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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30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8.24 08:49
조회
1,133
추천
9
글자
19쪽

213화. 5대 신수 순방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사절단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열흘이 지났다. 오늘은 아침에 태을 선인이 공간신통을 이용해 환시로 건너와서 쥬맥과 천사장까지 셋이 신수들을 찾아 나섰다.


따라나서려는 호위들을 물리치고 태을 선인이 공간신통을 펼치는데······.


“샤바라 샤밀데 홈 바라니 데~ 공간신통!”


순식간에 검결지로 공간의 결을 찢어 내자, 검게 입을 벌린 균열의 틈으로 셋이 사라지더니 우르대협곡의 북단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사부님께서는 언제 공간신통을 익히셨습니까? 참 편리하고 좋은데 이 제자에게도 좀 알려 주시지 않고요.”


그러자 빙긋이 웃으면서 던지는 말.


“너는 이게 거저 얻어진 것처럼 보이느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라.”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뒤로 빼지 마시고 좀 가르쳐 주시지요? 빨리 약속하세요.”


그런데 선인이 뜬금없는 말을 한다.


손가락으로 앞의 쥬맥을 가리키면서.


“이 녀석에게 잘 보이면 된다.”


그러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천사장.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어리둥절하다가 태을 선인께 되물었다.


“예? 한울께 잘 보이라고요? 무술도 아니고 법술인데요?”


선인이 다시 쥬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 배우려면 그만한 기운을 가진 귀물이 필요한데, 그런 귀물은 다 이 녀석의 호주머니 안에 있단 말이지.”


“그래요? 아니 그런 귀물을 섭섭하게 사부님께만 드렸습니까?”


그러면서 원망을 하듯이 쥬맥을 쳐다보는데, 이제 한울이 되었으니 천수 선인은 하대를 못 하고 말을 올렸다.


“하하하! 삼족황의 내단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선인님과 제 뱃속으로 모두 들어가 버렸으니, 언제 다시 사냥이라도 다녀와야겠군요.”


“아~ 전에 잡았다던 삼족황의 내단 말이군요. 아유~ 부럽습니다.”


그러는 중에 대협곡의 거대한 균열 사이로 들어서는데, 세 사람 모두 허공을 땅 밟듯이 밟고 천천히 내려간다.


#


마침내 다다른 대협곡의 바닥.


얼마나 내려왔는지 푸른 하늘이 까마득한데, 태을 선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다.


“분명히 여기 근처에 동굴이 있을 텐데······. 머릿속으로 주작의 기운이 느껴진단 말이지. 옳지 저기 있구나.”


마침내 아득한 절벽의 위쪽에 뚫린 커다란 동굴을 찾아냈다. 비록 은밀히 가려 있지만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불의 기운이 멀리서 느껴질 정도다.


터벅터벅 걸어서 그 밑에 이르러 허공답보(虛空踏步)로 천천히 걸어 올랐다. 마치 뒷동산을 오르듯이 말이다.


쥬맥과 천사장도 그 뒤를 따라서 동굴의 입구에 발을 내디디는데······.


동굴 안에서는 뜨거운 열풍이 불어닥쳤다. 모두 얼른 영기와 호신강기(護身罡氣)를 둘러서 차단하자 그제야 몸에 침투하던 열기가 견딜 만하다.


열기에 차 있는 동굴 속을 바라보니 안으로 들어갈수록 굴이 점점 넓어졌다.


그리고 백 장쯤 앞쪽에 시뻘건 불길이 보인다. 바라보기만 해도 내 몸이 타 버릴 것 같은 그런 불길 말이다.


일행은 불길을 표적 삼아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았다. 시뻘겋게 불길로 보이던 것은 오십 장쯤 되는 용암천이다.


시뻘건 용암(鎔巖)이 거대한 솥에서 물이 끓듯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 모습만 봐서는 꼭 지옥에 내려온 느낌인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태을 선인이 선어로 가만히 신수 주작(朱雀)을 불렀다.


[주작! 나 천인족의 태을이오. 보고 싶어 멀리서 찾아왔으니 모습을 좀 보여 주시구려.]


그러자 부글부글 끓는 용암 속에서 불새처럼 전신이 밝게 불타는 커다란 봉황 같은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붉은 기가 서린 봉목(鳳目)으로 일행을 서늘하게 바라보더니···, 빙글 한 바퀴를 돌자 변신을 하여 금방 청수(淸秀)한 문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왠지 기운이 느껴지더니 오랜만에 왔소이다. 전보다 신수가 훤한 걸 보니 그새에 벌써 진선기에 오르셨습니다그려. 참으로 대단하고 부럽습니다. 어서 이리 앉으시지요. 그런데 이분들은 뉘신지 왠지 느낌이 익숙한데요?”


이제 인간의 형상으로 변신하여 천인족의 말을 하니 쥬맥도 굳이 타심통을 쓰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하하하! 놀라지 마세요. 이쪽에 젊은 분이 이번에 천인족의 새로운 한울이 되신 분이외다.”


“아아~ 그렇습니까? 귀하신 분께서 여기까지 몸소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기운이 매우 익숙합니다. 응? 이것은 화정(火晶)의 기운인데?”


그러자 쥬맥이 앞으로 나서서 깊이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비록 한울이지만 은혜를 입은 일이 있으니···.


“신임 한울 쥬맥입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전에 대협곡에서 동굴 속에 살 때 찾아오셔서 화정을 주시고, 흉터도 모두 치료해 주셨지요.

그때 주신 깃털과 화정 덕분에 여러 번 죽을 위기에서 살아나, 진작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이리 늦었습니다.”


“아! 그때 그 쥬맥! 아니 그럼 그때의 그 아이가 벌써 이리 장성하여 한울이 되셨단 말이오? 정말 장하십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하오이다.”


이제 한울이 되었으니 주작도 말을 높였으나, 자신이 도와준 어린 소년이 장성하여 최고수장인 한울이 되었다니 무척 마음이 기쁜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족하나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야 이를 말입니까? 다 인연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데 이분은 전에 한 번 뵈었던 천수 선인이 맞지요?”


“안녕하십니까? 맞습니다 전에 사부님을 따라와서 한번 뵌 적이 있지요. 지금은 천인족의 천사장(天司長)을 맡고 있습니다.”


“호오~ 그래요? 오늘은 모두 높으신 분들만 오셨습니다그려.”


그러자 태을 선인이 나서서 오늘 같이 오게 된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다.


“사실은 오늘 신임 한울의 인사도 있지만, 오랜만에 나도 인사를 드릴 겸 앞으로는 이 제자 녀석이 천사장을 맡고 있으니 필요시 연락을 주고받으시라고 소개를 시켜 드리러 왔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태을 선인께서는 벌써 선계(仙界)로 승천하시려고요?”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제 진선기에 이르렀으니 수행에 전념하려고 후진에게 넘겨주는 것이지요.”


“부럽습니다. 저도 가끔 찾아가서 깨우침을 나누고 싶은데, 거처하실 장소가 정해지면 연락을 주시지요.”


그때 쥬맥이 신수(神獸) 수업 중인 별이 생각이 나서 물었다.


“별이는 이곳에 없는 모양이군요. 신수 수업은 잘하고 있나요?”


그러자 주작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 녀석은 지금 깊은 참선에 들어갔으니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꼭 신수가 되어서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굴속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깨달음을 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요. 혹시 나오거든 안부라도 전해 주십시오. 친구 쥬맥이 꼭 신수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허허허! 그 녀석은 친구 얘기만 나오면 끔뻑 죽으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주작이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그동안 자신이 거두어 둔 영과를 내오고, 영초로 만든 차를 대접했다. 그렇게 한 시진이 넘게 대화를 나누다가, 다음 행선지를 향해서 동굴을 나섰다.


#


대협곡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쥬맥이 음양오행목(陰陽五行目)을 발현하고 진언을 외며 공간신통을 펼친다.


“샤바라 샤밀데 홈 바라니 데~ 공간신통!”


검으로 번개처럼 공간의 결을 찢어 내자, 세 사람이 그 속으로 들어가 미르산 정상(頂上)에 나타났다.


이제는 쥬맥까지 공간신통을 부리자 천수 선인은 심술이 난 모양이다. 입을 삐죽거리며 화가 난 어린애처럼 말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평소에는 문사처럼 점잖던 사람이었거늘······.


“한울께서는 선인도 아니신데 공간신통은 또 언제 배우셨습니까? 이거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저도 이참에 천사장직을 내려놓고 수행에나 힘써야 할까 봅니다. 후임 좀 찾아 주십시오.”


그러자 어림도 없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태을 선인이다.


“에끼, 이놈아! 너는 이 녀석이 한울을 마칠 때까지 꿈쩍도 말고 옆에서 잘 지키고 있어. 아니면 콩물도 없다.”


“아니, 사부님! 그때면 제 나이가 몇 살인데요?”


그 말에 마치 들이박듯이 머리를 턱밑에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태을 선인.


“뭐야? 앞으로 이백 년도 더 살 놈이 왜 나이를 따져? 이 녀석 옆에 붙어 있어야 콩고물이 떨어질 것 아니냐?”


그제야 이해가 가는 천수 선인이다.


그러자 한층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정말로 콩고물이 떨어지긴 하는 것이지요?”


그 말에 갑자기 태을 선인이 고개를 홱 돌렸다. 나는 모르겠다는 듯 태도 돌변이다. 당사자는 쥬맥이니 말이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선인이 욕심을 부리면 못쓴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벌써 기감으로 청룡의 거처를 찾은 쥬맥을 따라가, 미르산 정상 근처에서 높은 절벽에 뚫린 동굴을 발견했다.


겉보기에는 주변의 바위에 가려서 작아 보였으나 막상 입구에 다다르니 거대한 동굴이었는데······.


#


마침내 안으로 들어선 청룡의 동굴.


입구에 들어서니 그 깊이가 수백 장이 넘게 급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뚫려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괴괴한 정적만이 주위를 감싸고 있으니 태을 선인이 몸에서 우윳빛 밝은 영기를 내뿜어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그때, 그 깊고 깊은 동굴 끝자락에서 갑자기 보름달처럼 커다랗고 노란 눈이 번쩍 빛났다. 그러자 그 눈을 보는 이의 심장이 자신도 모르게 벌떡거린다.


사방이 밝게 빛나고 마치 번갯불이 내리꽂히는 듯한데, 그건 바로 신수 청룡(靑龍)의 눈이었다.


그것은 토끼의 눈을 닮았으나 크기가 수백 배는 더 컸고 입에는 불타듯 빛나는 둥근 여의주를 물었다.


머리에는 사슴처럼 커다란 뿔 두 개가 높이 솟아 있고 벌린 입에는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보인다.


잉어처럼 커다란 비늘이 전신을 덮고 있는데, 네 발은 호랑이를 닮았고······.


발톱은 매나 독수리처럼 날카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마치 수천 년을 살아온 산신령(山神靈) 같은 콧수염이 볼의 양 옆으로 멋지게 흘러내렸다.


도대체 얼마만 한 세월을 살아야 수염과 갈기가 저러할까? 이끼 낀 비늘과 긴 수염, 갈기에서 묻어나는 긴 세월의 연륜까지······.


[누구시오? 누가 찾아온 것이오? 혹시 태을 선인이시오?]


저음의 장중한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리며, 긴 잠에서 이제야 깨어났는지 몸을 천천히 일으켜 일행이 가고 있는 동굴을 밑에서 타고 오른다.


일천칠백 장에 가까운 진체(眞體)의 몸이 아니라, 변신을 하여 축소했는지 몸통 두께는 삼 장 길이가 이십 장 정도였다.


“하하하! 나 천인족의 태을이오. 이제껏 잠을 주무셨구려 청룡.”


그러자 청룡이 입에 물고 있던 여의주를 꿀꺽 삼키며 머리를 흔들자, 전신에 푸른 비늘 갑주를 걸친 장수와 같은 모습으로 변신(變身)하였다.


대춧빛 중년의 얼굴에는 양 볼에 용의 수염처럼 긴 수염이 자랐다.


그리고 머리에 쓴 투구에는 두 개의 뿔이 솟아 있다. 갑주에 박혀 있는 비늘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용의 비늘을 그대로 보는 듯 찬연한데······.


얼굴에는 빙그레 웃음을 띠었다.


“어서 오시오. 왜 좀 자주 오시지 이렇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오십니까그려. 심심해서 죽겠소이다. 그냥 바람을 쐬듯이 놀러 오세요.”


“하하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외다. 앞으로는 자주 귀찮게 해 드리리다. 오늘은 귀한 분들을 모시고 왔으니 인사나 나누시지요.”


“호오~ 그래요? 벌써 느껴지는 기운이 모두 대단하십니다. 아니, 태을 선인께서도 벌써 진선기에 접어드셨나 봅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좋은 비법이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비법이랄 게 뭐 있겠습니까? 손자 같은 녀석들과 어울리면 마음이 젊어지니 그렇지요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그려. 그런데 같이 오신 두 분은 뉘신지?”


인사를 나누라고 했는데 옆길로 샜다가 이제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이쪽은 이번에 천인족의 새로운 한울이 되신 분이십니다. 직접 인사를 드리러 왔지요.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십사 하구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한울이 된 쥬맥이라고 합니다.”


“아! 쥬맥! 주작 신수가 자주 얘기하던 그분이 맞지요?”


“예, 주작 신수와는 어릴 때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후후후~ 축하드립니다. 느껴지는 기운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이를 말입니까? 우리가 누구 덕분에 신수가 되었는데요.”


“그리고 이쪽은 내 제자인데 지금 천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에 한번 봤지요? 앞으로는 내 대신에 연락을 취할 것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전에 뵈었던 선인 천수입니다. 또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렇지요. 후후후~ 젊으신 분들을 보니 함께 젊어지는 것 같소이다그려. 손님이 왔으니 대접을 해 드려야 할 텐데,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동굴 속에 커다란 방처럼 다듬어 놓은 곳으로 안내하여 여러 가지 진귀한 영과와 차를 대접하는데, 모두 들어 보지도 못한 신기한 것들이다.


여기서도 환담을 나누고 우의(友誼)를 다진 다음 동굴을 나섰다.


#


다음은 신수 해타가 거처하는 곳.


비월족의 비샤에서 가까운 곳인데, 신수들의 서식지 끝단에 위치하여 넓은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태을 선인이 몇 번 와 본 곳이라서 비교적 쉽게 찾았다.


해타는 넓은 숲속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 깊은 땅굴을 파고 사는데, 진체의 몸으로는 그 작은 굴속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큰 사자 정도로 변신하여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진체로 현신하여 숲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 큰 덩치가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전체적으로 사자를 닮은 몸에 황색 털이 나 있는 모습이다.


검은 갈기가 길고 멋지게 나 있으며, 머리 위에는 커다란 금색 뿔 두 개가 앞을 향해 솟아 있었다.


커다란 갈참나무의 잎을 닮은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뇌전이 번쩍거려서 금방이라도 천둥이 내리칠 듯하다.


푸르스름한 영기가 온몸에 안개처럼 흐르고 있는데······.


크기는 마치 작은 산을 옮겨 온 듯 몸통 높이가 오십 장에 이르고, 길이는 백 장이 넘어 보였다. 십칠 장에 이르는 긴 꼬리에는 긴털이 자욱하게 나 있고.


그런데도 영기로 몸을 땅에서 띄우고 떠 있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신기(神奇)하고 거대함에 놀랄 뿐이다.


일행의 기운을 느꼈는지 그 부리부리한 눈으로 흘깃 일행을 쳐다보더니, 익히 알고 있는 태을 선인이 보이는지라 반가워서 입을 벌리고 웃는데······.


온 얼굴의 살과 털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푸들푸들 떨리는 듯했다.


그 큰 덩치로 한 번 훌쩍 뛰어서 재주를 부리자 금방 천인족의 선인(仙人)과 같은 형상으로 변하였다.


금빛 나는 비단옷을 위아래로 걸치고, 머리에는 작은 금색 뿔 두 개가 앞을 향해 앙증맞게 솟아 있다. 그리고 하얀 피부에 현기가 가득 어린 눈은 전형적인 선인의 눈빛을 닮았다.


그가 마음이 급한 사람처럼 태을 선인을 향해서 바삐 걸어오며 반긴다. 마치 오랫동안 친구를 기다려 온 사람처럼 말이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바로 태을 선인이 아니시오? 천인족에 또 무슨 큰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하하하하! 나는 꼭 문제가 있어야만 찾아오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기운이 전보다 더 왕성해지셨습니다그려. 가만, 아니 그러고 보니 진선기에 들어섰군요. 정말 축하합니다.”


“쑥스럽지만 고맙습니다. 살다 보니 어느 날 이리 되는 군요.”


“무슨 겸양의 말씀을,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게 어디 있답니까?”


“오늘은 오랜만에 얼굴도 뵐 겸 소개시킬 분들이 있어서 같이 왔습니다. 모두 천인족의 귀한 분들이지요.”


“한울께서 연치가 있어 용퇴하실 때가 되었는데, 혹시 신임 한울이라도 모시고 온 것입니까?”


“아이고, 눈치도 빠르십니다. 바로 이분이 신임 한울이올시다.”


그러자 쥬맥이 앞으로 나서며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신임 한울 쥬맥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먼 데까지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다. 최고수장인 한울에 오르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천인족을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탁을 드려야지요. 그런데 같이 오신 이분은 낯이 익은데?”


“천사장을 맡고 있는 선인 천수라고 합니다. 사부님을 모시고 한번 뵌 적이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 그러면 그때의 그 태을 선인님 제자 분이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이럴 것이 아니라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러면서 태을 선인의 손을 잡고 큰 나무 아래 뚫린 땅굴로 들어가는데······.


굴은 들어가면서 점점 넓어져서 안에는 제법 큰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열대(熱帶) 지역인데도 어떤 이보를 놓아둔 것인지 시원하기 그지없다.


“안은 바깥보다 훨씬 시원하군요.”


“하하하! 어렵사리 빙정을 하나 구했지요. 그래서 열대지만 견딜 만합니다. 물론 지금은 한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말입니다.”


쥬맥의 말에 자랑스럽게 답하는 해타.


일행은 땅굴 안으로 들어가서 바닥에 융단이 깔린 응접실의 나무 탁자에 둘러앉았다. 둘러보니 제법 운치가 있다.


처음 보는 열대의 여러 과일을 권하면서,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뭔가 선물을 드려야 한다며 함을 하나 들고 와서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실내 가득 번져 나오는 보광!


놀랍게도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진귀한 보석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하나씩 고르라고 내미는데,


보석을 모르니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 안에는 대부분 주먹만 한 금강석이나 금덩어리, 만년한옥 이외에도 붉고 푸른 보석들이 많았다.


권고에 못 이겨 쥬맥은 붉은 보석을 하나 집었고, 태을 선인은 금강석을, 천사장은 푸른 보석을 하나 집었다.


자세한 가치는 모르지만 모두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귀한 보석들일 것이다.


이어서 태을 선인이 앞으로의 모든 연락은 천사장인 천수 선인이 맡을 거라고 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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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232화. 남정맹과 현마문의 생사결 22.09.06 1,060 6 18쪽
231 231화. 다시 이어진 녹성의 인연 22.09.06 1,050 6 18쪽
230 230화. 후대를 위한 안배 22.09.05 1,047 8 18쪽
229 229화. 악마가 되는 전장(戰場) 22.09.05 1,045 8 19쪽
228 228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2.09.02 1,060 8 18쪽
227 227화. 새로운 영웅(英雄)의 탄생 22.09.02 1,054 8 18쪽
226 226화. 천인족 영웅대회 22.09.01 1,080 8 19쪽
225 225화. 관리체제 정비 22.09.01 1,064 9 18쪽
224 224화. 세가주들과의 비무 22.08.31 1,064 9 18쪽
223 223화. 세가를 세우다 22.08.31 1,076 8 18쪽
222 222화.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 22.08.30 1,078 8 17쪽
221 221화. 전쟁은 끝을 향해 치닫고 22.08.30 1,072 7 18쪽
220 220화. 아! 천신이시여! 22.08.29 1,084 8 20쪽
219 219화. 강물처럼 흐르는 피 22.08.29 1,078 8 18쪽
218 218화. 거인족 선발대와 격돌 22.08.26 1,102 9 19쪽
217 217화. 화산 폭발이 부른 전쟁 22.08.26 1,106 9 18쪽
216 216화. 유챠산 화산 폭발 22.08.25 1,134 9 19쪽
215 215화. 생명의 선물 진주(眞珠) 22.08.25 1,147 8 19쪽
214 214화. 깨달음의 기회 22.08.24 1,136 10 19쪽
» 213화. 5대 신수 순방 22.08.24 1,134 9 19쪽
212 212화. 한울 쥬맥 22.08.23 1,165 9 19쪽
211 211화. 청룡여의검과 백호제마검 22.08.23 1,145 10 18쪽
210 210화. 태을 선인의 진선기 22.08.22 1,135 9 17쪽
209 209화. 어수족과의 평화 협약 22.08.22 1,147 9 18쪽
208 208화. 전사와 지도자의 차이 22.08.19 1,183 9 18쪽
207 207화. 친구야 죽지마라! +1 22.08.19 1,177 8 19쪽
206 206화. 피로 물드는 바다 22.08.18 1,191 8 17쪽
205 205화. 어수족과의 전쟁 22.08.18 1,196 8 19쪽
204 204화. 우담바라가 꽃피다 22.08.17 1,202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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