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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9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8.24 08:51
조회
1,135
추천
10
글자
19쪽

214화. 깨달음의 기회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이번에 나누는 대화는 태을 선인과 해타 신수가 깨달은 우주의 여러 법칙과 신통에 대한 것들이라, 쥬맥과 천사장도 귀를 기울여 경청하였는데······.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들도 있었고, 처음 접해 보는 신기한 이야기도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아쉬워하는 해타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비샤 서쪽에서 마수, 요수의 탈출을 막고 있는 백호 신수를 찾아갔다.


지난번 점박이를 만나서 또 만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태을 선인의 공간신통으로 조그만 야산들이 끝없이 아름답게 펼쳐진 열대의 밀림(密林) 속으로 이동했는데, 백호 신수는 변신도 하지 않은 채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세월이 좋으시군.”


한마디 하는 태을 선인. 잠자는 신수를 바라보니 생긴 것은 거대 백호의 형상을 하고 있다. 백설처럼 눈부신 흰 털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말아 올린 긴 꼬리는 오십 장에 이르렀고, 몸통 두께가 삼십삼 장쯤 되어 보인다.


큰 발이 네 개 달려 있는데 발까지 하면 높이가 오십 장에 가깝고···, 길이는 팔십 장보다 더 커 보였다.


사나워 보이는 눈매에 넘쳐흐르는 용맹함. 그 백호의 코 고는 소리가 산천을 마치 지진이 난 듯이 울리고 있었다. 신수이니 이미 알아차렸을 테지만, 태을 선인과 잘 아는 사이이니 장난을 치는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본 태을 선인이 잠을 깨우기가 그런지 근처의 나뭇등걸에 앉으면서, 쥬맥과 천사장에게도 편히 쉬라고 손짓을 했다.


“덕분에 우리도 한숨 돌리자.”


열대지만 주변에 나무숲이 우거져서 그런지 그늘은 선선하고 상쾌했다.


바람결에 냄새가 흘러갔는지 아니면 이제야 알아차리는 척하는지 모르겠지만, 잠을 자다가 코를 킁킁거리는 백호 신수. 눈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다가 태을 선인과 눈이 마주치자 벌떡 일어서며 다가오는데······.


얼굴이 까마득한 위에 있는지라 선인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서 선어(仙語)로 말했다.


[할 일이 없다고 한가하게 낮잠이나 주무시는 게요? 여기서 하루를 꼬박 기다렸소이다.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헐헐헐! 태을 선인께서도 엄살이 많이 느셨습니다그려. 내가 잠든 지 한 시진도 지나지 않았는데 하루라니요?]


[뭐라구요? 가장 정확한 내 배꼽시계가 하루라면 하루인 게지요.]


[배가 고프시면 진즉에 그리 말씀하실 것이지, 자 가십시다.]


몇 걸음 걷더니 그 큰 덩치로 훌쩍 재주를 넘어서 용맹한 투사의 모습으로 변신했는데, 한눈에도 힘이 넘친다.


머리에는 영웅건(英雄巾)을 질끈 동여매고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정기가 넘쳐흘러서, 보통 사람들은 바라만 봐도 눈이 시릴 지경이다.


머리는 길게 늘어뜨리고 투사의 옷차림에 흰 수염을 단정하게 길렀다.


먼저 앞장서서 나아가니 모두 그 뒤를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근처에 있는 야산의 높다란 절벽 바위. 그곳에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큰 동굴이 뚫려 있는데, 평소에는 보이지 않게 결계로 가려 두는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조금 지나서 굴이 두 개로 나뉘는데······. 백호 신수가 손가락을 입에다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서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여기서 점박이가 수행 중이오.”


그 소리를 들은 쥬맥. 어찌 점박이가 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수행 중이라니 차마 방해하지 못하고 조용히 그곳을 지나쳤다.


그러면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말.


“점박아! 열심히 해라. 반드시 완전한 신수가 되어 우리 다시 만나자.”


수십 장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석실이 나왔다. 커다란 야명주(夜明珠)들이 여기저기에 박혀 있어서 안은 별로 어둡지 않았다.


넓은 석탁에 앉게 하더니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내온다.


자세히 살펴보니 영초나 영과에 꿀을 발라서 말린 먹거리들. 구수하게 풍기는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돌았다.


이어서 영목(靈木)처럼 푸른 빛을 내는 나무로 만든 찻잔에 따끈하게 끓인 차가 나왔다. 불 피우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아마 법술로 끓인 것이리라.


그런데 그 향이 매우 그윽하고 영기(靈氣)가 서려, 보통의 차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별이와 점박이도 영초나 영과를 찾는 법을 배웠다고 하더니, 신수들은 주로 이런 것을 먹고 사는 모양이다.


마침내 모두 자리에 앉자 태을 선인이 새로 한울이 된 쥬맥을 소개했다.


“바로 이분이 이번에 새로 천인족의 한울이 된 분이시오.”


그러자 백호 신수가 깜짝 놀라며 호들갑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젊은 사람이 왔으니 놀랄 법도 하다. 젊다는 기준이 전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지만······.


“그러고 보니 귀인께서 방문을 하셨군요. 정말 축하드리고,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로 한울을 맡은 쥬맥이라고 합니다.”


“아니, 쥬맥 씨라면? 그럼 우리 점박이의 친구분이 아니시오?”


“그렇습니다. 어릴 때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제자를 거두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일어서서 덥석 두 손까지 잡고 힘차게 흔든다.


“감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제 친구를 제자로 거두셔서 신수의 길을 걷게 해 주셨으니 너무 고맙습니다.”


“헐헐헐! 별 말씀을요. 점박이 녀석이 지금 머리에 끈을 질끈 동여매고 별이보다 먼저 신수가 되어 친구를 찾아가겠다고,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면서 수행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오셨으니 인사라도 하는 것이 도리겠으나 조금만 참으셨다가 신수의 기반을 완전히 잡은 뒤에 만나시는 것이 점박이에게 좋을 것입니다.”


“마음이야 꿀떡 같지만 그렇다면 참아야지요.”


그때 태을 선인이 천사장을 소개했다.


“그리고 여기 이쪽은 천사장을 맡고 있는 내 제자올시다. 전에 한번 같이 왔는데···, 혹시 기억이 안 납니까?”


그러자 천수 선인이 앉은 자세 그대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전에 한번 뵈었던 선인 천수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기억하지요.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때 태을 선인이 다시 나서서 오늘 셋이 함께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실은 오늘 신임 한울의 인사도 있지만, 앞으로 모든 연락을 이 천사장이 맡아서 할 예정이라, 서로 친분도 다질 겸해서 같이 왔소이다.”


그 말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백호 신수. 즉시 질문이 들어온다.


“아니, 태을 선인께서는 마치 어디라도 가시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선계로 가실 날이 얼마 안 남으신 겁니까? 오라! 그러고 보니 기운이···, 와~ 벌써 진선기에 이르셨군요. 축하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앞으로 뒷일은 이 제자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열심히 수행(修行)이나 할까 합니다. 늙은이가 이젠 뒷방 신세지요.”


“원, 별말씀을. 거처가 정해지면 연락을 주세요. 서로 가끔 얼굴은 보고 살아야지요. 오랜 세월이 흐르니 이젠 외롭고 아는 분들이 그립습니다.”


“그러십시다. 오늘도 만난 김에 서로 깨우친 거나 나누어 봅시다.”


그러면서 또 여러 법칙과 비기나 신통에 대해서 담화를 시작하자, 쥬맥과 천사장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태을 선인이 이렇게 수행상의 깨달음을 서로 나누는 것은, 같이 데려온 쥬맥과 천사장이 듣고 배우게 하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었으니······.


어찌 한마디라도 소홀히 할 수 있을 것인가? 두 사람 다 오직 그 내용을 듣고 이해하는 데 전념할 뿐이다.


진선기에 이른 선인의 깊은 깨달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평생에 거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진선기에 이른 선인을 만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그 깨달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직전 제자라도 쉽지 않은 일!


이렇게 또 수행에 큰 도움이 되는 공부를 마치고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나서는데······. 백호 신수가 쥬맥이 메고 있는 백호제마검(白虎制魔劍)을 보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알고 보니 백호제마검의 주인이셨군요. 검을 잠시만 보여 주세요.”


“아~ 예. 여기 있습니다.”


원래 한울에게는 해타정심검(海駝正心劍)이 주어진다.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정무를 살피라는 의미다.

전투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그 뜻을 새기며 마음을 바로 하라는 의미로 말이다.


그러나 직무를 수행하는 상징적인 신물이기 때문에 개인의 것이 아니라 후대의 한울에게 물려줘야 하므로 통상 집무실에 거치해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쥬맥은 자신의 애검인 백호제마검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원래 남의 무기를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다. 그러나 백호제마검은 백호 신수의 용맹과 정기가 깃든 검이라 스스럼이 없었다.


검을 건네받아 뽑아 보더니 한 손에 가득 영기를 실어서 검을 쓰다듬자, 영기가 검 속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이번에는 검을 향해 깊이 호흡을 한 뒤에 숨결을 내뱉으니, 숨결에 푸르스름한 기가 섞여 나와서 검병과 검신으로 안개처럼 스며들었고······.


수천 년 이상을 살아온 신수가 자신의 기운을 검 속에 주입해 주는 것은 보통의 검이라도 새로운 신병이기로 만들어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물며 태을현철로 만든 검에 기존에 스며 있던 자신의 기운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이니 쥬맥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신검을 얻은 것이다.


다시 검을 조심히 건네는 백호 신수.


“이 검의 주인이 될 자격(資格)이 충분하시니 잘 쓰십시오.”


쥬맥이 두 손으로 받아 들며 인생의 선배를 대하듯 공손히 예를 취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잘 사용하겠습니다.”


이렇게 또 아쉬워하는 신수 백호를 뒤로하고 셋은 다시 다음 행선지를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한울과 천사장이 자리를 오래 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이번에 가는 곳은 5대 신수 중에 마지막으로 신수 현무(玄武)의 거처.


문제는 현무 신수는 다른 신수들과 달리 바다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만나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태을 선인은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는 표정으로 둘을 백호 신수의 거처(居處)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닷가로 데리고 가더니······.


해변 모래사장에 덜퍼덕하고 주저앉았다. 둘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고운 모래 위에 같이 주저앉아서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아야 했고.


이쪽 바다는 대륙의 서해인데 음명해(陰冥海)라고 불리었다. 이미 해가 긴 그림자를 끌고 바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실눈만 남은 상태다.


수평선(水平線) 멀리 노을에 물든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그 붉은 빛이 어찌나 고운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보고 있노라니 마치 수천 년 전의 윤회를 되돌아보는 듯하다. 그 어렴풋하고 색 바랜, 기억이 날 듯 말 듯한 퇴색된 그림처럼 말이다.


이 아름다움 속에 허허로움과 외로움이 물결 따라 밀려들고···, 왠지 모를 슬픔에 눈물이 흐를 듯하다.


왜 사람들은 노을을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 속에서 아득한 고독과 슬픔을 느끼는 것일까?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실눈처럼 남아 있던 해는 이미 바닷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한 가닥 남은 노을 속으로 수많은 바닷새들이 집을 찾아 육지로 날아든다.


출렁이며 밀려드는 파도. 그 속에도 포말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 속에도 한 점 노을이 담겨 있고······.


진한 고독과 슬픔이 담겨 있다.


‘갑자기 왜 또 수르 생각이 난담? 하필 이럴 때 말이다. 주책없이······.’


그렇게 그 노을 속에서 살아온 지난 생을 돌이켜보고 있는데···, 태을 선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왔으면 나올 것이지 왜 숨어 계십니까? 어서 나오세요.”


그러자 바다에서 거대한 물체가 점점 떠오르는데, 마치 산이 바다에서 솟는 것처럼 엄청난 무게감이 전해져 왔다.


몸체는 틀림없는 거북이를 닮아서, 타원형의 단단한 등껍질을 업고 있다.


그 폭이 백칠십 장에 이르고 길이는 이백삼십 장이 넘어 보이는데, 긴 목만 해도 칠십 장쯤 위로 솟아 있었다.


머리는 마치 용과 흡사하고 말이다.


대신에 뿔이 없고 입 양쪽으로는 멋진 수염이 길게 자랐다. 세월의 흔적이 절로 묻어나는 허연 수염이.


모습을 드러낸 현무는 갑자기 태을 선인을 향해서 큰 입을 쩍 벌리더니 시퍼런 불길을 토해 냈다. 마치 통구이를 만들겠다는 것처럼.


후우우욱!!


그 뜨거운 불길이 어찌나 거센지 셋은 영기와 호신강기(護身罡氣)를 두르고도 진땀을 뻘뻘 흘렸다.


“이봐! 이 노친네가 무슨 노망(老妄)이 들었나? 보자마자 무슨 행패야?”


그러자 현무가 선어로 전하는 말.


[뭐 노친네? 아니 이 친구야! 진선기에 올랐으면 내게 신고를 해야지 신고를! 혼자만 잘나면 다냐? 그러고서 어디 뻔뻔스럽게 나타나서 내게 얼굴을 디밀어, 엉? 더 뜨겁게 해 줄까?]


말하는 투가 보통 우락부락한 것이 아니다. 성질이 나도 많이 났나 보다.


태을 선인이 기가 차다는 듯이 ‘허허 참!’ 하면서도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한 손님을 모시고 왔는데 평소의 근성으로 그런 몽니를 부리면 쓰나? 어서 나오게.”


그러자 겨우 성질을 참는지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면서 투덜댄다.


[에이! 내가 손님이 왔다니까 그냥 참는다 참아! 오늘 운 좋은 줄 알어.]


그러면서 서서히 백사장 위로 올라오며 다리까지 전신이 드러났다.


[그래, 오랜만에 오면서 귀한 손님을 모시고 왔다고?]


궁금한지 일행을 둘러보는데, 태을 선인과는 서로 반말을 하는 것을 보니 나이를 떠나 막역한 사이인 모양이다.


“소개는 들어가서 할 테니 우선 자네 동부(洞部)로 가세.”


그러자 현무가 서서히 뒤로 돌면서 높고 거대한 등을 아래로 낮추었다.


[그럼 어서 내 등에 타게. 귀한 분이라니 내가 모시고 가야지.]


태을 선인이 먼저 등 위에 올라타자 둘도 사양(辭讓)치 않고 그 뒤를 따라서 오르는데······.


등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발자취가 역력했다. 여기저기에 여러 가지 조개와 해초류가 잔뜩 붙어서 마치 제집인 양 살고 있었으니, 어찌 이것을 한 생명의 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빈틈없이 푸른 이끼까지 잔뜩 끼어서 작은 생명들이 살고 있으니, 마치 섬에 오르는 기분이 들 정도다.


신수 현무는 모두 등에 오르자 천천히 바닷속으로 잠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걱정하는 빛이 없었다. 이미 이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그때, 쥬맥의 등에 맨 백호제마검의 피수주에서 커다란 기포가 생기더니 세 사람을 함께 감싸자, 천사장이 조금 놀란 모양이다.


“와아~ 백호제마검에 피수주가 있었군요. 정말 신기하고 편하네요. 물에 빠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요.”


“처음 알았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덕분에 물속에 빠졌을 때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요. 편리할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점점 바닷속으로 깊이 더 깊이··· 한없이 들어간다.


얕은 바다에서는 아름다운 산호초가 사방에 깔려 있어서 마치 동화(童話) 속의 한 장면 같았다. 크고 작은 색색의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천천히 유영하며 떼를 지어서 산호초 숲을 배회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꽃밭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미 해가 져서 빛이 약하니 그 아름다운 모습이 퇴색되어 보인다는 점이다.


점점 깊이 들어가자 빛이 들어오는 양이 줄면서 주위도 어둑해지는데, 여기저기에 집채만 한 대왕조개들이 입을 벌리고 한가롭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크!”


천사장이 거대한 괴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래처럼 커다란 괴어들이 먹이를 찾아서 헤엄치며 유유히 돌아다닌다. 그런데 현무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도망도 가지 않는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아마 그 사이에는 어떤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친구처럼 다가와서 나란히 헤엄을 치는 것을 보니, 평소에도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일 터.


수많은 물고기들이 현무 등에 올라탄 세 사람의 주변을 거품 밖으로 맴돌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을 했다.


어디서 왔냐고···, 왜 왔냐고······.


또 혹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물속에 웬 사람들이 태평하게 앉아 있담? 현무님의 친구분들인가?’


그런데 세상 어디에나 호기심이 많은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 그런 녀석 하나가 거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물이 없으니 그대로 쥬맥의 옆으로 떨어져 내려 파닥거렸다.


“하하하! 이 녀석이 호기심도 많구나. 옛다! 어서 가거라.”


쥬맥이 들어서 물속으로 던지니 살았다는 듯이 황급히 도망을 친다.


그렇게 바닷속으로 한참을 더 내려가자,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거대한 해저 화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정상의 분화구에선 붉은 용암이 밀려나와 칙칙거리며 흐르다가, 금방 검게 굳으면서 주변의 물은 용암과 온천수에 뒤섞여 따뜻한 물이 되었다.


[이제 다 왔습니다.]


현무의 말에 밑을 바라보니 아직도 해저 화산이다. 그런데 금방 해저 화산이 끝나더니 이번에는 수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해저 절벽이 나타났다.


그 절벽에 거대한 동혈이 마치 괴물의 입처럼 입구를 쩍 벌리고 있다.


현무가 그곳으로 다가가더니 암석 바닥에 내려앉자 모두 등에서 내렸다.


그러자 현무가 변신을 하는데, 용두족(龍頭族)과 비슷한 몸체에 머리는 천인족(天人族)의 머리였다.


자르지 않은 긴 머리와 수염이 은백색으로 빛나며 허리까지 출렁인다.


그리고 눈썹마저 은백색으로 빛나니 저절로 세월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앞서 본 동굴로 먼저 걸어서 들어가니 셋이 뒤를 따르는데······.


동부에는 여기저기 야명주같이 빛을 내는 것들이 박혀 있어 어둡지 않았다.


안으로 백 장 가까이 비스듬히 위를 향하여 걸어 올라가자 커다란 동공이 나오는데, 희한하게 그곳은 물이 없는 마른 돌 바닥이다.


태을 선인은 여러 번 와 본 듯 익숙하게 중앙에 있는 탁자로 가서 앉으니, 현무 신수가 창고 같은 곳으로 들어가서 여러 가지 먹거리를 내왔다.


대부분 바닷속에서 나는 것들이라 희한하고 처음 보는 것들이다.


그래도 맛을 보니 달콤하고 신선한 맛이 일품이었다. 지상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바로 그런 맛!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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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232화. 남정맹과 현마문의 생사결 22.09.06 1,060 6 18쪽
231 231화. 다시 이어진 녹성의 인연 22.09.06 1,050 6 18쪽
230 230화. 후대를 위한 안배 22.09.05 1,047 8 18쪽
229 229화. 악마가 되는 전장(戰場) 22.09.05 1,045 8 19쪽
228 228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2.09.02 1,059 8 18쪽
227 227화. 새로운 영웅(英雄)의 탄생 22.09.02 1,054 8 18쪽
226 226화. 천인족 영웅대회 22.09.01 1,080 8 19쪽
225 225화. 관리체제 정비 22.09.01 1,064 9 18쪽
224 224화. 세가주들과의 비무 22.08.31 1,064 9 18쪽
223 223화. 세가를 세우다 22.08.31 1,075 8 18쪽
222 222화.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 22.08.30 1,077 8 17쪽
221 221화. 전쟁은 끝을 향해 치닫고 22.08.30 1,072 7 18쪽
220 220화. 아! 천신이시여! 22.08.29 1,084 8 20쪽
219 219화. 강물처럼 흐르는 피 22.08.29 1,078 8 18쪽
218 218화. 거인족 선발대와 격돌 22.08.26 1,102 9 19쪽
217 217화. 화산 폭발이 부른 전쟁 22.08.26 1,106 9 18쪽
216 216화. 유챠산 화산 폭발 22.08.25 1,134 9 19쪽
215 215화. 생명의 선물 진주(眞珠) 22.08.25 1,146 8 19쪽
» 214화. 깨달음의 기회 22.08.24 1,136 10 19쪽
213 213화. 5대 신수 순방 22.08.24 1,133 9 19쪽
212 212화. 한울 쥬맥 22.08.23 1,165 9 19쪽
211 211화. 청룡여의검과 백호제마검 22.08.23 1,145 10 18쪽
210 210화. 태을 선인의 진선기 22.08.22 1,135 9 17쪽
209 209화. 어수족과의 평화 협약 22.08.22 1,147 9 18쪽
208 208화. 전사와 지도자의 차이 22.08.19 1,183 9 18쪽
207 207화. 친구야 죽지마라! +1 22.08.19 1,177 8 19쪽
206 206화. 피로 물드는 바다 22.08.18 1,191 8 17쪽
205 205화. 어수족과의 전쟁 22.08.18 1,196 8 19쪽
204 204화. 우담바라가 꽃피다 22.08.17 1,202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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