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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 님의 서재입니다.

I Love Jo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상상넷
작품등록일 :
2014.07.03 14:27
최근연재일 :
2014.08.09 16:2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197
추천수 :
136
글자수 :
134,494

작성
14.07.18 16:52
조회
297
추천
1
글자
10쪽

【영화처럼 소설처럼】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DUMMY

마지막 희망이었던 그곳, 건물의 옥상에 첫 발을 내딛은 소녀는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서둘러 문을 닫으며 곧바로 장금장치를 돌렸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고대하던 ‘그곳’에 도착했음에도 기쁨을 누릴 여유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그때서야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소녀의 입가로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콰아앙.


마치 일부러 노린 것 같았다. 소녀가 한숨을 돌리기도 전, 막 문에 등을 기댄 순간이었다.


투석기가 쏘아올린 바위덩이의 위력이 이러할까? 천지가 떠나가는 소리와 함께 뭔가 엄청난 것이 문을 강타했다. 그 충격에 꽤나 두꺼운 철문이 전체적으로 약간 휘어질 정도였다. 게다가 직접 부딪힌 부분은 충격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듯 휘다 못해 아예 보기 흉하게 찌그러져선 불쑥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그새 쫓아온 몬스터들이 달려오던 힘을 이용하여 그대로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소리도 소리였지만 갑작스레 가해진 무시무시한 충격은 문에 등을 기대고 앉으려던 소녀를 튕겨나가듯 앞으로 엎어지게 하고 말았다. 그러나 채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난 그녀는 뭐에 홀린 것 마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물건을 끌고 와 문 앞에 쌓기 시작했다. 언뜻 보이는 소녀의 눈동자에는 온통 불안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잠시 긴장을 푼 것이 잘못이었다. 자신은 아직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더 도망칠 곳도 없었다. 이 문이 뚫린다면 정말 끝이었다.

아무리 냉정하다고 해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이성보다는 본능이 우선되기 마련이었다. 이곳은 소녀의 마지막 보루. 이곳이 뚫리면 더 이상 희망도 뭣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토록 냉철하던 소녀의 이성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본능적으로 죽음의 공포에 대항하고 있는 평범한 한 여자애일 뿐이었다.


쿵. 쿵쿵. 콰앙. 쿵.


처음의 문이 부서질듯하던 큰 충격 이후로 자잘한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솔직히 말이 자잘한 공격이지 사람보다 몇 배나 힘이 센 몬스터들이 무기를 가지고 계속 두들긴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하나하나가 만만히 볼 수 없는 공격들이었다. 다행히 많이 낡고 해져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속은 무척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는 듯 좀처럼 뚫리지 않는 철문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 더해 철문 앞에 쌓여있는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 또한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털썩


한동안 잔뜩 긴장한 채 잡동사니들 너머로 보이는 문을 향해 초조한 시선을 던지고 있던 소녀는 시간이 흘러도 몬스터들이 문을 뚫지 못하자 그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지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앉아 버렸다.


“힘들다.”


소녀의 양쪽 눈 밑으로 짙은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기 전, 한창 생기가 넘쳐흐르는 나이 때답게 오랜 연습으로 땀범벅이 됐음에도 오히려 더욱 싱그럽게 피어나던 얼굴이었다. 하지만 몬스터들과의 피 말리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불과 이십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탱탱하던 피부는 금세 푸석푸석해졌고,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던 입술은 흉하게 부르트고 갈라져 군데군데 말라붙은 핏자국까지 보이고 있었다. 흔히 어른들이 쓰는 표현으로 얼굴이 아주 못쓰게 돼 버린 것이다.

생기를 잃어 퀭하니 풀린 소녀의 시선이 무언엔가 이끌리듯 하늘로 향했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까만 밤하늘이 비쳐들었다. 소녀 자신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하늘은 마치 소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주듯 그 흔한 별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 지옥의 무저갱처럼 한없이 검디검기만 했다.

현재의 상황은 아직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도 버거운 짐이었다. 아무리 사회 경험이 빨랐고,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침착함을 지녔다 해도 채 스물이 안 된 그녀다. 산전수전(山戰水戰)에 볼꼴 못 볼꼴 다 겪은 나이 지긋한 사람이라도 과연 지금의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인데 거의 강제나 마찬가지로 그 엄청난 짐을 짊어지게 된 소녀였다. 그 부담이나 압박이 오죽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소녀가 이 엄청난 현실을 감당해 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소녀는 이 무지막지한 짐을 지고도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능력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야할 짐을 지어줬으면 볼 것도 없이 쓰러져야 정상일진데 넘어질듯, 넘어질듯 하면서도 어떻게든 잘 버텨냈다. 한없이 모자라고, 연약하게만 보이는 소녀가 위태위태하긴 해도 버티고, 또 버티면서 결국은 어른들도 손을 내젓는 현실의 짐을 진 채 조금씩 전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경악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안쓰럽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했다. 상황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강해지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잔인한 상황이.

하지만 아무리 강한 척 날을 세우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해도 사람인 이상, 지치고 힘들면 어느 정도는 부족한 부분이 들어날 수밖에 없었다. 일말의 안전이 확보된 경우라면 더 그랬다. 더구나 소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미숙하지 않은가.

그동안 소녀는 일부러 약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었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마당에 질질 짜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살아야겠기에 독해졌고, 냉정해졌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노력한 결과 소녀는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이렇게 멀쩡한 사지와 지금도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이 명백한 그 증거였다. 그러나 그녀의 강함은 딱 거기까지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강함은 눈앞에 당장 보이는 위험이 사라지자 봄눈 녹듯 한순간에 녹아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위험에 대항하기 위해 바짝 신경을 세우고 강한 척했지만 결국 그녀도 평범한 소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소녀가 이 끔찍한 현실을 감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촌각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지극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직접적인 위협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였다. 그동안은 도망치느라 바빠 등 뒤에 짊어진 무게를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이제 숨 돌릴만한 틈이 생기자 그 무시무시한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정말 터무니없이 무거운 짐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지고 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 무게를 실감하고 나니 더 이상 지고 갈 자신이 없어졌다. 온 몸과 마음에서 더 이상 못 지겠으니 제발 내놔려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소녀는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못이기는 척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만약 찾아오는 결과가 죽음만 아니었다면 어쩜 정말로 모든 걸 놓아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조건적인 죽음임을 알고 있기에 포기란 있을 수 없었다. 지금보다 더 괴롭고, 더 힘들고, 더 고통스러워진대도 끝까지 가야만 했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더 이상의 그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약해진 마음을 새로이 다잡은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온전히 제 모습을 찾은 그녀의 눈이 요요(姚姚)롭게 반짝였다. 흑요석을 박아 놓은 듯 새까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결연한 빛이 어려 있었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절대로!!!’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소녀가 옥상의 난간으로 뛰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에는 구경 나온 시민들과 경찰을 비롯하여 구조되 나온 사람들까지 여러 군상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의 시선이 건물의 입구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소녀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좀처럼 자신을 보지 못하자 소녀는 배에 힘을 주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외침이 어둠을 가르는 빛살과도 같이 여러 소음의 방해를 뚫고 사람들의 귓속으로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동안 꾸준히 연습해 온 보컬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절규 어린 소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간절한 염원은 건물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뚜렷이 전달되었다.

삽시간에 시장통 같던 건물 주위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들 똑똑히 들었다. 한 맺힌 여자의 목소리 아니, 피 맺힌 소녀의 목소리를.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그 절박한 소리를.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각자 자신의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그들이 찾는 이가 그곳에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러다 하나 둘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옥상으로 시선을 옮겼고, 먼저 소녀를 발견한 이들의 외침으로 모두의 시선이 소녀에게 모아졌다.

소녀는 계속해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있었다.


“여러분 여기 사람 있어요. 도와주세요.”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여러분 여기 열심히 노력하는 글쓴이가 있어요. 도와주세요. ㅠㅠ


선작, 추천, 댓글, 홍보 좀 부탁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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