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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8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8.22 08:59
조회
1,146
추천
9
글자
18쪽

209화. 어수족과의 평화 협약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어황 파프롱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어감 칸브롱을 바라보자, 그도 민망하고 면목이 안 서는 모양이다.


[황공하옵니다. 전쟁 전에 싸우지 말고 평화 협상을 하자고 요청을 해 왔으나, 이미 우리 종족의 전쟁이 결정되었기에 중간에 일방적으로 말을 끊고 돌아와서 면목이 없사옵니다.]


그러자 목소리가 날카로워진 파프롱이 쏘아붙이듯 말했다.


[뭐요? 지금 면목을 따질 때라는 말이오? 그때 그 한 사람 때문에 인어족이 아작났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우리 파프닐은 지상에 건설되었는데, 그때처럼 날아와 지상에서 난동이라도 부리면, 셀 수 없을 만큼 죽는 것은 물론이요 도시가 다 파괴될 텐데?

그 무서운 사람을 어떻게든 다독여야 할 게 아니오? 그때 그 사람이 하늘로 날아올라 달처럼 둥근 것을 떨어뜨릴 때마다 만 명에 가까운 우리 병사가 죽어 나갔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도 체면을 따진다는 말이오? 얼른 만나서 한 50년 평화 협정을 맺으시오. 눈치만 보지 말고······.]


답답한지 한숨을 푹 쉬는 칸브롱.


[휴우~ 알겠사옵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다가 소신이 나서도록 하겠사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이들은 쥬맥이 보름이나 앓아누웠다는 것을 모른 채 연락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할 때, 쥬맥도 정신을 차리고 전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 모든 권한을 위임받고 사밀포로 가고 있었다.


#


마침내 사밀포에 이른 쥬맥.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을 둘러보니 아직도 그때의 전투 흔적들이 보이고, 아직 종전이 확정되지 않아서 무사들이 집결한 채 대기 중이었다.


수르가 죽던 날이 생생히 떠올라서 고통스러웠지만, 자신은 전사이기 이전에 지도자라는 생각으로 이를 지그시 악물고 아픔을 달래며, 어수족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크게 불리한 조건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평화 협정을 맺어야, 미래를 위한 해양 시대를 열 수가 있다.


친구의 복수만 생각해서는 결코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하나뿐인 친구를 앗아간 어수족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수르의 말처럼 자신은 전사가 아니라 지도자가 아닌가?


종족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버리고 머리 한 번 숙인들 어떠하리.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 사밀포 등대 앞에 설치한 월광등에 불을 켜고, 전처럼 어감 칸브롱을 기다렸다.


그때는 칸브롱도 월광등을 지켜보는 병사를 배치한 채, 행여 소식이 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마침 전갈이 왔다.


[어감님! 등대 앞에 불이 켜졌습니다.]


월광등을 지켜보던 병사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보고를 하니, 칸브롱도 호위 병사를 거느리고 부지런히 등대를 향해 다가갔다.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보니 정말 등대 앞에 월광등이 켜져 있고, 그 앞에 쥬맥 대족장이 뒷짐을 진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이 왠지 허허롭기만 하다.


초탈한 사람 같기도 하고, 큰 슬픔을 안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칸브롱은 바다에서 걸어 나와 조심스럽게 쥬맥을 향해 다가섰다.


지난번에 자신이 행한 무례가 있고, 전투 때 쥬맥의 무위를 보았으니 마음이 한껏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쥬맥 대족장님이 아니십니까? 어쩐 일로 또 찾으셨습니까?]


칸브롱은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뇌파로 조심스레 물었다. 그때 쥬맥이 갑자기 홱 하고 돌아서는데. 눈에서 시퍼런 번갯불이 번쩍인다.


“전쟁은 더 할 거요 말 거요? 빨리 결판을 냅시다.”


[무슨 말씀을, 천인족에 전쟁을 더 할 힘이 남아 있다는 말입니까?]


“흥! 전쟁? 아직도 우리에겐 팔 할의 힘이 남아 있소.”


그 소리에 얕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 칸브롱이 강한 어투로 답했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요. 아직 반에 반의 힘도 쓰지 않았소.]


쥬맥은 평화도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경험으로 누차 겪어 왔기에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쟁을 더 하겠다는 것이오? 다시 전쟁이 시작되면 그대들의 성도 파프닐부터 박살이 날 것이오.

내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당신들에게 잃고도 참고 있는 것은, 죄 없는 수많은 일반 어수족을 죽이고 싶지 않음이요. 그러나 참는 데 한계가 있소.

내 검환 한 방에 그대들의 병사가 수없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셨나? 어떻게 되는지 그 날벼락을 파프닐 상공에서 수백 발 떨어뜨려 볼까요?”


[전쟁은 병사들끼리 하는 것이지 어찌 일반인을 참살한단 말이오?]


“흥! 말 한번 잘하시는군. 그래서 그대들은 우리의 파사성과 셀렝게포를 선제 공격할 때, 죄 없는 부족민을 수없이 학살했던 것인가?”


[그것은 그대들의 주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리한다면? 파프닐뿐이겠소? 바닷속에 있다는 인어족의 림프닐은 무사할 것 같은가?

어디 그뿐인 줄 아시오? 내가 맘만 먹으면 혼자서 은신술로 숨어 들어가 그대들 수뇌부를 하루아침에 모두 죽일 수도 있어. 못할 것 같소? 내가 할 수 있는데도 왜 참는다고 생각하지?”


쥬맥은 물러서지 않고 반말을 섞어 가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할 힘도 가지고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얼굴이 시퍼래진 칸브롱.


쥬맥의 강한 어조와 눈에서 번갯불이 튀어나오는 듯한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 걸음 뒤로 주춤 물러섰다.


데려온 호위들 수백 명이 이 사람 앞에서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후우~ 우선 진정을 좀 하세요.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누가 다시 전쟁을 하자고 했습니까? 실은 우리도 평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단지 식량 자원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그리한 것뿐이오.]


“그럼 좋소. 돌아가서 확실하게 그대들과 인어족 어황의 결정을 받아 오시오. 내일 저녁 술시 초(19시경)에 지난번에 만났던 사밀포의 보화장 객줏집에서 기다리겠소.


그 자리에서 또다시 전쟁을 할 것인지 협상을 할 것인지 결판을 냅시다. 전쟁은 그대들이 시작한 것이니 조건은 아무것도 걸지 마시오. 대신에 우리도 배상을 요구하진 않겠소.”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저녁에 전에 그 자리에서 뵙지요.]


용두족 어감 칸브롱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서 돌아갔다.


‘그래, 저 사람이라면 혼자서도 우리 종족을 모두 끝장낼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다. 괜히 전쟁을 벌여서 잠자는 용의 수염을 건드린 셈이군.’


그러니 지금이라도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주는 것이 상책 아니겠는가?


그런데 뭐 좀 얻어 낼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지난번에 보니 술이란 것이 너무 기분 좋게 하던데······.


또 월광등은 어떻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사용해 보는 월광등은 그야말로 보배나 다름없었다.


조건을 달지 말라고 했지만 하다못해 물물 교역(物物交易)이라도 해서, 대가를 주고 바꾸면 될 것이 아닌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술이 머릿속에 삼삼하게 떠오르니 어떻게든 성사를 시켜야 할 텐데······.


“지상의 천인족들과······.”


돌아가서 어황들께 경과를 보고한 칸브롱은, 무조건 평화 협약을 맺으라는 말에 천인족의 핑계를 대고 살짝 물물 교역 얘기를 섞어 넣었다. 그 결과 할 수 있으면 하라는 허락을 받아 냈다.


#


다음 날 저녁 술시 초.


칸브롱이 호위들을 거느리고 다시 사밀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안내를 받아 사밀포 보화장에 이르렀다.


“어서 오시오. 어쨌든 오늘은 양자 간에 결판을 냅시다.”


[에이, 무섭게 왜 이러시오. 이제 싸울 만큼 싸웠으니 사이좋게 지냅시다. 내가 두 어황님을 잘 설득하여 평화 협약을 맺기로 했소.]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잘 생각하신 겁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한 달 이내로 그대들의 종족은 멸족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이제 그만 기분 푸시고, 이렇게 딱딱하게 하지 말고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부드럽게 풀어 봅시다.]


“좋습니다. 평화 협약을 결정하셨다니 그럼 그럽시다. 여봐라! 여기 술과 음식을 들여라!”


마침내 술과 음식이 들어오고 한 번 술 맛을 봤던 칸브롱과 같이 따라 들어온 두 명의 호위는 체면 차리지 않고 술을 마셔 댔다.


술이 한잔 얼큰하게 들어가자 슬며시 자신의 욕심을 드러내는 칸브롱.


[그런데 우리 두 분 어황께서 천인족과 우리 종족 간의 평화와 우의를 계속 이어 가기 위해서는 물물 교역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이 술과 월광등을 시작으로 품목은 점차 늘려 가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물 교역이야 우리도 평화 협약을 맺은 소인족이나 비월족과도 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술이 포함되는 것이 의외군요? 그대들 종족에는 술이란 것이 없나 봅니다.”


[흐흠! 아··· 아니요. 우리도 있는데 그대들의 술이 너무 독특해서, 우리 어황들께서 지난번에 한번 드셔 보시더니 좋다고 하셔서······.]


“좋습니다. 그리하시죠. 장소야 어차피 이 사밀포와 혜란포로 해야겠지요? 전쟁을 했던 자리를 평화의 상징으로 바꿔 봅시다.”


[어차피 인어족은 육지를 걸을 수 없으니 혜란포 바닷가에 난간을 설치하면 될 것 같고, 우리야 걸을 수 있으니 이곳 사밀포 앞에 물물 교역소를 설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여 오년 전 협약을 맺을 때 표시한 어수족의 영해 안에서는 천인족이 고기잡이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물물 교역소 두 곳을 운영(運營)한다는 조건을 명시하여, 어수족과 오십 년간의 평화 협약을 맺었다.


충돌이 있을 때는 서로 공격하지 않고 지금처럼 월광등을 켜서 대표자들이 협상을 하기로 하니, 마침내 바다에 평화가 찾아오고 해양(海洋)의 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


쥬맥이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잃고도 그 슬픔을 감내(堪耐)하며 종족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자,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고 모두의 존경(尊敬)을 받게 되었다.


물론 그런다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친구 잃은 슬픔이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산천초목(山川草木)이 다 바뀌어도, 쥬맥은 가슴속에 남아 있는 수르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하나뿐인 목숨까지 주고 간 친구! 그 우정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우선 중요한 일을 마무리한 쥬맥은 아직 남아 있는 월광석 세 개를 처분하여 모두 금령으로 바꾼 뒤, 수르의 아내 맥아인을 찾아가서 생활비에 보태 쓰라고 건네었다.


그러면서 중계에 가서 수르의 영혼을 만났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영계로 간다며 친구들과 귓속말로 나누던 얘기까지 들려주었다.


“정말 그런 세상이 있었군요.”


남편 얘기가 나오자 맥아인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렇게라도 얘기를 들으니 위안이 된다며, 이제 남편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그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고마워했다.


그리고 건네 준 금령을 보더니 수르와 자신이 이런 걸 바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펄펄 뛰었지만, 쥬맥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것은 결코 목숨값이 아닙니다. 어찌 친구의 목숨을 돈으로 살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그저 친구로서의 마음일 뿐입니다. 수르가 내 입장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거예요.”


이것은 단지 친구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일 뿐 목숨값이 절대 아니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자식들 문제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달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하였다.


그래야 자기도 죽으면 떳떳하게 수르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말이다.


돈으로 목숨값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르네가 생활비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간이 나는 대로 자식들도 좀 챙겨 볼 생각이다.


#


어수족과의 평화 협정을 맺자 천인족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혜란포와 사밀포에서 지난번에 전쟁을 치렀던 자리에는 이제 물물 교역소가 자리를 잡았다.


혜란포는 인어족에 맞추어 물속에서 상반신만 드러내고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바닷가에 나지막한 나무 바닥을 설치하였는데······.


어떤 곳은 바다 위까지 꽤 들어가서 아래로 구멍을 뚫어, 밑의 바닷속에서 상반신(上半身)을 내놓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사밀포는 용두족과 거래하는 곳이라 육지에 큰 건물을 짓고 그 안에 창고 겸 판매대를 설치하였다.


개인별로 찾아와서 거래를 할 수도 있었고, 상단(商團)이 대단위의 거래도 할 수 있었고······.


다만, 다른 종족과 마찬가지로 무공에 대한 거래나 무기에 대한 거래는 금지되었다.


물물 교역소는 의외로 인기가 많아서 용두족은 술을 많이 가져갔고, 인어족은 방수 처리한 월광등을 선호하였다.


어수족이 대가로 내미는 것은 주로 진주나 바닷속에서 채취한 보석류, 또는 희귀한 어물 등이었다.


방수 처리한 월광등이 많이 팔리자 어느 날부터인가 바닷속이 훤해졌고, 특히 인어족의 성도인 림프닐은 위에서 보면 마치 하늘의 은하수나 수많은 보석처럼 반짝여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그들도 편안함과 밝음에 물들어 월광등 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다. 신랑이 장가갈 때 신부 집에 가지고 가는 혼수품 1호가 되어, 월광등 없이는 장가도 가기 어려웠다.


천인족에서는 물물 교역소를 이용하여 수린(水燐)과 수린화(水燐火)를 조금씩 조심스럽게 사들였다. 아주 비밀리에 말이다.


물론 어수족도 이 품목은 거래를 금지시켰지만, 세상 어디에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어떤 짓이든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 법!


당장 예쁜 인어 아가씨에게 눈이 멀어 장가를 가야 하는데, 월광등(月光燈)을 가져오지 않으면 꿈도 꾸지 말라고 하니······.


그러니 앞뒤 안 가리고 일을 저지르는 인어 총각이 한둘이 아니었다.


월광등은 고가여서 보통의 물건을 가지고는 바꿀 수가 없는데, 수린을 한 단지만 가져가도 바꿔 주니 유혹(誘惑)에 빠질 수밖에······.


천인족 중에도 돈에 눈이 멀거나 이종족과의 혼혈 자식을 위해서 몰래 무공을 팔거나 알려 주듯이, 세상 어디에나 당장 그것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뭔가에 눈이 멀어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 있지 않던가?


이렇게 수집한 수린과 수린화는 대부분 천령대와 백호대 그리고 기술을 연구하는 선인들 손으로 흘러 들어갔다.


세상 일이란 어찌될지 모르니 만약을 대비한 분석과 대책 수립, 그리고 개량을 통한 새로운 무기 개발 등이 주 목적이었고······.


벌써 수뢰에 이 수린을 혼합하여, 물속에서도 큰 폭발과 화염을 내뿜는 개량형 수뢰를 만들어 시험에 들어갔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수뢰가, 수린을 몰래 건넨 어수족 자신들을 향할 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말이다.


누구나 자신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나중에 자신의 뒤통수를 칠 때에야 그걸 깨닫고, ‘아이쿠!’ 하는 법이다.


* * *


환시력 칠십칠 년.


어수족과의 전투로 한 해가 또 금방 가고, 쥬맥의 나이 여든한 살이 되었다.


큰 사건이 지나고 나면 보통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오듯이 천인족도 비교적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이제 소인족과 비월족에 이어 어수족까지 평화 협정을 맺어, 동쪽과 북쪽 국경은 한시름 놓게 되었다.


물론 아직 야차족과 반인족, 거인족이 남아 있지만 사면을 적에 둘러싸인 시절에 비하면 약과 아닌가?


그중에 야차족은 비월족을 침략했다가 대군을 잃고 원기가 쇠해 있으니, 반인족과 거인족만 견제하면 될 터.


쥬맥은 하나밖에 없는 친구이면서 믿고 많은 것을 맡기던 조력자였던 수르를 잃고 나서, 백호대와 대부족의 편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일은 자신이 직접 처리하고, 나머지 일은 부족장들이나 새로 선임한 참모장에게 맡겼다.


그러는 중에 태을 선인을 통하여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합신기에 오른 뒤 천사장의 자리를 내어 놓고 산수(山修)가 되어 우르대협곡으로 수행을 하러 떠났던 돈문 선인이 이백스물네 살에 진선기에 올랐다는 것.


선도를 추구하는 선인들은 오백 살까지 사는 사람도 있었다. 은둔 생활을 하니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러니 선인의 나이 이백스물네 살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저 보통 수준일 뿐.


하지만 선인이 진선기(眞仙期)에 이르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물론 진선기에 이른다고 다 신선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계로 비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까닭이다.


진선기에 이르면 신선(神仙)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 단계라, 대부분이 속세의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깊은 산속에서 수행(修行)에 집중하였다.


태을 선인이 전해 오기를, 쥬맥이 건네 준 여러 가지 귀보(貴寶) 덕분에 진선기에 이르렀다고, 돈문 선인이 매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였다 한다.


쥬맥은 자신이 나중에 소우주를 만들면 놀러 갈 곳이 더 늘어나니 어느 누구보다 기뻐하였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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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233화. 일혼신창(一魂神槍) 이지광 22.09.07 1,042 5 18쪽
232 232화. 남정맹과 현마문의 생사결 22.09.06 1,060 6 18쪽
231 231화. 다시 이어진 녹성의 인연 22.09.06 1,050 6 18쪽
230 230화. 후대를 위한 안배 22.09.05 1,047 8 18쪽
229 229화. 악마가 되는 전장(戰場) 22.09.05 1,045 8 19쪽
228 228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2.09.02 1,059 8 18쪽
227 227화. 새로운 영웅(英雄)의 탄생 22.09.02 1,054 8 18쪽
226 226화. 천인족 영웅대회 22.09.01 1,080 8 19쪽
225 225화. 관리체제 정비 22.09.01 1,064 9 18쪽
224 224화. 세가주들과의 비무 22.08.31 1,064 9 18쪽
223 223화. 세가를 세우다 22.08.31 1,075 8 18쪽
222 222화.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 22.08.30 1,077 8 17쪽
221 221화. 전쟁은 끝을 향해 치닫고 22.08.30 1,072 7 18쪽
220 220화. 아! 천신이시여! 22.08.29 1,084 8 20쪽
219 219화. 강물처럼 흐르는 피 22.08.29 1,078 8 18쪽
218 218화. 거인족 선발대와 격돌 22.08.26 1,102 9 19쪽
217 217화. 화산 폭발이 부른 전쟁 22.08.26 1,106 9 18쪽
216 216화. 유챠산 화산 폭발 22.08.25 1,134 9 19쪽
215 215화. 생명의 선물 진주(眞珠) 22.08.25 1,146 8 19쪽
214 214화. 깨달음의 기회 22.08.24 1,135 10 19쪽
213 213화. 5대 신수 순방 22.08.24 1,133 9 19쪽
212 212화. 한울 쥬맥 22.08.23 1,165 9 19쪽
211 211화. 청룡여의검과 백호제마검 22.08.23 1,145 10 18쪽
210 210화. 태을 선인의 진선기 22.08.22 1,135 9 17쪽
» 209화. 어수족과의 평화 협약 22.08.22 1,147 9 18쪽
208 208화. 전사와 지도자의 차이 22.08.19 1,183 9 18쪽
207 207화. 친구야 죽지마라! +1 22.08.19 1,177 8 19쪽
206 206화. 피로 물드는 바다 22.08.18 1,191 8 17쪽
205 205화. 어수족과의 전쟁 22.08.18 1,196 8 19쪽
204 204화. 우담바라가 꽃피다 22.08.17 1,202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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