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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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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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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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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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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바깥

DUMMY

“그럼 먼저··· 한서준 씨. 당신은 인간입니까?”

“···조사관님. 그게 지금 질문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정작 대답이 날아온 쪽은,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였다.

사내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박유선을 돌아보았다. 그리곤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의 그녀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사내가 귀찮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그럼 뭘 물어봐야 합니까? 아니, 애초에 한서준 씨가 인간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하고 구분하실 생각이셨습니까? 애초에 한서준 씨가 인간이 아닌 몬스터였다면,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건 중사님도 잘 아시는 사실 아닙니까. 총이라도 쓸 생각이었다면 그냥 가만히 있으시지요, 박유선 중사님. 중사님도 그저 증인의 신분으로 이곳에 있다는 걸 벌써 잊으신 겁니까? 어디까지나 이 조사는 저, 그리고 단군의 몫입니다. 군이 개입할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일이지요. ···그러니, 좀 자중하십시오. 이건 엄연히 단군의 업무입니다. 그리고 지금 중사님의 행동은 명확히 ‘업무 방해’에 들어가는 행동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한 표정이던 박유선과의 입장 차이를 고작 몇 마디 말로 삽시간에 뒤바꿔 버리는 사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컵 안에 남은 커피를 죄다 목구멍 뒤로 털어 넣은 한서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

“···내가 몬스터였다면··· 이렇게······, 앉아만 있지는 않았겠지.”

그러자 붉으락푸르락, 금방이라도 고함을 지를 것같이 벌게진 얼굴의 박유선과, 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사내의 시선이 일제히 한서준에게로 쏠렸다. 하지만 여전히 무감동하기만 한 얼굴로, 둘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긴 한서준이 잇따라 자신의 말꼬리를 붙잡았다.

“···내가 몬스터였다면······ 지금 이렇게 말을 하고나 있지는 않았겠지. ···커피나 마시고 있지도 않을 테고······ 조용히 조사를 받고 있지도 않았겠지.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올 필요도 없었으며···, 당신들의 그 의미 없는 다툼을 벌써······ 삼십 분이나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았겠지. ···거기다 무엇보다······ 내가 몬스터라면, 지금 내 몸이 목발을 필요로 하는 몸이 되어 있지도 않았겠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몬스터들의 재생력은······ 인간을 아득히 뛰어 넘으니까. ···이건··· 인간이기에, 가능한 거다. 몬스터였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지. 이것들은······.”

“그래, 말 하나는 잘 하는군.”

불과 몇 초 전까지 잔뜩 붉어져 있던 얼굴을 대체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한 건지, 순식간에 본래의 얼굴로 되돌아온 박유선이 낮게 깔린 숨소리로 ‘후’ 짧은 한숨을 토해 내었다. 헌데 그 이상으로 가타부타 말을 뱉어 내지 않는 것을 보아, 한서준의 주장이 어느 정돈 맞는 소리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 같았다.

“그야 계급이 계급이니까요. 말은 기본 소양 아니겠습니까.”

사내가 말했다.

박유선이 스스로 인정을 했다는 점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꽤나 풀린 양, 사내는 이전보다 한결 가벼운 손놀림으로 자신의 안경을 부드럽게 슥 밀어 올렸다.

“어쨌든, 한서준 씨의 말도 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군요. 저도 몬스터가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거기다, 느긋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으로 의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몬스터라고 그것만 특별히 이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사내가 한서준의 얼굴을 빤히 훑어보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곤 정확히 한서준의 오른쪽 얼굴.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오른쪽 눈가의 주름에서부터 볼, 입술의 가장자리를 지나 턱을 넘어 목에 이르기까지, 기다랗고 두껍게 피부가 벗겨진 것같이 붉게 헤집어져 있는 상처에 잠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사내가, 다시 입을 열고 말했다.

“그리고 아쉽지만, 일단 한서준 씨에게 ‘초 재생 능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습니다. 서류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 얼굴의 그 상처는 없었을 테니까요. 이 점에 대해선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으십니까? 중사님?”

혹시라도 또 꼬투리를 잡을까 염려스러웠던 건지, 말을 이어감에 따라 점점 고개를 돌려 종국엔 박유선을 쳐다보는 자세가 된 사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에 힐긋 여전히 ‘無’라는 한자만 둥둥 떠 있는 능력자 탐색기의 화면을 빠르게 곁눈질하던 박유선이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인간은 이제 기계를 이길 수 없는 것 같군요.”

그러면서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은 그녀의 행동에, 사내가 미미하게 한숨을 널브러뜨리며 연거푸 한서준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필수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했을 질문이기도 하고요. 사실상 ‘본제本題’······, 그러니까 ‘본문本文’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의 것들은 그냥 말초적末梢的인 것들이었다라 치부하더라도요. 그러니까······.”

길게 말을 끌며, 겉보기와 다르지 않게 실제로 노트북의 역할도 수행하는 인간 가치 평가기를 조작해 꽤나 선명하게 찍힌 영상 하나를 재생한 사내는, 이윽고 그것을 한서준이 볼 수 있도록 빙 돌렸다.

“이 영상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런 뒤 나지막이 동을 달았다.

사내가 보여준 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

한서준이 Juggernaut를 쏘고 난 후, 즉 Juggernaut의 손에 단숨에 다진 고깃덩이가 되고, 그리 오래지 않아 터벅터벅 자신에게 다가오는 Messorem이 고스란히 찍힌 영상이었다.

그것도 바로 옆에서 찍은 것처럼, 영상은 바닥에 쌓인 눈의 깊이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깨끗하고 생생한 화질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Messorem의 모습이라 할 만한 ‘그’의 형태가, 너무나도 또렷하고 선연하게 찍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후 이어진 Messorem의 행동. Juggernaut의 거대한 손을 마치 나뭇가지를 치우는 것처럼 치워 내고, 어느새 대부분이 복구된 한서준의 몸뚱이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는 ‘그’의 행동이 문제였다.

한서준의 시체 같은 몸을 조심조심 안아 들고, 삽시간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영상 속 일련의 과정은 누가 봐도 꽤 친분이 있는 광경으로 보였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어느 각도에서 보든, 누구라도 의심을 할 만한 영상이기는 했다.

영상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한서준 씨의 몸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치료가 되었는지······ 그리고 한서준 씨와 Messorem의 관계에 대해서 알려주십시오.”

탐색기를 탁자 구석으로 밀어 놓고, 사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서준을 다그쳤다. 흡사 조금의 거짓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사내는 한서준의 무심하기 그지없는 눈을 피하지 않고 뚫어져라 응시했다. 마찬가지로 사내의 검은 눈동자, 바로 옆에 놓인 카메라의 렌즈와 비교하면 그렇게 검지만은 않은 사내의 한 쌍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한서준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예전부터··· 몇몇의 인간에게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나는 그냥··· 그들 중 한 명일 뿐이지. ···미안하지만, 난 너희들이 원하는 정보를 줄 수 없다. ···애초에······ 잘 알지도 못하니까.”

“···그렇군요. 사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사신··· 그러니까 Messorem은 호기심이 많은 놈이니까요.”

하지만 이미 한서준의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사내는 별 다른 반응 없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Messorem의 흥미는 어떻게 끈 겁니까?”

“삼 개월 동안 데드 존에 갇혀 있던 걸··· 신기하게 여기더군. ···그뿐이다.”

한서준이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사내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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