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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9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8.31 08:51
조회
1,075
추천
8
글자
18쪽

223화. 세가를 세우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막내를 잃은 뒤 별로 웃지 않는 아내가 쥬맥이 들고 들어오는 가죽부대들을 보더니 궁금한지 물었다.


“보따리가 많네. 여보! 이게 다 뭐예요. 어디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들고 오시는 거예요?”


“응, 전에 대협곡에 묻어 두었던 것이 있었는데, 이번에 세가를 세우기 위해서 모두 가지고 왔어.”


“그래요? 이게 뭔데 산에다 묻어 놨어요?”


궁금한지 자루를 하나 열어 보더니 월광석이 가득하자 깜짝 놀랬다.


“아니, 이건 월광석이잖아요? 이 많은 걸 지금껏 묻어 두었어요?”


그러자 큰아들도 몇 개를 열어 보고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와! 아버지 엄청 부자셨네요. 이 많은 걸 다 어디다 쓰죠?”


“우선 돈씨세가 자리를 사기로 했다. 그것은 월광석 백 개 정도면 충분할 것이야. 나머지는 쥬씨세가를 세우면 유지를 해야 하니 계속 수익이 나는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


가문의 무력대도 운영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나머지 네 자루는 네 엄마와 네가 잘 관리를 하도록 하렴.


그리고 이 예순 개짜리 한 자루는 지난번에 거인족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무사들 중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가 좀 써야겠다.”


쥬맥의 말에 사랑하던 자식을 잃고 그 아픔을 이해한 아내 미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가정 형편까지 어려운 사람들은 얼마나 더 고통스럽겠어요. 필요하면 더 가져다 쓰세요.”


그 말이 쥬맥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남이 일을 당할 때는 그저 막연히 얼마나 힘들고 슬플까 생각했지만, 자신이 당하고 보니 이제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랄까?


#


세가를 세우는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며칠 뒤에 돈씨세가와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치렀으며······.


양해를 얻어 이주 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무사들의 수련을 위한 연무장과 숙소, 실내 수련실(修鍊室)을 만드는 공사에 착수했다.


돈씨세가도 셀렝게강이 내려다보이는 운치 있는 장소에 넓은 세가 터를 준비하여 지금 공사가 한창인데, 몇 달 뒤면 모두 마무리되어 이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에 이주를 위한 준비를 해 온 모양이다. 터를 잡는 거나 건물을 짓는 공사도······.


쥬맥은 이참에 인드리코룡의 소유권 처리도 명확하게 하기로 했다.


이미 육백여 마리로 늘어난 인드리코룡은 모두 쥬맥의 사유 재산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꿀꺽하기에는 뒤가 찝찝하다. 천인족의 지원을 받은 부분도 있으니 뒤를 깨끗이 해야 한다.


그래서 삼백 마리는 천인족 자산으로 잡고, 삼백 마리만 사유 재산으로 분리하기로 하였다.


새로운 성을 쌓거나 전차를 끄는 일 등 인드리코룡의 사용처가 많으니, 지금 한울을 맡고 있는 자신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금 사용하는 사육장에 삼백 마리를 그대로 두어 천령대로 소속시키고, 나머지 삼백 마리는 따로 분리시켜서 탁녹 대평원의 혜란성 근처에 새로 목장을 꾸렸다.


지금은 주인 없이 넓게 비어 있는 땅이 사방에 널렸으니······.


그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 혜란성에도 쥬씨세가의 혜란 분소를 차렸다.


이곳에서 인드리코룡도 관리하고, 세가 무사대의 수련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쥬씨세가를 운영하기 위해서 무사대를 모집하는데, 전에 백호대의 무사로 오랜 세월을 함께 일하다가 은퇴한 무사들이 많이 찾아왔다.


“저도 좀 끼워 주세요.”


그들은 예전부터 쥬맥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라, 비록 지금은 한울이 되었어도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대장님이라고 불렀다.


“대장님! 저 요즘 놀고 있는데 무력대에서 일하게 해 주십시오.”


“저도 대장님 따라서 백호대를 그만 두었으니 책임지세요.”


“대장님 없는 백호대는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저도 어차피 무사로 살 것인데 이왕이면 같이 일하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하나둘 쥬맥과의 인연을 잊지 못해서 다시 찾아오는 것인데, 모두 무위가 매우 뛰어난 고수들이라 쥬맥도 반가이 맞아들였다.


백호대와의 인연으로 찾아온 고수들만 무려 이백오십 명이 넘었으나, 쥬맥은 한 명도 내치지 않고 한식구로 만들었다.


“잊지 않고 찾아 줘서 고맙네. 이제부터 우리는 다시 한식구일세.”


목숨 걸고 전장에서 함께 싸운 전우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를 의지하며 지낸 세월이 어디 한두 해던가?


원래 세가라면 무사들도 같은 성씨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족이 얼마 안 되는 쥬맥으로서는 그 수가 늘어날 때까지는, 외부 무사들을 고용하여 무력대를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무력대가 없으면 언제 알 수 없는 이익 추구 세력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한울의 자리에 있으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쥬맥도 한울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세가는 후손들 대대로 물려줘야 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 무사대가 기본적인 구색을 갖추자, 이번에는 가지고 있는 월광석을 이용하여 수입원이 될 수 있는 것을 골라 수십 개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상가나 주점, 객줏집, 다루 등등······.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있어야 세가(世家)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백 명이나 되는 무사들의 급료를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


환시뿐만이 아니라 혜란과 신시, 회홀 등에서도 요지에 있는 상가나 주점, 객줏집을 사들여 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방에 주인 없이 남아도는 땅이 천지라, 좋은 위치를 골라서 분소를 하나씩 차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각 성마다 하나씩의 분소(分所)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돈씨세가가 셀렝게강 주변으로 이주를 하자, 그 자리를 채우며 쥬씨세가가 들어섰다.


쥬맥은 대협곡 깊은 곳에서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태을 선인을 찾아가 현판에 쓸 글자를 받았는데, 그것을 커다란 자철목(紫鐵木)에 그대로 새겨 세가의 대문에 달 현판을 만들었다.


#


오늘은 쥬씨세가 현판식(懸板式) 날.


큰 대문 위에는 용이 승천하는 듯한 필체로 휘갈겨 쓴 ‘쥬씨세가’ 라는 현판을 걸었고, 대문 양쪽에는 큰 글씨로 용(勇)과 협(俠)자를 새겼다.


물론 현판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그리고 활짝 열린 대문 앞에는 열 명의 무사들이 지키고 늘어선 가운데, 방문자를 확인하고 안내하기 위하여 넓은 탁자에 방명록(芳名錄)을 놓고 세 명의 세가 관리자들이 앉았다.


초대장을 받고 몰려온 수백 명의 방문객들. 아침부터 쥬씨세가의 대문 앞은 방문객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예물을 바리바리 들거나 아예 수레까지 끌면서 말이다. 마차를 타고 오는 사람도 부지기수.


“우리는 돈씨세가에서 왔습니다. 이분께서 욕자 문자를 쓰시는 우리 가주님이십니다.”


“우리는 안씨세가요. 뒤에 율자를 쓰시는 가주님께서 오셨소,”


“나는 대족장 한망일세.”


이렇게 끝도 없이 귀한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쥬맥의 자식들이 직접 나서서 맞아들이며 안내를 했다.


그때 옷차림은 추레하나 대머리에 하얀 머리와 수염을 곱게 기른 노인이 방명록이 놓인 자리로 다가왔다.


범인처럼 터덜터덜 걸어서 말이다.


“크흠, 나는 자네들 가주(家主)의 할애비일세.”


그 말에 깜짝 놀라는 방명록 서기들.


“예? 무슨 말씀을? 저희 가주님은 할아버지가 안 계신데요?”


그러자 다시 한번 빽 내지르는 노인.


“할애비라니까! 웬 말이 그리도 많아.”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주위를 지키던 무사들이 무슨 시비가 걸린 줄 알고 다가와서 주변에 늘어서고, 나와 있던 소가주 쥬온도 웬일인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와 노인을 살펴보는데······.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퍼뜩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는지 반갑게 앞으로 나서서 아는 체를 하며 깍듯이 절을 했다.


“아니, 증조 할아버님이 아니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제가 장손(長孫)인 온입니다. 안에서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들어가시지요.”


그제야 태을 선인의 표정이 풀린다.


“하하하! 너는 내가 누구인지 어찌 알았느냐?”


“아버지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안에서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들어가시지요”


“이놈이 할애비가 왔으면 지가 나올 일이지, 쯧쯧쯧!”


“자~ 이리로 가시지요.”


투덜투덜 하면서도 쥬온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니 모두 ‘누구지?’ 하고 고개를 갸웃댄다. 그러자 손님 한 사람이 나오더니 아는 체를 했다.


“나는 대족장 비원견일세. 저분은 태을 선인이신데 자네들 가주이신 한울님이 할아버지처럼 모시는 분이 맞네.”


그러자 방명록을 담당한 서기가 걱정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 그 유명하신 태을 선인이셨군요. 그런데 저희가 못 알아봐서 어쩌죠?”


하는데, 사실 태을 선인은 요즘 홀로 대협곡에서 수행에 전념하고 있으니 세속적인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오직 쥬맥의 일에는 하나밖에 없는 손자처럼 여겨서, 마음을 끊지 못하고 어려운 걸음을 한 것이다.


태을 선인은 오면서 우담바라의 열매를 이용해서 만드는, 그 귀하디 귀하다는 천령단(天靈丹)을 두 개나 선물로 가지고 왔다.


우르대협곡에서 홀로 도를 닦으며 선인 수행 중이라, 비록 옷차림은 추레해 보일지 몰라도 두 눈에는 현기(玄機)가 가득 차 있다.


천인족에서 진선기의 경지에 오른 선인으로는 전 천사장인 돈문 선인과 함께 둘밖에 없는 사람이다.


이외에도 천사장과 대신녀, 대족장과 부족장들, 세가주와 상단주 등 수백 명의 손님이 몰려들었으니······.


모두 안으로 맞아들여 접대를 하는데, 전각만으로는 자리가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넓은 뜰에 천막을 치고 바닥에는 양탄자를 깔아 자리를 마련했다.


전각 안에는 자리가 부족하니 대족장급 이상만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가운데, 태을 선인은 쥬맥 옆에 앉아서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쥬맥과 큰아들 쥬온이 일일이 자리를 돌며 인사를 하고 술을 권하는 가운데, 오시(午時) 중반(12시)이 되자 모두 대문 앞으로 나섰다. 현판식을 거행하려는 것이다.


대문(大門) 위의 커다란 현판은 비단천으로 가려져 있고 가는 줄이 양 옆으로 늘어져 있는데, 양쪽 줄을 쥬맥과 쥬온이 하나씩 잡았다.


그때 누구를 찾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쥬맥. 한쪽에 서 있는 태을 선인을 찾더니, 손사래를 치는 선인을 억지로 끌고 와서 기어이 자신의 앞에 세우며 함께 줄을 잡았다.


준비가 끝나자 쥬씨세가의 신임 총관이 주변을 둘러보며 앞으로 나섰다.


“먼저 오늘 본가의 현판식을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바쁘신 가운데에도 이렇게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럼 바로 쥬씨세가의 현판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새롭게 문을 연 우리 쥬씨세가가 앞으로도 나날이 번창하기를 기원(祈願)하며 모두 큰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양쪽에서 줄을 당기자 현판을 가리고 있던 비단 막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용이 하늘로 차고 오르듯 힘찬 필체로 휘갈겨 쓴 ‘쥬씨세가’ 라는 현판이 드러났다.


“가주께서 한 말씀하십시오.”


모두 가주가 한 말씀하시라고 하는 가운데, 쥬맥이 엉뚱하게도 태을 선인의 등을 떠밀었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나선 태을 선인이다.


“큼! 큼! 나는 선인 태을이외다. 가주가 등을 떠미니 어쩔 수 없이 한마디 해야겠소이다.

쥬씨세가는 무예를 기반으로 문을 연 무림세가(武林世家)이니, 무엇보다 용과 협을 중시하라는 의미에서 대문의 양쪽에 두 글자를 새기게 했습니다.

칼을 든 자가 용기가 없으면 어찌 협(俠)을 행할 수 있겠소? 그리고 협을 몸으로 직접 행하지 못한 칼은 자신들의 이익이나 쫓는 사악(邪惡)한 무리와 진배가 없습니다. 이 두 가지 정신을 후손 대대로 이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짝짝짝짝!


태을 선인이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초대 가주로서 쥬맥이 앞으로 나섰다.


“바쁘신 가운데에도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이렇게 왕림해 주신 데 대하여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세가의 문을 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앞서 말씀해 주신 용과 협을 잃지 않고 적극 실천(實踐)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천씨세가의 가주인 천화룬이 앞으로 나서더니 한 가지를 제안했다.


“한울님이시면서 쥬씨세가의 가주님이신데, 무예가 탁월하시다고 들었사옵니다. 모두 그 경지를 한번 보기를 소원하니, 하루 날을 잡아서 세가주들과 친선 비무대회(比武大會)를 개최하심이 어떻겠사옵니까?”


자신이 직접 쥬맥의 무술을 본 적이 없으니, 비무대회를 통하여 천씨세가의 무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뽐내겠다는 의도도 분명 숨어 있었다.


“좋습니다. 그리하시지요. 이달 말이면 어떻겠습니까?”


쥬맥이 별로 어려울 것 없다는 듯이 흔쾌하게 대답하자, 천화룬이 깊이 허리를 숙이며 좋아한다.


“감사하옵니다. 제가 자리를 만들어서 연락을 드리겠사옵니다.”


이렇게 하여 세가주들의 친선 비무대회가 결정되고 밤 늦게까지 잔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쥬씨세가의 현판식이 무사히 끝났다.


쥬맥은 바로 돌아가려는 태을 선인을 기어코 붙들었다. 결국 하룻밤을 쥬씨세가에서 묵어가기로 했는데······.


쥬맥은 자식들과 손주들까지 일일이 인사를 시키고, 어디서 만나던지 깍듯이 섬기도록 당부하였다.


현판식이 무사히 끝나고 마침내 정식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시작한 쥬씨세가. 모두가 어떤 행보를 할 것인지 눈 여겨 바라보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쥬맥은 다른 상가나 조직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일절 자금을 받지 못하게 했고, 순수한 자체 자본으로 사들인 곳에서 나는 수익금만으로 운용하게 했다.


세가의 소유권이 있는 곳에서만.


그리고 세가를 운용하고 남는 돈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모두 다른 세가들도 쥬씨세가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쥬씨세가는 이렇게 하던데······.”


“쥬씨세가가 이것을 도와줬는데······.”


“우리 쥬씨세가는······.”


나중에 주변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우리 쥬씨세가’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자체 자본으로 운영하는 쥬씨세가 상점에는 무사대 인력을 몇 명씩 상주시켜 보호하니, 가까이 있는 다른 상점들까지 같이 보호를 받는 격이 되었다.


또한 자식들도 모두 환시의 쥬씨세가로 불러들여 살 집을 내리고 할 일을 맡기자 점차 체계가 잡히고 세가 무사대의 무위도 나날이 향상되었다.


쥬맥은 인연이 있던 사람들에게 무공을 아끼지 않고 공개하였고, 직급에 따라서 영단도 나누어 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꿈꾸어 온 쥬씨세가의 설립이 끝나자 뿌듯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평화가 찾아왔다.


#


현판식이 끝난 지 어느덧 한 달.


천인족의 이름 있는 세가주들이 친선 비무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천지율 대신녀의 가문인 천씨세가에서 열리니, 가장 큰 7대 세가의 가주들이 모두 참석했다.


쥬씨세가의 쥬맥을 시작으로 안씨세가의 안율, 돈씨세가의 돈욕문, 천씨세가의 천화룬, 비씨세가의 비수이, 한씨세가의 한린, 맥씨세가의 맥도이.


이렇게 모두 일곱 명의 세가주들이 친선 비무 차 천씨세가에 모여들었다.


비무의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많았으나, 안율이 나서더니 의견을 조율했다. 모두 세가의 명예를 위해서 한울과 겨루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기면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요 져도 크게 체면이 손상될 것이 없으니······.


“그러면 비무는 한울님이 다른 가주들과 차례로 겨루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른 가주들과 겨루고 싶으신 분은 두 분이 사전에 합의를 하셔서 결정하심이 좋겠고요.

한울님께서는 혼자 여러 차례 비무를 하시면 힘드실 테니, 필요하신 만큼 쉬신 뒤에 다음 비무(比武)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비무를 하는 것이니 출수를 하실 때 가능하면 초식명을 불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느 한쪽이 졌다고 인정하면 바로 중단하도록 하고요.

참고로 저는 이미 예전에 한울님께 비무를 청하여 패한 바가 있으니 나서지 않겠습니다.”


안율은 쥬맥의 무위를 알기 때문에 자신은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분명 극복할 수 없는 차이였으니.


그리고, 가주들이 서로 겨루어 지게 되면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기 때문에 쌍방이 사전에 합의한 자들만 겨루자고 한 것이고······.


그러자 이번에는 돈씨세가의 돈욕문(暾欲文)이 나서서 말했다.


“좋습니다. 그리하시지요. 그러나 우리 돈가도 무를 병행하기는 하지만 수신을 위한 것일 뿐 선인의 수행과 학문을 더 중시하니, 비무에는 나서지 않겠습니다. 진 것으로 하지요.”


이렇게 되니 이제 남은 것은 네 개 가문인데 모두 자신에 차 있었고, 이번 기회에 쥬맥을 한번 꺾어 볼까 하는 야심에 찬 생각을 가진 이도 있어서, 물러서지 않고 도전을 하였다.


결국 쥬맥이 나서서 네 명을 한 명씩 순서대로 비무하고, 나머지는 하고 싶은 상대와 협의하여 정하라고 하니 결전 방식이 정해졌다.


쥬맥이 자신 있어 하는 모습에 도전한 세가주들은 한편으로는 괜히 도전을 했나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


차를 한잔 마시고 비무를 위해 모두 천씨세가의 대연무장으로 향했다.


혹시 패한 소식이 퍼지면 가문의 얼굴에 똥칠을 할 수도 있는지라, 주변을 모두 물리고 경비를 세워서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막는 가운데, 가주들만 참석한 비무가 시작되었다.


심지어 한울의 수신호위마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배치하였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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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232화. 남정맹과 현마문의 생사결 22.09.06 1,060 6 18쪽
231 231화. 다시 이어진 녹성의 인연 22.09.06 1,050 6 18쪽
230 230화. 후대를 위한 안배 22.09.05 1,047 8 18쪽
229 229화. 악마가 되는 전장(戰場) 22.09.05 1,045 8 19쪽
228 228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2.09.02 1,059 8 18쪽
227 227화. 새로운 영웅(英雄)의 탄생 22.09.02 1,054 8 18쪽
226 226화. 천인족 영웅대회 22.09.01 1,080 8 19쪽
225 225화. 관리체제 정비 22.09.01 1,064 9 18쪽
224 224화. 세가주들과의 비무 22.08.31 1,064 9 18쪽
» 223화. 세가를 세우다 22.08.31 1,076 8 18쪽
222 222화.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 22.08.30 1,078 8 17쪽
221 221화. 전쟁은 끝을 향해 치닫고 22.08.30 1,072 7 18쪽
220 220화. 아! 천신이시여! 22.08.29 1,084 8 20쪽
219 219화. 강물처럼 흐르는 피 22.08.29 1,078 8 18쪽
218 218화. 거인족 선발대와 격돌 22.08.26 1,102 9 19쪽
217 217화. 화산 폭발이 부른 전쟁 22.08.26 1,106 9 18쪽
216 216화. 유챠산 화산 폭발 22.08.25 1,134 9 19쪽
215 215화. 생명의 선물 진주(眞珠) 22.08.25 1,147 8 19쪽
214 214화. 깨달음의 기회 22.08.24 1,136 10 19쪽
213 213화. 5대 신수 순방 22.08.24 1,133 9 19쪽
212 212화. 한울 쥬맥 22.08.23 1,165 9 19쪽
211 211화. 청룡여의검과 백호제마검 22.08.23 1,145 10 18쪽
210 210화. 태을 선인의 진선기 22.08.22 1,135 9 17쪽
209 209화. 어수족과의 평화 협약 22.08.22 1,147 9 18쪽
208 208화. 전사와 지도자의 차이 22.08.19 1,183 9 18쪽
207 207화. 친구야 죽지마라! +1 22.08.19 1,177 8 19쪽
206 206화. 피로 물드는 바다 22.08.18 1,191 8 17쪽
205 205화. 어수족과의 전쟁 22.08.18 1,196 8 19쪽
204 204화. 우담바라가 꽃피다 22.08.17 1,202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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