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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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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838,381
추천수 :
16,202
글자수 :
790,195

작성
13.04.19 14:40
조회
22,280
추천
248
글자
10쪽

1장 [블랙 레벨] -02-

DUMMY

“네. 열 살까지 살았어요.”


태민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 간신히 억눌러야 했다.


“그 당시 살고 있었던 마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었죠?”

“예.”

“그 폭발로 새로운 광물이 발견되었던 것도 알고 있죠?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 전체가 큰 보조금을 받고 도시로 이사했잖아요.”

“예. 이 집도 부모님이 그때 받은 돈으로 샀으니까 잘 알고 있어요.”


한예원은 서류를 뒤로 넘겨 다음 페이지를 보며 말했다.


“그때 나온 광물은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광물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정도 돈을 드릴 수 있었던 거죠.”

“그렇군요.”


태민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관심이 없는 분야기도 하고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광물은 레가니움으로 이름 붙여졌고, 소량으로 나뉘어져 세계로 흩어졌어요. 수많은 과학자들이 대체 연료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의 영구기관과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연구를 계속해왔고요. 아직 세상에 밝히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어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요. 레가니움에서 동력을 끌어내기는 하는데 그 수준이 너무 낮은 거예요. 현재 수준으로는 가지고 있는 힘의 십만 분의 일? 그 정도밖에 안 되죠.”

“저기, 말씀은 고마운데 그게 저랑 대체 무슨 상관이죠?”

“한재하씨라고 아시죠?”


오히려 질문을 받아버린 태민은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지도를 펼쳐 한재하라는 이름을 찾았다. 아주 오래 전에 들었던 이름이라 찾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에는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운 이름이었다.


“제가 산골에 살 때 같이 놀았던 친구 중 한 명인데요.”

“한재하씨는 3년 전부터 블랙 레벨 홍콩 지부에서 근무 중이세요.”


그 말에 태민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호, 홍콩이요?”

“네. 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여기에 쓰인 대로라면 그 동안 레가니움 연구에 상당히 진척을 보인 것도 한재하씨 덕이라고 하네요.”

“그 서류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하지만 헛수고였다. 한예원이 가지고 있던 서류는 온통 영어로 적혀있어서 읽을 수 거라곤 간단한 단어와 숫자뿐이었다. 약 30초간 영어와 눈싸움을 하던 태민은 결국에는 포기하고 서류를 돌려줬다. 마음속에서 한예원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고 넘을 수 없는 벽이 세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민은 입가에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영어라서 하나도 모르겠네요.”

“괜찮아요. 일하는데 영어는 필요 없거든요.”

“그, 그건 다행이네요.”


놀림 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착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예원이 말을 이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한재하씨의 몸은 일반인들과 달라요. 조사 결과 한재하씨의 몸에는 레가니움이 돌고 있어요. 그렇다고 혈액 대신 레가니움을 쓰는 건 또 아니에요. 아무튼 반응이 가장 강했던 곳은 심장이었고요. 그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레가니움의 동력을 끌어내는 방법을 연구해서, 미약하게나마 성공했어요. 이게 저희가 김태민 학생을 찾아온 이유에요.”

“전 과학에는 아무런 지식도….”

“한재하씨는 자신이 그런 몸이 된 이유가 어렸을 적 폭발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고 적혀 있군요. 혹시 짐작 가는 것 있으세요?”


태민의 머릿속에 10년 전 소꿉놀이를 하다 바로 옆에서 폭발이 일어났던 때가 떠올랐다. 바람에 공기에 실려 날아오는 파란 모래 같은 것을 삼켜버렸던 일이 생생하게 느껴져 기분이 급격히 나빠졌다.


태민은 아무것도 모른 채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한예원의 얼굴을 살폈다. 불쾌한 일을 떠올린 것에 대해 원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 있었던 일은 숨기기로 했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군요. 뭐, 중요한 건 저희는 김태민 학생도 한재하씨처럼 특이체질이 됐을 거라고 예상하거든요.”

“설마 저보고 모르모트가 되어달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맞아요.”


태민은 얼굴이 완전히 굳어 한예원을 노려봤다.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너지더니 결국에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하하! 아니. 그, 그게 아니고요.”


태민은 눈앞에 있는 여자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웃음이 멈출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한예원은 입을 크게 벌리면서 웃다가 손으로 가리면서 웃음소리를 막았고, 그 뒤에도 머리를 앞으로 푹 숙인 채 한참 동안 큭큭대다가 간신히 진정됐다.


“죄송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는 바람에 실수를 했네요.”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죠.”

“어떻게 보면 모르모트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해부나 전기 자극 같은 거랑은 저언혀 상관없는 안전한 실험이랍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방에서 눈에 익은 물건을 꺼내 레고 경기장 옆에 올렸다.


“혈압 측정기?”

“겉보기에는 똑같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혈압 측정기 뚜껑을 그대로 쓴 거거든요. 하지만 속은 완전히 틀려요. 이건 혈압이 아니라 레가니움 수치를 측정해요. 혈압 측정기와 또 다른 거라면 자체 전원으로 알아서 움직인다는 거? 저기 팔 좀 내밀어 볼래요?”


태민이 우물쭈물하자 한예원은 몸을 앞으로 쑥 내밀어 태민의 왼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손목에 측정기와 연결된 전자팔찌를 채웠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순간 털이 곤두섰다.


“측정 시간은 30초도 안 되니까 조금만 참아요.”


그리고는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측정기를 작동시켰다. 측정기는 요란한 불빛도 소음도 내지 않고 장착된 LCD에 숫자를 표시해나갔다. 1부터 시작된 숫자는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동시에 태민은 몸이 급속도로 피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측정기의 숫자는 순식간에 1000을 넘어섰고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렸다. 한예원이 서둘러 측정기를 중지시키고 손목의 전자팔찌를 풀어주면서 말했다.


“놀랍네요. 단순히 수치로만 보면 한재하씨보다 높아요.”


더 높다는 말에 태민은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저기, 몸에 힘이 쭉 빠지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요?”

“네. 지금은 체력이 좀 부족해서 그런 거예요. 전체적으로 힘껏 달리고 난 다음하고 거의 비슷하지 않나요?”


태민은 온몸에 힘이 빠질 정도로 달려본 지가 벌써 몇 년 전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예원은 가볍게 웃으면서 측정기를 가방에 넣더니 이번에는 서류를 꺼내 레고 경기장 옆에 놓았다.


그 서류에는 각종 기계장비의 사진과 함께 설명이 적혀있었다. 전자장비를 살 때는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비교해보고 사왔던 태민에게 내부구조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큼지막한 기계는 영국 산업혁명 시절에나 쓰이던 물건처럼 보였다. 한예원이 실망한 태민의 얼굴을 보고 말을 이었다.


“이것들은 모두 한재하씨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장비고요. 본인이 직접 사용하셨다고 해요. 방금 전 측정기보다 체력이 좀 더 필요하지만 결론적으로 몸에 아무 부담도 가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됐어요.”

“체력이라…. 그건 그렇고 저도 이런 걸 써야 하나요?”


서류를 읽던 태민의 눈에 ‘피실험자’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아니요. 이것들은 제일 처음 사용한 장비고요. 요즘은 엄청나게 소형화됐어요. 이런 장비들은 기본적으로 대외비라서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되거든요. 이 서류들도 제가 사정사정해서 겨우 가져온 거예요.”

“그러니까 결국 제가 하는 일은 이런 장비들 안에 들어가서 헌혈하듯이 그 레가니움이란 걸 빼앗기는 건가요?”


한예원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아니요. 이 장비들의 기능은 태민 학생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니고, 태민 학생 몸 안에 레가니움이 있다면 그걸로 다른 장치 안의 레가니움을 자극해 동력을 발생시키는 거예요.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몸에는 아무 이상 없어요. 한재하씨도 현재 멀쩡하게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니까요.”


태민은 대답하지 않고 두 손을 포개 코와 입 위로 가져간 뒤, 한예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사이 집 밖에서는 석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왔다. 태민이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자 한예원이 불편한 얼굴로 물었다.


“저기,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있지요. 지금 이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고요. 열심히 머리를 굴려 당신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있어요.”

"사기꾼은 좀 심한데요.” 그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손가락으로 인중을 긁었다. “확실히 요즘 세대들에게 저희 쪽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 상사 분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고 하더군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먼저 저희 연구소에 들어오게 되면 연봉으로 최소 1억에 숙식제공을 약속해줄게요.”


그 말에 태민은 자기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너무 과한데요.”

“말했잖아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주 5일제나 4대 보험 같은 건 기본으로 가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태민 학생. 이제 스무 살이고, 대학 진학은 포기했다면서요?”

“어떻게 그걸?”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다고 들었는데요. 아닌가요?”

“마, 맞긴 맞아요….”

“그러면 이제 곧 군대에 가야겠네요. 그렇죠?”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주변에 물어보니 조금이라도 일찍 갔다 오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한예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노골적으로 씩 웃으며 말했다.


“저희 연구소에 입사하면 군대 안 가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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