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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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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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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8.0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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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습격

DUMMY

“···불청객이 된 것 같군.”

권지아의 조그마한 몸엔 딱 알맞은 의자가 순간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기용 의자가 된 것처럼, 도무지가 불편하기만 한 손바닥 같은 크기의 의자에 조심스레 몸을 기대어 앉은 한서준이 불현듯 입을 열고 말하자, 돌연 ‘딸깍!’ 숟가락으로 거칠게 접시를 내리친 것만 같은 소리가 고요한 가게 안을 재차 휩쓸며 울려 퍼졌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이 괴물 같은 목소리에 놀란 이가 만들어 낸 조건 반사적인 소음임이 분명했다. 허나 이 또한 자신을 쓰레기같이 치장하는 갖가지 시선과 다를 바 없이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반향이었기에, 한서준은 별 다른 반응 하나 없이 메뉴판을 정독 중인 권지아와 마찬가지로 아무렇지도 않게 저격총과 목발을 탁자 옆에 기대어 놓았다.

“···그래서, 성남에 갔던 일은······ 어떻게, 잘 처리될 것 같아?”

떡볶이 전문점답게 기본적인 떡볶이에서 파생된 메뉴만 가볍게 열 가지가 넘는 떡볶이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곱씹어 보던 권지아가 대뜸 입을 열고 물었다.

그러면서 익숙하게 탁자 위 벨을 눌러 또다시 적막감으로 가득찬 가게 안을 시끄러운 전자음으로 한 차례 덧칠한 뒤, 눈치를 보며 다가온 점원에게 능숙한 손놀림으로 메뉴판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간단하게 주문을 끝낸 다음, 다시 한서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거푸 입을 열었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당신의 그 신분은··· 여전히 군인으로 남을 것 같던데······ 맞아?”

그런 권지아를 잠시 특이하게 보던 한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네가 왜 그걸 궁금해 하는 거지? 이유라도 있나?”

“이유? 글쎄······ 당장 생각나는 건 궁금증인데······. ······그래도··· 내가 감시자가 맞다면···, 나를 통해 당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꽤 유용하게 쓸 것 같은 정보이지 않아? 당신에게··· 대체 어떤 이득을 얻으려는 건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당신의 생각대로 내가 정말 감시자가 맞다면······ 당신이 아직 군인이라는 정보는 꽤 중요한 정보라 판단할 거거든.”

어쩌면 철저하게 엄수해야 될 비밀일지도 모르는 내용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감시자가 있었던가?

한서준은 여전히 묘한 것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권지아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소 멍한 듯 보이는 권지아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는 않았다. 이것 역시 여태 권지아의 행동에서 미묘하게 느꼈던 것처럼, 어지간해선 알아챌 수 없는 고도의 전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일부러 죽지 않게, 허나 필요 이상의 움직임은 행할 수 없도록 두 다리를 분질러 놓은 뒤, 아무렇게나 버려둔 살아 있는 미끼가 구조대의 구조를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 미끼와 구조대, 둘 모두를 한꺼번에 몰살시키는 작전처럼 ‘인간’이 가진 ‘동료애’ 즉, ‘이타적利他的’인 감정을 자극하는 작전일지도 모르는 까닭이었다.

그 탓에 경계심을 푼다는 건, 목젖 바로 앞에 한기寒氣를 듬뿍 머금은 단검을 제 스스로 들이미는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왜 그렇게 판단하지?”

한서준이 묻자, 점원이 가져다 준 컵, 그 안의 물을 거리낌 없이 단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은 권지아가 즉각 입을 열었다.

“그야 당신은··· 특이 인물이니까.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 않았어······? 단군이 아무리 민간인을 보호하는 단체··· 라고는 하지만······, 당신처럼 단군의 일원을 이렇게 오래··· 붙여 놓는 일은 흔하지 않거든······. 만약 당신이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나에게 떨어진 명령은 아주 간단했을 거야. 그저······ 당신을 서울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고, 복귀해라가 끝이었겠지. 하지만 지금 나에게 떨어진 명령은 복귀를 다시 명할 때까지 당신을 밀착 보호······,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주라는 명령이야. 그러니까······ 장기 임무라는 거지.”

확실히 권지아의 말처럼, 한서준도 이 동반의 이상한 점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아니, 권지아와 동행을 시작했을 때부터 시나브로,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빠르게 그러한 점을 느끼고 종국엔 감시자란 결론을 내리기도 했으니, 사실 ‘어렴풋이’라기보다는 ‘선연’하게 느끼고 있었다고 봐야 더 옳았다.

거기다 정말로 단군이 선의善意의 마음으로 서울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도구로써 권지아를 붙인 것이 맞다면, 서울에 도착한 시점에서부터 권지아는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야 했다.

헌데 권지아는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도 껌 딱지처럼 들러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호텔의 이 인실까지 빌려 한서준과의 투숙을 거침없이 진행했다.

굳이 한서준이 처음부터 권지아를 의심하지 않았더라도 ‘권지아’란 존재를 부각시키는 이질적인 요소는 이미 여러 군데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기다 당신은······ 군軍에서까지 관심을 받고 있어. 위치 추적기가 바로 그 증거고.”

컵을 내려놓고, 탁자 한쪽에 마련된 티슈를 뽑아 탁자 위에 떨어진 물 몇 방울을 슥 닦아낸 권지아가 동을 달았다.

“뭐··· 아무튼 이건 표면적인 이유고······ 왜 당신이 군인이라는 신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냐면······, 당신에게 어떠한 이득이 생겨났을 때······ 제일 먼저 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군軍이기 때문이야. 당신이 앞으로도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남으면······, 당신을 어느 정도까진 조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군軍이니까. 한마디로··· 명령권자의 문제란 거지. 단군이 비록 ‘초능력자’ 집단이고······, 꽤 큰 권력을 가진 신흥 무력 집단이라지만······ 그렇다고 일반인, 그것도 어떠한 단체도 아닌 개인인 당신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는 없으니까. ······이게, 요점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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