세 명이 바들바들 떨면서 민혁과 선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민혁이 긴장한 목소리로 묻자, 여자 세 명 중 아까 민혁과 선배를 불렀던 여자가 다시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저희가 여기 폐아파트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요. 저희 폐가 탐험 동아리거든요? 안에 좀 구경하고 가면 안 될까요?”


바들바들 떨면서 겁에 질린 듯한 여자는 자신들이 폐가 탐험 동아리 회원이라며 민혁과 그의 선배에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어이! 아가씨. 여기 사유지에요. 마음대로 막 들어가시면 법적인 처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 돌아가시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선배의 말에 민혁은 살짝 당황했다.


그가 선배 옆으로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선배! 너무 빡세게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래봤자 어린 여자애들 같은데. 살짝 안에만 보여주고 데리고 나오면 되지 않아요?”


민혁의 말에 선배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 미쳤냐? 여기서 사고라도 나면 다 네가 뒤집어 써야 해. 절대 안 돼!”


이상하리만큼 단호한 선배의 말투에 민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희 규정상 내부로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얼른 돌아가십시오. 밤이라 위험합니다!”


민혁 마저 거절의사를 밝히자 뒤쪽에 서있던 다른 여자둘이 앞에 나서서 말하고 있는 여자의 팔을 이끌고 어느 샌가 등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안된다는 말에 순순히 사라지는 여자들 무리도 이상했지만 무조건 안된다고 인상을 쓰며 예민하게 구는 듯한 선배의 반응도 어쩐지 어색하고 찜찜한 민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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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챕터6-98.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3) 23.12.04 30 1 11쪽
97 챕터6-97.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2) 23.12.04 35 1 11쪽
» 챕터6-96. 사이비(似而非)- 폐아파트 (1) 23.12.04 30 1 11쪽
95 챕터6-95.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3) 23.12.04 31 1 11쪽
94 챕터6-94.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2) 23.12.03 32 1 11쪽
93 챕터6-93.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1) 23.12.03 31 1 12쪽
92 챕터6-92.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2) 23.12.03 32 1 11쪽
91 챕터6-91. 사이비(似而非)- 침윤(浸潤) : 스며들다 (1) 23.12.03 31 1 11쪽
90 챕터6-90.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3) 23.12.03 32 1 11쪽
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3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39 1 11쪽
87 챕터5-87(완). 해태(獬豸)- 신수 해태 (2) 23.12.02 40 1 11쪽
86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23.12.02 36 1 11쪽
85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23.12.02 36 1 11쪽
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83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6 1 11쪽
82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7 1 11쪽
81 챕터5-81. 해태(獬豸)-광교저수지 (1) 23.12.01 35 1 11쪽
80 챕터5-80.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3) 23.12.01 37 1 14쪽
79 챕터5-79. 해태(獬豸)-신풍동과 무당거리 (2) 23.12.01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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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챕터5-76. 해태(獬豸)-수원과 화성(華城) (1) 23.12.01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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