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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9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8.25 08:54
조회
1,146
추천
8
글자
19쪽

215화. 생명의 선물 진주(眞珠)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재미있군. 바닷속에도 이런 먹거리가 있단 말인가? 참으로 맛있구나.’


쥬맥이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현무 신수가 차(茶)를 한 잔씩 주면서 태을 선인에게 은근히 자랑을 한다.


“오늘 귀한 손님이 오셨다니 내가 특별히 내는 차라네. 자네도 마셔 보게.”


그 말에 태을 선인이 차를 한 모금 홀짝거리더니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이 좋은 차를 나는 안 주고 맨날 자네 혼자만 마셨단 말인가?”


그러자 현무 신수가 눈을 흘긴다.


“자네가 뭐가 좋다고 이 차를 준단 말인가? 나도 아까워서 안 먹고 아껴 둔 차일세. 나도 손님 덕에 오랜만에 마셔 보는 거야.”


그러면서 아까운 것을 행여 한 방울이라도 흘릴세라 조심히 홀짝거린다. 쥬맥도 조심히 향을 맡아 보니,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그윽하고 청량한 향기가 코끝으로 밀려들었다.


한 모금을 마시자 찻물이 뜨거운데도 차가운 냉수처럼 목을 싸~하고 씻으면서 내려가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좋구만. 그런데 이 차의 이름이 뭔가? 향과 맛이 너무 좋은데······.”


태을 선인의 물음에 현무 신수가 아주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말투에서부터 자부심이 묻어난다.


“이 차로 말할 것 같으면 일만 년 이상 된 해저한정수(海底寒晶水) 속에서만 자라는 영초(靈草)인 해금란(海金蘭)의 열매로 담근 차라네. 아주아주 정말로 귀한 차야. 정말로 아주아주.”


그러자 태을 선인이 아니꼽다는 듯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렇게 아주~아주 귀한 걸 이제야 내 놓나? 그런데 해금란은 뭐고 또 해저한정수는 뭔가? 내가 모르면 별거 아닌데?”


“크흠! 자네의 무식(無識)이 탄로가 나는구먼. 그보다 귀인을 모시고 왔다고 해서 이 귀한 차를 내놓았더니 소개도 안 하고 뭐 하는가?”


“앗차! 미안. 차 때문에 깜박했네. 이분은 이번에 새로 한울이 되신 분이고 이분은 천사장인데 (작은 소리로) 내 제자일세.”


“처음 뵙겠습니다. 새로 한울이 된 쥬맥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에 한번 뵈었습니다. 천사장을 맡고 있는 선인 천수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정말 귀인들께서 오셨군요. 앞서 무례를 범한 것을 용서하세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노장이 먼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니 두 사람도 같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황송하다는 듯이 말했다.


“변변치 않지만 드릴 게 없으니 이거라도 어서 드셔 보시지요.”


그러면서 차와 내온 음식들을 다시 손짓으로 정중히 권하는데, 태을 선인이 나서서 또 딴지를 건다.


“아니, 아주~아주 귀하다는 그 한정순지 해금순지 그게 뭐냐니까?”


그러자 현무 신수가 딴지를 거는 선인이 미워 죽겠다는 듯이 눈짓을 하더니, 그에 대한 긴 설명을 늘어놓았다.


“오늘로 자네의 무식이 완전히 탄로가 났구먼. 해저한정수(海底寒晶水)는 말일세 수만 년 동안 깊은 해저의 물이 압력에 눌리면 그곳에 마치 커다란 소금이나 수정처럼 차가운 결정이 만들어지는데···, 흠흠!

그 주변에 바닷속의 영기가 모여들어서 영초가 자라기 시작한다네. 그 해저한정의 주변에 영기로 형성된 물이 바로 해저한정수인데, 그 속에서 자란 영초 중에 으뜸이 바로 해금란(海金蘭)이라는 것이거든.

뿌리에서 잎사귀, 거기에 맺히는 열매까지 모두 아름다운 금빛을 띠고 있지. 그런데 이 해금란은 천 년에 겨우 한 번 꽃이 피는데···, 흠! 다 알려 주기는 정말로 아까운데······.

하여튼 그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서 인근의 모든 물고기들이 모여들지. 그러나 그런 물고기들은 감히 해금란에 범접도 할 수가 없다네.

왜냐하면 이 해금란은 영기에 둘러싸여 스스로를 보호하는 영기의 막을 두르거든. 그러니 그것을 뚫고 들어갈 힘이 없는 일반 생명체들에게는 영락없는 그림에 떡인 게지.

이 꽃이 백 년 동안 피어 있다가 시들면서 하나의 금색 열매를 남기는데 인연이 닿지 않는 자는 구할 수 없다네.

아직 익지 않은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고, 다 익으면 사흘 내로 바닥에 떨어지는데···, 땅에 떨어진 즉시 다시 영기로 흩어져 버리거든.

내가 자그마치 열흘을 꼬박 지켜서 있다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구해서 만든 차야. 그러니 얼마나 귀한가?

이제 이 아주~아주 귀하다는 차의 내력을 알겠나? 그리고 그 무식쟁이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말고 자네도 공부를 좀 하게. 나처럼 말일세. 흠흠!”


말을 마치면서 현무 신수가 어깨를 으쓱대니 태을 선인이 눈꼴시럽다는 듯이 흘겨보다가, 갑자기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고 웃음을 띤 얼굴로 은근히 말했다. 애들을 달래듯이······.


“정말 대단한 차로군. 내 인정하지. 그런데 자랑만 하지 말고 우리가 갈 때 선물로 조금씩만 싸 주게. 엄청난 귀인들이 오셨잖은가?”


그러자 현무 신수가 황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턱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으음, 이미 다 먹어서 싸 줄 양은 없고, 대신에 내가 선물을 하나씩 드리지. 내가 가서 얼른 가져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게.”


일어서서 동공(洞空)에 딸린 다른 방으로 부지런히 가는 것을 보고, 태을 선인이 둘을 보면서 눈을 찡긋하고 웃었다. 이는 의도적으로 충동질을 했다는 뜻이다. 태을 선인의 한 수에 현무 신수가 얼결에 넘어가서 보물들을 내놓게 생겼으니······.


현무 신수가 다른 방에서 산호로 만든 아름다운 광주리 같은 것을 들고 나오는데, 그 안에는 여러 색깔로 빛나는 진주(珍珠)가 가득 담겨 있었다.


크기도 작은 상수리 정도에서 큰 것은 계란만 한데, 흑진주와 백진주뿐만 아니라 푸르스름한 색에서 붉은 빛까지 여러 가지다.


“어라, 이건 진주가 아닌가? 진주는 백진주와 흑진주밖에 없을 텐데······. 이 가지각색의 진주는 또 뭔가? 혹시 가짜는 아니지?”


“이 사람아! 내가 신수일세. 무슨 허튼 소리를 해. 자네는 선물 제외. 두 사람만 하나씩 고르세요. 깊은 해저에서 수백 년을 넘게 산 대왕조개들이 남기고 산화한 귀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태을 선인이 또 딴지를 건다.


“아니, 진주는 조개의 눈물이라고 하지 않은가? 근데 눈물이 뭐가 귀해?”


그러자 또 열을 받았는지 현무 신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였다.


“어떤 무식한 시러배 잡놈이 진주가 조개의 눈물이라고 그래? 그건 아주 기본 상식이 없는 놈이 하는 소리일세. 허 참! 환장 하겠구만. 내 얘기를 한번 잘 들어 보게. 이건 아무 데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니까.

모래나 진흙밭에 사는 조개는 그 안에 모래나 이물이 들어가는 것이 숙명일세. 어떤 생명에게나 닥치는 시련과 질곡 같은 것이지.

이 시련을 이기고 극복한 조개만이 진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야. 그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 조개는 진주를 만들지 못하고 패사(敗死)하고 마는 걸세. 시련을 극복하면 이처럼 영롱하고 아름다운 보석이 되는 거고.

보석 중에서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유일한 보석이 바로 이 진주거든. 즉 이 진주에는 한 생명의 삶과 시련이 담겨 있고, 그것을 극복한 굴강한 인내와 용기가 담겨 있는 것이지.

그 어떤 보석도 이처럼 찬란한 빛을 낼 수는 없다네. 왜? 그것들은 생명력이 없는 무기물일 뿐이지.

그저 오랜 세월을 땅속에 묻혔다가 나온 것뿐이지만, 이 진주 한 알에는 한 생명의 삶이 담겨 있네.

온갖 시련을 극복한 삶 말일세. 그래서 이 진주는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보물이자 생명의 선물이야. 이제야 알겠나?”


짝짝짝짝!


현무 신수의 열변에 모두 박수를 치자, 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리는지 붉은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쑥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그러자 얼른 두 사람에게 손짓을 하는 태을 선인. 빨리 고르라는 거다.


“자! 줄 때 얼른 골라 봐. 진주는 우선 크고 동그래야 하는 거야. 그리고 빛이 영롱하고 진주의 층이 두꺼워서, 투명한 층이 깊숙이 들여다보이는 것처럼 깊이가 있어야 좋은 진주야.”


현무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도 얼른 하나를 꺼내어 바닥에 또르르 굴려 보았다. 이리저리 갸우뚱거리며 굴러가자 다시 바구니에 집어넣고, 한 방향으로 또르르 굴러가는 것을 찾아서 슬그머니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현무 신수는 그것을 보고도 못 본 체했다. 화가 나서 한마디 했을 뿐인 모양이다. 또한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다.


“오! 이게 정말 예쁘군요.”


“저는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덕분에 쥬맥과 천사장도 계란만 한 둥근 진주를 골랐는데, 쥬맥의 진주는 깊은 바닷빛을 지닌 것이고, 천사장의 것은 은백색이었다.


진주를 고르고 나자 둘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마주 앉아서, 서로 깨달은 우주만물(宇宙萬物)의 이치와 신통 등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어느새 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지니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해변까지 실어다 주는 현무 신수. 그는 오랜만에 만난 태을 선인과 헤어지기 싫다는 듯이 머뭇거리다가, 몇 번을 뒤돌아보며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아옹다옹 싸우는 듯했지만, 그것은 오랜 고독을 이겨 내려는 투정과 같은 것이었으리.


현무 신수가 돌아가고 나자 태을 선인이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그래도 저 친구의 차가 좋긴 좋구나. 한 이십 년 수행은 거저 먹은 것 같네그려. 그러니까 아까워서 안 주려고 진주로 때운 것 아닌지 모르겠어. 옛다, 이것은 네 아내나 가져다주어라.”


아무런 욕심이 없는지 해타 신수에게서 받은 주먹만 한 금강석과, 방금 현무 신수에게서 슬쩍 가져온 계란만 한 백진주를 쥬맥에게 건넸다.


그러나 염치가 없다는 듯이 사양하며 손을 내젓는 쥬맥이다.


“그냥 가지고 계시다가 가끔 좋은 술과 요리도 좀 드시지요. 아니면 다른 뜻 깊은 일에 사용하시던가요?”


“인석아! 선인이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흔들려서 안 된다. 가진 게 없어야 마음을 비우고 수행에 힘쓰지. 그리고 만약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네가 다 해 줄 것 아니냐?”


“하하하! 그야 그렇지요. 그럼 제가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뜻을 알았으니 받아서 잘 챙겨 넣었다.


귀한 것이고 선인의 마음이 있으니 우선 아내에게 전해 주고, 그만큼 어려운 곳에 희사하여 좋은 일을 하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다시 공간신통으로 환시로 돌아오니 밤 삼경이 다 되었다.


아내 미루가 기다리다 지쳐서 졸고 있다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너무 늦게 온다고 타박을 했지만, 보석들을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보석이네!?”


입이 귀에 걸려서 잔소리가 쏙 들어간다. 역시 여자는 보석에 약한가 보다. 잠이 모두 달아난 눈치다.


신수들과의 대면이 끝나자 한울로서의 바쁜 일과가 시작되었다.


#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야차족이 대협곡에 줄사다리를 만들어 다리를 놓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대협곡의 폭이 좁은 곳에 굵은 쇠말뚝을 박고, 양단으로 튼튼한 동아줄에 여러 가닥의 강철사를 꼬아 만든 강삭(鋼索)을 네 개나 늘어뜨려서, 구름다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큰일 났습니다. 야차족이 또 쳐들어오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만약에 다리가 놓이면 수많은 야차족이 순식간에 다리를 건너서 침공해 올 것이니 얼른 다리를 끊어 내야 합니다.”


모두 이렇게 이구동성으로 떠들었지만, 미라챠가 한 말이 있으니 쥬맥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


“다리를 다 놓을 때까지 그냥 그대로 둡시다. 다행히 튼튼한 다리가 놓이면 우리도 쉽게 대협곡을 오갈 수 있고, 침략 시에 끊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필요하면 다리 건너에 물물 교역소를 차릴 수도 있고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선 경계병을 멀리 세우고 동태만 감시하기로 했다.


마침내 며칠이 지나자 두 개의 튼튼한 구름다리가 놓였는데, 야차족 수백 명이 그 다리를 넘나들며 천인족의 밀무역상과 거래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천령대 일천 명을 파견하여 그곳에 초소와 숙소를 세우고, 다리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리 건너편 우르산맥 쪽으로 아예 건물을 하나 지어 물물 교역소를 차리고, 밀무역을 못 하게 금지시켰다.

무기나 무공서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아예 비밀 통로를 차단한 것!


다리는 비록 야차족이 놓았지만 통제는 천인족이 하면서 주인 행세를 하는 셈이다. 바로 주객전도라고나 할까?


혹시 야차족이 다리를 넘어서 침공할 것에 대비하여, 검강이나 도강으로 단칼에 강삭을 잘라 다리를 끊어 낼 삼 갑자 이상의 고수를 몇 명 배치하였다.


그러자 양 종족 간 합의는 없었으나 별문제 없이 물물 교역이 이루어졌다.


#


또 하루는 유리의 아들 수한이가 새롭게 만든 여러 진법에 대한 시범이 있었는데 매우 반응이 좋았다. 종류로는 검진(劍陣)과 도진(刀陣) 또는 복합진(複合陣) 등 여러 가지로, 전투 시 주술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팔괘의 묘리를 바탕으로 하여 여러 명이 강적을 상대하는 진법도 있고, 소수로 다수를 상대하는 진법 등······.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져 앞으로 천령대와 각 대부족의 무사대 모두 기본 훈련에 넣어서 수련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검법과 도법 등 무공을 익히는 체계도 모두 새롭게 정비하였고···.


무기도 여러 종류가 새로 만들어졌다.


청룡도를 비롯하여 유성추, 만도, 환도, 직도, 유엽도, 방천극, 채대, 채찍, 조립식 창, 판관필, 방편산, 언월도, 구절창, 삼첨양인도, 연검, 각종 암기 등.


수십 종으로 무기가 다변화(多邊化)하고, 그 종류에 따른 무공도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이종족이 가진 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도 많았다.


특히 수중에서 사용하는 무기는 수압과 부력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좀더 예리하고 가늘어졌다. 협봉검처럼.


물론 기존에도 아리(峩理)별에서 비슷한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더욱 개량(改良)하고 심법(心法)과 보법(步法)을 더하여 전문 무공으로 가다듬은 것!


무공으로 보면 한 세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봐야 했다.


무기와 무공만이 아니었다. 천인족 사회도 많이 바뀌고 있었다. 인구가 벌써 칠백만을 넘어가자 여러 무력 집단(武力集團)들이 생겨났는데······.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검문이니 도문이니 무슨 제일가니 하면서, 무공을 배우고 전수하며 하나의 이익 집단을 이루는 곳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우리의 독문 무공이니 타 문파의 사용을 불허한다.”


“이 신공은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니 외인의 사용을 금한다.”


등등, 자신들만의 무공을 만들거나 기존의 신공(神功)들 중에서 자신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집단에서는 익히지 못하게 하니 다툼도 잦아졌다.


그중에는 선인들 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도를 닦는다는 종교 비슷한 단체들도 생겨났고······.


그들은 자신들을 선인이 아니라 도인이라고 부르게 했다.


무공을 통한 신체 수련과, 선인과 비슷한 참선 수행을 병행하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두 군데가 있었다.


한 곳은 머리를 모두 밀고 하늘빛 푸른 법복을 입으며, 산속에 집을 짓고 단체로 무공 수련과 수행을 병행했다.


그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그들 스스로 말하기를,


“우리는 천미륵(天彌勒)을 믿는 사람들이요. 앞으로는 우리를 이 풍진 세상에서 인세를 구할 미륵보살(彌勒菩薩)이라고 불러 주시오.”


그러면서 어려운 이웃 사람을 돕는 등 여러 가지 선행도 행하니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 인간의 마음은 매한가지라 베품을 받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또 한곳은 똑같이 정신 수행과 육체 수련을 병행하나, 머리도 기르고 결혼도 했다. 팔괘를 상하 별 모양으로 비틀어 만든, 비틀린 사각기둥 형태의 도관이라는 것을 머리에 쓰고 종교 비슷하게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했다.


“우리는 유선교(儒仙敎)를 믿는 사람들이오. 도를 깨우쳐 장수하고 인간의 도리를 배우면서 무의 극의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유선교로 오시오. 그리고 우리를 선도인(仙道人)이라 불러 주시오. 이제 천신만 믿는 시대는 갔소.”


그러니 이를 어쩌나? 그동안 천인족은 오직 천신만을 믿어 왔는데······.


지금 그 믿음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 신앙의 대상이 다변화한다고 할까?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정신적인 측면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인지.


그러나 종족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악업(惡業)을 행하지 않는 상황이라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탄압을 하게 되면 음지로 숨을 테니까.


어떤 일은 건드리면 반대로 가만히 두느니만 못한 일이 생기기 십상이다.


“감히 천신을 배반하다니······.”


“이는 이단이다. 모두 없애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단이니 뭐니 하면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쥬맥은 그 가르침이 무엇이고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따졌다.


그래서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것은 탄압(彈壓)을 하지 않으니, 더욱 다변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태을 선인의 중얼거림처럼 다 제 할 나름이 아니던가? 세상사 모든 일이.


거기에 이제 정식 물물 교역이든 밀교역이든 모든 종족과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많은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며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이에 문명도 나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또 유천거북 수백 마리가 땅에 굴을 뚫고 서식지를 빠져나와서 회홀 인근에 출몰했으니······.


빨리 잡아 달라고, 회홀에 나가 있는 천령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유천거북이 너무 덩치가 크고 사나워서 천령대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속히 지원을 해 주십시오.”


어쩔 수 없이 쥬맥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유천거북은 너무 덩치가 커서 무인들도 접근이 어려우니 말이다.


한울로서 천령대의 희생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니.


“내공 삼 갑자 이상의 고수들 백 명을 선출하라. 내가 직접 회홀로 함께 가서 유천거북을 처리하겠다.”


이렇게 고수들과 함께 회홀로 직접 가서 유천거북 소탕 작전을 펼쳤다.


쥬맥이 적당한 크기의 검환을 날려서 거북을 뒤집으면, 일어나지 못하고 바둥대는 사이에 고수들이 달려들어 숨통을 끊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렇게 사냥을 하니 열흘 만에 오백여 마리를 잡아서 마정단을 회수했다.


거북의 등껍질은 천령대와 백호대 외에도 다른 대부족의 무력부대인 주작대와 현무대, 청룡대까지 나누어 주어서, 빠른 시일 내에 배나 전차를 만들게 했다.

215화 야차족과의 물물교역소 위치.png

215화. 야차족과의 물물교역소 위치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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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5화. 생명의 선물 진주(眞珠) 22.08.25 1,147 8 19쪽
214 214화. 깨달음의 기회 22.08.24 1,136 1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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