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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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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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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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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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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방은 깨끗했지만 창문은 더러웠다. 창문 앞엔 걸레가 놓여 있었으나 걸레는 마르다 못해 굳어 있었고 그 위엔 먼지가 앉아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겨울의 햇빛이 방을 떠도는 먼지를 비췄다. 먼지는 그림자 속으로 숨었고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허공을 유영했다. 창문과는 달리 잘 닦인 대리석 바닥엔 헐벗은 나무가지의 그림자가 눌어붙어 있었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잔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천천히 입술에 가져다 댄 권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다나 클로에를 보았다.

"···정말 필요해?"

볼을 긁적이던 다나 클로에가 물었다.

"응."

"지아 양이 원한다면야 못 줄 것도 없지만··· 문제가 있어. 거기다··· 지아 양은 단군 소속이잖아. 이게 필요해? 이건 ESP 임무증인데. 지아 양은 이거로 멕시코 못 가잖아."

"맞아. 하지만··· 가는 건 내가 아냐. 한서준을 멕시코로 보내야 될 일이 생겼거든."

"한서준을?"

다나 클로에가 한서준을 보았다. 커피를 홀짝이던 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나 클로에가 다시 권지아를 보았다.

"근데 이거···, 엄밀히 말하자면 숙제··· 인데."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숙제?"

권지아가 물었다.

"임무 횟수가 부족한 사람에게 내려지는 일종의 징계 시스템이야."

담서은이 말했다.

"다시 말해, 이 요원이 얼마나 일을 안 하고 농땡이를 치며 놀았는가를 나타내는 증표지."

"···아, 그러니까··· 클로에는 그동안 임무는 안 하고 계속 놀았다는 거네?"

"···뭐, 그, 그렇게 되겠지."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

권지아가 담서은에게 물었다.

"봉급이 깎여."

담서은은 육면체 큐브를 몇 번 돌리지도 않아 모든 색을 맞추고 굽혔던 허리를 폈다. 기지개를 편 담서은이 권지아를 보았다.

"거기다 ESP내에서의 지위가 좀 내려가지. 실적 없는 대리나 주임이 일반 사원으로 강등된다고 보면 돼."

"···꽤나 현실적이구나."

"현실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실력, 그러니까 순전히 실적만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이야. 열심히만 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어."

담서은이 다나 클로에와 한서준을 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임무 중에 안 죽어야 된다는 가정하에서지만. 그나저나···."

담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나 클로에의 뒤에 앉아 있는 갈색 머리의 소년을 보았다.

"뭐해? 이제 와서 싫어진 건 아니지?"

대부분의 머리를 붕대로 감싸고 헝겊과 백색 테이프로 콧대를 덮은 소년이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소년은 한서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번엔 미안하게 됐습니다. 자, 됐지?"

"그게 지금 된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 바보야?"

담서은이 소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소년이 머리를 감싸쥐고 담서은을 노려봤다. 담서은은 콧방귀를 뀌고 한서준을 보았다.

"미안해. 이런 놈이라. 아무튼··· 기억 나지? 아저씨가 저번에 때려죽일 뻔한···, 그냥 죽었으면 더 좋았을 멍청한 애야."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년을 보았다. 푸른빛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입술을 쭉 내밀고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맡아서 관리 중이야."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미친놈한테는 매가 약이니까."

"애초에 뭐··· 올해부턴 둘이 파트너이기도 하고."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자리에 앉아 빈 잔을 들고 있는 권지아에게서 잔을 뺏고 커피를 채운 뒤 다시 권지아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라."

권지아가 담서은에게 말했다.

"···딱히, 너한테 신경 쓰는 건 아니거든."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식어 버린 커피를 빠르게 마시고 잔을 비웠다.

"아무튼··· 이 임무는 숙제라서··· 아쉽지만 누구한테 주는 건 어려워."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거기다 방금 전에, 내가 말했지? 숙제는 일종의 징계 시스템이라고."

담서은이 말했다.

"그래서 숙제는 제법 난이도가 있어. 오직 파트너하고만 움직일 수 있고. 다른 팀의 도움을 받으면 안 돼. 그러면 숙제는 다시 다른 임무로 옮겨가거든."

"···그러다 죽을 위험이 있어도··· 도움이 금진가?"

한서준은 소년, 베니 에거드에게서 시선을 떼고 물었다.

"그건 아니야. 징계는 말 그대로 징계."

담서은이 말했다.

"죽으라고 내보내진 않아. 애초에 죽을 위기가 높은 임무를 숙제로 채택하지도 않고. 그냥 다른 인원의 도움을 못 받고 오직 파트너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거야."

담서은은 커피 대신 물을 마시고 한서준을 보았다.

"한마디로, 숙제를 하는 내내 ESP소속 사람한테 어떠한 정보를 받아서도 안 돼. 단지 의뢰에 나와 있는 정보만 가지고 의뢰를 해결해야 되는 거야."

"···그건 그냥··· 일부러 괴롭히는 것 같은데."

"그야 숙제는 어디까지나 징계. 처벌이니까. 처벌은 원래 사람을 괴롭게 하잖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일단 대상자를 힘들게 하는 게 숙제의 목적이거든."

"···그걸 계획한 사람은 참 취미가 안 좋네."

권지아가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그 숙제는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라는 거지?"

"정답."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다시 물을 마시고 권지아를 보았다.

"제법 이해가 빠른걸."

"고마워. 그럼 하나 더 맞춰볼까?"

권지아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규칙은 있지만 숙제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맞지?"

"응? 응. 맞아. 어떻게 알았어? 그런 얘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다 방법이 있지."

권지아가 말했다. 권지아는 커피를 마셨고 탁자 위에 놓인 각설탕 하나를 집어 커피에 넣었다.

"그래. 뭐··· 방법은 있어."

소년, 베니 에거드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베니 에거드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소파에 파묻었던 몸을 바로 세웠다.

"숙제보다 더 위험한 임무의 완료증을 가져다주면 돼. ···편법이지만, 일단 숙제보다 더 난이도 높은 의뢰를 완료했다는 것 자체가 그래도 요원으로서는 아직 쓸만하고 제법 노력을 했다는 증거가 되니까. 그래서 숙제는 숙제가 아니고 일반 의뢰가 돼. 그리고 그때···."

"의뢰를 받아들이면 된다. 라는 건가."

한서준이 말했다.

"뭐, 그렇지."

"간단하군. 그럼··· 지금, 그 의뢰보다 위험한 의뢰가 있나?"

"글쎄?"

푸른빛 눈동자의 소년이 금발 소녀를 보았다.

"있었던가?"

"있기야 하지."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다나 클로에는 한서준을 보며 볼을 긁적였다.

"Earth급 몬스터에게 점령된 맨해튼의 조사 겸 해결을 위한 ESP의 자체 파견 의뢰··· 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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