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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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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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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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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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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DUMMY

“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 줄 거냐고 물었지? ···간단해.”

‘게임’이란 연결 고리 덕분에,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권지아가 말했다.

“···일단 무엇보다··· 당신의 보조 역할이 가장··· 중요해. 뭘 하든··· 일단 도와주라고 했거든. 그리고 두 번째론······ 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지.”

“···내 안전을···?”

아무리 장애를 지닌 몸으로 데드 존에서 살아남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렇게 단군의 도움까지 받을 정도로 한서준은 그리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 단지 삼 개월 동안 데드 존에서 살아남고, Messorem의 흥미를 끈 인간이란 이유만으로 조건 없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건 거의 거짓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더더군다나 정말 박유선의 말처럼, 한서준은 그저 남들보다 약간 더 운이 좋았기에 데드 존에서 살아남은 케이스였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았기에, ‘순간 계산’이라 불러도 좋을 능력을 알아챘고, 운이 좋았기에, 몬스터화가 진행 중인 변이된 최성민에게 무려 두 번이나 구원을 받았으며, 운이 좋았기에, Silence와 Juggernaut를 동시에 처치할 수 있었고, 그냥 운이 좋았기에, Messorem을 만나 데드 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단지 ‘운’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진, 결코 필연이 아닌 ‘우연’으로 인해, 나아가 확실성보다는 추측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군인인 박유선 중사조차 의심을 하고 캐묻는 이런 비밀 아닌 비밀을 단군이 결코 알아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도저히 한서준에게 보호를 붙일 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 나타난 장소부터가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고, 운 따윈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란 가정 하에서 본 한서준의 삼 개월은 비록 충분히 단군의 관심을 끌 법도 한 사항이긴 했지만, 이렇게 되면 이건 권지아가 말하는 ‘보호’, 겸 ‘도움’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이건 특별히 그것들의 이름을 빌려 쓴 ‘감시’에 불과했다.

한서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보호’와 ‘도움’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감시자’를 붙여 놓은 건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나를 지켜야 될 이유라도 있나?”

“응? ···이유?”

다시 본래의 화면을 되찾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어지는 한서준의 물음이 약간 예상 밖의 것이었는지 잠시 입을 다물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몬스터가 아닌 샌드백용 허수아비를 계속해서 두들겨 대던 권지아가, 곧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게. 왜 단군은··· 당신을 도와주라고 한 걸까? 딱히 무슨 이유가··· 있다고는 듣지 못했는데······. ···뭔가 중요한 거라도 가지고 있는 거야···?”

이로써, 단군이 단순히 보호와 도움을 위해 권지아를 붙여 놓은 게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왜 자신을 도와줘야 되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다는 건, 다시 말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직접적인 접촉자인 권지아가 보호와 도움을 강제적으로도 행할 수 있는 명분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을 보아, 목적 없는 감시자의 눈으로도 한서준을 감시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꽤나 어마어마한 모양이었다.

아니, 확실히 어마어마하기는 했다. 평범한 인간을 감시함으로써 Messorem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비단 단군뿐만이 아니라 그 어떠한 단체라도 군침을 흘릴 만했던 것이다.

“···알지 못한다면 됐다.”

물론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만큼,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었다. 실제로 ‘선의’에서 우러나온 동정심으로 운 좋게 데드 존에서 살아 나온 인간이 그에 못지않게 복잡한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정말 성심성의誠心誠意껏 도움을 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겠지. ···당신에겐 딱히 위험한 게··· 아닐지도 몰라.”

죽은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사람을 다시 멀쩡하게 되살리는 것만큼이나 믿지 못할 이유이긴 했지만.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영 좁아터진 차 안에서 그나마 역동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는 ‘머리’를 움직여 조용히 차 안을 서너 번 쓸어본 한서준이, 문득 창밖을 내다보았다.

톨게이트 겸 검문소를 이제 막 통과한 탓인지, 차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구잡이로 부서진 건물들과, 꼭 무언가가 찍어 누른 듯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는 도로 위 정체불명의 흔적이 하나하나 눈알을 진득하게 핥으며 스쳐 지나갔다.

평범한 이였다면 미처 눈에 다 담아내지도 못할 어지러운 살풍경이, 하얗게 완화된 미관美觀이 되어 삽시간에 머릿속을 자극하다 못해 꽤 선연하게 박혀 들었던 것이었다.

한서준은 무심결에 외웠던 반파된 건물의 총 창문의 개수, 그러니까 일 초도 채 안 돼 훌쩍 지나가 버린 건물에 나붙은 총 여섯 개의 창문을 찬찬히 떠올려 보다, 다시 앞좌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혹시 바쁜 일이 없다면, 성남시에 한 번 들러도 되겠습니까?”

이도윤이나 박유선에겐 무척이나 뻣뻣하게 대했던 것과는 달리 높임말을 꺼내며, 한서준은 이때껏 단 한 마디도 거들지 않고 오로지 운전에 집중 중인 중년의 남성을,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강인한 인상의 남성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흘깃 백미러를 쳐다보며 한서준을 곁눈질로 바라보던 남성이 곧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무슨 볼 일이라도···?”

또다시 빨간 화면과 함께 약간 냉정하다 싶은 ‘죽었습니다.’ 이 다섯 글자로 가득 채워진 MMORPG 형식의 게임을 결국 심술을 부리듯 꺼버리고, 이내 스마트폰을 가볍게 두드려 다시 새로운 게임을 실행한 권지아가 입만 움직여 물었다.

“가서, 해결해야 될 일이 있다.”

거듭 창밖으로 시선을 내보내며, 한서준이 바로 대답했다.


* * *


차는 약속대로 성남시에 들어섰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부서지고, 어디를 봐도 온갖 시체와 몬스터들만이 득시글거렸던 대구와는 달리, 이 대도시는 어디를 봐도 무척이나 깨끗하고 깔끔했다. 어디를 봐도 부서진 건물은 없었으며, 어디를 봐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체와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살아 있는 인간, 그리고 전혀 사납지 않은 애완동물만이 눈에 띄는 생명체의 전부였다.

마치 인지하지도 못한 새에 또 다른 평행 세계에 온 것만 같이, 삼 개월 전만 해도 대구도 마찬가지였을 화려하면서도 난잡한 대도시의 풍모를 성남은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몬스터’란 이종異種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없었다.

아이들은 놀이터마다 가득했고, 이제 막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소년 소녀들은 PC방, 운동장 등에 가득했으며, 차츰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한 시기의 인간들은 카페, 백화점 등에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이보다 약간 더 나이가 많은 인간들은 대부분이 정장, 혹은 가방을 든 채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다시 이보다 나이가 많은 인간들은 벤치에 앉아 있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또 이보다 나이가 많은 인간들은 대다수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걷기, 자전거 등 가벼운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삼 개월 전과 그다지 다를 바 없이, 사람들의 얼굴 여기저기엔 걱정과 불안 같은 게 전혀 엿보이질 않는단 것이었다. 확실히, PC방에서 보았던 것처럼, 데드 존Dead Zone이란 이명이 나붙은 대구를 제외한 세상은 삼 개월 전과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물론 군데군데 무장을 한 군인들과, 헌터로 보이는 이들이 간간이 서 있긴 했지만, 그 정도의 간접적인 위험은 대구에 비하면 무척이나 양반이었다.

“여기서 이제 왼쪽으로.”

한서준의 안내에 따라, 차는 복잡한 도시를 지나 금세 인적이 드문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면三面이 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공터 비슷한 장소에 차를 멈춰 세운 한서준은, 이내 거리낌 없이 차에서 내려 그 바로 앞, 하얗게 눈이 뒤덮여 있어 오히려 이질적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문 하나를 활짝 열어젖히고, 흡사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그 안에 떡하니 놓여 있는 검은색 유선 전화기의 수화기를 거침없이 집어 들었다.

그리곤 벌써 십 년도 더 된 기억 속의 정보지만, 익숙하게 손을 움직여 천장과 천장이 맞닿는 오른쪽 구석에 달라붙어 있는 조그마한 CCTV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천연 대각선을 긋는 것처럼 두어 번 손짓을 하다, 곧장 전화기의 번호를 하나하나 찍어 눌렀다.

그런 뒤 이 역시 기다렸다는 양 즉시 어디론가 연결이 되는 수화기의 스피커를 통해 미처 누군가의 말이 흘러나오기도 전에, 먼저 마이크에 말을 흘려 넣었다.

“707특수임무대대 출신 중사······ 한서준입니다. 혹시 대화 가능합니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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