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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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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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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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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무법 도시 마하카리타(1) - 기선 제압

DUMMY

#1


쭉쭉 나아가는 크루저 요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당연하게도 난 요트 조종 같은 건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지만 다행히 요트엔 이미 대표님이 준비해놓은 항해 전문팀과 고급진 식사를 담당할 요리사, 각종 편의를 책임지는 서비스팀이 있었다.


덕분에 나를 포함한 노페이스 팀은 그야말로 크루저 요트에서의 휴가를 즐기는 느낌으로 마하카리타까지 가기로 했다.

연방 항구 두 곳을 거쳐서 목적지까진 총 5일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었으니 휴가로는 딱 알맞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늘 뭔가 제대로 풀리는 게 없는 내 팔자는 이번에도 사고를 불러일으키고야 말았다.


“팀장님. 무언가가 저희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아가레스인 것 같습니다만..”


마하카리타까지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끝자락.

요트 운전사의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게으르게 늘어져 있던 난 재빨리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진짜네.. 미친..”


주변 하늘을 뒤덮은 뿌연 먹구름.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불쾌한 거대 그림자.

틀림 없다. 저건 그 유명한 하늘의 괴물이다.


‘아가레스.’


백사병, 사막화, 아가레스, 감응자.

이 시대의 4대 재앙 중 하나이자 인류로부터 하늘을 빼앗은 거대한 괴물들.


날아다니는 지렁이.. 라고 한다면 비슷하겠지만 엄청난 수의 이빨과 온몸에 돋은 가시, 그리고 무엇보다 저 어마어마한 덩치는 폼이 아니다. 심지어 저놈들은 성깔도 더럽다.


짧은 역사에도 아가레스가 지상으로 내려와 횡포를 부리던 기록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 기록 대부분은 대도시가 날아가거나 작은 나라가 사라지는 등, 최악의 재해로 마침표가 찍힌 게 대부분이다.


아가레스는 셀 수도 없이 많고 어떤 전조도 없이 불연 듯 나타난다. 그렇다고 쉽게 볼 수 있느냐면 그 정도로 흔한 건 아니다. 도시에만 사는 사람들이 아가레스를 실제로 보는 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다.


그러나 바다는 다르다.

어째선지 놈들은 주로 바다 위에서 자주 목격된다는 사실을 난 잠시 잊고 있었다.


“...”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아가레스의 거체를 노려보았지만 녀석은 여전히 우리 머리 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배가 방향을 틀면 녀석도 방향을 틀었다. 우연이 아니라 이 배를 따라오는 게 확실했다.


보통 아가레스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피하기 바쁘다.

언제 지상으로 곤두박질칠지 모르는 괴물을 머리 위에 두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으니까.


“왜 따라오는 거야..?”

“사랑?”


어느새 나온 자리만 콥스가 내 옆에서 젤리를 씹으며 헛소리를 했다. 자리만은 여전히 시커먼 바이저 헬멧을 쓰고 아가레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형제. 아가레스를 보는 건 처음인가?”

“처음은 아니야. 시라비아에서 몇 번 봤지.”

“아! 잿빛 바다! 그 구정물 같은 바다라면 아가레스가 자주 보이긴 하겠군. 나도 몇 번 보긴 했는데, 저놈처럼 큰 건 처음이다.”

“...떨어지진 않겠지?”

“그건 아가레스의 변덕에 달렸을 것 같군.”


태연하게 말하는 자리만이었다. 이런 상황에 겁도 안 나나?

만약 저 아가레스가 갑자기 내려오기라도 했다간 이런 크루저 요트는 종이배처럼 박살이 날 게 뻔했다. 그리고 여긴 공교롭게도 바다 한복판이다.


이런 곳에서 배를 잃는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도 싫었다.


“볼 때마다 정말 경이로운 생명체야. 아가레스에게도 죽음은 있다고 하는데, 우리 인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야만 비로소 죽음이 찾아온다더군.”


난 심각해 죽겠는데 자리만은 갑자기 아가레스와 죽음을 엮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어떻게 저 지렁이를 따돌릴지 고민했다.


“그런 긴 세월의 평생을 아가레스는 오로지 두 가지 본능에 의지해 살아간다. 바로 허기와 분노지. 배가 고프니까 먹어치우고, 화가 나면 가시를 뿜고 저 살벌한 주둥이를 벌리고 지상으로 내려온다.”

“이렇게만 보면 너무나도 허망한 생명체처럼 보이지. 하지만 저들은 본능대로 살아가는 원초 생물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아가레스만큼 자기 욕망에 충실한 건 그다지 없어. 그래서 난 아가레스를 경이로운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그 경이로운 생명체를 어떻게 하면 따돌릴지 난 열심히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야.”


자리만의 바이저가 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삐빅’ 거리면서 네온사인이 떠올랐다. ‘LOVE’ 라는 한 단어였다.


“그건 내가 알지. 사랑으로 따돌리는 거다.”

“그 개소리 좀 그만 하면 안 될까?”

“내가 아가레스를 성역으로 인도하겠다.”

“아가레스한테 총이라도 겨누는 순간 네 모가지부터 따버릴 거니까 절대 그러지 마. 난 아직 오래 살고 싶거든.”

“음. 형제는 생각보다 겁이 많은 남자였나.”


자리만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당연한 생존 본능이다.

저 괴물이 화를 내며 지상에 곤두박질치는 이유는 보통 자신이 공격당했다고 생각할 때다.


눈이 없는 아가레스는 여러모로 다른 감각이 민감하게 발달해있다.

과거에 아가레스가 지상으로 충돌해 도시를 날려버린 역사 속 기록에서도 용감한 과학자들이 아가레스를 조사한답시고 슬쩍 찔러봤다가 벌어진 멍청한 사건이었다.


그런 놈한테 총을 갈겨봤자 저 거구가 총에 맞아 죽는 것보다 이 요트가 쪼개져 가라앉는 게 훨씬 빠르다.

무력으로 쫓아낸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응?’


그러나 이런 내 머릿속에선 문득 이 황성 최강의 생물이 떠올랐다.


“머스칼이라면..”

“안 돼.”


또 불쑥 튀어나온 머스칼은 내 뒤에서 단호하게 즉답했다.


“왜요? 아무리 머스칼이라도 아가레스는 못 이기나?”

“못 이겨. 작정하고 한다면 결과는 모르겠지만, 지상이 난장판이 되는 것까지 막진 못해. 놈들은 머릿수가 많으니까.”

“지금은 고작 한 마리잖아요?”

“저 한 마리가 당하는 순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가레스들이 모두 몰려올 거다. 그렇게 되면 손쓸 수가 없어.”


전 세계에 퍼진 아가레스가 몇 마리일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다른 사람 말이라면 농담으로 웃어넘겼겠지만 머스칼이 저렇게 말하니 도무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역시 무력은 안 된다.


난 일단 조종실로 돌아갔다. 요트 운전사는 이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날 향해 제발 뭐라도 말해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배 몰아본 거 얼마나 됐어요?”

“이.. 이십 년은 넘었습니다..”

“그동안 배 위로 아가레스가 따라붙은 적 있습니까?”

“아니요.. 멀리서 보이거나 경로에 있으면 우회해서 가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게 아가레스가 따라온 적은 없습니다.. 방향을 틀어도 계속 쫓아오는 게.. 이, 이런 적은 없었는데..”


20년 넘게 배만 몰아온 사람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 어떤 이유가 있어서 아가레스가 쫓아오는 걸 텐데, 그 이유는 짐작조차 되질 않는다.

하지만 이 현상 자체가 굉장히 드물다는 거 하나만큼은 알겠다.


“머스칼. 와봐요.”

“여기 있다.”


또 불쑥 나타난 머스칼에 요트 운전사는 기겁하며 놀랐다. 그러다가도 머스칼이란 거에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 이젠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아가레스가 왜 우릴 따라올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추측해보자면.. 헤이카가 이 요트에 뭔가 해놨다거나?”

“흠.. 저게 혹시 배를 먹이로 생각하고 곤두박질치진 않겠죠?”

“그럴 작정이었으면 이렇게 뜸 들일 필요도 없었겠지.”


요컨대 아가레스는 왜인지 우릴 계속 따라오면서, 먹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갑자기 변심해 내리꽂으면 그대로 저승행이지만, 내 머릿속엔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이 번뜩이고 있었다.


“마하카리타 항구까지 얼마나 남았죠?”

“대략 두 시간쯤...”

“그럼 계속 갑시다. 이대로 쭉.”

“저, 저 괴물.. 아가레스를 달고서 말입니까?!”

“좋은 생각이 있거든요.”


두 시간이나 아가레스를 머리 위에 두고 요트를 운전하라는 내 지시에 요트 운전사는 당장에라도 졸도할 것 같은 표정이 됐다.

불쌍하긴해도 목숨 거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차라리 써먹는 편이 낫다.


“자, 기합 넣고. 속도 최대로.”

“흐으..”


요트 운전사는 눈을 질끈 감고 끄덕였다.



#2


무법 도시 마하카리타.


이바렌 연방 남부 끝자락에 자리를 잡은 거대한 항구 도시인 그곳은 뜨거운 햇볕과 생명이 넘치는 푸른 바다로 추악하게 썩어 문드러진 속살을 감추고 있는 곳이다.


길가에 늘어선 상가, 바다와 태양을 즐기는 해변의 연인들,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마하카리타는 언제라도 자신의 어둠을 드러내길 꺼리지 않는다.


“얘기한 거랑 다르잖아. 캐스퍼. 5만 세르 어딨어? 내놔!”

“얘기가 다르다? 하, 니 말 잘했다! 내 할 말을 대신 해주는구만? 쿠타 이 새끼..”

“뭐가 문제야!? 그렘린 500g. 정확히 맞춰왔잖아! 뭘 더 바라는 거냐고!”

“그거 벤돈의 작업장에서 슬쩍 빼 온 거잖아! 네가 우리한테 똥물을 씌우려고 해?!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냐!?”


캐스퍼와 쿠타라는 이름의 두 남자를 필두로 반듯하게 갈라진 두 무리가 인적 드문 선착장의 녹슨 창고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험악한 살기가 감도는 창고 안의 그들은 저마다 얼굴이나 팔뚝에 흉흉한 상처를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이 마하카리타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범죄 조직이었다.


“벤돈의 작업장? 뭔 개소리야! 이건 우리 작업장에서 나온 거라고! 애당초 무슨 깡으로 벤돈을 건드린단 거야!”


머리를 빡빡 민 남자, 쿠타는 수레에 담긴 포댓자루를 가리키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소리쳤다.


반면에 그와 마주 보고 선 화려한 깃털 장식이 달린 선글라스를 쓴 남자, 캐스퍼는 지지 않겠다는 듯 번쩍거리는 금니를 드러내며 이를 악물었다.


“이봐, 쿠타. 어젯밤에 벤돈의 작업장이 털렸어. 거기서 무려 10kg이나 되는 그렘린이 사라졌다고 벤돈이 아주 눈을 까뒤집고 소리를 질러댔다. 곧 이 도시를 쥐잡듯이 뒤지면서 도둑맞은 그렘린을 찾으려 들 거야.”

“허? 난 처음 듣는..”

“시치미 떼지 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업장에 불도 안 켜져 있던 놈들이 어디서 이렇게 많은 그렘린을 구했냐? 응?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하나?”


캐스퍼는 수레 안에 담긴 포댓자루를 노려보며 말했다. 결국, 쿠타는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서 손칼을 꺼내 포대를 쭉 찢어 갈랐다.

수레 안쪽으로 반짝거리는 결정들이 쏟아져나왔다. 마치 별사탕처럼 보이는 작은 알갱이들에 캐스퍼 쪽 사람들이 동요했다.


“우리 쪽 그렘린만 이런 빛깔이 나와. 벤돈이 만든 그렘린은 누렇다고. 이래도 못 믿겠다고?”

“약쟁이 새끼들 말을 어떻게 믿겠냐?”

“그 약쟁이들한테 약사는 새끼가 뭐라는 거야?”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다. 두 무리는 저마다 칼과 몽둥이를 꺼내 들고 사나운 눈빛을 번들거리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누군가의 다음 한 마디로 이 녹슨 창고는 격렬한 피바다가 될 것이다. 그것을 양자 모두 알고 있었다.


“아가레스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내지르기 바로 직전, 창고 바깥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한 남자의 목소리에 두 무리는 우뚝 멈췄다.


‘아가레스라고?’


인류로부터 하늘을 빼앗은 재앙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쿠타는 기겁하며 창고 밖으로 뛰쳐나가 바다로 눈을 돌렸다. 그러더니 숨넘어가는 소릴 내며 뒷걸음질쳤다.


“씨, 씨발...”

“말 돌리려고 헛짓거리하는 거라면.. ...뭐야? 진짜..?”


캐스퍼도 바다를 보더니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주 잠깐의 정적.

조금 뒤, 창고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도망쳐 - !”


반듯하게 갈라져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그들은 이젠 마구 뒤섞여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것과 동시에 마하카리타 전역으로 커다란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애애애앵 - !!


“도망쳐! 아가레스다!!”

“왜 이럴 때..! 야! 야 이 새끼들아! 그냥 가면 어떡해! 제기랄!”


쿠타가 마구 소리를 질렀지만 아가레스의 공포에 사람들은 이미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창고로 들어가 직접 수레를 끌고 나왔야만 했다.

고작해야 500g 의 거래 품목이지만 자루를 찢어버린 터라 수레째로 끌지 않고선 옮기는 게 불가능했다.


“썅... 대체 왜 이럴 때 저런 괴물이 오는 거냐고.. 대체 뭐냐고..”


푸념을 늘어놓는 쿠타였지만 그는 자신이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었음을 조금 뒤에서야 깨달았다. 거대한 아가레스가 어느새 항구에 바로 앞까지 도달한 것이다.


당장 저 거리에서 아가레스가 곤두박질치기라도 한다면 어마어마한 파도가 들이닥칠 게 뻔했다. 쿠타는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수레를 끌어당겼다.


그런 쿠타가 멈춘 것은 요란한 사이렌 경보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선 캐스퍼를 발견했을 때였다.


“어이! 어이! 야! 이 등신아! 뭐 하는 거야!?”

“저.. 저거...”

“아가레스잖아! 뒤지고 싶어서 환장 했냐!? 당장 여길 빠져나가야..”

“아가레스가 멈췄어.. 저놈들 설마 아가레스를 부리는 건가..?”


쿠타는 실성한 캐스퍼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바다를 돌아보았지만, 쿠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캐스퍼의 말대로였다. 전속력으로 도시를 향해 날아오던 아가레스가 선착장 바로 위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둥둥 떠있었다.


그런 아가레스의 그림자를 끼고 항구에 정박한 것은 놀랍게도 대형 크루저 요트였다.


누가봐도 고급스럽고 비싼 부자들이 해상 파티를 즐길 때나 쓸 법한 그런 요트.

마하카리타에선 그다지 보기 드문 것도 아니지만, 지금 이 상황에 중요한 건 저 크루저 요트와 아가레스가 동시에 왔고 동시에 멈췄다는 것이다.


‘아가레스를 끌고 왔어..? 아니, 같이 온 건가? 동시에 멈췄고?’


마치 아가레스를 부리는 듯한 정체불명의 요트의 출현에 캐스퍼처럼 도망치다 말고 항구에 시선을 고정한 이들도 많았다.

아가레스에 의한 공포보다도 앞서 그들은 대체 저 요트가 무엇이고, 아가레스가 어떻게 갑자기 멈춰 섰는지 그 호기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윽고 요트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해야 2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였다.


뭔가 대단한 인물을 기대하던 구경꾼들은 그 남자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하다가도 새파랗게 질리며 숨을 삼켰다.


이 마하카리타에선 썩 어울리지 않는 검은 정장과 지독한 독기로 가득 찬 눈을 가진 그는 모두가 벌벌 떠는 공포의 상징이 새겨진 손목을 보란 듯이 내보이고 있었다.


남자의 등장으로 마하카리타 항구는 무서울 정도의 정적에 휩싸였다.


“저 표식.. 시, 시라비아 마피아..!”

“왜 시라비아 놈이 여길..”


캐스퍼와 쿠타는 절망했다.

전 세계의 범죄자들이 모이는 이 도시에서도 시라비아는 환영받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시라비아가 지금까지 이 도시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곳은 무법자들의 도시로 남을 수 있던 것이다.


그런 암묵적인 무법자들만의 평화를 깨고 하필이면 이 도시에 발을 들인 것이 시라비아 마피아라는 건 그들로선 끔찍한 전쟁을 예상케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숨소리조차 사라지고 시끄러운 사이렌 경보음만이 남은 항구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남자가 요트를 향해 손짓했다.

곧, 요트에서 남자의 뒤를 따라 뒤숭숭한 무리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


시라비아의 표식을 가진 남자만으로도 도시는 뒤집어질 지경이었는데, 그 뒤로 가장 먼저 따라 내린 것이 그 유명한 공업의 괴물이라는 사실은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멀대같은 키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후드.

등에 찬 은으로 된 칼자루의 검.

알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유명했다.


‘델라리온 머스칼!’


그 뒤로도 그저 퀭하니 피곤해 보이는 걸 제외하면 평범해 보이는 여자와 마치 악마의 주둥이처럼 이빨이 삐죽 튀어나온 마스크를 쓴 껄렁한 남자가 내렸다.


마지막으로 요트에서 시커먼 무리가 재빠르게 나와 항구를 점령하듯 자리를 잡았다.

특수한 컴뱃 슈트에 바이저 헬멧을 쓴 괴한들을 바라보던 캐스퍼는 결국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리만 콥스다.. 콥스 바탈리온까지 끌고 왔어..”


시라비아 마피아에 델라리온 머스칼. 자리만 콥스의 부대와 심상치 않은 외부인들까지.

거기에 마치 그들이 데려온 것처럼 항구에 떡하니 멈춰선 거대한 아가레스의 존재감은 순식간에 마하카리타를 압도하며 침묵의 도시로 뒤바꿨다.


스릉!

마침내 가장 앞서 있던 젊은 남자가 무언가를 뽑아들었다.


“비하엔 도스 마하카리타!”


그리고 소리쳤다.

흉흉한 참수도를 치켜들고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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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법 도시 마하카리타(1) - 기선 제압 +1 22.07.27 338 14 17쪽
64 열차포(列車砲) +1 22.07.26 329 13 20쪽
63 승리의 축배 +1 22.07.25 323 13 14쪽
62 뒷정리 +1 22.07.22 359 14 16쪽
61 불꽃과 총성 +2 22.07.21 321 14 23쪽
60 귀환 +1 22.07.20 322 14 14쪽
59 레베스타의 등대 +1 22.07.19 311 13 16쪽
58 베네딕트 해리슨 +1 22.07.18 323 13 19쪽
57 화련(7) - 죽음의 사도들 +1 22.07.15 345 16 15쪽
56 화련(6) - 마지막 화련 +1 22.07.14 340 13 16쪽
55 화련(5) - 주란(珠蘭) +1 22.07.13 343 14 18쪽
54 화련(4) - 처형인들의 대부(代父) +1 22.07.12 343 16 18쪽
53 화련(3) - 머스칼의 임무 +1 22.07.11 331 14 25쪽
52 화련(2) - 대면(對面) +1 22.07.08 331 17 21쪽
51 화련(1) - 서막(序幕) +2 22.07.07 336 14 15쪽
50 수면 아래 전쟁(6) - 경고, 그리고 선택 +2 22.07.06 341 13 20쪽
49 수면 아래 전쟁(5) - 불청객 +1 22.07.05 347 13 17쪽
48 수면 아래 전쟁(4) - 음모(陰謀) +1 22.07.04 355 11 17쪽
47 수면 아래 전쟁(3) - 검진 +1 22.07.01 346 13 16쪽
46 수면 아래 전쟁(2) - 정보 거래 +1 22.06.30 372 15 21쪽
45 수면 아래 전쟁(1) - 강철의 도시, 강철의 문명 +1 22.06.29 402 15 17쪽
44 숨겨진 역사 +1 22.06.28 413 14 14쪽
43 휴가 복귀 +1 22.06.27 423 15 20쪽
42 욕망의 입맞춤 +2 22.06.24 444 16 17쪽
41 뒷조사 +1 22.06.24 428 16 21쪽
40 알아야만 하는 것 +1 22.06.23 465 13 19쪽
39 식인 도시(10) - 매듭의 포성(砲聲) +1 22.06.22 410 16 12쪽
38 식인 도시(9) - 수면 위로 +1 22.06.21 413 17 17쪽
37 식인 도시(8) - 용 사냥 +1 22.06.20 428 17 21쪽
36 식인 도시(7) - 비밀의 대가 +1 22.06.17 406 15 13쪽
35 식인 도시(6) - 폭식(暴食)의 알산나 +1 22.06.16 399 15 17쪽
34 식인 도시(5) - 허를 찔리다. +1 22.06.15 399 17 14쪽
33 식인 도시(4) - 폭탄마 시카 +1 22.06.14 416 15 17쪽
32 식인 도시(3) - 비도덕성의 뒷면 +1 22.06.13 427 17 17쪽
31 식인 도시(2) - 사도(使徒) +2 22.06.10 459 19 20쪽
30 식인 도시(1) - 식인 도시 라얀 +2 22.06.09 469 16 17쪽
29 짧은 휴식, 적막의 밤 +1 22.06.08 475 19 12쪽
28 거래 +1 22.06.08 484 20 13쪽
27 성목(聖木)의 나즈카 +3 22.06.07 500 18 13쪽
26 자할 회담(8) - 위기탈출 +1 22.06.06 480 22 14쪽
25 자할 회담(7) - 사냥감의 계략 +2 22.06.06 480 24 15쪽
24 자할 회담(6) - 스마일 페이스 +1 22.06.03 493 22 15쪽
23 자할 회담(5) - 함정 +2 22.06.03 505 25 16쪽
22 자할 회담(4) - 위험한 회담 +1 22.06.02 512 21 14쪽
21 자할 회담(3) - 야차(夜叉) +5 22.06.01 533 23 15쪽
20 자할 회담(2) - 쟈토 노인 +2 22.05.31 538 24 13쪽
19 자할 회담(1) - 이웃 나라 +1 22.05.30 581 24 12쪽
18 수사 종결, 개인 보급 22.05.30 585 23 22쪽
17 공조 수사(6) - 발톱과 폭탄마 +3 22.05.27 580 22 18쪽
16 공조 수사(5) - 추격자들 +2 22.05.27 548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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