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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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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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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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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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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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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바깥

DUMMY

“···이러면 되는 겁니까?”

중사 박유선의 물음에, 방금 전까지 한서준이 남기고 간 갖가지 정보, 사실 그렇게 쓸모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정보들을 포함한 목소리가 녹음된 음성 파일을 하나하나 점검하던 이도윤이 곧 자신의 안경을 밀어 올리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예.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연기 실력이 꽤 출중하시더군요. 혹시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연극영화과나 뭐, 그런 비슷한 걸 전공하셨습니까?”

불과 삼십 분 전만 해도 서로가 서로를 욕하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던 사이가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되려 농담 비슷한 말까지 던지는 이도윤의 행동에 잠시 멋쩍은 웃음을 흘리던 박유선이 이내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고 말했다.

“···어쨌든, 이게 무슨 이득을 불러 올진 모르겠군요. 한서준 중사······ 아니, 원사가 단군에게 무슨 득이 된다는 겁니까?”

그러자 노트북을 덮고, 자신의 앞에 놓인 차갑게 식은 커피를 무슨 물을 마시는 것처럼 단번에 입안으로 전부 쏟아 넣은 이도윤이, 즉각 박유선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검토해 봐도 Messorem과는 친분이 있다 판단이 되니까요. 단지 흥미롭다는 이유로 인간과 대화를 이어가는 Messorem에게 나타난 새로운 패턴이기도 하고요. 너무나도 눈에 띱니다. 그러니 당연히 한서준 씨가 가져올 이득은 크지 않겠습니까? 아주 높은 확률로 Messorem을 끌어들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사신이라 칭해지는 몬스터를 생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물론 Messorem이 실제로 한서준 씨를 그저 흥미로운 인간, 그 이하로 보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무 능력도 없는 평범한 인간에게··· 정말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겁니까?”

이어지는 박유선의 물음에, 한서준의 능력을 ‘無’로 표시했던 능력자 탐색기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이도윤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

“한서준 씨는 새로운 능력을 가진 미지의 능력자입니다. 여태껏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이를테면 하이테크HighTech인 셈이지요. 그래서 이 스캐너가 정상 작동을 하지 못한 겁니다. 만약 정말로 아무 능력도 없었다면, 그 상처에서 치료가 되는 건 ‘성녀’라 추앙받는 회복 능력자가 와도 불가능하니까요. 아마 수색에서 보내온 것처럼······ 어쩌면 그는 재생 쪽의 능력자일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상처가 재생되는 게 아닌 거의 불사신에 가까운······ 그러니까 ‘재생’이라기보단 ‘복원’같이 말입니다. 몸에 한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지요.”

“···그건······ 뭐랄까, 좀 신기한··· 음, 능력이군요.”

매몰차게 한서준을 몰아붙이던 몇 분 전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박유선이 다소 멍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게 이유라면······ 왜 한서준 원사를 이렇게 보내 준 겁니까? 웃기지도 않는 연극을 하면서까지 말입니다. 한서준 원사가 조사관님의 말씀대로 앞으로 중요하게 쓰일 인물이라면, 차라리 잡아두고 연구를 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 아닙니까?”

하지만 마침표 뒤로 계속해서 잇대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탁자 위로 번져가는 짙은 커피 자국만큼이나 무척 또렷하고 낭랑했다.

“아,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이란 경우 때문이지요.”

탁자 위에 왼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 나머지 오른팔의 검지를 천연 보란 듯이 박유선의 눈앞에서 이리저리 휘저어대던 이도윤이, 이내 손가락 끝에 내려앉은 먼지 한 톨, 필시 제대로 청소가 된 적이 없는 천막의 천장에서 떨어진 것이 분명한 시커먼 먼지 한 톨을 가볍게 엄지로 튕겨 내며, 거듭 입을 움직였다.

“정말로 한서준 씨의 말이 사실이고, 이 탐색기가 정말로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가정 하의 ‘만약’입니다. 안 그러면 저희는 아무 힘없는 일반인을 거세게 핍박한 셈이 되니까요.”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한서준 원사를 그냥 보내 줬다는 겁니까?”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떨어지는 먼지를 쫓아 느긋하게 두 눈을 움직이던 박유선이 재차 그에게 물었다.

“이건 평판의 문제입니다, 박유선 중사님. 혹시라도 우리 단군이 일반인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명성이 추락하는 건 정말 한순간의 일입니다.”

이도윤도 즉각 입을 열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건······ 단군의 권력이라면 충분히 묻어 버릴 수 있는 소문이지 않습니까?”

박유선이 영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다음 탁자 위의 노트북, 달리 ‘능력자 탐색기’라 불리는 얇은 스캐너의 화면을 전체적으로 차지한 한서준의 얼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거기다 정말 밝혀지지 않는 능력 중 하나라면, 저 얼굴의 상처는 왜 낫지를 않는 겁니까?”

자신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곧장 다른 질문을 이어붙이는 박유선의 행동에 잠시 먼저 대답할 질문을 고르는 듯 거의 본능적이라 해도 무방한 손놀림으로 오른쪽 눈가 바로 옆의 안경테를 매만지며, 약 3초 정도의 시간을 조용히 소모하던 이도윤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능력이 각성되기 전에 생긴 상처라면 낫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국일 수도 있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한서준 씨의 능력이 단순히 회복 쪽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유를 찾아보면 꽤 많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중사님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단군이 사람을 한 명 소멸시키는 건 어렵습니다. 그 한 명으로 인해 발생할 수많은 인과因果가 또다시 걸림돌이 되니까요. ···여차하면 처리를 할 게 많아진단 소립니다.”

그리곤 박유선과 마찬가지로 능력자 탐색기 내에 둥둥 떠 있는 한서준의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을 덧붙였다.

“때문에 풀어준 겁니다. 귀찮은 일은 피하고······ 단군이 현재 그에겐 관심이 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최종적으로 그의 의심을 옅게 하기 위함이죠. 무언가가 제대로 해결되기도 전에 도드라지는 인과 관계因果關係가 형성된다는 건······ 참으로 피곤한 일이니까요.”

이도윤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언가를 깨달은 모양인지, 박유선이 순간 부자연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건 결코 아까와 같은 멋쩍은 미소가 아닌 항거할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나온 헛웃음과 비슷한 미소였다.

“그··· 렇다는 건······.”

“역시, 중사님은 눈치가 빨라서 좋습니다.”

이도윤이 대뜸 차갑게 박유선을 바라보았다.

“중사님과 단군 사이엔 아쉽게도 인과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물론, 중사님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어떠한 결과를 맞이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요. 저도, 중사님도, 그리고 단군도 말입니다. 아무리 단군이 소위 말하는 ‘초능력자’ 집단이라고는 하나······ 사람의 운명을 크게 비틀어 버리는 정도는 아니거든요. 아······ 하지만 운명에 관계없이 끝을 맺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도윤의 검지가 다시금 빙글빙글 돌아갔다. 그리고 이와 동시적으로 바닥에 떨어진 먼지, 아직 천장에 달라붙어 있는 시커먼 먼지 등이 급작스레 소용돌이를 치며 날아오르더니, 이내 그의 손가락 끝에 모여 뭉쳐지기 시작했다.

“중사님은 비록 일반인이시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단군과 관련된 관계자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Messorem과 관련된 아주 중대한 기밀을 공유한 거대 관계자가 되었지요. 군인으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단군 내에선 거의 수뇌부首腦部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말을 이어가던 이도윤이 문득,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것 참······ 영광스런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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