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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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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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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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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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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DUMMY

일반적인 부대가 아닌 만큼, 장기 복무자가 있을지도 모른단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무작정 문을 두드렸지만, 설마하니 정말로, 그것도 과거 같은 팀의 후임이었던 자가 뜬금없이 튀어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터라, 한서준은 강대곤과 마찬가지로, 무슨 귀신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자신을 이곳저곳 뜯어보는 상사, 그러나 기억 속엔 분명 하사였던 ‘백준호’를 조용히, 달리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 분이 다 흘러가도록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는 백준호 상사를 더는 기다려 줄 수 없다는 헛기침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한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상사님. 왜 제가 아직 군인의 신분입니까? 분명··· 제대를 했을 텐데.”

십 년 전, 더는 일반적인 생활조차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몸이 되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의병 제대依病除隊를 한 뒤, 계속 폐인처럼 살아온 그였다. 헌데 이제 와서 원사니 뭐니 하며 계급을 인지시키는 건 솔직히 골치가 아픈 문제였다. 다시 군대에 복귀할 생각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군인’이란 직업을 소화해 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거기다 일반적인 부대도 아닌 특임대, 즉 ‘특수한 임무’만을 전담하는 특수임무대대였음에야, 피차 서로가 피곤해지는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원사란 계급을 가진 특임대 소속이라곤 하나, 혼자선 거의 아무것도 못하는 신세였던 까닭이었다.

“거기다······ 계급은 왜 원사가 된 겁니까?”

목소리가 분명 기억 속의 한서준과 꽤나 어그러져 있음이 멍백한데도, 한서준을 여전히 귀신을 쳐다보는 눈으로 훑어보던 백준호 상사가 곧 그 특유의, 십 년 전과 그다지 다를 게 없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어이쿠, 왜 익숙하지 않게 높임말을 쓰십니까? 그냥 편하게 하대를 하시지요. 어차피 예전이나 지금이나 계급은 제가 더 아래잖습니까, 한서준 원사님.”

그리곤 익숙한 손놀림으로 책상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인스턴트 커피 봉지를 보란 듯이 흔들었다.

“아무튼 일단 한 잔 드시지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하니 한서준 원사님이 살아계실 줄은 몰랐거든요.”

커피 포트 안은 대충 문 옆에 놓아진 정수기를 이용해 채우고, 책상 서랍 안에 놓인 종이컵 다발에서 총 세 개의 컵을 빼내든 백준호 상사가 그것을 이윽고 접객용 소파, 그러니까 소파와 마주한 야트막한 원목 테이블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당시 팀원들은 전부 원사님이 전사하신 줄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곤 인스턴트 커피 봉지를 개수에 맞춰 각각의 컵 안에 콕콕 찔러 넣은 다음, 물이 끓기만을 기다리며 한서준과 마주보는 또 다른 접객용 소파 위에 거의 주저앉듯이 앉은 그가 이내 다시 한서준을 바라보았다.

“여하튼, 원사님이 궁금해 하시는 것의 답은 좀 골치가 아프지만,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런 뒤 멈추지 않고 손수 세 개의 봉지를 뜯어 각자의 컵 안에 각각의 봉지가 가진 내용물을 빠르게 쏟아 넣었다. 애당초 이렇게 누군가를 접대하는 일이 꽤나 익숙한 모양이었다. 아니, 익숙하다 못해 이골이 난 듯, 그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간결하고 재빨랐다.

백준호 상사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냥 평범한 입력상의 오류였습니다. 때문에 그 당시의 원사님은 죽은 것으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제대가 아니지요. 아무튼 그래서 1계급 특진으로 상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이번 몬스터가 사태가 발발하고, 국가에선 장성급을 제외한 모든 군인들의 계급을 예외적으로 특진 시켜 주었습니다.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원사님은 그 당시 행정을 처리하던 병사에게 생존이 확인, ‘전사’에서 ‘복무’로 바뀌면서 다시 1계급 특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사가 되었지요. 왜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았는지는 좀 이상하지만요. 어쨌든 이게 한서준 원사님이 중사에서 원사가 된 이유입니다. 꽤 싱거운 이유 아닙니까?”

단순히 입력상의 오류 덕에, 철석같이 제대를 한 것이라 생각했던 십 년은 사실 ‘전사자’로 기록되어 있었고, 십 년이 지난 지금은 단순 입력상의 실수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다시 생존자가 되었다. 확실히 백준호 상사의 말처럼 허무할 정도로 싱거운 이유였지만, 왜 정상적으로 확인된 한서준의 인적 사항을 또다시 ‘의병 제대依病除隊’가 아닌 ‘복무’로 입력을 해놓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도저히 풀리지가 않았다.

이것마저도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상당히 공교로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우연이 겹치면 그건 필연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에도 역시 우연이라고 보기엔 아무래도 힘들었다.

“···똑같은 우연이··· 실수가 두 번이나 일어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거기다 이제 와서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몸이 어떠한지는 이미 기록에 다 나와 있을 텐데 또 복무로 처리가 되었다는 건······ 뭔가 상당한 구린내가 나는군요.”

대기마저도 찢어발기는 목소리와, 상당히 격앙된 상태에서 뱉어 내는 것만 같은 말의 내용과는 달리, 죽음이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쳐도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무감정한 얼굴로, 매한가지로 쉽사리 속내를 짐작할 수 없게 하는 웃음을 띠고 있는 백준호 상사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한서준이 곧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한테 입력상의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셨던 것 같은데······ 왜 저를 보고 그렇게 놀란 건지······ 그건 이상한 일이군요.”

“···그거야······ 당신은 여태껏 대구에 있었으니까······. 당신의 생존이 확인됐더라도······ 데드 존에 있다고 나오면······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했겠지······.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걸···?”

한서준의 옆에 앉아, 차 안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하던 권지아가 문득 입을 열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권지아는 예의 그 무뚝뚝한 눈으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백준호 상사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뭔가··· 더 재밌는······ 이유도 있을 테고······.”

두 눈이 살짝 적광赤光을 발했다 싶은 순간, 권지아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이것 참······.”

백준호 상사가 짐짓 곤란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대체 언제부터 보모 역을 맡으신 겁니까? 그것도 단군의 꼬맹이를 데리고 다니시다니······. 예전에 비해 상당히 누긋해지셨군요.”

그리곤 ‘탁!’ 마침 물이 다 끓었음을 알려주는 커피 포트를 약간 과장스럽다 싶은 움직임으로 일어나 들어 올린 그가, 곧바로 각 종이컵 안에 조르륵 물을 흘려 넣었다.

뜨끈한 김이 피어오르며, 눅진눅진하게 풀어진 설탕과 프림, 우유, 그리고 고체 상태의 커피 추출액이 만들어 낸 달콤한 향기가 즉각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차례대로 한서준, 권지아, 그리고 자신의 종이컵에 물을 따르던 백준호 상사가 말을 이었다.

“군대와 단군의 사이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원사님. 거기다 개인적으로······ 저 꼬맹이는 상당히 기분이 나쁩니다.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사실 좀 음침하잖습니까. 아직 고등학교도 안 들어간 꼬맹이인데······, 볼 때마다 무슨 뱀을 상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나본 경험이 있는 건지, 당사자가 바로 앞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권지아를 깎아내리는 말을 토해 내던 백준호 상사가, 다시 한 번 한서준과 마주보는 소파 위에 걸터앉았다.

“아무튼, 고생이 많으십니다, 한서준 원사님.”

“···그 되도 않는 연기를 하는··· 당신이 더 고생이지. ······언제나 수고가 많아···.”

머리도 들지 않은 권지아가 한 마디 톡 쏘아붙였다.

잠시 권지아를 흘겨보던 백준호 상사가 거푸 한서준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저 꼬맹이 말이 맞습니다. 한서준 원사님은 생존이 확인되었을 때부터 대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정확히 몬스터들이 나타난 시기······ 그러니까 새로운 천년New Millennium이 시작되고 난 후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로 탈바꿈한 곳 말이죠. 그래서 당연히 죽으신 줄 알았습니다. 연락도 안 되고, 무엇보다 생존자가 있었음에도 폭격을 날린··· 정부의 정신 나간 결정 때문에 이후론 아예 생존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거든요. 단군이나 정부, 둘 모두 말입니다. 저도 수차례나 데드 존에 들어가 봐서 알지만, 그곳은 정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있더라도 쉽게 나올 수 없겠지요. 몬스터들 천지니까요.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장소라는 말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원사님.”

그리곤 권지아와 한서준, 둘에게 자그마한 도자기 스푼을 건네주었다.

“···그럼, 그 행정병은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받아든 스푼을 그대로 탁자 위에 내려놓고, 한서준이 약간 따지듯이 묻자, 꽤나 당연한 질문을 받았다는 양 백준호 상사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즉각 입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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