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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향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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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향
작품등록일 :
2016.03.15 14:52
최근연재일 :
2016.05.23 16:00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0,973
추천수 :
648
글자수 :
269,020

작성
16.04.18 16:00
조회
508
추천
14
글자
10쪽

생령의 씨앗 (2)

DUMMY

[드르르르륵!!!]


‘제길!’


30여 발 밖에 쏘지 않았는데 마력 탄에 반응한 총열이 휘어버렸다. 하지만 효과는 큰지 포이즌 아이비의 속살이 보이면서 괴수에게 크게 데미지를 입혔지만 무기 하나를 잃어버렸다. 아현은 돌격소총을 버리고 허리춤에 있는 권총 두 정을 양손으로 잡고 나머지 부분을 향해 빠르게 쏟아냈다. 두께 1m 이상이 파이면서 성인 남성의 키만 한 이파리들이 보였다. 씨방을 감싸고 있는 잎이란 걸 깨달은 아현은 나머지 탄알로 씨방을 제외한 가시가 나올만한 줄기들을 향해 갈겨댔다.


확장 탄창까지 연결된 두 정의 총기를 합쳐 총 30여 발을 쓴 아현은 땅에 버린 총열이 휘어버려 더는 쏘지 못하는 돌격소총의 탄창을 빼서 C4 폭탄에 같이 씨방 쪽에 부착했다. 설치를 마친 아현은 재빠르게 뒤돌아 달려 납작 엎드린 뒤 스위치를 눌렀다.


[콰광!! 쾅!!]


화정 석이 섞인 C4와 마력 탄이 서로 격렬히 반응하며 거대한 폭음과 불꽃을 내며 타들어 갔다.


[키에에에에에!!!]


단번에 씨방을 감싸고 있던 콘크리트 강도의 잎사귀가 날아가며 그 속엔 씨방이라 불리는 전신이 녹색인 여성체가 아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군!”


[키에에에에엑!!]


이제 생령의 씨앗을 꺼내기만 하면 되는 일, 하지만 그 순간 아현도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들렸다.


“엄마!!!”


절규 어린 목소리에 아현의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제길!!”


아현이 떠나는 걸 그냥 볼 수밖에 없었던 태현은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상태론 오히려 발목만 잡는 꼴인 것 같아 태현은 그의 성공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오… 역시 잘하네’


앞서간 아현은 자신의 몸에 무언가 주사 같은 것을 놓더니 빠르고 효율적으로 중앙으로 접근하는 모습에 태현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저게 진짜 능력자가 아니라고…?”


능력자라도 저런 몸놀림을 보이기 쉽지 않기에 태현은 허탈한 기분으로 간간이 들어오는 공격들을 막으며 아현처럼 중앙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어쨋든 아현은 일반인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자신이 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그의 활약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현이 능숙하게 잔 줄기들을 쳐내 가며 중앙으로 다가간 뒤 폭탄을 설치한 뒤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며 터뜨렸다.


[콰광!! 쾅!!]


먼지가 태현이 있는 곳까지 불어오고 땅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충격을 느끼며 앞으로 더욱 나아갔다. 아현이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진 못하지만, 그의 움직임이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폭탄의 검은 연기가 걷히자 태현은 그 자리에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전신이 초록색이었지만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얼굴…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얼굴이었다.


“엄마…?”


처음엔 저도 모르게 내뱉은 작은 소리에 태현은 빠르게 현실을 깨달았다. 분명 저 안에 있는 건 엄마가 맞다. 닮은 형체라고 누군가는 할 수 있지만, 몸속에 있는 피가 그리고 혈육의 이끌림이 저것은 분명 자신의 엄마라고 말하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엑!!]


“엄마!!!!”


한 청년의 후회가 묻은 절규가 현충원을 가득 메웠다.


‘제길!!’


아현은 태현의 절규가 왜 나오고 대전에 포이즌아이비가 출몰했는지 알고 있었다.


포이즌 아이비의 씨앗이 대전에 나타난 건 바람이나 물길이 아닌 바로 시체를 매개로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3년 전 태현의 부모님은 홍콩사태에 희생된 희생자였다.


두 사람이 죽을 때 폐를 통해 몸속에 다량의 씨앗을 품은 채 죽었고 그중 하나가 발아되어 이렇게 태현의 엄마를 매개체로 살아남았기에 초기의 형태가 인간과 비슷한 특히 태현의 어머니와 비슷한 형상을 띄게 되었다. 아현은 지금 이 상황이 더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해…!’


어차피 저건 형태만 태현의 엄마일 뿐이지 괴수일 뿐이었다. 아현의 눈이 날카롭게 굳어졌다.


여성모양의 괴수는 팔과 다리 그리고 등 뒤가 현충원 탑 쪽 점액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점액을 통해 수정된 씨앗을 줄기 끝까지 보내면 그곳에서 꽃을 피워 가루 형태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적대감을 뿜어내는 포이즌아이비를 향해 아현은 소이탄 수류탄을 던졌다.


[콰콰콰쾅!!]


[키에에에엑!!]


꺼지지 않은 불꽃이 점액질과 여성체인 씨방을 불태우자 괴로운 듯이 몸을 꼬아댔다. 씨방도 그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고 아현을향해 산성 물질을 내뿜었다.


[치이이이이익]


이미 예상하고 피한 자리에는 하얀색 연기를 내뿜으며 녹아내려 갔다.


아현이 가까이 다가오자 씨방은 발악하듯 온몸에 신물질을 뿜어냈지만 도핑 상태에서 피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탕!탕!탕!탕!]


“자…잠깐…!!!”


“닥쳐!!”


어느새 가까이 온 태현이 그를 말리려 입을 열려는 찰나 아현이 먼저 그에게 일갈했다.


“닥쳐! 네 기분 모르는 거 아닌데. 그만큼 나도 기분 더러우니깐! 이건 괴수다. 네 엄마를 매개체로 포이즌 아이비가 된 거라고”


“하…하지만…”


자신도 알고 있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게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때 아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세희 살려준다고 했지? 선택해 이대로 빠져서 세희 죽일래? 아니면 계속할까?”


아현의 말에 태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건 그냥 괴수일 뿐이야. 추모의 시간은 이게 끝나고 하자.”


아현은 허벅지에 달린 권총집에서 마력 탄이 담긴 권총을 쏘자 씨방의 곳곳이 움푹 패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역시 이정도 마력 탄으론 죽지 않는 건가.”


아현은 씨방이 정신없는 틈을 타 나머지 소이탄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은 아현은 그대로 씨방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콰과과과과광!!]


거의 모든 폭발반경에 얼굴에 집중되어 씨방의 얼굴이 날아가자 초록색 몸체의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겨우 기절시킨 건가…’


포이즌 아이비의 부위 중 가장 재생력이 뛰어난 부분이기에 완전소거가 아니라면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언제든 재생할 수 있는 곳이다. 아현도 그것은 바라지도 않았고 원하는 것만 취하면 되었기에 거침없이 초록색 몸체의 배를 향해 남아있는 마력 탄을 갈겼다.


[탕! 탕! 탕! 탕!]


퍽!퍽!퍽!퍽! 소리가 나며 배속 안에 있는 주먹만 한 은색의 금속성 물질이 보였다. 군용나이프를 들어 단박에 배에 쑤셔 넣어 금속성 물질을 빼내 가지고 있던 보관 통에 넣었다.


씨방 안은 지구 상엔 없는 강한 산성으로 되어있어 티타늄을 섞은 군용나이프지만 금속을 빼내자 바로 녹아내렸지만 아현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이제 빠르게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더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생령의 씨앗이라고 불린 코어를 빼앗긴 것을 알고 있는 포이즌아이비는 코어를 다시 가지기 위해 자신들을 향해 미쳐 날뛸 것이다. 때문에 아현은 바로 몸을 빼서 뒤로 날리려 빨리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큭…!”


몸이 덜덜 떨리고 마치 세상이 뒤집힌 듯 전방이 일그러지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마약효과가 다 떨어진 신체에서 이상 반응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시야가 흐릿해져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제길 이런 데서…!’


저 멀리서 샷건의 총소리가 들렸지만 아현의 다리는 천근이 되는 듯 경련이 일어났지만 움직이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드리머를 한 대 더 가지고 오는 건데…’


부작용은 더 심하거나 어쩌면 그대로 약물 남용으로 쇼크사로 죽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기에 만약 드리머가 한 개 더 있다면 주저 없이 몸에 주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고자 하는 건 마음뿐 아현의 몸은 말 그대로 부들부들 떨리고 한 발짝 움직이는데도 몸 안에 남은 에너지를 전력으로 쓸 만큼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정지상태에 가까웠다. 아직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관절이 삐거덕대는 것 같고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시발!! 좀 움직여라. 망할!!’


이런대서 죽어서 다시 시작할 순 없었다. 다시 깨어나면 이미 포이즌아이비가 전국을 뒤덮은 뒤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마침 포이즌아이비가 정신을 차렸는지 뒤쪽에서 분노에 찬 괴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에에에에엑!!]


코어를 빼앗겼기에 재생이 느렸지만 포이즌아이비는 본능적으로 아현에게 생령의 씨앗이 있다는 걸 깨닫고 모든 방어를 도외시한 채 그를 죽이기 위해 가시와 채찍이 뿜어져 나왔다.


평소라면 가볍게 피하거나 총으로 방어사격을 했겠지만 그런 몸 상태가 아니었기에 날아오는 공격을 보며 그대로 몸을 날려 주저앉았다.


“큭…!”


주저앉으며 아현은 빠르게 누운 보폭으로 태현에게 기어갔다. 그러자 걷는 것보다 조금이나마 속도는 빨랐지만, 달팽이 걸음과 거북이걸음의 차이일 뿐 거기다 누워서 기어가는 아현이었기에 다음 공격을 피할 방법도 없었다.


“아현!! 제기랄!”


태현도 아현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가 이상한 낌새를 보이자마자 달려갔지만 아현처럼 모든 공격을 피하는 게 아니었고 설상가상으로 그의 거동도 불편한 상태라 이동속도는 극악하게 느렸다.


[탕!탕!탕!탕]


아현은 뒤를 향해 조준도 하지 않은 채 총을 쐈지만 이미 공격준비를 마친 포이즌아이비를 막을 수 없었다.


[쐐애애애액!!!]


거의 기다시피 누워있었기에 구르더라도 치명상은 피할 수 없다고 느낀 아현의 얼굴은 긴장감과 삶의 의지가 섞여 있는 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날아오는 줄기들을 쳐다봤다.


[콰아아아아!!]


갑자기 뒤에서 날아온 불덩이가 줄기들의 방향을 바꾸면서 아현의 뺨을 스쳤다.


‘태현…!’


“괜찮냐?”


“응 괜찮아. 고맙다.”


“시끄럽고 얼른 빠져나가자.”


태현의 안색은 굳어있었지만 처음 포이즌 아이비를 본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수미향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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