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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 Drummond

회귀하자마자 한국 축협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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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먼드
작품등록일 :
2024.08.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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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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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001.

DUMMY

120분의 대혈투. 서로 체력이 떨어져 발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 하지만 축구공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는, 절대.



[ 뒷공간으로 한 번에 빠져나갔습니다! 기가 막힌 침투! 으아아! ]

[ 왔어요! 왔어요! 가야 돼요! 가야 돼요! 가! 가! ]

[ 순식간에 박스 안으로 들어갑니다! 골키퍼가 각을 좁히고 뛰쳐나옵니다만! 양은준! 양은주우우우운-! ]



캐스터와 해설자의 악에 받친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재능이라 해도 무방한 양은준의 오른발 끝에서 공이 출발했다. 채찍 같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린 공이 골문 바깥으로 나갈 것 같다가, 이내 안쪽으로 감겨 들어오며 몸을 날린 골키퍼의 손끝을 빗겨 나간다. 그리고 종착지는, 당연히 골문 안쪽.



[ 들어갑니다아아아! 연장 후반 119분! 양은준! 양은준이 해냈습니다! ]

[ 4강! 4가아아앙! 으아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게 무슨 일이에요! 4강입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갑니다! 우리의 인생에 기적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건 기적이에요! ]



꿈만 같은 일이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 2002년의 기적 같았던 순간이 정확히 40년 만에 다시 찾아오는 순간.



병상에 누워 있던 환자마저도 몸을 일으켜 펄쩍 뛰었다. 협회장인데도 40년 만의 월드컵 8강전 무대에 직접 가 보지도 못할 만큼 쇠약한 이 할아버지는, 대한민국 축구계의 백마 탄 초인이었다.



“회장님. 이게 정말 되는군요.”

“그러게 말이야. 이게 다 자네 덕이야.”

“제가 뭘 했다고요. 회장님께서 모든 걸 바꿔버리신 덕분이죠.”



바닥 밑에는 언제나 지하실이 있다고, 대한민국 축구협회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일만 거듭하며 수렁까지 처박혔었다. 국민 대부분이 더 이상 한국 축구를 포기해버린 시점까지 왔을 때 즈음, 이 사람이 등장했고- 그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다. 정말, 모든 게.



“태훈이, 자네도 월드컵에 뛰었어야 했는데.”



한참을 감격에 젖어 눈물까지 글썽거리던 이상혁 회장이 몸을 뉘이며 내 손등을 토닥거렸다. 어떤 대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 말에만큼은 대답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정말 그랬으니까. 월드컵 출전은 내 일생일대의 꿈이었다. 어디 나만의 꿈이겠는가. 월드컵 출전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지.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세리에, 분데스리가. 좋다. 챔피언스리그? 물론 좋다. 세계 최고들만 모여 세계 최고의 축구를 펼치는 무대다.



하지만 월드컵은 다르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나라, 월드컵에서 뛰는 선수가 모두 최고 수준이냐면 그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월드컵은 축구 이상의 것이 존재하는 세계 최고의 무대다. 의심의 여지없이.



나도 월드컵에서 뛰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눈앞의 백마 탄 초인이 나타나기 전의 축구협회는 구제가 불가한 집단이었고, 난 그런 협회에게 찍혀도 단단히 찍힌 선수였다.



내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분데스리가에서 뛰어도. 내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어도. 대한민국 축구협회에 찍혔고 그 협회가 선임한 감독에게 찍힌 나는 별별 이상한 핑계로 대표팀에 불려가지 못했다.



가끔, 여론이 정말 안 좋아졌을 때 친선 경기 몇 번을 뛰기는 했지만. 한 경기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다음 소집 때는 곧장 제외되곤 했다. 전술적 이유라는 둥, 팀 케미를 무너뜨린다는 둥, 게으르다는 둥, 나 자신도 모르는 부상이라는 둥 하면서.



결국 내 인생에 월드컵은 없었다. 그렇게 내 선수 인생을 마무리할 시기가 되었을 즈음에 이상혁 회장이 등장했다.



이 사람은 기존 협회를 털끝 하나 남기지 않고 해체해 버렸다. 고위 임원들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전부 잘랐다. 사임이나 퇴직 따위로 명분을 만들어 주지도 않았다. 해고였다. 당연히 반발도 컸다. 그렇게 협회를 둘러싼 온갖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던 때- 난 선수를 은퇴했다.



언론에 드러나는 이상혁 회장은 말 그대로 백마 탄 초인의 모습이었다.

내부 사정을 나름대로 잘 알던 나는, 또 기존 협회와 대척점에 서 있던 나는.

선수를 은퇴하자마자 다른 어떤 길도 택하지 않고 곧장 이상혁 회장의 칼이자 페르소나로 활동했다.



이상혁 회장이 막 개혁을 시작할 때였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지지자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내가 맡기로 했다. 근거 없지만 추잡한 공격을 받아낼 사람도 필요했다. 그 역할도 내가 맡았다. 거친 언론 플레이도 내가 했고, 기존 협회 세력과의 드잡이질도 내가 했다. 검찰 고발도, 비리 파헤치기도 내가 앞장섰다.



사명감 따위로 한 게 아니었다. 내 선수 인생에서 월드컵을 빼앗아 간 자들에 대한 복수에 가까웠지.



그렇게 싸웠고, 결국 성공했다. 한국 축구는 수십 년 만에 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기적 같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역사상 두 번째 월드컵 4강 진출.

기쁘면서, 동시에 공허했다. 솔직하게 말이다.



“태훈이.”

“예, 회장님. 불편하십니까?”

“이제 난 이룰 걸 다 이뤘어.”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 결승도 갈 수 있습니다. 은준이 보셨잖아요? 쟤가 진짜 기가 막히는...”

“아니, 아니. 이제는 내가 무리야. 내가 다 늙어서 10년 넘게 한국 축구에 기력을 전부 쏟았어.”



이상혁 회장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난 곧장 병실의 전화기를 찾았다.



“회장님. 의사 부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태훈이, 자네. 잘 들어. 단단히 들어.”

“예?”

“한국이 월드컵 4강에 가는 기적을 다시 봤으니, 난 다 했어. 그리고 이제 기적을 넘겨줄 차례인 모양이야.”



무슨 유언이라도 하려는 듯 급격히 나빠지는 안색에, 당황했다. 몸에 힘이 탁 풀리면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러자 이상혁 회장이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자네 꿈을 이루러 가. 어차피 마지막이니 내 한 가지만 일러줌세. 아예 새로 시작하게나. 자네도 봤잖아? 이번 월드컵에도, 저번 월드컵에도. 심지어 유로에도 귀화 선수가 뛰었어.”

“회장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

“괜찮아.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다 별 것 아니라는 소리야. 이 친구야. 자네도 충분히 겪어 봐서 알잖아? 그리고 나랑 같이 이 나라의 꿈을 이뤘잖은가? 그러니, 이걸로 미련은 벗어 버리게. 가서 순수하게 자네 꿈을 위해 새 도전을 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이해할 틈도 채 주어지지 않았다.



[ 마지막 휘슬 울리면서 경기- 종료! 경기 종료! 연장 혈투 끝에! 대한민국이 4강으로! 40년 만에 월드컵 4강으로 갑니다! 믿어지십니까... ]



믿어지지 않게도. TV 속 중계가 조금씩 멀어지며 의식도 아지랑이처럼 흩어져 가고 있었으니까.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할 수 없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난 과거로 돌아와 버렸다.



꿈이라고 부정할 틈도 없었다. 의식이 명확해진 순간, 난 수비수의 태클에 발목을 채여 잔디 위를 뒹굴고 있었으니까. 다른 것보다 순간적인 고통이 심해서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싹 가셨다.



태클을 한 녀석이 미안하다며 내 등을 탁탁 두드리는데, 그 얼굴을 보자마자 깨달았었다.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윤유찬. 나랑 제일 친한 형 중 한 명. 한국이 배출한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에 무조건 들어가는 형. 그 형의 고등학생 때 까무잡잡한 얼굴이 내 시야를 덮고 있었거든.



거의 까무러칠 뻔했다. 너무 놀라서 잔디에 누운 상태로 팔딱거렸는데. 그걸 본 트레이너가 달려왔다. 어디 잘못된 녀석처럼 보였나 보다.



“비켜, 비켜봐. 야, 괜찮냐? 그냥 채인 거 아니었어? 부러졌냐? 부러진 거 같아?”



누워 뒹구는 내 옆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트레이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쇠뽕에 채인 순간적인 아픔이 싹 가셨다. 그리고 떠올랐다.



나와 이 트레이너와의 갈등. 거기서부터 내가 협회에 가지는 악감정이 시작됐었지. 아주 먼 과거,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어디 봐. 흠. 뼈에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사소하지만, 이 얘기 하나부터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나와 유찬이 형이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 그리고 대표팀 트레이너. 시선을 돌리면 들어오는 여러 정보들을 취합했을 때-



지금 여기는 U-17 대표팀의 훈련장이다. 똑똑하게 기억났다.

2019년, 내가 중학교 3학년이고. U-17 대표팀의 연습경기 파트너로 뽑은 선수들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내가 여기 모인 선수들 중 유일한 중학생이었지.



“괜찮아. 일어나 봐.”



트레이너가 얘기했다. 차가운 스프레이 파스 덕분에 발목이 찌릿거리는 느낌은 점점 가시고 있었지만, 난 안다. 지금 여기서 더 뛰면 1년을 통째로 날린다는 것을.



“안 되겠어요. 이거 도저히 못 뛰겠어요.”

“뭐? 야, 엄살 부리지 마. 그 정도 아니야. 스프레이 뿌리고 살살 걷다보면 다시 뛸 수 있어.”

“아뇨, 안 돼요.”



난 다시 뒤로 벌렁 드러누우며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러자 트레이너의 얼굴이 구겨졌다.



“엄살 부리지 말랬지. 여기 대표팀이야! 너 막내가 임마, 한 살 두 살 형들도 다 아픈 거 참고 뛰는데. 뭐 하는 짓이야? 대표팀이 우습게 보여?”

“엄살 아닙니다! 이거 발목 나가서 큰 부상 되면 트레이너님이 책임지십니까?”

“임마! 이 새끼 이거 돌았나?”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난 여기서 입은 이 부상 때문에 1년 넘는 시간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이 얘기가 어디선가 흘러나가면서 협회가 날 ‘건방진 새끼’로 보는 일이 시작되기도 했다.



“못 뜁니다. 저 바꿔 주세요.”

“하! 이 새끼, 진짜 어떻게 됐나. 너 임마, 대표팀 하기 싫어? 그래, 됐다. 형들보다 한 발 더 뛰어도 감독 코치님 눈에 못 들 판에, 막내 새끼가 빠져서 뺀질거리기나 하고. 넌 글렀다.”



트레이너가 반대편 터치라인을 향해 두 팔을 교차해 보였다. 그리곤 부축도 해 주지 않고 침을 탁 뱉고는 가 버렸다.



“정말 안 좋아?”



막내가 대드는 광경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빠진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유찬이 형이 손을 내밀었다.



“네. 조금 쉬어야 될 것 같아요.”

“저 트레이너 쌤이 마사지는 잘 하는데 성질이 좀 더러워. 그래도 좀 참지 그랬냐.”

“참으면 더 크게 다치니까요. 선배도 조심하세요.”

“응? 난 괜찮아.”

“그래도요. 여기 보세요. 대표팀 26명, 스파링 뛰라고 불러온 선수들 24명. 총 50명 있는데 트레이너는 2명이에요. 진짜 어디 부러지지 않는 한 제대로 봐 주지도 않는다고요. 저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대표팀이니까 참고 뛰는데 그러면 큰 부상 와요. 진짜로.”



22년 전의 내가 그랬다. 방금 전의 상황에서, 트레이너의 말처럼 금방 털고 일어나 남은 30분과 후반전까지 모두 뛰었다. 대표팀 감독님 눈에 어떻게든 들려고,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발목 인대가 너덜너덜해진 상태가 되었다는 건 대표팀 소집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결국 수술까지 해야 했고. 최악이었다.



절뚝거리면서 걸어 나왔다. 시선들 중 따가운 게 몇 개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로 막내가 뺀질거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 상관없다.



훈련장을 반 바퀴 돌아 벤치 근처로 왔을 때 즈음. 팔짱을 끼고 경기를 지켜보던 감독님이 내 쪽으로 슬쩍 다가오셨다.

그래도 이 분은 괜찮은 분이셨다. 앞으로 10년쯤 뒤에는 이 분도 협회와 척을 지게 되고, 나중에는 결국 조용히 야인이 되시는 거로 알고 있다.



“막내. 많이 안 좋냐?”

“... 예, 감독님.”

“아쉽게 됐다. 플레이 괜찮았는데.”

“저, 감독님.”

“왜?”

“저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다녀와.”

“아뇨, 저. 이번 소집에서 빠져도 되겠습니까?”



감독님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그럴 수밖에.



여기 연습경기 상대로 모인 어린 선수들은 2~3년 뒤 U-17 대표팀의 상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고 싶어 안달이 난 중고등학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소집에서 빠지고 싶다고 자청하다니. 예상하지 못하셨을 거다.



“이유는?”

“전 아직 중학생이라서, 한두 살 선배들과 뛸 때는 훨씬 더 빡셉니다. 부상까지 달고 앞으로 훈련을 소화하는 것도 그렇고요. 다음 경기에도 못 뛸 거고, 짐만 될 겁니다.”

“흠. 네 나이에는 형들과 뛰면서 보고 배우는 게 많을 텐데.”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몸이 먼저입니다.”

“막내답지 않네. 그래. 알겠다. 위에는 내가 보고하마. 가서 푹 쉬고, 관리 잘 해라. 오늘 일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하고 있으면 감독님이 다시 또 불러준다. 알겠지?”

“... 예. 감사합니다.”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한 뒤 곧장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샤워도 하지 않고 옷부터 갈아입고는,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마음이 급했다. 확인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




- 야, 유태훈이. 너 진짜 계속 이럴 거야? 뭐 하는 짓이야, 임마! 너 때문에 축구부 전체가 난리잖아!

- 태훈아. 뭐가 문제인지를 얘기해 줘야 감독님께 얘기라도 하지. 다른 애들한테는 얘기해 놓을 테니까 언제 다시 나올 건지만 얘기해 줘.



핸드폰을 한 번 열어봤다가 곧장 꺼 버렸다. 거의 1000개는 쌓인 메시지가 날 애타게 찾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대표팀 소집에서 스스로 하차한 덕분에 중학교 축구부는 난리가 났다. 몇몇 윗사람들은 내 행동을 당돌함의 선을 넘은 것으로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축구부 감독에게 은근히 쿠사리도 먹인 모양이고.



알 바 아니었다. 난 소집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일단 병원부터 갔고, 다행히 수술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두 달 정도 운동하지 말고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런 진단을 받았어도, 협회와 대표팀 트레이너는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중학교 축구부 감독도 마찬가지다. 난 그를 너무 잘 안다.



온갖 난리를 피울 거고. 대표팀 트레이너에게 싸가지가 없었네 어쨌네 하면서 혼이나 내겠지. 안 봐도 뻔했다. 그것 역시 알 바 아니었다. 그래서 핸드폰도 꺼 버리고 잠수를 타고 있는 거지.



내게 있어서 중요한 건 딱 하나였다.

이상혁 회장님. 백마 탄 초인.

어떻게든 수를 써서, 이 분을 조금이라도 일찍 협회의 새로운 수장으로 모셔서. 개혁에 일찍 성공한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없어. 정말 없어.’



열흘 내내 인터넷을 뒤졌다. 난 이상혁 회장을 바로 곁에서 따랐었고, 회장님이 무슨 일을 하다가 대한축구협회 쪽으로 취임하게 되었는지 전부 다 알고 있었다.



이 시기에는 분명히 유럽에서 큰 제약 회사를 운영하고 계셨어야 한다. 그 회사가 갑자기 엄청나게 커지면서 세계 부호 순위에도 들어가시고, 파격적으로 협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축구계에 들어오시는데.



없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상혁 회장과 회장님이 운영하던 기업의 흔적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다. 결론을 내려야 했다.



난 과거로 돌아왔고, 이 세상에서 이상혁 회장은 사라졌다. 이 세계에 이상혁이란 존재는 우리 나이대의 영웅인 위대한 프로게이머 뿐이다.



그 말인즉슨, 나락에 나락을 거듭하는 대한축구협회의 구세주가 사라졌다는 뜻이고. 최소한 내가 선수 생활을 끝내는 그 순간까지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 협회는 자체적인 회복이 안 된다. 백마 탄 초인이 없다면.



- 자네 꿈을 이루러 가. 어차피 마지막이니 내 한 가지만 일러줌세. 아예 새로 시작하게나. 자네도 봤잖아? 이번 월드컵에도, 저번 월드컵에도. 심지어 유로에도 귀화 선수가 뛰었어.



이해할 수 없었던 회장님의 마지막 말이. 이런 뜻이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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