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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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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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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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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8.01.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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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5쪽

바깥

DUMMY

다시 새롭게 터져 나온 폭죽 같은 피가 이번엔 하얀 천장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것도 모자라 곳곳에, 정확히는 수백 군데에 망울진 열매를 맺히게 해 곧 빗방울 같은 피를 뚝뚝 떨어뜨리게 했다.

“자, 그럼 이제 누가 악당이지? 난 아무 짓도 안 했지만, 정확하지도 않은 소문을 듣고 선량한 생명체를 무작정 밟아 죽일 생각이었던 너희들이 악당인가? 아니면 그런 너희들에게서 살아남고자, 지금 이 자리에서 벌써 네 명을 죽여 버린 내가 악당인가? 애초에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면 서로 좋게 좋게 넘어갈 상황이었는데 말이지. 지금이나 예전이나. 그러니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단 거야.”

마침내 오른팔을 내리고, 앞선 세 구의 시체들과 매일반으로 물건처럼 툭 내던져지는 송재민의 목 없는 시체가 비로소 바닥과 맞닿을 무렵, ‘그’가 바로 흐려져 가는 말꼬리를 붙잡았다.

“사실 답은 간단하지. 내가 악역이다. 왜? 그래야 너희 인간들은 그 알량한 ‘자존심’을 굽히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아마 내가 기습을 했고, 너희들은 필사적으로 맞서 싸우다 그만 이 ‘비열한‘ Messorem의 계략에 하나둘씩 쓰러져 전사했다······ 정도로 포장되겠지. 아니면 ’비겁한‘ Messorem은 당시 인질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인류의 희망 레디컬 휴먼들은 제대로 된 반격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모두 그 사악하고 악마 같은 Messorem의 손에 잔인하게 죽고 말았다······ 로 포장이 될 수도 있지. 미안하지만, 난 여태껏 많이 겪어본 일이다. 난 단지 내 신변을 보호했을 뿐인데, 어느새 소문이 그렇게 불어나 날 치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난 여기서 그 소문 한 가지를 더 추가하게 되겠지. 정말 구역질이 다 나는 결말 아닌가?”

‘그’가 성큼성큼 발을 옮겨 바짝 얼어붙은 남자, 강대곤의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 혹여나 행해질지 모르는 강대곤의 공격 따위는 애당초 신경조차 쓸 가치가 없다는 양, ‘그’는 마치 속삭이듯, 허리까지 굽히며 나지막이 그의 귓가에 다음 말을 흘려 넣었다.

“고귀하신 인간님들은 세계의 안전을 위해 더럽고 졸렬한 몬스터에게 숭고한 희생을 당했고, 세계의 근간을 뒤흔들 잔혹하고 악마 같은 사신 Messorem은 한층 더 기만자, 저열하며, 더러운 계략밖에 쓸 줄 모르는, 그러니까 카니발리즘Cannibalism을 즐기는 잔혹무도한 학살자가 되겠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언제나 주인공은 너희들, 인간들의 몫이고, 언제나 악역은 내 몫이니까. 그래야 너희들의 자존심이 지켜지겠지. 너희들의 위선 또한 지켜질 것이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아주 잘 포장해서 말이야. 정말이지, 포장 기술만은 대단히 수준급이겠어. 안 그런가, 주인공?”

말로써 사람을 때려죽인다는 게 이런 걸까 싶을 만큼,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너무나도 비웃음이 가득한 ‘그’의 말이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번뜩이는 우롱愚弄의 서슬에 짓눌린 것처럼, 강대곤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창백한 얼굴로 멀거니 서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네 구의 시체들을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창백한 안색과는 달리, 그의 눈엔 한 점 떨림도 일어나질 않고 있었다. 대신 더할 나위 없이 자욱한 ‘분노’를 두 눈 깊숙이 뿌리박은 상태로, 금방이라도 Messorem을 공격할 것 같은 기세를 풀풀 풍겨대고 있었다. 이윽고 강대곤의 두 눈이 똑바로 추켜 올라가 ‘그’를 갈기갈기 찢어발길 것같이 노려보았다.

“···나는, 단군이기 이전에 인간······.”

그러나 강대곤의 말은 전부 이어지지 못했다.

그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터져 나오는 ‘파각!’ 달팽이관을 선명하게 두드리는 묵직한 파육음이, 급작스레 사방을 뒤덮었던 탓이었다. 허나 결코 강대곤의 입을 다물게 한 것은 이런 뜬금없는 굉음뿐만이 아니었다.

“아, 이런. 나도 모르게 그 입을 막고 말았군. 그만 더럽게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거든.”

삽시간에 강대곤의 머리통을 단순히 손바닥의 악력만으로 산산이 깨부순 Messorem이 너스레를 떨며 손을 털어 내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을 움직이기 위해 수많은 전기 신호가 오갔을 뇌의 일부분이 피, 살, 단단한 두개골의 조각과 함께 우두둑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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