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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향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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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향
작품등록일 :
2016.03.15 14:52
최근연재일 :
2016.05.23 16:00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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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08
추천수 :
648
글자수 :
269,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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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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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빌스마크 (1)

DUMMY

휴스턴 공항에 도착한 아현은 제일 먼저 내리쬐는 햇빛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습하고 더운 우리나라와는 달리 덥지만 습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은 한국과 전혀 다른 공기를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1년 내내 따듯한 지역에 도착한 아현은 곧바로 공항에서 자동차를 렌트했다. 비교적 택시가 많았던 뉴욕과 달리 대중교통의 발달이 미비하기에 남부 특유의 넓은 도시를 다니는 덴 차가 필수였는데 위조여권과 위조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기에 서류상 미국 시민인 아현이 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평소 선호하는 SUV대신 좀 더 많은 물건을 싣고 다닐 수 있는 픽업트럭을 고른 게 다른 점이었다.


보험과 이것저것 옵션을 붙여서 한 달에 4천 달러 정도 나갔지만, 기동성을 위해 아현은 일부러 조금 비싼걸 렌트한뒤 바로 차를 몰고 휴스턴 시내로 향했다. 아현이 찾는 사람은 문물과 거리가 먼 헌터, 그렇기에 그를 찾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기에 우선 거주지와 편의시설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아 근대 그놈 영어 할 줄 알려나.’


문득 LA로 떠나보낸 그놈이 생각났지만, 곧 신경을 껐다.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하니 자신을 따라나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아현은 담배를 한 대 물고 한국과는 다른 넓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뭐든지 크다는 말이 있을 만큼 거대하고 화끈한 것들을 좋아하는 텍사스! 그 광활한 자연을 만끽하며 아현의 차는 목적지를 향해 가로질러갔다.


텍사스 레인저스란 말을 알고 있는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팀 이름의 원형은 1835년 당시 경찰이 없는 텍사스를 지키고자 스스로 결성된 민병대 텍사스 레인저(The Texas Rangers)에서 유래되었으며 공식적으론 [북미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주 관할 법 집행 조직]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었다. 이후 멕시코 국경을 지키는 산악 자치대를 맡으며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후 경찰과 군대 등 공권력의 강화로 이 조직도 지리멸렬해지며 2000년대 중반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괴수가 출몰하기 시작하면서 텍사스 레인저라는 스스로 텍사스를 지키겠다는 자경대들이 출몰했다. 텍사스레인저라는 이름을 계승하겠다며 도시에 출몰하는 괴수들을 박멸하기 시작한 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이제 텍사스에서 그들의 존재는 영웅 그 이상이었다.


아현이 찾는 사람은 텍사스 레인저 안에 있었다. 이미 그들의 인적사항이나 위치는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건 회귀 전 알고 있던 정보였다. 회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미래였기에 방심할 수 없는 아현은 호텔에 묵으며 그들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시작했다.


텍사스 내 지역신문과 흐릿하게 찍혀있는 텍사스 레인저들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아현은 조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래가 바뀌지 않았어. 역시나 아직 존재하는군.”


흐릿하게 찍혀있는 텍사스 레인저들이 들고 있는 총, 분명 그들이 들고 이는 무기엔 건 메이커 빌스마크의 특유의 시그니처가 새겨 져 있었다.


커트인 빌스마크


총기 커스텀의 귀재이자. 최초로 마력 총을 개발하며 수 십 년 간 미국의 총기개발사업에 이바지를 하고 지금은 은퇴해서 고향인 텍사스를 지키기 위해 텍사스레인저의 총기를 전담 개발해주고 있었다.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겠지.”


커트인의 나이는 이제 80이 넘은 고령, 때문에 아현이 본격적으로 활동했을 때는 이미 고인인 시점이라 다른 커스텀 장인의 무기를 써야 했다. 하지만 지난 회귀 때 미국을 도울 일이 생겨 잠시 미국에 갔을 때 이미 고인이 된 빌스마크의 총을 만져본 경험이 있었다.


손에 착감기는 그립감과 마력 탄인데도 불구하고 반동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잘 설계된 무게중심, 게다가 수년간 잔 고장 없이 관리만 잘해주면 소모품을 제외한 부품교체도 거의 없었다고 했다.


명기를 발견한 아현은 그 즉시 빌스마크의 소재와 그가 만든 커스텀 총들을 수배했으나 이미 빌스마크는 고인이 되었고 그가 만든 총은 능력자들을 위한 총들이라 아현에게 적합하지 않은 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아현은 그를 만나 앞으로 10년은 쓸 수 있을 총을 직접 의뢰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커트인을 확보하기 위한 세력들이 많아 무턱대고 그를 찾아갔다간 그를 보호하고 있는 레인저들에게 총 맞기 십상이기에 자연스러운 접근은 필수였다. 어느 정도 계획은 세워놨지만 역시나 폐쇄적인 남부 사람이라 그런지 접근할 수 있는 빌미가 보이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만남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결국, 차선책으로 생각한 계획을 꺼낼 수밖에 없는 아현의 마음은 착잡했다. 금발에 아름다운 미소가 특징인 커트인의 손녀이자 UT(텍사스 대학교 오스틴)의 코크럴 공학 대학에 재학 중인 페이시 빌스마크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역시 살려야 하나.”


빌스마크가 말년에 손녀딸을 잃고 복수를 위해 집념 그리고 원한을 담아 자신의 노하우를 총집합한 마총을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아직 그 실체는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아현은 이 마총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함부로 미래를 바꾸고 싶지 않았기에 손녀딸인 페이시의 죽음을 방관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에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바뀐 미래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우선 구해보자.”


언제나 미래는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바뀌든 바뀌지 않든 아현이 걸어가야 할 길은 험난한 건 마찬가지, 결심을 굳힌 아현은 페이시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보통 텍사스의 주도(主都)는 휴스턴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텍사스의 주요행정 도시는 휴스턴과 3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오스틴이었다. 휴스턴과 비교하면 인구도 적고 비교적 조용하고 텍사스 대학을 비롯해 대학 도시라는 성격을 띄고 있었지만 오스틴과 멀지 않은 곳에 던전이 생성되면서 원래 학원 도시적 성격에서 괴수를 가까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까지 활발히 진행되면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였다.


기계공학과에 퀸카인 페이시는 요즘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겼다. 친구들과 자주 가는 펍(Pub)에 새로 들어온 신입 바텐더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름은 게이브, 가명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왼쪽 가슴에 그렇게 쓰여있었다.


동양적인 외모지만 남자답고 뭔가 몽환적이고 슬픔이 담겨있는 듯한 검은색 눈 그리고 자신을 볼 때마다 살짝 보이는 미소까지 이 남자는 별말이 없어도 볼수록 빠져드는 게 20살 여자의 방심을 뒤흔들었다. 평소 자신의 외모에 접근하던 남자들과 잠깐 즐기는 사이까진 갔지만 이렇게 며칠 만에 깊게 빠져본 기억은 없는 것 같았다.


“저기 맥주 하나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남부 특유의 숨소리 섞인 말투가 아닌 북부 특유의 깔끔하고 건조한 말투는 페이시에게 있어 호감의 요소였다.


“어디 출신이야? 이곳 출신은 아닌 것 같은데.”


“뉴욕입니다. 이곳에 온 지는 얼마 안 됐죠.”


페이시는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그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둘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이봐 샌님이 이런 곳엔 웬일이지?”


백인에 갈색 머리에 미식축구를 했는지 커다란 덩치는 남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인상이었다.


“니콜라 무슨 짓이지?”


“헤이, 펜시 이런 샌님보단 나와 어울리자. 저런 칭크(chink)는 너랑 어울리지 않아. 그렇지 않아?”


서슴없이 앞에다 대고 인종 비하를 하는 니콜라는 바텐더를 바라보며 물었다. 일부러 시비를 거는 니콜라를 보며 페이시는 눈쌀을 찌푸리며 그를 제지했다.


“니콜라 자꾸 그렇게 무례하게 굴 거면 꺼지시지? 난 너한테 관심 없다니깐?”


“하··· 내가 어디가 어때서 저런 칭총놈보다 못한다는 거지?”


“저 사람보다 못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네가 싫다고, 사람을 깔보는 말투와 시도 때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더는 나와 관여를 하지 마!”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런 관계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사이가 좋았는데 니콜라가 능력자가 되면서부터 자신감에 가득 찼던 그의 성격이 점점 독선적이고 아집만 가득 찬 성격으로 변하면서부터 둘 사이는 멀어졌다. 페이시를 짝사랑하던 니콜라는 그녀가 그럴수록 더욱 집착하게 되었는데 작금에 이르러서는 페이시에게 말을 걸거나 접근하려는 남자에게는 저렇게 적개심을 드러내었다.


페이시도 그런 친구에게 점점 지쳐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자신이 마음에 든 남자를 모욕하는 그를 보고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비틀린 사랑 때문일까? 페이시가 그를 밀어낼수록 니콜라도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변질하여가고 있었다.


“뭐라고!? 감히 내게 그딴 말을 해?”


[쾅!!]


니콜라가 화를 못 참고 바텐더 앞에 있는 아일랜드식 바를 치자 가게를 울릴 정도로 큰소리가 났다. 가게에 있던 손님들은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니콜라의 주먹이 나무를 파고들어 바가 무너져 있자. 그가 능력자라는 걸 깨닫고 하나둘 가게를 떠나기 시작했다.


“하아··· 나가자 나가서 이야기하자. 저기 미안해요. 부서진 물건에 대해선 제가 보상할게요.”


그 상황을 지켜보던 게이브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습니다. 자주보는 손님인데요.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게이브의 말에 페이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직원이 나갔는데 게이브이라는 바텐더만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페이시는 수표헌장과 뒷면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쓴 뒤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흐음··· 알겠어요. 그럼 이 번호로 요금 청구해 주세요.”


“뭐··· 이 정도쯤은 자주 겪었던 일이라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이봐요 이렇게 매번 부숴 먹으면 남는 것도 없겠어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돈 모자라면 이리로 전화해요. 아셨죠?”


“그것보다 그냥 사적인 일로 전화하면 안 될까요? 예를 들면 데이트 신청 같은···”


“어머···”


게이브의 말에 페이시의 얼굴이 붉어졌다. 니콜라 때문에 잘 안될 줄 알고 미리 선을 그었는데 그가 이렇게 말하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니콜라 때문에 무서우실 것 같은데···”


“아 혹시 남자친구···?”


“아니요! 그냥 어릴 적 친구였어요!”


“아 다행이네요. 남의 여자였으면 큰 실례가 될뻔했네요.”


게이브은 그녀에게 미소를 보인 후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저녁 어떠세요? 비번인데.”


“네 좋아요.”


가슴 떨리는 게 느껴지며 페이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시가 살해당하는 사건의 단초가 되는 이 일들은 아현이 텍사스에 도착하기 6개월 전 이야기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수미향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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