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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 님의 서재입니다.

I Love Jo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상상넷
작품등록일 :
2014.07.03 14:27
최근연재일 :
2014.08.09 16:2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199
추천수 :
136
글자수 :
134,494

작성
14.07.2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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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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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시작】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DUMMY

둘의 사이를 가로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문석필이었다. 둘 모두 상관들이라 차마 처음부터 말릴 수는 없었지만 그대로 놔두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기미가 보이자 지체 없이 끼어든 것이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애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케케묵은 지역감정 따위로 다투시려면 아무도 안 볼 때 두 분이 따로 하십시오. 애들 다 보는데서 이러지 마시고. 그나마도 저희 부대에 피해가 온다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당장이라도 신영우에게 달려들 것처럼 으르렁대던 나재성이 천천히 숨을 골랐다. 몇 번의 심호흡 끝에 평소대로 돌아온 그는 문석필을 살짝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명백한 하극상이다. 알제? 각오해라잉.”


그 말을 끝으로 원래 앉아있던 소파로 돌아간 나재성은 이제 이쪽 일은 아예 상관 안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눈까지 감아버렸다.

문석필은 그런 나재성을 보며 또다시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을 스쳐 지나며 나재성이 속삭이듯 한 말을 똑똑히 들었다.


“고맙다잉.”


정말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도 원망하려야 원망할 수도 없는 상관이었다. 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젠장. 이거야 원.’


늘 이랬다. 결코 나재성에게 약점이나 허물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숨기고 억압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반성하고, 고쳐나갔다. 그게 잘 안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했다. 가끔 오늘처럼 욱해서 모난 성질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지만 금방 수긍하고 돌아섰다.

보통 상관들은 부하들에게 자신의 부족한 모습, 부끄러운 모습,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혹여 들키기라도 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 보통이며 자신의 치부를 축소하고 은폐시키기에 급급하다. 솔직히 나재성이라고 왜 안 그렇겠는가.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못난 면을 숨기는 대신 나 이런 사람이라며 있는 그대로 이해를 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고맙다잉.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이런 나재성을 보면서 그를 어떻게 미워하고, 어떻게 원망할 수 있겠나. 그리고 그건 신영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Ace> 내에서 그 정도 위치에 오르려면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인격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단지 나재성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이 발전하는 모습을 굳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나재성과 달리 그는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었다.


“내 미안하다. 못난 모습을 보였다.”


신영우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그는 대원들이 있는 방향으로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도 뚱하게 앉아있는 나재성의 앞으로 갔다.


“미안. 내가 경솔했다 카이. 네가 그렇게까지 놀란 줄 몰맀다. 내 진심으로 사과하께. 그마 용서해라.”


굳게 닫혀있던 나재성의 눈꺼풀이 살짝 올라갔다. 힐끔 뜬 그의 눈으로 신영우가 내민 손이 보였다. 그가 썩 내키지 않는다는 듯 느릿하게 신영우의 손을 맞잡았다. 삐딱하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나재성이었지만 이미 그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애써 감정을 다잡은 그가 겨우 특유의 신색을 회복하고 신영우를 바라보았다.


“뭐여? 항복이냐?”


신영우는 졌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래. 항복이다. 와? 찍이게?”

“나가 살인마여? 아무나 죽이게?”

“좀 전엔 죽인 담서?”

“시방 또 해보자는 겨?”

“농담이다, 농담. 이거 아들이 무서워가 뭔 말이나 제대로 하겄나. 네도 참 인생 깝깝하게 산다.”

“남이 사.”

“하이고야 그래. 네 똥 굵다.”


끝까지 까칠한 척하는 나재성을 보며 쓴 입맛을 다신 신영우는 이내 미련을 접고 문석필에게로 걸어갔다.


“석필아.”

“네.”

“혹시 내 오기 전에 뭔 일 있었나? 아까 보니까 분위기가 어째 좀 쎄하던데.”


그 말에 문석필은 또 한 번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지금처럼 애매한 상황이 많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출동했던 건 아시죠?”

“누가 또 사고쳤나?”


출동이란 소리를 듣자마자 눈치 빠르게 집어내는 신영우였다. 역시 계급은 땅따먹기해서 딴 것이 아닌 것이다. 이래서 연륜과 경험은 무시할 수 없었다.


“네.”

“누구? 맹이? 찬이? 혹시 환이가? 아니면 샘? 자하브? 대체 누고? 문제아들이 하도 많아가 내 짐작도 안 간다.”

“명입니다.”

“맹이? 선우며이?!”

“네.”


신영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인원이 총 맻 맹이고?”

“대장님 포함해서 킹(King) 1명, 룩(Rook) 1명, 나이트(Knight) 2명, 폰(Pawn) 13명으로 총 열일곱입니다.”

“폰 열세 명? 나머지 둘은?”

“아, 이번에 들어온 신입하고 그 교육을 맡은 은수는 대장님이 일부러 빼셨습니다. 적응도 안됐는데 실전은 아직 무리라고 하시면서.”

“음. 그랬고마. 알았다. 우짰든 대장님이 고생 많으셨겠네. 쟈들 데리고 작전 수행하셨을라믄. 이번에 꽤 많았다매?”

“약간은요. 그래도 천 마리가 넘었으니까요.”

“하이고마. 징그러버라. 수고했다. 진짜 고생했겄네.”

“고생은요. 대장님이 다 하셨는데요 뭐.”


그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 사내 혼자 몬스터군의 2/3를 쓸어버렸으니까.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부하들이 싸우는 걸 구경하는 그의 실력이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Ace> 대대장. 사내는 단순히 무시무시하단 말로는 절대 표현 불가능한 초인중의 초인이었다.

잠시 사내가 싸우는 모습을 회상하던 문석필은 자신을 부르는 신영우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영우야? 뭔 생각을 그리하노?”

“아닙니다. 그저 아까 대장님이 싸우시던 모습이 생각나서요.”


신영우의 입가로 조금 전 문석필이 지었던 것과 똑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 양반 싸울 때 참 멋지제. 내도 안다. 그 기분.”

“불가사의한 분이죠.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시는 건지.”

“다른 대대에서 괜히 괴수라 하겄나. 다 이유가 있는 기다. 네도 잘 알잖아.”


문석필은 백 프로 동의한다는 듯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안 궁금하십니까?”

“응? 뭐가?”

“명이 말입니다. 녀석이 어떤 사고를 쳤는지.”

“어. 그래. 내 안 그래도 막 물으려던 참이었다. 대체 저놈 뭔 짓을 저지른 거고? 뭘 했기에 분위기가 그레 쎄해지냔 말이야.”


문석필은 신영우에게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Ace> 부대원들이 막 본부에 도착한 직후를 시작으로 그의 얘기는 선우명의 ‘내가 죽일 놈이요.’ 사건을 거쳐 나재성이 대원들에게 꼬장을 부렸던 일로 끝이 났다.

이야기를 다 들은 신영우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뭐꼬? 결국 시작도 저놈 승질 때문이고, 끝도 저놈 승질 때문이란 말 아이가?”


그의 시선은 나재성을 향해 있었다.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는….”


문석필은 슬쩍 나재성의 눈치를 살폈다. 시종일관 소파에 앉아 관심 없는 척하고 있었지만 실제론 다 듣고 있을 터였다.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듣고 보니 맹이가 잘못한 건 좀 오바한 거 말고는 없고마. 내 말이 틀렸나?”

“그 오버가 좀 큰 거라….”


나재성은 여전히 똑같았다. 소파에 깊숙이 몸은 묻은 채 두 눈을 감고 무표정하게 있을 뿐이었다. 문석필은 큰 맘 먹고 용기를 내었다.


“하지만 현무님 잘못도 약간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순간, 나재성의 미간이 꿈틀했다. 내내 나재성의 솜털 하나까지 살피고 있던 문석필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 나재성이 반응을 보이자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이상 뭔가가 일어나진 않았다. 나재성 본인도 아까의 일도 있고 하니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넘기려는 것 같았다. 그에 힘을 얻은 문석필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사실, 맞습니다. 처음과 끝의 원인을 제공한 건 분명 현무님이십니다.”


나재성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져갔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이놈하고 달려들 것 같았다. 문석필은 긴장감을 애써 감추고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최근의 문제를 해결한 분 또한 현무님이십니다.”


문석필은 두 손을 이용하여 떠받드는 형식으로 눈앞의 신영우를 공손히 가리켰다.


“물론 주작혈주(朱雀血主)님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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