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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 님의 서재입니다.

I Love Jo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상상넷
작품등록일 :
2014.07.03 14:27
최근연재일 :
2014.08.09 16:2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204
추천수 :
136
글자수 :
134,494

작성
14.07.12 16:13
조회
441
추천
6
글자
10쪽

【등장】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DUMMY

경찰이 눈을 돌려 힐끔 그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제 말대로 내기를 하는 거예요. 내기 종목은 해결사로 온 저희가 일정 시간 안에 저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구해내느냐, 구해내지 못하느냐로 하는 거죠.”


경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소년의 말에 흥미가 인 것이다.


“일단 시간은 아저씨가 좋을 대로 정하세요. 그렇다고 너무 턱없이 짧게 정하시지는 마시구요. 저희도 사람이니까요.”


경찰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소년을 살폈다. 갑자기 어울리지도 않게 선심 쓰는 척하며 나오자 뭔가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곧 그는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자신이 잘못 짚은 듯했다. 지금까지의 다소 가볍고, 경박스럽던 이미지와는 달리 대답을 기다리는 소년의 모습에선 일말의 장난기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가볍기는커녕 오히려 진지하다 못해 무겁게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마치 겉모습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람 같이 보일 정도였다. 무엇보다 묵묵히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선 분명 진심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감정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동안 소년이 한 행동이 있었기에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가 소년을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긴가민가할 때였다. 이어져 들려오는 소년의 말은 그로 하여금 소년의 진심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께. 맹. 세. 코. 제가. 말하는 건. 거짓이. 아님을. 밝힙니다. 됐습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짓이라면 금수(禽獸)보다 못한 놈이었다. 설마 이깟 일로 스스로를 버리진 않을 터. 경찰의 고개가 미미하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가까이 붙어있는 소년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소년은 미안함과 민망함 때문에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는 경찰을 보며 못마땅한 얼굴로 몇 번 혀를 차더니 이내 훌훌 털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던 말을 계속해 나갔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저희는 연기를 해야 합니다. 저희에게 쏠려 있는 저 수많은 눈빛들이 보이시죠?”


소년은 대원들과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들, 그리고 경찰들 주변을 빼곡히 둘러싼 주민들을 차례로 가리켰다. 그들의 시선은 공통적으로 이곳을 향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하는 소년의 모습에 경찰은 은근슬쩍 그의 말에 집중하는 척하며 불편했던 감정을 한편으로 밀어두었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며 어두웠던 얼굴도 금세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소년은 아직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건 그 혼자만의 생각일 뿐,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었다.

사실 소년은 혼자 눈치보고, 안심하고, 좋아하고, 다하는 경찰을 보며 겨우겨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딴엔 티를 안 낸다고 했겠지만 소년이 볼 땐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다 안다는 것을 경찰이 알게 되면 고개를 땅에 처박고, 두 귀를 틀어막은 채 ‘나 죽었소.’하고 상대도 해주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짐짓 모르는 척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소년이 가면 속에서 웃겨 죽으려고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뭐라고 할까?


“저희는 저 모든 이들을 속여야 하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우선 이 상황부터 설명해야죠.”


주변을 향해 있던 소년의 시선이 다시 경찰의 얼굴로 향했다. 그에 따라 경찰도 자연스럽게 소년을 마주봤다.


“잘 들으세요. 제가 이렇게 아저씨에게 붙어 있는 이유는 협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 둘이 됐으니 마음 놓고 정부를 우려먹으며 갖은 협박을 해대고 있는 거죠. 아저씨는 지금까지 정말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꾹꾹 눌러 참고 계신 거구요. 하지만 곧 폭발하겠죠. 그리고 그때는 저와 아저씨가 떨어지는 순간일 겁니다. 제가 신호를 드리면 아저씨가 절 확 밀치면서 화를 내시는 거죠.”

“나한테만 좋은 설정이구나.”

“기왕 싸가지 없는 놈으로 찍힌 거 끝까지 콘셉트 유지 해야죠. 참, 그리고 조금 전 제가 말한 것도 아저씨가 생각해 낸 걸로 해야 합니다. 시간은 정하셨죠?”


경찰은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좋습니다. 지금 말해주실 필요는 없고, 나중에 아저씨가 저에게 내기를 제시할 때 자연스럽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이제 어느 정도 상황도 정리되고, 의견도 맞은 것 같은데 슬슬 시작하지요. 제가…….”

“아까하고는 사뭇 다르구나.”

“뭐가…요?”

“나를 대하는 네 태도 말이다. 상당히 괜찮아졌어.”

“제가 이래 봬도 한 예의하는 녀석입니다.”

“근데 처음에는 왜 그런 거냐? 정말 우릴 떠볼 생각이었냐?”

“잘 아시면서 뭘 물어요? 그냥 놀린 거예요.”

“후후, 거짓말 하지 말고 빨리 솔직히 말해. 그렇지 않으면 연기고 나발이고 여기서 다 까발릴 수도 있으니까.”

“췌― 까발린다고 하면 내가 무서워 할 줄 알아요? 어차피 내가 손해 보면서 하는 건데 아쉬운 건 아저씨지 뭐.”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자기가 손해 보면서까지 남 피해 안주는 녀석이 처음엔 그렇게 싸가지 없는 것처럼 행동한 것엔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 아니야.”


그는 소년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듯 눈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의 시선에서는 기필코 이유를 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래서 어른이 싫어. 너무 눈치가 빠르단 말이지.”


어깨를 으쓱하며 한번 입맛을 다신 소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약간은 맥이 빠진 음성이었다.


“대장님의 명령이었어요. 우리 대장님 알죠?! 왜 좀 전에 봤잖아요. 저랑 같

이 온 인사한마디 없이 무뚝뚝한 양반이요.”


갑자기 경찰이 움찔하며 헛기침을 했다. 그는 살살 소년의 눈치를 보더니 은근슬쩍 한마디 했다.


“어떻게… 알았냐?”

“그냥요.”

“뭐?”

“얼굴에 쓰여 있던데요. ‘재수 없는 자식. 어떻게 인사 한마디가 없냐?’ 이렇게요.”

“…….”

“참고로 이것도 대장님이 알려준 거예요.”

“……!”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우리 대장님 보면 사과하세요. 사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방법도 다 대장님 머리에서 나온 거니까.”

“허…….”


기가 막혔다. 소년의 말을 들어보니 녀석이 대장이라고 부르는 이. 즉, 망토의 인물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예상하고 그 대응방안까지 마련해 온 것이 아닌가.

소년의 말을 듣고 나자 더욱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인물이 왜 굳이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가면서까지 이렇게 수고스러운 일을 벌이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경찰의 머릿속에서 퀘스천 마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다시 소년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 오기 전에 대장님이 그랬어요. 우리들은 아직 세상에 들어나서는 안된다고. 그러면서도 이번 일은 우리가 한 것임이 알려져야 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냐?”

“글쎄요. 저희 대장님이 원래 겉만큼이나 속도 시커멓거든요. 그래서 저희 중에도 대장님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알아서 생각하세요.”

“저희 중에서도 라고?! 너희들 따로 소속이 있는 거냐?!!!”

“아, 참.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들은 말인데. 이번 작전의 키포인트는 저희가 무시 받는 것에 있다고 했어요. 저희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면 칠수록 좋다고요.”

“왜?! 어째서?!!!”

“저도 잘 모른다니까요. 그냥 대장님이 흘리는 소리를 얼핏 들은 건데 사람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은연중에 깔보게 된대요. 그럼 그 사람이 아무리 뭘 잘해도 우연이나 운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나 뭐라나…….”


띠리리리리리리리리링.


그 말을 들은 경찰의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경종이 울렸다. 마치 짙은 안개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뭔가를 희미하게나마 본 느낌이랄까?! 잡을 수 없는 그 어떤 것의 실체를 스친 듯이라도 만져본 기분이랄까?! 뭐라고 한마디로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건, 남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의 한 자락을 들춰 봤다는 것이었다.

궁금했다. 좀 더 알고 싶었다. 망토의 인물부터 지금 앞에 있는 소년에 관한 것까지. 나아가 그들이 속해있는 집단에 대해서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알고 싶었다.

그가 막 심장의 두근거림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토해내려는 찰나였다. 아쉽게도 그보다 한 끝 발 앞서는 목소리가 있었다. 소년이었다.


“자, 그럼 아저씨. 잘 부탁드릴게요. 제가 멍청해 보일 수 있도록 많이 무시해 주세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소년은 재빨리 훌쩍 뒤로 물러나더니 갑자기 배를 부여잡고 쓰러져 죽는 소릴 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막 무슨 말을 하려던 경찰은 순간 당황하여 멍하니 소년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하지만 소년이 계속 죽는다고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금방 정신을 차리고 현재의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자신에게 말 한마디 없이 독단적으로 연기를 시작해버린 소년에게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 같아선 연기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왠지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화를 내려다가도 금방 그 기분을 다 날려버리고 말았다.

잠시간 착잡한 시선으로 소년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짧은 한숨과 함께 곧바로 상황에 맞는 연기에 돌입했다.


“너 이 새끼! 뭐가 어쩌고 어째?! 정부가 어떻고, 내 인생이 뭐 어떻다고?! 어디 오늘 한번 제대로 죽어봐라, 이 X새끼야!!!”


그는 짐짓 사나운 기세로 쓰러져 있는 소년을 향해 달려갔다.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해결사! 니들 정체가 뭐니? - 양희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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