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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9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8.30 08:26
조회
1,077
추천
8
글자
17쪽

222화.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수련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홀로 되니, 그제야 목구멍에서 새까맣게 설움이 복받쳐 오른다.


“끄흑! 으흐흐흑!”


끝내 참을 수 없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슬픔이······.


그렇다고 크게 소리칠 수도 없으니, 억지로 울음 소리를 참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흐느꼈다.


“으흐흐흐흑! 막내야! 미안하다! 이 애비가 잘못했다! 어허허헉!”


참았던 눈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앞섶을 적셨다. 남들 앞에서는 차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그 뜨거운 눈물이 물줄기처럼 흘러서 웃옷을 다 적실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진정을 하고, 기진하여 수련실 돌바닥에 길게 드러누었다.


그런데 참으려고 해도 죽어 있던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계속 눈물이 앞을 가리고 흐른다.


가슴이 파천뢰에 뚫려 멍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죽어 있던 아들!


사랑했던 내 아들이!


잊으려고 해도 그 모습이 계속 떠올라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마지막에 분명 이 애비를 찾았을 텐데,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나?


아내 말대로 내가 무신이면 무엇하고 한울이면 무엇하는가?


사랑하는 자식이 남의 손에 죽어 갈 때 옆에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끝없는 자괴감과 슬픔이 뒤범벅되어 자신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헤집었다.


자기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난다. 적과 싸울 때 자식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입신(入神)은 무슨 놈의 입신인가?


“막내야! 내가 너를 죽게 했구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한없이 가슴을 치고 스스로를 자학해 보지만 죽은 아들은 대답이 없고······.


슬픔과 고통은 가시지 않는다.


하염없이 눈물만 흐를 뿐.


삶이란 도대체 뭐길래 우리를 이리도 힘들게 하는가? 삶이 뭐길래······.


전사한 십구만 명의 자식 잃은 부모들도 심정이 모두 나와 똑같지 않겠는가?


비록 적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죽인 수많은 전사들의 가족도, 모두 내가 겪는 고통을 겪었으리라.


아~ 아아~ 어찌해야 하는가? 나의 업보인가? 하늘이 주신 시련인가? 삶의 굴레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번민에 휩싸이건만 뾰족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일어나 앉아서 두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한참을 몸부림치다가, 누구에게 터놓고 속 시원하게 얘기할 사람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홀로 수련실을 나섰다.


안채에서는 의원이 와서 아내와 막내 며느리를 돌보고 있고 자식과 며느리, 사위에 손주들까지, 몇몇은 울며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쥬맥은 안으로 들어가서 술병을 하나 꺼내 들고 집을 나섰다. 큰아들 쥬온이 걱정이 되는지 따라 나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어디를 가시려고요? 그냥 집에 계세요.”


“걱정 마라. 잠시 바람 좀 쐬고 오마.”


혼자서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가니, 집 주변을 지키던 수신호위 십여 명이 은신하여 그 뒤를 따른다.


결국 홀로 집을 나선 쥬맥. 비가 오려는지 마음처럼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빠른 걸음으로 환시성을 나섰다. 밤이 늦어 한산한 거리를 지나서······.


쥬맥은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고 하지만 한 걸음에 몇 장을 걸어가니, 수신호위들은 보통 걸음으로는 쫓아갈 수 없어서 마침내 경신술을 펼치며 빠르게 뒤를 따랐다.


그러나 막상 성을 나선 쥬맥은 갈 곳이 없었다. 잠깐 고민을 하다가 죽은 친구 수르의 묘를 찾아가더니, 그 앞에 주저앉아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기가 먼저 한 모금 마시고 수르 묘에 한 모금 따라 주며 넋두리를 한다.


“수르야! 내 막내아들 신이가 죽었다. 혹시 너 있는 곳에 가거든 잘 보살펴 다오. 네가 있었으면 네게 기대어 마음 놓고 울어나 보겠는데, 이제 내 마음을 받아 줄 친구 녀석 하나 없구나.”


그러다가 또 슬픔이 복받치는지 술병을 놓고 가슴을 치며 울어 댄다.


밤은 깊어 삼경인데···, 묘만 가득한 공원묘지에서 홀로 울어 대는 쥬맥! 그 흐느낌만이 스산한 밤하늘로 처량하게 울려 퍼진다.


은신하여 호위하는 무사들마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었다.


그러다가 또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서 남은 술을 수르의 묘에 부어 주고 비칠비칠 일어선다.


마음이 터질 것 같으니 두 손을 피가 나게 움켜쥐고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으흐흐흑!”


고통에 찬 외침이 어두운 밤하늘에 멀리까지 울려 퍼지자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이 하늘이 울면서, 빗방울이 거칠게 쏟아진다.


후두둑! 후두두두두둑!


그 거센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고개를 한참 숙이고 있더니······.


“후우~ 그래도 가야지. 으흐흑!”


집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삶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인지 의미 모를 말을 남기고, 고개를 떨군 채 다시 집을 향해 비칠비칠 걸어가기 시작했다.


찢어질 듯 쓰라린 가슴에 차가운 비가 내리쏟는다. 마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씻어 주려는 듯이 말이다.


“오! 하늘이시여! 천신이시여!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리이까?”


찬비가 온몸을 적시자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턱에서 주르륵주르륵 흐르는 가운데······.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삶과 죽음이 무엇이기에 나를 이리도 힘들게 하는가?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나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인생!

언젠가 헤어지는 기약 없는 만남 속에 곱게 피었다가도 결국 지고 마는 한 떨기 꽃 같은 사랑.

그리고 남겨진 이가 감당해야 하는 이 끝없는 고통과 슬픔이여!

짧은 인생에 희로애락이 끝이 없구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기에 이 끝없는 굴레를 안고 가는가?

사랑도 기쁨도, 고통도 슬픔도, 결국 모든 종착역은 삶과의 이별인 것을!”


온몸이 비에 젖어 집에 도착했다. 모두 잠든 가운데 큰아들 쥬온 혼자서 어머니와 제수씨가 누워 있는 방문 앞을 지키다가, 들어서는 아버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버지, 이러시다 몸 상하시겠어요. 어서 씻고 쉬세요.”


“너도 힘들 텐데 그만 쉬어라.”


대충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자리에 누웠으나 죽은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옆으로 돌아누워 베갯잇만 눈물로 적시다가···, 어느 순간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벌써 날이 밝았다.


#


오늘은 이번 전쟁에서 전사한 무사들의 합동 장례식과 위령제가 있으니, 한울로서 반드시 나가 봐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식과 부모 형제를 잃고 애통해할 텐데 한울인 자신이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


음식이 목에 넘어가지 않아서 찬물만 한 사발 들이켠 채, 천 근 같은 몸을 억지로 이끌고 집을 나섰다.


어차피 오늘은 합동 장례식이니 가족들도 함께 가 봐야 하는 날.


아내와 막내며느리는 몸져누웠으니 큰며느리가 남아서 병간호와 애들을 돌보기로 했다. 나머지 식구들은 모두 옷을 상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이번 전쟁이 그동안의 다른 전쟁보다 최악의 사상자를 냈기 때문에 장례식과 위령제에는 수십만 명의 가족과 친지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제례복 차림의 천사장과 대신녀가 나서서 장례식과 위령제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쥬맥은 한울로서 앞으로 나가 제단에 향을 피운 뒤 세 잔의 술을 따르고 큰절을 세 번 한 뒤 물러났다.


이어서 천사장이 나서서 긴 제문을 읽고 대신녀와 나란히 흰 꽃다발을 제단에 바친 뒤, 전사자들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을 드렸다.


이어서 전사자가 모두 무사들인지라 흰옷을 입은 무사들이 나와 검무(劍舞)를 추면서 영혼을 위로했고······.


이번에는 선인과 신녀들이 소매가 긴 흰옷을 입고 나와 선무(仙舞)를 추며, 혼백을 달래어 떠나보낸다.


그 가운데 전사자 가족들이 수십 개의 줄로 늘어서서, 길게 만들어진 제단으로 나아가 꽃을 바치고 절을 했다.


쥬맥은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부모들의 손을 잡고 위로를 해 주다 보니 하루 해가 가고 말았다.


#


그렇게 장례식과 위령제가 끝나고, 아내와 막내며느리는 심신이 약해져서 거의 보름을 몸져누웠다.


흔히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그런데 당해 보지 않은 자들이 어찌 그 고통을 알랴?


자신마저 내색하면 모두가 더 힘들어지는지라 쥬맥은 내색도 하지 못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막내아들 쥬신을 가슴에 묻었다.


그저 아무도 없을 때 혼자 꺽꺽대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길 뿐이니!


‘막내야!’


애타는 부름에 소리 없는 메아리만 가슴속을 울린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이기에 이리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천신이시여! 이것이 내 삶을 완성하는 한 조각이라면 제발 피할 수 있게 해 주소서!’


쥬맥의 간절한 외침만 가슴속에 구슬피 울려 퍼진다.


* * * * *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몇 달이 지나고··· 해가 바뀌자, 거인족과 전쟁을 치렀던 천인족은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왔다.


쥬맥의 아내 미루와 막내며느리도 힘들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물론 그 과정에는 쥬맥이 중계에 다녀와서, 죽은 아들의 영혼이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알려 준 영향이 컸다.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말에 위로를 받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 것이다.


막내는 중계에서 할아버지에게 혼나며 그 옆에서 영천(靈泉)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어미와 아비의 가슴이 아프게 네가 왜 먼저 왔느냐며 혼을 내면서도, 손주가 좋은지 옆에 끼고 돌보면서 애지중지하던 모습을 전하니 적잖이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막내며느리가 임신을 했었던지 몇 달 뒤에 아들을 출산했다. 비록 막내는 죽었으나 그 후대를 남겼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서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자 다시금 집에 생기(生氣)가 돌았다.


친구를 잃은 슬픔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묻혔고···, 자식을 잃은 슬픔은 그 아들인 손자를 보는 기쁨에 묻혔다.


죽은 자의 슬픔이 아무리 크다 해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기쁨에 비하겠는가?


이는 한 생명의 삶이, 그 탄생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홀로 외로울 때 막내를 생각하면,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듯한 한 가닥 진한 슬픔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단지 하늘이 맺어준 인연, 천륜! 그 부모라는 죄 때문에······.


쥬맥은 더 이상 자식을 잃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서, 하루라도 빨리 쥬씨세가를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각각이 떨어져서 살다 보니 보호해 주기도 힘들고, 언제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불안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세가용 부지부터 알아봐야겠어.’


세가를 세우기 위하여 여러 곳에 부지를 알아보는 중에, 전 천사장 돈문의 조카이며 현재 돈씨세가의 가주를 맡고 있는 돈욕문이 찾아왔다.


반갑게 맞이하여 차를 한잔 나누는데.


“백부님께서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의 말씀을 대신 전해 달라고 하셨사옵니다.”


“내가 입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산속에서 수행 중이신가요?”


“예, 이제 아마 속세에는 내려오지 않으실 것 같사옵니다.”


“언제 한번 찾아뵈러 가야겠군요. 그런데 오늘 오신 것은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다름이 아니오라 백부님이 돈씨세가는 무예보다 수행과 학문을 중시하는 선인의 가문이니, 세가를 속세의 한 가운데에 두지 말고 회홀 근처의 셀렝게강 주변으로 옮기라는 말씀을 하셨사옵니다.”


“수행을 하는 데는 아무래도 풍경 좋고 조용한 곳이 좋겠지요.”


“그래서 환시에 있는 세가 터를 처분하고자 하는데, 백부님이 한울님께서 세가를 준비 중이시니 한번 여쭈어 보라고 하셨사옵니다.”


“아! 그래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건물도 이미 다 지었을 것이고, 주변 정리가 끝나 입주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무림 세가를 세우시려면 뜰을 연무장으로 바꾸시고, 수련실만 일부 보완하면 손색이 없을 것이옵니다.”


현재 돈씨세가가 세워진 곳은, 환시에서 대평원을 바라보는 동쪽 끝 지점. 낮은 산의 구릉에 위치하여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주변의 풍광도 매우 좋은 자리였다.


다른 세가에 넘기기에는 터가 너무 아까우니 전 천사장이 일부러 쥬맥에게 넘기라고 한 모양이다.


전 천사장이 처음 땅을 불하받은 가격에 건물을 세운 비용 등 실비용만 받으라고 했다 하였으나, 쥬맥은 이 할을 더 주기로 하였다. 그래도 시세보다는 싼 편이었고.


한 변이 이백 장에 이르는 정사각형 형태의 세가 터는, 삼 장 높이의 두꺼운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주변에 진법을 펼치고 정문과 후문만 닫으면, 출입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매우 견고하였다.


내부에는 수십 채의 전각들이 들어서 있었으며, 아름다운 넓은 정원이 여러 개 있으니 몇 개를 연무장으로 개조하면 될 것이다.


돈씨세가를 둘러본 쥬맥은 매우 만족하였고, 여섯 달 뒤에 셀렝게 강변으로 떠나면 바로 입주를 하기로 하였다.


물론 자신은 한울이니 한울 거처에서 지내야 하지만 자식들은 함께 모여 살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미리서부터 여러 가지 준비에 들어갔다.


자신은 우선 내성에서 아내와 함께 거주하고, 큰아들 쥬온을 소가주로 삼아 가주 대행(代行)을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세가가 마무리되면 자식들도 사전에 약속한 것처럼 모두 세가에서 살기로 하였고.


‘이제 가져올 때가 되었군.’


쥬씨세가를 세우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막대한 자금. 주맥은 어쩔 수 없이 우르 대협곡에 묻어 두었던 월광석을 가져오기로 하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도 비용을 처리할 수는 있으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확장 공사나 기본 여건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돈이 더 들어갈 것이므로.


그리고, 세가는 세운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력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술을 한 병 들고 수련실에 홀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 공간신통을 시전했다.


“샤바라 샤밀데 홈 바라니 데~ 공간신통!”


순식간에 공간의 결을 찢고 사라지더니, 우르대협곡이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의 큰 바위 옆에 나타났다.


이곳을 떠난 지 어언 육십육년.


제법 긴 세월이 흘렀건만 여전히 자연은 변함이 없고, 바위 옆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도 전보다 더 자란 것일 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자연은 항상 이리 푸르고 변함이 없건만 사람이 사는 것은 왜 그리 바쁘고 변화가 많은지!


한여름 맑은 하늘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낙비가 거세게 내리다가,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얼굴을 내미는 것처럼 희로애락이 수시로 바뀌며 우리를 힘들게 한다.


대협곡에서 어린 나이에 홀로 살았던 때를 회상하며 여전히 아름다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와 비교해 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은 자신의 옆에 아내와 자식들, 손주들이 있으니 옛 시절보다는 훨씬 행복한 것 아닌가?


비록 힘든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지금 배부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그래도 홀로 외롭고 미래가 막연하여 불안하기만 하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행복한 것 아닌가? 그러니 무엇을 더 바라랴?”


혼잣말을 하며 들고 온 술병을 가지고 미루의 무덤을 찾았다.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을 억지로 지울 수는 없는 법이니.


쥬맥은 미루의 무덤에 술을 따르고 주변의 무성한 잡초들을 뜯어 주었다.


그때 심어 준 꽃나무는 이제 크게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데, 죽은 미루를 닮은 맑은 꽃향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


“그래, 미루 너는 죽어서도 예쁜 한 송이 꽃이 된 모양이구나.”


술을 한 잔 또 따르고 자신도 한잔 하면서 하늘을 보며 넋두리를 한다.


멀리에 한 송이 꽃처럼 하늘을 떠가는 흰 조각구름을 보면서 말이다.


그곳에 지난날의 추억을 실어 본다. 이제는 비록 빛이 바래서 한 장의 수묵화 같은 색깔이지만······.


‘이제 한번 캐 볼까?’


다시 커다란 바위로 돌아와서 그 밑에 큰 가죽부대에 담아 깊이 묻어 둔 월광석을 캐냈다.


파낸 곳을 다시 메우고, 월광석 부대를 들고 공간신통을 이용하여 다시 자신의 수련실로 돌아왔는데······.


가죽부대가 거의 삭아서 새 부대를 가져가지 않았으면 한 번에 가져오지 못할 뻔했다. 수량을 대충 헤아려 보니 오백육십 개가 조금 넘는다.


돈씨세가의 터와 건물을 사들이는 것은 월광석 백 개 정도면 충분했다.


나머지는 앞으로 수익이 나는 투자를 해서 세가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하기로 결정한 일은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법. 월광석을 백 개씩 가죽부대에 나누어 담고 육십 개는 따로 담아서 안채로 나른 뒤, 아내 미루와 큰아들 온이를 불렀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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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232화. 남정맹과 현마문의 생사결 22.09.06 1,060 6 18쪽
231 231화. 다시 이어진 녹성의 인연 22.09.06 1,050 6 18쪽
230 230화. 후대를 위한 안배 22.09.05 1,047 8 18쪽
229 229화. 악마가 되는 전장(戰場) 22.09.05 1,045 8 19쪽
228 228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2.09.02 1,059 8 18쪽
227 227화. 새로운 영웅(英雄)의 탄생 22.09.02 1,054 8 18쪽
226 226화. 천인족 영웅대회 22.09.01 1,080 8 19쪽
225 225화. 관리체제 정비 22.09.01 1,064 9 18쪽
224 224화. 세가주들과의 비무 22.08.31 1,064 9 18쪽
223 223화. 세가를 세우다 22.08.31 1,075 8 18쪽
» 222화.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 22.08.30 1,078 8 17쪽
221 221화. 전쟁은 끝을 향해 치닫고 22.08.30 1,072 7 18쪽
220 220화. 아! 천신이시여! 22.08.29 1,084 8 20쪽
219 219화. 강물처럼 흐르는 피 22.08.29 1,078 8 18쪽
218 218화. 거인족 선발대와 격돌 22.08.26 1,102 9 19쪽
217 217화. 화산 폭발이 부른 전쟁 22.08.26 1,106 9 18쪽
216 216화. 유챠산 화산 폭발 22.08.25 1,134 9 19쪽
215 215화. 생명의 선물 진주(眞珠) 22.08.25 1,146 8 19쪽
214 214화. 깨달음의 기회 22.08.24 1,136 10 19쪽
213 213화. 5대 신수 순방 22.08.24 1,133 9 19쪽
212 212화. 한울 쥬맥 22.08.23 1,165 9 19쪽
211 211화. 청룡여의검과 백호제마검 22.08.23 1,145 10 18쪽
210 210화. 태을 선인의 진선기 22.08.22 1,135 9 17쪽
209 209화. 어수족과의 평화 협약 22.08.22 1,147 9 18쪽
208 208화. 전사와 지도자의 차이 22.08.19 1,183 9 18쪽
207 207화. 친구야 죽지마라! +1 22.08.19 1,177 8 19쪽
206 206화. 피로 물드는 바다 22.08.18 1,191 8 17쪽
205 205화. 어수족과의 전쟁 22.08.18 1,196 8 19쪽
204 204화. 우담바라가 꽃피다 22.08.17 1,202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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