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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연재수 :
3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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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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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95
글자수 :
1,084,750

작성
16.08.08 23:00
조회
2,633
추천
63
글자
7쪽

비밀과 슬픔

DUMMY

@비밀과 슬픔



비밀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생겨난다.

그중 하나는

마음 깊은 곳의 슬픔이다.


-마음의 비밀-





“변변치 않아서 미안하군. 꽤 오래된 커피밖에 없어서.”

커피를 준비해 난 거실 탁자에 아리엔과 마주 앉았다. 한쪽에는 컴퓨터가 어지럽게 늘어져 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작업하고 계셨나요?”

“그런 셈이지.”

“다른 일은 안 하시는 걸로 아는데······.”

아리엔의 말에 난 헛웃음이 나왔다.

“물론 나는 다크 게이머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을 안 하는 건 아니야. 저건 직업이 아닌 취미지.”

“그렇군요.”

아리엔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커피 잔을 들어 조심조심 마신다. 그 모습은 게임상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름답고, 고고하며, 또한 청순하다. 만지면 묻어나올 것 같은 희고 뽀얀 피부에, 연분홍빛의 입술은 아담하고 매력적이다.

눈매는 약간 둥글고, 선하고 맑은 이미지에, 눈썹은 가늘게 뻗어 유려하다고 할 수 있다.

미인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 녀석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긴 레나도 미인이긴 하지. 이 녀석처럼 부드럽고 청초한 매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불꽃처럼, 튀는 공처럼 상큼하고 귀여우니까.

“그래, 무슨 일로 내 집을 방문했지?”

“저쪽에서 삼 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기에 이쪽으로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라이프 크라이에 들어가지 않은 지 꽤 시간이 지났군.”

시계를 흘긋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라이프 크라이와 현실의 시간차는 현재 7배니까.

라이프 크라이와 같은 형식의 가상공간은 아직 현실의 가상공간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실의 네트워크에 사용되는 가상공간은 라이프 크라이의 전작에서 사용된 가상공간이라서 그 배율은 4배일 뿐이다.

“실례지만 어떤 일을 하고 계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게임 머니도 팔아야 하고, 게임의 새로운 정보도 알아야 해서 몇 가지 작업을 조금 했지.”

“그런가요? 저는 라임이 분명히 크리에이트 길드에 대해 뒤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내심 움찔했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아리엔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놀라운가요? 하지만 놀랄 건 없어요. 라임의 일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니까. 라임의 성격이라면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학교에서 그렇게까지 내 성격을 내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후훗! 그랬죠.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했으니까요.”

나는 조용히 지냈다. 말 그대로 있는 듯, 없는 듯. 그래서 동창회 연락이 와도 나가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이젠 동창회 연락 같은 건 아예 오지도 않게 되었다.

몇 번의 이사, 연락처의 부재가 그렇게 만들었다. 친분이 없는 인간에 대한 인상이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왜 나를 기억하고 있었을까?

“왜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건··· 아마도 제 능력 때문이겠죠.”

“너의 능력?”

“예. 라임도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죠?”

“있다.”

“저는··· 후천적으로 능력이 생겼죠.”

후천적?

“아시나요? 초능력이란 건 어떤 사고에 의해 생겨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초능력자들이 있죠.”

“에스퍼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도 알지.”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노멀 디자인 휴먼 중에서 초능력을 가지게 된 개체예요.”

아리엔은 잠시 찻잔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음을 비운 듯한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인다.

“가끔은 생각하죠. 이런 능력 따위 원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이게 없었다면 라임을 알지 못하게 되었을 테니까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라임은 어떤 능력을 가졌죠?”

“해킹 능력.”

난 간단하게 대답해주었다. 내 말에 아리엔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능력이냐는 얼굴이군.”

“조금······.”

“나에 대해 얼마나,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가르쳐 주지. 나는 퍼스트 디자인 휴먼이다. 게놈 프로젝트를 더 진행시켜 만들어진 디자인 휴먼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지. 연구를 위해서 만들어진 실험체인 셈이지. 자연적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실험을 목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꽤 여러 가지 실험을 당했지.”

아리엔은 내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내 능력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어. 하지만 어느 날, 어떤 실험을 통해 내 능력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 그래서 난 그 능력을 이용해 연구소를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이 세상은 지금 허상 세계인 프로그램의 네트워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고도화된 사회니까. 그때 당시에는 아라한 컴퍼니조차도 나를 막을 수 없었고. 덕분에 연구소를 박살내고 탈출해서 신분을 세탁할 수 있었거든.”

그리고 박살 낸 연구소를 친구들의 묘지로 삼았지.

물론 해킹 능력이라고 딱 잘라 말할 정도로 허술한 능력이 아니다.

난 내 사고를 프로그램화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나는 그것을 통해서 가상현실 공간도 통제할 수 있다.

아직 라이프 크라이의 가상현실 공간의 프로그램 소스는 공개되지 않았기에 그쪽은 전혀 통제하지 못하지만, 그 외에 가상현실 공간으로 이루어진 전 세계의 네트워크는 통제할 수가 있다.

“그 능력으로 파헤치고 있었군요.”

아리엔이 다 안다는 듯한 눈빛으로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못 말리겠군. 내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언동을 하는 이유가 뭐지?”

“추측이 가능하니까요. 당신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까.”

“안다고? 하! 나를 안다는 녀석들이 요새 너무 많은 것 같아.”

내가 바라보자 아리엔의 몸이 흠칫 하고는 딱딱하게 굳는다. 그녀의 눈에 비친 나는 먹이를 잡아 찢어먹으려는 듯한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왜 나를 신경 쓰는지, 그리고 나를 어떻게 안다는 건지 가르쳐 주지 그래?”

“그런··· 눈빛은 그만둬주세요.”

“미안하군. 심기가 불편해서.”

역시 현실의 일치고 변변찮은 일이 없어. 라이프 크라이와 같은 가상의 세계만이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이야기를 해보지. 내 집에 온 이유, 그리고 나를 아는 이유, 거기다가 나를 신경 쓰는 이유.”

내 말에 아리엔은 충격을 받은 듯한, 약간 굳은 얼굴로 심호흡을 했다. 점차 안색을 정상으로 되돌린 아리엔이 나를 다시 바라본다.

“그건··· 라임을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하아?”

“예전보다 꽤 아름다워졌죠?”

아리엔의 난데없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네 얼굴은 내 기억에 없다.”

“그건 제가 학교 다닐 적에 제 모습을 숨겼기 때문이에요. 아시나요? 저희 부모님은 대재벌이라고 부를 만큼 큰 부를 축척하신 분들이죠. 그분들은 제가 최초의 노멀 디자인 휴먼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게 하고 싶지 않으신 거지요.”

그건 베헤만에게 들은 이야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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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언데드 위저드 16.08.15 2,507 64 7쪽
283 언데드 위저드 +2 16.08.14 2,539 70 7쪽
282 재도전 16.08.13 2,509 60 7쪽
281 재도전 16.08.12 2,486 65 7쪽
280 재도전 16.08.11 2,752 68 7쪽
279 비밀과 슬픔 16.08.10 2,582 71 7쪽
278 비밀과 슬픔 16.08.09 2,590 66 7쪽
» 비밀과 슬픔 16.08.08 2,634 63 7쪽
276 행동 +1 16.08.07 2,654 75 7쪽
275 행동 16.08.06 2,722 69 7쪽
274 행동 +4 16.08.05 2,754 73 7쪽
273 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16.08.04 2,790 73 7쪽
272 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16.08.03 2,894 68 7쪽
271 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16.08.02 2,808 81 7쪽
270 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16.08.01 2,811 77 7쪽
269 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1 16.07.31 2,945 75 7쪽
268 습격자들 +1 16.07.30 2,832 78 7쪽
267 습격자들 16.07.29 2,826 75 7쪽
266 습격자들 +1 16.07.28 2,918 7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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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프리징 드래곤과 전설의 사나이의 등장 +3 16.07.24 2,985 94 7쪽
261 프리징 드래곤과 전설의 사나이의 등장 +3 16.07.23 3,025 9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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