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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향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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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향
작품등록일 :
2016.03.15 14:52
최근연재일 :
2016.05.23 16:00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0,942
추천수 :
648
글자수 :
269,020

작성
16.04.28 16:00
조회
488
추천
9
글자
10쪽

뉴욕 (2)

DUMMY

그의 말에 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도 이곳에 머물면서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야 했기에 그리 서두를 마음이 없었다.


밖으로 나온 아현은 검은 정장에 얼핏 봐도 “나는 요원입니다”라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풍기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굵은 목과 거대한 덩치, 짧은 숏컷으로 강인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남성이었다. 머리칼이 잡힐 염려를 줄이기 위해 언제나 짧은 숏컷을 고수하는듯했고 품 안에는 권총을 휴대했는지 약간은 불룩하게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보는 시선이 남한테 보이지 않도록 검은색 선글라스까지 낀 이 남자는 아시아연합에서 아현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한 박우철이란 이름을 가진 남성이었다.


“헉…헉… 볼일은 다 끝나셨습니까?”


“빨리 찾았네요? 네 그럭저럭 할 일은 다 끝난 것 같습니다.”


태현이 L.A에 있고 아현이 뉴욕에 있는 지금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공안은 특수요원을 뉴욕과 L.A에 나누어 보냈고 아현이 뉴욕에 온 지 대략 이틀 정도가 지났을 무렵 대사관을 통해 외교관 신분으로 정식으로 입국한 박우철은 그동안 그를 감시하는 게 그의 임무였지만 실상은 아현의 심부름꾼… 아니 거의 노예처럼 부려먹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어찌나 자신을 잘 따돌리는지 그를 찾았을 땐 지금처럼 볼일이 다 끝난 뒤라 보고를 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우철로써는 현재 상황이 심각히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자신을 따돌리는 아현에게 도망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이 때문에 극한의 훈련까지 받으며 힘들게 아시아연합의 특수요원이 된 우철의 자존심이 실시간으로 금이 가고 있었지만, 상대는 범죄자도 아니고 상부에서는 오히려 아현이 사라질 때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세력을 알 수 있다면서 다그치지 말고 엄중 감시하라는 말에 강하게 발언하기도 힘들었다.


우철도 상부의 명령에 따르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의 꼬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혀를 내두르며 도전정신을 자극했지만, 지금은 당장에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뭐가 이렇게 신출귀몰하는지!’


“이번엔 어디로 가실 예정이십니까?”


“글쎄요. 마땅히 갈 곳은 없는데… 타임스퀘어라도 갈까요?”


‘거…거짓말…’


그동안 대략 한 달의 시간을 아현과 함께 뉴욕에서 보낸 우철은 아현을 따라다니며 난생처음 자신은 요원의 자격이 부족한 것일까 하는 자기반성에 가까운 자책감을 통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평소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며 밤낮으로 돌아다니는 아현을 보며 우철도 당연히 그를 24시간 전담마크 해야 했기에 움직였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의 행적을 놓치고 있었다. 첫날에는 무려 6시간이나 혼자 떨어진 우철은 정말 필사적으로 그를 찾았고 결국에는 자신은 찾지 못하고 아현이 스스로 돌아옴으로써 첫날의 헤프닝은 끝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지속적인 미싱(missing)상태가 계속되자 마침내 오늘 우철은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이렇게 혼자서 멋대로 돌아다니실 거면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번 일은 그만두겠습니다.”


더는 이렇게 멋대로 행동하는 아현을 감당할 수 없었던 우철은 조금이나마 그의 행동에 제약을 걸기 위해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아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우철을 빤히 바라보았다.


“우철씨 포기하시는 겁이니까?”


“포기라니요. 저는 더는 아현 씨의 안전을 지켜드리지 못 해 드립니다!”


우철의 말에 아현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실망한 듯 말을 이었다.


“정말이지… 우철씨는 공안의 특수요원이 맞긴 한 겁이니까? 객관적으로 말해서 여기 이곳에 있는 CIA나 NSA보다 훨씬 움직임이 둔합니다.”


“뭐…뭐라고? 지금 말 다했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특히 자신이 한 분야에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여 깎아내리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아현의 말에 우철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마치 야차처럼 변했다.


“지금 당장 그 말 취소하십시오!”


“글쎄… 이렇게 쉽게 흥분도 잘하는데. 과연 요원의 자격이 있는 인물일지… 이래서야 제가 한 말을 취소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익…”


놀리는 듯 얄밉게 한쪽 입을 뒤트는 웃음을 지은 아현은 우철의 화를 돋웠다.


“좋아요. 이렇게 하죠. 저를 쓰러뜨린다면 앞으로 절대로 우철씨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또한 방금 했던 말을 취소하겠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설마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겠죠?”


“아현 씨야 말로 후회 없길 바랍니다.”


가장 비싼 5성급 호텔 드넓은 스위트 룸에서 두 남자의 아니 한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 시작되었다.


[허억… 허억… 허억…]


항상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고 다니던 정장 셔츠의 모든 단추는 다 뜯어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얼굴과 몸은 벌겆게 열이 받은 채 식은땀을 흘리며 우철은 오랜만에 누워서 천장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어…어떻게…’


아현도 땀을 흘리고 옷차림도 흐트러져 있었지만 우철처럼 저렇게 옷이 넝마주이가 되지는 않았다.


“어떻게… 내가…”


특전사 출신이 자신이 민간인에게 이렇게 압도적인 실력으로 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 신체적 기량은 서로 맞잡은 순간 비슷하단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과 빈틈을 파고드는 심리 싸움이 승부를 갈랐다.


‘마치 무도의 달인을 보는 것 같다.’


한 끗 차이… 딱 한 끗이 지금의 우철과 아현의 위치를 갈랐다.


“그럼 따라오는 건 말리지 않을 테니 열심히 쫓아오세요.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현은 웃으면서 룸서비스로 주문한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그런 아현을 보며 우철의 안색은 하얘졌다.


‘그… 그럼 또다시 그 강행군을 해야 하는 건가…!’


그동안 우철은 아현을 따라다니며 뉴욕 맨해튼 남부에 있는 월가와 미드타운에 있는 UN을 중심으로 다녔고 심지어 치안이 가장 나쁘다는 이스트 할렘까지 갔었다.


특히 이스트 할렘을 갔을 때 아무리 간이 큰 우철이라고 해도 바로 옆 블록에서 일어난 총격전에 간담이 써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어디 갈 생각 없이 호텔에서 머물 생각이니깐.”


“그렇습니까. 그럼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우철은 옆방으로 갔다.


자리를 떠난 우철을 보며 아현은 피식 웃었다. 솔직히 말해 아현을 감시하기 위한 인물이라서 그런지 능력은 출중하지만, 아직 때를 벗지 못했기에 번번이 아현의 속임수에 그를 놓치고 있었다.


‘덕분에 쉽게 정보를 모으러 다닐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돌아다닌 것만 큼에 성과를 올리지를 못했다. 아현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방금 레드스톤에 볼일이 있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 명의 능력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닉네임은 체이서(Chaser) 주로 뉴욕주에 있는 퀸스 지역을 근거지로 두고 활동하는 자경단이며 던전에서 괴수를 잡은 적이 없기에 그가 능력자센터에 등록된 이름은 사실 알지 못했다. 그래서 뉴욕시민들은 그가 능력자들이 저지르는 악질 범죄자들을 저 멀리 알래스카까지 쫓아 척살을 한 이후로 그 능력자의 닉네임은 자연스레 체이서라고 붙었다.


“역시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아…”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능력자들이 저지르는 강력범죄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하는 살인이나 강간 등은 반드시 범죄자를 쫓아 응징했는데 체이서가 가지고 있는 능력 때문에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건 한 달 전 할렘가인가…”


이런 범죄는 능력자들의 정보가 모인 곳보다는 오히려 동종업자(?)들에게 듣는 게 빨랐다.


마지막으로 들린 할렘가에 거주하는 마약에 쩔은 놈에게 약을 할 수 있는 정보비, 20불을 주고 한 노인이 거리에서 소아성애자이자 의심받는 B급 능력자를 뒤에서 찔러죽였다고 했다.


웬만한 도검 정도는 상처하나 못 내는 B급 능력자로 상대로 단칼에 그를 죽였다면 그만한 스킬과 무기 그리고 근력이 뒷받침 해줘야 할 터, 단순히 노인일 순 없었다. 그리고 체이서의 능력은 바로 변신 능력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체이서의 성별과 나이는 물론이고 목소리와 지문까지 알 수 없었기에 아메리카연합의 능력자센터에 접근할 수 없는 이상 정보를 얻기는 힘든듯싶었다.


회귀 전 아메리카 연합을 지휘했을 때 아현이 본 자료에서 체이서의 개인정보를 볼 수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 접근이 가능했고 그 노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로 체이서가 범죄자를 죽일 때 남기는 특유의 시그니처인 희생자가 묻힌 무덤이 찍힌 사진이나 희생자가 살아있다면 범죄에 희생당하기 전 티 없이 해맑게 찍힌 사진을 남겨 놓았기에 그가 한 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지금까지 한 달 동안이나 체이서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역시 LA로 가야 하나…”


회귀 전 마지막으로 체이서가 목격된 건 L.A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가 속한 클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L.A까지 가지 않고 만나고 싶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순조로워 쉽사리 체이서를 만날 줄 알았건만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에 조금 허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움직여야겠어.’


아현이 기억하는 L.A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 상태로는 바로 그쪽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른 시일 내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태현이 잘 버텨주어야 한다. 혹시나 해서 태현을 L.A에 보낸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그가 움직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체이서의 행방이 묘연한 지금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봐야 했다.


‘믿는다…’


지금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자신을 따라 타지에 온 친구에게 행운을 빌며 아현은 남은 와인을 홀짝이며 밤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자료를 정리해나가며 근심을 지우려 노력했다.




안녕하세요 수미향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역시 갑자기 쓰는 외전같은 이야기라 어렵네요. 뉴욕편은 내일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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