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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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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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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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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2
글자수 :
790,195

작성
14.0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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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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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글자
12쪽

마지막장 [지금 여기에서] -02-

DUMMY

태민은 어깨를 붙잡은 손을 거뒀다.


“어떻게 살아…. 어? 박마루 연구원님!”


박마루는 등을 돌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 있던 비닐 봉투의 내용물을 바닥에 버릴 만큼 필사적이었다. 태민은 이 이해 못 할 상황에 당황하면서 그녀를 쫓아갔다. 박마루는 빌딩과 빌딩 사이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막다른 골목이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는 아쉽게도 반대편에 있었다.


그녀는 죄 없는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악이 섞인 울음을 터트렸다.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었던 태민은 그녀에게 조금씩 접근하며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대체 왜 그러세요?”


그러나 그 말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박마루는 몸을 돌려 벽을 등지더니 더 이상 갈 수 없음에도 발로 땅을 밀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그냥 볼 수가 없었던 태민이 접근하려 하자 그녀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오지 마! 더 이상 다가오지 마!”

“바, 박마루 연구원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봐요.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그 순간 태민은 머릿속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로 나열되는 것을 느꼈다. 박마루는 원래 콜린트 대령과 함께 그의 배에 있었다. 만약 자신이 안젤루스의 배에 타고 있었을 때 다른 곳으로 몸을 피했다면 콜린트 대령이나 호프스태더 박사가 가르쳐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없었다. 콜린트 대령은 마지막까지 배신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이런…. 제길….” 태민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겁에 질린 박마루가 눈물을 겨우 참으면서 간신히 서 있었다. “박마루 연구원님. 지금 제 말에 대답하세요.” 두려웠지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일이었다. “잠수함 음식에 독을 탄 게…. 박마루 연구원님이에요?”


태민은 박마루가 아니라고 말해주길 원했다. 자신이 잘못한 거라고 호통을 쳐주길 원했다. 하지만 박마루는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렸다.


“미, 미미미안해! 목숨만 살려줘!”

[이런….]


세아의 안타까운 목소리는 박마루의 악에 의해 잘 들리지도 않았다. 태민은 생각했다. 왜 박마루 연구원이 배신했을까, 하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사실, 이제 와서 이유도 필요 없었다.


태민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자동권총을 손에 들고 총구로 정확히 박마루의 머리를 겨눴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감한 박마루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태민은 박마루를 겨눈 상태로 한참을 있다가 분노를 간신히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요.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저, 정말? 정말 안 죽일 거죠?”


박마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네. 안 죽여요. 대신해줄 일이 있어요.”

“아,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허튼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오늘 하루만 해도 벌써 1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으니까.”


박마루의 얼굴에 또다시 공포가 떠올랐다.





※ ※ ※





두 사람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일이 없는 것처럼 걸어 중앙도로에 도착했다. 넓게 트인 도로건만 주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황량한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죠?”


태민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박마루는 동쪽으로 이어진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 끝에 있던 금속문은 두 사람이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위아래로 열렸다.


광장에서 거주구로 온 것과 똑같은 통로가 다시 나타났다. 태민은 박마루를 앞세우고 걸었다. 그녀의 걸음은 수시로 느려졌는데 그럴 때마다 손으로 등을 밀어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끝 부분에 있는 커다란 금속문과 그 앞에 놓여진 작은 책상, 그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젊은 백인 여비서를 볼 수 있었다. 비서는 두 사람을 눈치채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진실 없는 미소를 지었다.


박마루가 걷는 속도를 점차 줄이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태민 학생…. 저기 비서에게 말 걸고 사장님 만나면 되니까…. 나, 나는 이제 돌아가도 되는 거죠?”

‘어떻게 할까.’


태민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곧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배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보여줬던 친절한 미소 대신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 앞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저한테 문을 열어줄 리 없죠. 박마루 연구원님이 저를 함께 들여보내 줘야 해요.”

“야, 약속은 지키는 거죠?”


박마루의 어깨는 애처로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지만, 태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 제가 한 약속은 지킵니다.”


그녀의 떨림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었고 태민도 안심하고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하지만 비서가 앉아있는 책상 앞에 도착하자 박마루는 다시 몸을 떨기 시작했다. 제 3자가 보아도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비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어머, 왜 그렇게 몸을 떠세요? 어디 안 좋으세요?”


박마루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그녀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태민은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언제든지 LN나이프를 생성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감기가 좀 걸려서….”


다행히 박마루는 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저런, 사장님과 면담 후에 약을 받아가실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뭘요. 그나저나 이번에도 사장님의 호출인가요?”

“예…. 그리고 뒤에 계신 분도 함께 호출을 받았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장에서 근무하시다 지금 막 도착한 분입니다.”


비서는 고개를 들어 태민을 바라봤다.


“그러시군요. 괜찮다면 어느 지부에서 근무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태민은 일부러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대답했다.


“일본 지부입니다.”


그 순간 박마루의 어깨가 움찔했지만 다행히 비서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 일본 지부라면 얼마 전 팔루치아의 공격을 받은 곳이군요. 그 일은 유감입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제 거기 소속도 아니게 될 테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마루 연구원님?”


비서는 다시 박마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네, 네?”


긴장한 그녀의 되물음에 비서는 안타까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혼자 들어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두 분이 같이 들어가시겠습니까?”

“호, 혼자…. 아니! 같이 들어갈게요. 사장님께서도 바쁘실 텐데 시간을 많이 뺏어선 안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죠.”


비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금속문으로 걸어가더니 벽에 설치된 패널에 암호를 입력했다. 문이 위로 올라가고 비서는 허리를 굽히며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십시오” 하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문의 안쪽으로 들어왔다. 통로와 같이 흰색 벽과 천장으로 꾸며져 있는 그곳에는 갖가지 책이 꽂혀있는 책장이 벽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편하게 책을 읽으라는 듯 가죽 소파가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이용할 시간은 없었다. 들어왔던 문이 닫히자마자 바로 반대편 벽에 있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안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태민은 박마루를 돌아보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시죠.”

“제, 제가요?”

“패트릭 같은 인간이 제가 왔다는 걸 모르고 있을 리가 없죠. 혹은 박마루 연구원님이 아까 그 비서에게 저 몰래 암호를 보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럼 직접 증명해보세요.”


태민은 문 옆으로 물러나 손을 들어 어둠으로 향하는 문을 가리켰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함정이 있다 하더라도 막아낼 자신이 충분했다. 하지만 박마루는 벌을 받아야 했다. 잠수함의 모두들 죽인 죗값으로는 너무나 싼 편이지만 차마 그녀를 죽일 수 없었기에 내린 벌이었다.


박마루는 입을 꾹 다물고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원망하는 눈으로 태민을 흘겨봤다. 태민은 순간 화가 나서 뭐라 말하고 싶었으나 그 사이 그녀는 문 안으로 사라졌다. 그 뒤 10초가 흘렀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며 태민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에서 태민을 제일 처음 맞아준 것은 함정도, 예상 이외의 공간도, 패트릭도 아니었다. 그것은 백사자에게 목을 물어뜯기고 있는 박마루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태민은 그대로 굳어있다가, 박마루가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올리면서 입술을 움직였다. 세아가 대신 그 입술을 읽어줬다.


[미, 안, 해, 요.]


태민은 그제서야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가며 LN블레이드를 생성해 손에 쥐었다. 백사자의 목이 잘리는 순간, 태민은 또다시 놀랐다. 그것 마치 LN타일처럼, 아니 LN타일과 똑같이 푸른 연기를 만들며 사라졌다.


[레가니움 반응 소멸.]


그 머리가 연기로 변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박마루의 목도 풀려났다. 태민은 허겁지겁 몸을 굽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녀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머릿속의 생각이 모두 멈추고,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눈꺼풀을 감겨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죄를 지었다. 하지만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어리석은 여자다. 내가 보호해 줄 거라 생각한 건가.”


귀에 익은 목소리에 태민은 고개를 들었다. 이곳에 온 이유, 마이크 패트릭이 갈색 정장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방 안의 전등이 불을 밝혔다. 아니, 밝힐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에 나타난 모습은 자동차와 사람이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었다. 이것 또한 거주구의 하늘과 똑같은 가짜였지만 태민에게 그런 건 아무짝에도 상관없었다.


“패…트…릭…!”


분노에 찬 태민의 목소리가 이름을 부르자, 패트릭은 여유롭게 손을 돌려댔다.


“사막에서 한 약속을 못 지키게 됐군. 다시는 보지 않기로 했는데 말이야.”

“너 이 자식!”


태민은 왼손에는 LN나이프를, 오른손에는 LN블레이드를 생성하면서 패트릭에게 달려갔다. 집어 던지기로 이동해서 단숨에 끝을 내려는 순간, 방금 전에 사라졌던 백사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 마리도 아닌 다섯 마리였고, 한 놈을 죽이는 즉시 바로 다른 한 마리가 생성되어 태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게다가 그 수는 점점 늘어나 정신을 차린 순간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백사자에게 둘러싸인 상태였다.


백사자들은 수를 이용해 태민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태민은 쉼 없이 그것들을 죽여나갔지만 밀려오는 수에는 버틸 수 없었다. 시야가 백사자들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 결국에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백사자들이 이빨을 부딪치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했다.


폭발이 일어난 것은 그 직후였다. 처음에는 하나뿐이었던 폭발이 2, 3개씩 한꺼번에 일어나며 탑을 쌓았던 백사자들을 순식간에 소멸시켰다. 백사자가 완전히 사라진 중심에는 LN타일로 몸을 보호한 태민이 있었다.


그가 LN타일을 소멸시키고 모습을 드러내자 패트릭은 입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LN타일을 이용한 활용법이 눈이 부시군. 적절한 좌표에 손잡이가 돌려진 LN나이프를 생성해 수류탄 대용으로 쓰다니.”

“너 따위에게 칭찬들을 이유는 없어.”


태민은 패트릭의 목을 향해 LN블레이드의 날끝을 겨눴다. 그럼에도 패트릭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순간 태민은 그의 얼굴에서 여유를 없애고, 최종적으로 목숨을 끊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다.


[가속 개시, 제한 수치 해제.]



작가의말

이제 모든 걸 끝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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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22장 [오랜 친구] -01- +6 13.12.24 3,601 1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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