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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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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103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1 23:00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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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DUMMY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상현이 먼저 수희의 왼손을 잡았고, 경환도 주춤거리며 수희의 오른손을 잡았다.


남들이 보기엔 여자가 한가운데 서서 건장한 양복차림의 두 남자가 수희의 양손을 붙잡고 납치를 당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기괴한 광경이겠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


- 여기 다른 등산객이나 산책하는 사람들한테는 안개가 에워싸지 않고, 경환 씨나 상현 씨한테만 붙은 거 보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만 선별해서 결계가 작동한다는 거 같은데... 흠... 그런 주술이나 비방이 있나? 세상 참...


수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에 잠겼고, 경환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노력하며 누나가 있는 주소로 향했다.


양손을 붙잡힌 수희가 주변을 경계하며 걸었기 때문에 그들의 걸음걸이는 느릴 수밖에 없었고, 뒤뚱뒤뚱 걷는 모양새 때문인지 경환이 1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거리는 어느새 3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경환이 탄식음을 내뱉는 소리에 수희와 상현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뾰족한 첨탑 위로 다 허물어져가는 십자가 모양의 낡은 교회가 나무테크 계단 옆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돌들로 경계를 세워 화단을 꾸며놓았는데 그 화단 위로 나무 말뚝이 박힌 채 ‘밀알 교회’라고 써진 삐뚤빼뚤한 엉성한 글씨가 눈에 띄었다.


“밀알 교회?”


수희가 묻자, 경환이 말했다.


“누나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매형이 가진 전재산을 털어 이 버려진 낡은 폐교회를 샀다고 합니다. 누나가 하루종일 기도만 했거든요. 마음편히 지내라면서.... 그나저나 제가 여기까지 온 게 신기하네요. 항상 아까처럼 이상하게 길을 헤매다 엉뚱한데서 정신을 차리곤 했었거든요. 저도 이렇게 이 교회에 온 건 처음입니다...”


수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문은 열려있었고, 내부는 컴컴했다.


창문은 모두 짙은 붉은색 암막으로 쳐져 있었고, 청소를 하지 않은 모양인지 먼지와 거미줄로 내부는 굉장히 더러워보였다.


낡은 의자들 사이로 세 명의 여자가 나란히 앉아 기도 중이었고, 그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어떤 남자가 그녀들에게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아들이 형(形)과 육(肉)을 이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죄가 없으신 분이 우리를 대신해서 죄인이 되셨습니다. 유월절 어린양이 되셨습니다. 우리들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피를 쏟아주셨습니다. 우리의 죄의 대가를 십자가에서 짊어지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은 죽음을 깨트리기 위해 죽음으로 제 발로 들어가셨습니다. 죄가 없으신 예수님은 죽음에 매여 있을 수 없으십니다. 사망을 이기고 부활하신 게 그 탓입니다.”


마치 목사가 설교하듯이 그녀들을 향해 열성적인 목소리로 말을 하는 이는 경환의 누나와 결혼한 매형 창민이었다.


“창민이 형!”


경환이 그를 부르는 소리에 한참 설교중인 그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경환을 쳐다보았다.


“처남! 여긴 어떻게!”


그가 놀라서 말하자 이내 그의 설교를 듣던 세 명의 여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의자 바닥으로 쓰러졌다.


수희와 상현이 놀라 다가가려 하자 갑자기 그의 매형인 창민이 무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그의 외침에 수희와 상현이 멈칫하자 경환이 말했다.


“매형!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나연이 누나는요?”


“처남... 나중에 이야기하자.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야. 나연이는 몸이 안 좋아서 방에 누워있어.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냥 이대로 가주면 안 될까?”


창민의 목소리를 묘한 두려움과 초조함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매형! 죄송한데 저 오늘은 누나를 꼭 보고 가야겠어요. 전화 통화도 길게 못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몸은 정말 괜찮은 건지... 제가 제 눈으로 똑똑히 살펴봐야겠어요! 정말 죄송한데 오늘은 이대로 못 갑니다!”


경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수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매형이라는 창민을 바라보았다.


그의 등 뒤로 무언가 검은 기운 같은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수희가 얼핏 봐도 보통 기운은 아니었다.


- 와... 기운 자체만 보면 악귀(惡鬼)도 보통 악귀가 아닌 거 같은데... 퇴치는 커녕... 기가 약한 무당들이 잘못하다가는 그대로 잡아먹힐 수도 있겠는 걸? 보통 기운이 아니다...


수희가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눈앞에 쓰러진 세 명의 여자들에게 다가서자 창민이 소리 질렀다.


“건들지 마!”


수희가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에게 다가가 그녀들의 몸을 돌리자 뼈만 남은 채 앙상한 모습의 여자들이 보였다.


세 명 모두 살이라곤 하나도 없이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이었는데 원래부터 날씬한 체중이라거나, 혹은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감량을 했다 치고는 심각하게 말라있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네. 당신 뭐하는 사람이죠? 왜 이 여자들을 이렇게 만든 거에요?”


수희가 약간 화난 말투로 말하자, 경환과 상현은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창민을 쳐다보았다.


“매형...? 수희 씨 말이 무슨 소리에요? 매형이 이 여자들을 어떻게 한 건데요?”


경환이 묻자 창민은 말없이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여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내가 받은 것을 먼저 너희에게 전하였노니...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사..... ”


그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속삭였기에 수희는 그 말을 듣기 위해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귀를 쫑긋 세우며 온 신경을 창민에게 쏟고 있었다.


- 저건... 고린도전서 15장 3절인데?


수희가 생각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창민이 엄청난 속도로 눈앞에 거대한 교회 나무 의자를 들어 올려 수희를 향해 집어던졌다.


보통 3~4명 앉는 기다란 교회나무 의자는 그 무게 만해도 상당했기에 창민이 그것을 그대로 들어 올려 집어던진 모습을 보았다면 다들 믿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낡고 삐거덕거리는 오래된 나무의자였다 해도 그것을 두 손으로 잡고 그대로 머리 위로 들어 올려 공중으로 집어던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순간 상현의 몸이 창민보다 한발 빨랐다.


상현은 재빨리 수희 앞을 향해 뛰어들었고, 수희의 몸을 돌려 껴안은 채 그대로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긴 나무의자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퍽’소리와 함께 상현과 수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말았다.


뒤늦게 무슨 일인지 사태를 파악한 경환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왔다.


“매형! 뭐하는 짓이에요!”


경환이 소리치며 수희와 상현을 살피려 무릎을 꿇고 그들을 살펴보았지만, 둘 다 의식이 없이 기절한 것만 같았다.


축 늘어진 채 기절한 수희와 상현을 흔들어 깨우던 경환이 고개를 들어 앞에 서있는 창민을 올려다보는 순간 무언가 둔탁한 것에 머리를 맞고 경환 역시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낡은 교회 안에는 정적과 어둠만이 가득했다.


조용히 주님께 기도를 올리는 창민의 목소리만 계속해서 낮게 울려 퍼졌다.





한참 만에 먼저 눈을 뜬 것은 수희였다.


수희가 겨우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자 지하실인 듯 사방이 깜깜했고 한치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미약하지만 퀘퀘한 곰팡이 냄새와 먼지 냄새가 주변에서 맡아졌기에 이곳은 지하실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이내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살펴보자 자신은 노끈 같은 것으로 팔과 다리가 묶여있었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상현과 경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심스레 몸을 끌고 가보니 상현과 경환은 둘 다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져 의식이 없어보였다.


수희가 땅바닥에 기다시피 누워 머리로 상현과 경환을 툭툭 쳐대자 낮은 신음과 함께 상현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아... 수희씨! 괜찮으십니까?”


상현이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수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했다.


“일단 쉿! 조용히!”


그랬다.


지금 자신들을 묶어둔 경환의 매형 창민이 언제 다시 자신들에게 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일부러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에 있는 경환의 매형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수희와 상현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경환 역시 옅은 신음을 내며 고통스러운지 몸을 비틀어대더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두 분 다 괜찮으십니까?”


경환의 목소리에는 매형을 향한 분노와 함께 상현과 수희 두 사람을 향한 미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필시 이렇게 납치되어 감금당하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상현과 수희는 간단히 괜찮다는 대답과 함께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들이 묶여있는 곳은 지하실 같은 곳이었는데 벽 위에 작은 창문 하나가 나 있을 뿐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계단으로 보이는 작은 철문 하나가 보였고, 그 지하실 같아 보이는 시멘트 바닥 창고에는 무엇이 담겨있는지 모를 주황색 포대자루가 꽁꽁 묶인 채 십여개 가량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부피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크기로 꽁꽁 묶여 놓인 포대자루를 본 수희는 갑자기 토악질과 함께 욕지거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대충 슬쩍 본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려했다.


“웩... 저기.... 저게 뭐야! 왜 역겹고 구역질이 나려하지!”


수희의 외침에 상현과 경환이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자 순간 상현과 경환의 몸이 동시에 흠칫 굳었다.


“왜 그래요? 저게 뭔지 알아요?”


경환은 이내 낮은 탄식음과 함께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상현 역시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저게 뭐냐고! 뭔데 둘이 그래요!”


그녀의 재촉에 상현이 조용히 말했다.


“수희 씨... 놀라지 마시고 들으십시오. 아무래도 사람 시체가 들은 것 같습니다.”


상현의 말에 수희는 흠칫 몸을 굳히곤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인데, 이제 납치당해서 살해까지 당하는구나! 아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가평 계곡가서도 한번 당했구나. 아이고 내 팔자야!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네.


수희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상현과 경환을 쳐다보았다.


그들 역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수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왼팔에 담긴 화마의 기운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 역시... 안 되는 건가.


수희가 아무리 용를 써도, 화마의 기운이 올라오지 않았다.


늘 익숙했던 생살을 인두로 지져대는 듯한 불타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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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3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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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챕터5-86. 해태(獬豸)- 신수 해태 (1) 23.12.02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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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83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6 1 11쪽
»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7 1 11쪽
81 챕터5-81. 해태(獬豸)-광교저수지 (1) 23.12.01 3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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