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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 님의 서재입니다.

I Love Jo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상상넷
작품등록일 :
2014.07.03 14:27
최근연재일 :
2014.08.09 16:2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198
추천수 :
136
글자수 :
134,494

작성
14.07.17 18:16
조회
238
추천
2
글자
10쪽

【영화처럼 소설처럼】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DUMMY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고음이 일대를 뒤흔들었다. 소녀는 본능적으로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얼마나 소리가 컸는지 귀를 막았음에도 정신이 다 없을 지경이었다. 소녀는 속으로 미친 고블린의 행동을 욕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멍멍한 귀와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머리의 외침은 애써 무시했다. 지금은 그런 소소한 문제까지 신경 써 줄 상황이 아닌 것이다.

소녀가 눈을 떴을 때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그녀는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돼지 멱따는 소리의 최고봉을 보여준 고블린표 괴성의 효과는 그야말로

대!

박!

이었다. 그동안 멍하니 정신을 집 밖으로 내보냈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그 소리 하나에 집나간 정신을 전부 붙잡아왔으니 더 말해 무엇 할까.

더불어 소리에 무슨 주술적인 효과도 있는지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몬스터들 모두 눈이 벌겋게 충혈 되가지고는 소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특유의 광포한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더해 언제 바뀌었는지 본래의 광기 어린 얼굴로 돌아와 주위의 몬스터들을 보며 미친 듯이 낄낄거리고 있는 저 괴물 난쟁이 놈까지 더해지자 이건 완전 인세의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소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똥물을 한 바가지 퍼 먹인 다음 머리부터 시궁창에 처박아도 모자랄 저주받은 그녀의 촉이 무섭도록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인 것이다.

아아, 그렇게 아니길 바랐는데 이 빌어먹을 놈의 감은 왜 이럴 때만 이렇게 잘 맞느냔 거다. 내가 그린 시나리오에는 결코 이런 장면은 없었는데. 이게 다 저 쳐 죽일 놈의 난쟁이 새끼 때문이다. 뒤통수에 칼 맞아 죽을 녀석 같으니라고. 으으… 그건 그렇고, 저것들은 왜 자꾸 저렇게 섬뜩한 눈빛들을 쏴대는 거야?

그동안 도망치며 받았던 살기는 애들 장난수준이었다. 마치 필생의 원수와 대적이라도 하고 있는 듯 굵직굵직하고 농도 짙은 살기를 마구 뿜어대는데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온 몸의 털이 다 곤두설 만큼 섬뜩한 것이 처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두세 발짝 뒷걸음질까지 쳤을 정도였다. 그것도 뒤에 있던 계단에 걸려 넘어질 뻔해 알게 된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계속 몰랐을 일이었다.

흉포한 기세를 마구 뿌려대는 주위의 동료들을 보며 고블린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당장이라도 하늘로 붕 떠오를 것만 같았다. 자신이 노린 최상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녀석이 외친 것은 단순히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라 전사인 본인이 유일하게 외칠 수 있는 함성, 배틀 오더스(Battle orders)를 외친 것이었다. 배틀 오더스는 대상의 속에 잠재되어 있는 분노와 투쟁심을 일깨워 전투 시, 공포심을 없애고 강력한 투지를 발휘하게 하는 주술의 일종이었다.

솔직히 함성을 외치면서도 이 정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독이 될 줄 알았던 동료들의 상태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함성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주술사의 반 정도 밖에 미치지 못하는 위력에도 불구하고 전원 오더를 받았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오히려 평소 같았으면 주위에 있는 두셋 정도가 고작이었을 텐데.

고블린의 양 입가가 한껏 치솟았다. 그 생각을 하자 더욱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정신을 차리며 반드시 있을 약간의 공백과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모두의 관심을 곧바로 소녀에게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더불어 동료를 죽게 만든 소녀에 대한 증오와 그런 소녀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강력한 목적의식이 심어진 것도 굉장한 성과였다.

지금도 저렇게 찢어 죽일 듯한 눈빛으로 소녀를 쏘아보고 있지 않은가. 동료인 자신조차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지독한 살기를 내뿜으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고블린이 의도한대로 몬스터들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주술적인 힘을 빌린 지극히 작위적인 감정이었으나 그것이 또 전부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니, 어떻게 해서 잡은 먹잇감인데 감히 도망을 친단 말인가. 그녀를 잡기 위해 치른 대가가 무려 동료들 다섯의 목숨이었다. 그 전에 소녀를 쫓으며 고생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겨우 간식거리 밖에 안 되는 소녀를 잡는데 들어간 비용치곤 지나치게 비쌌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고생하며 잡았다고 생각했던 소녀가 저기 서있는 것이다. 그것도 멀쩡한 모습으로.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냔 말이다.

가뜩이나 비싼 음식 값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선불까지 다 치르고는 정작 그 음식을 못 먹게 생겼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더군다나 그 음식을 먹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고 선불로 치른 음식 값까지 환불받지 못한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백’에 ‘구십구’는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지 않을까? 지금 몬스터들이 느끼는 감정이 딱 그랬다. 음식 값으로 무려 산목숨 다섯을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음식은 놓쳐버린 꼴이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들이 소녀를 잡아야만 하는 이유는 이미 차고도 넘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몬스터들이 내뿜는 살기가 점점 더 흉흉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아무것도 못해보고 꼼짝없이 잡아먹힐 것이 뻔했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도망쳐야 했다.

소녀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온 몸에 힘을 빼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었다. 속으로는 계속 ‘괜찮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자기 암시를 걸어 용기를 북돋았다.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끊임없이 몬스터들을 주시하며 적당한 타이밍을 찾았다.

아직. 아직 아니야. 아직 좀 더. 아직. 기다려…….

도망쳐야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도망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잠시 쉬었다고 해도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고, 저들은 사냥이 특기인 괴물이었다. 무작정 도망쳤다간 자칫 목표한 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잡힐 수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도망치기 위해선 녀석들의 타이밍을 뺏어야 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

몬스터들이 뿜어내는 살기가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안개가 퍼지듯 서서히 늘어나던 기세가 어느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지금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녀석들의 분노가 터져 나올 터.

소녀가 노리는 때가 바로 그 때였다.

녀석들의 이성이 무너지고 증오와 광기가 녀석들의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는 바로 그 순간!!! 녀석들의 식탐과 분노가 막 밖으로 표출되려는 그 찰나!!!

그리고 소녀의 예상대로 채 십 초가 지나기 전에 그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지금!!!!!!’


몬스터들의 살기가 정점을 향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끝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실체가 되어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모습으로 소녀를 덮쳐왔다.

그러나!!!

이미 한차례 언급한대로 세상 모든 일들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태반이었다. 더구나 상대가 닥쳐올 일에 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면 일이 이루어지기는 더더욱 힘든 법. 냉정한 소녀의 대비는 철저했고, 잔인하고 광포하게만 보인 몬스터들의 해일은 결코 소녀를 집어삼키지 못했다.

소녀는 몬스터들이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말하자면 선수를 친 것이다.

애초에 소녀의 계획이 바로 이것이었다. 몬스터들이 움직일 찰나, 반 박자 빠르게 자신이 먼저 움직여 그들의 타이밍을 뺏음과 동시에 약간의 정신적 충격을 주어 조금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발을 묶어두는 것.

말 그대로 타이밍 싸움이었다. 반 박자라도 빨랐으면 녀석들이 알아채고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고, 반대로 조금이라도 느렸으면 녀석들이 오는 걸 보고 도망가는 꼴이니 작전 자체가 무용지물(無用之物)이었을 터였다. 단 일초의 빠름도, 느림도 용납되지 않고 무조건 녀석들이 움직이기 직전이어야 했다. 그런데 소녀는 그 어려운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어 기어코 성공시킨 것이다.

평소 또래보다 내적으로 성숙하다는 소릴 많이 듣는 소녀의 침착함과 냉정한 이성, 그리고 죽을 위기에 이르자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나게 증가한 뇌 활동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소녀의 작전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몬스터들이 주춤하고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그 사이, 소녀는 위로 연결되어 있는 오른쪽 계단을 향해 냅다 돌진했다. 단지 달렸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돌진. 돌진이 맞았다. 눈앞의 붉은 천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드는 소처럼 소녀도 앞에 보이는 그곳의 문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렸다.

겨우 반 층 정도의 거리인 만큼 문까지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올라올 수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하기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힐끗 돌아본 몬스터들의 상태는 역시나 짐작대로 ‘그대로 멈춰라.’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녀가 문에 도착하자 곧 정신을 차린 몬스터들도 황급히 소녀를 뒤쫓기 시작했다.

소녀는 급해지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문의 열쇠구멍에 넣고 돌렸다. 힘이 빠져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치고 간신히 해낸 일이었다.


철컥

끼이익… 쿵


굳게 물려있던 자물쇠의 이가 풀리는 소리에 이어 시뻘겋게 녹이 슨 경첩이 격한 마찰을 이기지 못하고 지르는 비명소리가 났다. 이곳저곳 칠이 벗겨지고 색이 바랜 철문은 벽과 부딪히는 강한 충격에 특유의 쇳소리를 내며 잠시 무겁게 울렸다.

드디어 그토록 오길 바랐던 ‘그곳’의 문이 열렸다. 문턱에 선 소녀의 온 몸으로 후끈한 여름밤의 열기가 불어오며 반갑게 그녀를 맞아주었다.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그곳’이 어디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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