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28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1.18 11:25
조회
309
추천
4
글자
6쪽

바깥

DUMMY

그리곤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겨 한순간에 공동묘지가 되어 버린 방 안을 가뿐히 벗어났다. 그런 그의 발걸음 안엔, 이 이상의 잡담은 차라리 밖에서, 예의 그 ‘단초’라는 것을 찾으며 하자란 확고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한서준의 의도를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Messorem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느긋했다. 아직도 베어 먹을 부분이 남아 있는 강대곤의 팔을 다시금 큼지막하게 뜯어 먹으며, 발을 옮겨 한서준이 있는 복도에 나갈 때까지 ‘그’는 결코 빠르게 발을 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Messorem은 어쩌면 마지막 고지라 할 수 있는 소장실, 정확히는 그 길목인 중앙 홀에 다다르기도 전에, Silence의 능력인 공간이동까지 써 가며 즉시 소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건 한서준이 이제 막 모든 층을 아우르는 중앙 홀에 절뚝거리는 첫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벌어진 급작스런 일이었다.

제 입으로 “어차피 이 건물 내의 인간들은 모두 죽었다. 시간은 무한정하다는 소리지. 급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해라.”라는 말을 꺼냈던 것과는 별개로, 스스로가 먼저 ‘단초’를 찾기 위해 굼벵이 같던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허나 한서준은 ‘그'완 달리 한 걸음, 본격적인 중앙 홀이 시작되는 공간을 향해 내딛은 그 한 걸음을 제외하곤 더 이상의 발걸음을 이어갈 수 없었다.

언젠가, 몸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움직이게 했던 창연敞然한 푸른빛과 동일한 빛이, 다시 말해 흡사 MMORPG의 퀘스트 도우미와도 같은 그런 작위적인 불빛이 이번엔 중앙 홀 한 가운데에, 반구 형태의 소파 네 개가 불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정중앙에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헌데 그저 반딧불이처럼 보였던 예전의 푸른빛과는 달리,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빛을 닮은 황금색 빛줄기는 어마어마한 양의 빛을 무더기로 폭사爆死시키는 중이었다. 자칫 눈이 멀어 버릴 것만 같은, 필수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려야만 겨우겨우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무지막지한 광채를 쉴 새 없이 뿜어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온 사방을 뒤덮어 버릴 것 같은 기세로 멈추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황금색 빛기둥이 주변, 그러니까 붉은색 소파와, 하얀 대리석 바닥, 벽에 걸린 초록색 게시판 등을 하나도 반짝반짝하게 물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 빛은 푸른빛과 마찬가지로 눈이 아닌 머릿속에서 ‘인지’하는 빛인 것 같았다. 또한 Messorem이 황금빛에 대한 의문점을 드러내지 않고 무작정 소장실로 달려간 것을 보아, 오직 한서준만이 이 빛을 오롯이 인지할 수 있는 듯했다.

한서준이 곧 걸음을 옮겼다.

빛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그 세기가 증폭되어 점차 거칠어지며 사나워져 갔고, 이윽고 한서준이 중앙에 다다를 즈음엔, 더는 들어 올린 팔로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빛의 파도가 되어 마치 세상의 종말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얼른 그 빛의 진원을 찾아 제거해야만 겨우겨우 눈을 뜰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서준은 목발 대신 짚고 온 테이블 다리를 한 쪽으로 내던지고, 무너지듯 몸을 굽힌 뒤 서둘러 두 팔로 더듬더듬 주변을 손끝에 새겨 넣었다. 눈꺼풀은 만손 굳게 닫혀 있었지만, 까딱하면 눈이 멀어 버릴 것만 같은 황금빛은 그가 어딜 더듬느냐에 따라 그 강도가 수시로 달라졌는데, 정확히 오른쪽, 오른쪽에 위치한 소파 비슷한 물체를 더듬을 때, 광선처럼 쏘아진 찬연燦然한 황금빛은 눈꺼풀마저 꿰뚫고 그의 유일한 왼쪽 눈을 쉼 없이 자극했다.

한서준은 본능적으로 빛을 따라 팔을 움직였다. 그 어떤 곳보다 강렬하고, 그 어떤 곳보다 난폭한 빛에 초점을 맞추며, 눈꺼풀이 만들어 낸 어둠을 다소 고통스럽게 깨부수는 빛을 쫓아 서서히 두 팔과 몸을 전진시켰다. 뇌에서만 인식되는 빛이라고는 하나, 시각적인 반응도 충분히 작용하고 있다라 봐도 무방한 빛이 눈을 뒤덮으니, 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머릿속마저 새하얗게 탈색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한서준은 바닥을 더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가며, 먼지로 가득한 바닥을 빗자루처럼 쓸어 내고 마침내 손에 잡힐 ‘무언가’를 위해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한서준의 손에 문득 무언가가 닿았다. 하지만 그건 정체불명의 가죽이 덧씌워진 소파의 촉감이 아니었다. 중앙 홀 여기저기에 배치된 화분 또한 아니었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주먹만 한 먼지 덩어리와 쓰레기 같은 잡동사니도 아니었다.

그건 단지 한 장의 접혀진 종이, 푸른빛을 발하던 종이와 똑같은 모양새의 종이였다.

눈을 뜨자, 눈꺼풀의 벽이 사라진 시야를 하얗다 못해 검게 물들이는 황금빛 광선이 거칠게 그의 정신을 어지럽게 뒤흔들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게 만드는 태풍 같은 빛의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그를 집어 삼킨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은 아프지 않았다. 꼭 일출을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시각은 그 밝은 빛에 둘러싸여 아무런 물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딱히 시리다거나, 무언가가 콕콕 찌르는 따가움, 나아가 눈알을 쥐어짜는 것 같은 그런 부가적인 통증은 전혀 뒤따르질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빛이 전부 사그라지고, 눈을 망가뜨렸던 지독한 백색증도 서서히 걷혀갈 무렵, 푸른빛의 종이를 입수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특징도 없는, 빛을 뿜어내는 조건이라곤 쥐뿔만큼도 보이질 않는 평범한 종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한서준이, 곧 그것을 빠르게 펼쳐 보았다.


작가의말

1차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essore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7 습격 18.02.21 258 4 5쪽
266 습격 +1 18.02.20 225 4 11쪽
265 습격 18.02.19 225 4 7쪽
264 습격 18.02.17 235 5 6쪽
263 습격 18.02.15 256 5 6쪽
262 바깥 +1 18.02.13 295 7 11쪽
261 바깥 18.02.11 415 4 11쪽
260 바깥 18.02.08 253 5 10쪽
259 바깥 18.02.06 256 6 10쪽
258 바깥 18.02.05 232 4 7쪽
257 바깥 18.02.03 248 5 7쪽
256 바깥 +1 18.02.01 269 5 8쪽
255 바깥 18.01.31 248 5 10쪽
254 바깥 18.01.29 274 5 4쪽
253 바깥 +1 18.01.28 260 4 9쪽
252 바깥 18.01.26 261 5 9쪽
251 바깥 18.01.24 281 4 8쪽
250 바깥 18.01.22 262 4 7쪽
249 바깥 +1 18.01.20 298 6 6쪽
» 바깥 18.01.18 310 4 6쪽
247 바깥 18.01.17 287 3 5쪽
246 바깥 18.01.16 277 5 5쪽
245 바깥 18.01.14 305 4 10쪽
244 바깥 +1 18.01.11 296 4 7쪽
243 바깥 18.01.09 316 4 11쪽
242 바깥 18.01.07 301 7 8쪽
241 바깥 18.01.04 289 4 8쪽
240 바깥 18.01.02 279 4 7쪽
239 바깥 18.01.01 249 4 7쪽
238 바깥 17.12.31 274 4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