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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조회수 :
83,638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58

작성
22.06.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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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추천
15
글자
17쪽

식인 도시(4) - 폭탄마 시카

DUMMY

#1


판토의 안내로 시카는 루아 호텔에 들어섰다.

연방에서 이름난 특급 호텔답게 루아 호텔의 내부는 로비에서부터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안녕하십니까. 시카.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런 호텔 로비 안쪽, 프론트 데스크가 가까워지자 말쑥한 차림새의 남성이 시카를 향해 먼저 인사해왔다.


시카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이곳은 연방에서도 외진 도시다. 게다가 시카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연방이 아닌 코렌이다.

국외에서 일을 처리한 적이 종종 있긴 했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녀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데스크의 호텔리어는 그런 시카의 표정에서 나온 의아함을 읽었는지 살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루아 호텔입니다. 유명인을 못 알아 보는 건 실례겠죠.”

“....네.”


연방의 루아 호텔은 일반인 뿐 아니라 쥐잡이들도 애용하는 호텔 브랜드다.


겉으로는 평범한 호텔처럼 보이지만, 이 호텔은 은밀하게 쥐잡이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그 서비스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연방에서 활동하는 쥐잡이들에게 루아 호텔은 이제 와선 때려야 땔 수 없는 곳으로 통할 정도다.


“요청하신 내용은 전부 준비했습니다. 205호, 체크아웃은 3일 뒤, 오전 11시입니다.”


카드키와 함께 별도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시카는 호텔리어에게 고개를 까딱이곤 곧장 객실로 향했다.


“오늘은 이걸 먹어보자고. 어때?”

“이것도 맛있겠는데요?”

“그럼 둘 다 하지. 하하!”


복도를 지나며 관광객을 위한 안내 책자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평범하게 본다면 느지막하게 여행을 즐기는 노부부로 보이겠지만, 시카는 저들의 손에 들린 책자 속 꺼림칙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사람을 먹는 식인 문화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잡은 도시다.

심지어 숨기는 일도 없이, 연방 정부에서조차 어떤 제지를 가하지 않는 기괴한 비도덕의 도시.

이런 도시에 관광을 왔다는 건 십중팔구 식인을 즐기기 위해서다.


“....”


노부부 외에도 많은 사람이 웃는 얼굴 뒤로 사람을 먹기 위한 기대감에 차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대예배당에서 마주했던 월교의 사도 알산나가 떠오른 시카는 구역질을 억누른 채 걸음을 서둘렀다.



...



은은한 등이 켜진 객실 안은 깨끗하고 향긋한 미향이 감돌았고 2인용으로 보이는 침대 위엔 두 개의 검은 슈트 케이스가 있었다. 망설임 없이 다가간 시카는 케이스를 순서대로 열었다.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 그녀의 ‘쥐잡이 도구’ 였다.


‘점착제 클라스크 폭탄 5개. 암레드제 K-56 3개.’

‘미들렌제 D-149 고폭수류탄 2개, D-161 백화탄 1개.’

‘RO-2 20개. RO-4, RO-5 각 10개씩.’

‘체스킷 5개, 연방제 비살상용 M-92 수류탄 2개, 연막용 퍼레이드탄 3개.’


내용물을 꼼꼼히 확인한 시카가 입맛을 다셨다.

입국 심사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별도의 루트로 보낸 물건과 그녀의 요청대로 호텔에서 직접 준비한 물건.

생김새도, 종류도 다양한 이 폭탄들은 모두 이번 의뢰에서 쓰일 것들이었다.


그녀는 쥐잡이 업계 내에서도 ‘폭탄마’ 로 유명했다. 본인도 자신이 폭탄마라 불리고 있음을 알고 있을 정도로.


하지만 은밀하게 타겟을 처리하는 킬러들의 세계에서 사실 ‘폭탄’ 은 그렇게 선호되는 무기가 아니다.

너무 주의를 끌고, 폭탄의 특성상 오작동의 여부나 단순한 계산 미스로 인한 치명적인 실수가 나올 가능성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탄은 자신이 휘말릴 가능성도 있으며 온몸에 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지 않는 이상 여유롭게 준비하기도 어렵다는 등, 여러모로 장점보단 단점이 훨씬 많았다.


효율적인 면을 따진다면 폭탄을 준비하고 터뜨리는 것보다 칼이나 총을 쓰는 게 훨씬 빠르고 간결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굳이 폭탄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이었다.


시카는 슈트 케이스에서 작은 칩처럼 생긴 소형 폭탄을 따로 코트 안주머니에 넣고 몇 종류의 폭탄은 벨트 포켓에 넣었다.

나머지를 한 곳에 몰아 가지런히 정리한 뒤, 케이스 닫자 때마침 객실 인터폰이 울렸다.


“네.”


{ 손님. 쥐가 움직였습니다. }


“3번가의 그 식당인가요?”


{ 예. 그런데 경호가 추가로 붙어 있더군요. }


“고스트라면 알고 있어요.”


{ 아니요. 고스트 외에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쥐와 떨어진 모양입니다. }


시카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죠?”


{ 노페이스의 팀장입니다. }


“노페이스?”


{ 최근 설립된 공업의 새 사업팀입니다. 팀에 델라리온 머스칼이 포함되어 있지만, 다행히 머스칼은 아직 자할에 머물고 있는 걸로 확인됩니다. }


델라리온 머스칼이라는 이름에 시카는 살짝 신음을 흘렸다.

그 괴물이 멀리 있어서 다행이지, 타겟을 따라 연방에 들어왔다면 시카는 이번 의뢰를 처음부터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 팀장은 감응자인가요?”


{ 파장이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대신 갑자기 나타나 최근 이름을 날리고 있는 행동파 실력자입니다. 현재는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만 위험인물이니 모쪼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인터폰을 내려놓자 곧장 프론트에서 받았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타겟의 정확한 위치가 적힌 내용이었다.


이렇게 루아 호텔은 쥐잡이의 의뢰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보통은 혼자서 계획을 짜고 타겟의 동선까지 직접 쫓으며 계산하던 시카는 이런 호텔 서비스가 낯설면서도 꽤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후우..”


마지막으로 꼼꼼한 점검을 마친 시카가 주머니에 복면을 쑤셔 넣었다.


그 순간, 누군가 객실 문을 노크했다.


“.....”


시카는 주머니 속 기폭 장치를 쥐고 문가로 다가갔다.


"누구시죠?"

"아, 여기가 아닌가? 죄송합니다. 방을 착각했네요."


문 너머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시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돌아서는 순간, 쇠를 찢는 자극적인 소음과 함께 객실 문에 날카로운 칼날이 삐죽 튀어나왔다.


“....”


나무도 아니고 단단한 쇠로 된 문을 찢는 나이프라니, 평범하게 생각해선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시카는 곧장 복면을 꺼내 썼다. 그리곤 방 안쪽으로 달려가 슈트 케이스의 손잡이를 잡았다.


‘테라스!?’


닫힌 테라스 창가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문밖에 하나. 테라스에 둘.’


커텐 너머 일렁거리는 그림자에 시카가 객실 안쪽 주방으로 몸을 숨겼다. 이미 방 구석구석엔 소형 폭탄을 뿌려놨고 손에는 기폭 장치가 있었다.


다만, 폭탄을 여기서 터뜨리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자신이 폭탄에 휘말리는 건 상관없지만 다른 폭탄까지 손상되는 건 일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끼기기긱!!

마침내 객실 문을 찢어가른 젊은 남자가 뚜벅뚜벅 들어왔다.



#2


“음.”


객실 내부는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텅 빈 슈트 케이스 하나가 침대 위에 덩그러니 있는 걸 보니 여기가 맞다.

공업의 정보력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 그 폭탄마가 어느 호텔, 몇 호실에 머물고 있는지도 전부 파악하고 있다니.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공포 그 자체다.

일거수일투족을 모르는 회사가 알아낼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절대 적으로 두고 싶진 않은 정보력이다.


“시카라고 했던가? 우리 구면이지?”


상대가 보이진 않지만 분명 아직 이 객실 안에 있다.


이 호텔 객실의 탈출 루트는 테라스와 출입문이 전부다.

2층이라 뛰어내리는 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테라스엔 고스트가 진을 치고 있으니 빠져나가지 못했을 거다.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싸우려고 온 거 아니야.”


침묵.

방 구석구석에 너저분하게 퍼져 있는 작은 칩들이 보였는데, 저건 아마 폭탄이다.


더 끌어들여서 우릴 폭사시킬 셈인가?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난 이클립스의 신입 팀장이고, 우리 대표님이 그쪽을 어떻게든 우리 팀에 넣고 싶어하는데.”


또 침묵.


“이클립스 알지? 월급도 엄청 세고, 보너스도 잘 줘. 돈으로 일하는 쥐잡이면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될걸? 인생 역전의 기회라고.”


또, 또 침묵.

이년은 끝까지 숨어 있기만 할 셈이다. 만약 나였다면 냅다 뛰어나와서 얼른 돈부터 달라고 했을 텐데.


‘저쪽인가?’


침실은 아니니 당연히 주방이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는 건 좋지 않다.


‘좀 성가시네.’


기폭장치를 무력화한다 해도 또 저번처럼 지 몸에 폭탄을 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잡아도 터져버리면 어쩔 수가 없는데..


‘아니지. 재생한다며?’


시카는 손톱 쪼가리 하나만 남아도 몸이 다시 생겨난다는 진짜 징그러운 능력의 감응자.

당연히 몸이 재생되는 중에는 무방비하겠지.


내가 들어가서 폭사하고 싶진 않으니 고스트 팀에게 신호를 보냈다.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적거리자 일렁거리는 공기가 재빠르게 내부로 진입했다.


‘안 터뜨리네?’


침실로 고스트가 진입했는데도 폭탄이 터지지 않는다.

고스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나? 아니, 그랬다면 진작에 테라스로 도망쳤겠지.


고스트가 진입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럼에도 폭탄이 터지지 않았다는 건 터뜨릴 수 없는 상황이거나, 터뜨리고 싶지 않다는 얘기.


팅!

데구르르르..


“!”


역시나 주방에서 뭔가 굴러나오더니 희뿌연 연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테라스 막아!”


연막 까고 도망친다면 십중팔구 테라스다. 입구는 내가 버티고 서있으니 이쪽으로 올 리는..


“어어!?”


갑자기 연막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복면이 내 얼굴에 둥그런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이거 수류탄..


폭탄이 얼굴에 날아온다는 살벌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뒤로 몸을 날렸다. 당연히 길이 열리자 복면 녀석이 복도를 냅다 질주했다.


“저 미친...”


사람 얼굴에 터뜨리지도 않을 수류탄을 들이밀고 겁을 줘?

기분이 팍 나빠졌다. 면접이고 뭐고 잡아다가 손 좀 봐주고 싶은데, 대표님 지시가 걸린다.


어차피 로비엔 남은 고스트 한 명을 배치해놨다.

복면을 쓰고 있으니 눈에 확 띄고, 고스트에게 붙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삐 ―


“어?”


아, 방 안에 폭탄..



#3


“....”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시카가 건물 외벽으로 재빨리 등을 기댔다.


2초, 1초.


― !!


호텔 로비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에 터진 유리창 파편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왔다.


“...”


짧은 숨을 내쉰 시카는 슬며시 길가로 나왔다. 너저분하게 흩어진 파편이 거리에 한가득이었고 주변에선 폭음에 놀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런 인파에 섞이지 않고 시카는 벨트 포켓에서 다음 물건을 꺼내 쥐곤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바스락거리며 깨진 유리 파편이 밟혔다.


부상은 많았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호텔을 빠져나오자마자 그녀가 로비로 집어 던진 건 특수 제작한 비살상 수류탄. 연방 공안 경비대가 주로 사용하는 고무 수류탄을 시카가 나름 개조한 물건이었다.


물론, 재수가 없으면 고무 수류탄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지금 같은 경우엔 이렇게 살상력을 최대한으로 억누르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어.’


루아 호텔에서 정보를 흘렸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공업에서 직접 알아냈다는 뜻.


공업의 무시무시한 정보력에 시카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그녀의 작업 특성상 상대가 정보에서 앞서 지르기 시작하면 여러모로 곤란했다.


폭탄이란 건 임기응변에도 그다지 좋은 무기가 아니다. 지금 루아 호텔 로비에 터뜨린 비살상용 폭탄만으로도 호텔은 난장판이 됐다.

호텔을 공격할 생각은 없었지만 빠져나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로비에도 공업의 고스트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시카는 뿌연 먼지를 걷어내며 내부를 훑었다. 사방에 널브러진 호텔 직원들과 사람들. 일부는 재빠르게 몸을 피한 것 같은데, 아마 민간인으로 위장한 다른 쥐잡이일 확률이 높았다.


‘찾았다.’


폭발에 휘말려 널브러진 사람 중, 검은 컴뱃 슈트를 입은 누군가가 있었다. 공업의 고스트 중 하나였다.


이클립스가 개발한 광학 위장 장비를 사용하며 그 이름에 맞게 유령처럼 어디서든 사라졌다 나타날 수 있는 악명 높은 특수 부대.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란 건 똑같고, 몸을 감추는 스텔스 테크를 사용하기 위해선 소리를 죽여야 하므로 무거운 장비를 걸치기 어렵다.

즉, 이런 고무 수류탄엔 꿈쩍도 안 할 특수 장갑병처럼 무식한 방어력은 없다는 의미였다.


2층 객실에 뿌렸던 폭탄은 살상용이다.

그쪽도 터뜨렸으니 운이 좋다면 적들은 모두 휘말렸겠지만.. 시카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 이 고스트도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걸 노려 아슬하게 폭탄을 터뜨려 겨우 잡았다.

아마 객실을 빠져나온 시점에서 고스트 팀과 노페이스의 팀장은 폭발을 피해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훙! 휘릭!


그때, 로비 안쪽에서 날카로운 칼부림 소리와 함께 누군가 먼지를 베어 갈랐다.


캐쥬얼한 정장과 그 위로 걸친 어두운색의 모즈 코트. 부스스한 머리를 한 젊은 남자.

산의 시선이 정확히 시카에게 꽂혀 있었다.


‘역시 저번에 봤던 그 칼잡이..’


시카는 카시라트에서 한 번 그에게 붙잡힌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려서 어떻게든 빠져나왔지만 지금도 그랬다간 의뢰는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었다.


“무슨 호텔 객실이랑 로비에 폭탄을 마구 터뜨려? 진짜 정신 나갔구만.”

“....”

“면접 시작한다. 얌전히 대답해.”


산이 몸을 낮추고 나이프를 내밀었다. 시카는 슈트 케이스에서 재빠르게 꺼낸 폭탄을 쥐고 달렸다.


“어딜!”


그러나 산은 이미 시카의 바로 뒤까지 날아와 있었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속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빨랐다. 게다가 나이프를 다루는 기술까지 프로급. 시카는 정면으로 산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


그때랑 똑같았다.

시카의 두 팔이 베이고, 다리가 베였다.


그대로 산은 시카의 뒷목을 잡더니 힘을 실어 짓눌렀다. 시카는 서둘러 손에 쥐고 있던 폭탄의 핀을 엄지로 빼냈다.

그걸 본 산이 시카를 놓고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폭탄은 터지지 않았고, 화염 대신 연막이 뿜어져 나왔다.


“후우...”


이어서 능력 개방.

공기가 일그러지고 산의 나이프에 베였던 팔다리가 순식간에 회복된 시카는 연막에 섞여 몸을 숨겼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고스트가 몇 명이나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시카의 다리론 산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다.


하지만 자폭은 최악의 수다.

당장은 벗어나더라도 장비를 모두 잃고 폭발에 휘말린 몸이 전부 재생되기까진 시간이 걸리는데다 체력 소모도 크다.


“....”


난처한 상황 속에 복면을 만지작거리던 시카는 소형 칩으로 된 폭탄을 서둘러 바닥에 흩뿌렸다.

폭발력은 낮지만 밟으면 발에 구멍을 뚫을 정도의 위력은 있는 지뢰였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숨을 가다듬은 뒤, 재빨리 달렸다.

지금으로선 저 지뢰가 추격자들의 발목을 잡아주길 기대해야만 했다.


“찾았다.”

“!”


반대편에선 이미 산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치 연막 속에 숨어 있던 자신의 움직임을 읽은 것처럼 퇴로를 틀어막고 있는 칼잡이의 모습에 시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


다른 수가 없었다. 시카는 폭탄의 핀과 와이어로 연결된 엄지를 까딱거리며 산을 향해 내보였다.


“자폭하시게? 터뜨려 봐.”

“.....”


시카는 망설임 없이 엄지를 당겼다.

하지만 핀이 뽑히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


실이 끊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시카는 양손이 무언가에 붙잡힌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고스트..!”


몸을 숨기고 있던 고스트가 나타나 그녀를 붙잡은 것이다.

또 다른 고스트도 연막을 해치고 나와 사일런스 피스톨을 시카에게 겨눴다. 공업의 기술력 앞에 그녀의 지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게임 끝났어. 얌전히 내 동료가 되라. 폭탄마.”

“.....싫어.”

“돈 많이 준다니까?”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러셔.”


성큼 다가온 산이 시카의 복면을 벗겼다.

드러난 그녀의 맨얼굴에 눈살을 찌푸린 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너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때, 얼굴을 드러낸 시카가 혀를 낼름 내밀었다.

혀에 착 붙어 있는 작은 칩에 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빼!”


산이 뒤로 뛰었고, 시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칩을 깨물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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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무법 도시 마하카리타(1) - 기선 제압 +1 22.07.27 340 14 17쪽
64 열차포(列車砲) +1 22.07.26 330 13 20쪽
63 승리의 축배 +1 22.07.25 324 13 14쪽
62 뒷정리 +1 22.07.22 360 14 16쪽
61 불꽃과 총성 +2 22.07.21 323 14 23쪽
60 귀환 +1 22.07.20 324 14 14쪽
59 레베스타의 등대 +1 22.07.19 313 13 16쪽
58 베네딕트 해리슨 +1 22.07.18 325 13 19쪽
57 화련(7) - 죽음의 사도들 +1 22.07.15 349 16 15쪽
56 화련(6) - 마지막 화련 +1 22.07.14 344 13 16쪽
55 화련(5) - 주란(珠蘭) +1 22.07.13 344 14 18쪽
54 화련(4) - 처형인들의 대부(代父) +1 22.07.12 345 16 18쪽
53 화련(3) - 머스칼의 임무 +1 22.07.11 334 14 25쪽
52 화련(2) - 대면(對面) +1 22.07.08 335 17 21쪽
51 화련(1) - 서막(序幕) +2 22.07.07 338 14 15쪽
50 수면 아래 전쟁(6) - 경고, 그리고 선택 +2 22.07.06 343 13 20쪽
49 수면 아래 전쟁(5) - 불청객 +1 22.07.05 348 13 17쪽
48 수면 아래 전쟁(4) - 음모(陰謀) +1 22.07.04 356 11 17쪽
47 수면 아래 전쟁(3) - 검진 +1 22.07.01 348 13 16쪽
46 수면 아래 전쟁(2) - 정보 거래 +1 22.06.30 373 15 21쪽
45 수면 아래 전쟁(1) - 강철의 도시, 강철의 문명 +1 22.06.29 403 15 17쪽
44 숨겨진 역사 +1 22.06.28 414 14 14쪽
43 휴가 복귀 +1 22.06.27 424 15 20쪽
42 욕망의 입맞춤 +2 22.06.24 445 16 17쪽
41 뒷조사 +1 22.06.24 429 16 21쪽
40 알아야만 하는 것 +1 22.06.23 467 13 19쪽
39 식인 도시(10) - 매듭의 포성(砲聲) +1 22.06.22 413 16 12쪽
38 식인 도시(9) - 수면 위로 +1 22.06.21 415 17 17쪽
37 식인 도시(8) - 용 사냥 +1 22.06.20 431 17 21쪽
36 식인 도시(7) - 비밀의 대가 +1 22.06.17 408 15 13쪽
35 식인 도시(6) - 폭식(暴食)의 알산나 +1 22.06.16 401 15 17쪽
34 식인 도시(5) - 허를 찔리다. +1 22.06.15 401 17 14쪽
» 식인 도시(4) - 폭탄마 시카 +1 22.06.14 420 15 17쪽
32 식인 도시(3) - 비도덕성의 뒷면 +1 22.06.13 430 17 17쪽
31 식인 도시(2) - 사도(使徒) +2 22.06.10 461 19 20쪽
30 식인 도시(1) - 식인 도시 라얀 +2 22.06.09 474 16 17쪽
29 짧은 휴식, 적막의 밤 +1 22.06.08 478 19 12쪽
28 거래 +1 22.06.08 488 20 13쪽
27 성목(聖木)의 나즈카 +3 22.06.07 502 18 13쪽
26 자할 회담(8) - 위기탈출 +1 22.06.06 482 22 14쪽
25 자할 회담(7) - 사냥감의 계략 +2 22.06.06 482 24 15쪽
24 자할 회담(6) - 스마일 페이스 +1 22.06.03 495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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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자할 회담(2) - 쟈토 노인 +2 22.05.31 543 24 13쪽
19 자할 회담(1) - 이웃 나라 +1 22.05.30 586 24 12쪽
18 수사 종결, 개인 보급 22.05.30 589 23 22쪽
17 공조 수사(6) - 발톱과 폭탄마 +3 22.05.27 583 22 18쪽
16 공조 수사(5) - 추격자들 +2 22.05.27 551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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