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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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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
작품등록일 :
2016.09.10 00:01
최근연재일 :
2017.06.21 00: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51,299
추천수 :
7,047
글자수 :
29,660

작성
16.09.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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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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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
10쪽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2)

DUMMY

다음 날 오전 10시경.

우진은 문자 메시지 소리에 눈을 떴다.


<C-POP Artist season 3>

본선 진출을 축하합니다.

본선 1라운드 녹화가 9월 3~6일에 CBC 미디어센터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촬영 가능한 날짜와 시간(오전 또는 오후)을 정하여 팀(개인) 이름과 함께 문자로 알려 주세요.

(예) CBC / 9월 3일 오전

문의사항이 있으면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어. 으아아!”


우진의 눈이 확 떠졌다.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던 우진의 꿈이 성큼 다가왔다.


휴대폰에 나타난 발신인은 ‘류수정 작가님’, 즉 6번방 여자였다.

우진은 곧바로 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류수정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순정남녀의 서우진입니다. 문의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얘기해요.]

“촬영은 몇 시간이나 걸릴까요?”

[불합격하면 4시간, 합격하면 8시간쯤 걸린다고 보면 돼요.]

“예. 그리고 오전이랑 오후 촬영은 몇 시부터인지···.”

[오전은 9시부터, 오후는 1시부터예요.]

“알겠습니다. 아리랑 상의하고 문자 드리겠습니다.”

[빨리 알려줘야 원하는 타임에 배정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우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아리에게 전화하려다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접었다.

아리가 깨려면 1시간 더 있어야 한다.


“점심때쯤에 전화하지 뭐···.”

띠리리리!

“으어어헉!”


벨소리와 함께 나타난 ‘아리’라는 글자에 우진은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


“여보세요.”

[야! 문자 받았어? 우리 본선 나간대!]

“어. 받았어. 고생 많았다.”

[응.]

“고마워. 너 덕분이야.”

[···.]


아리는 틈을 두고 말했다.


[너 통화중이더라?]

“씨팝 작가님이랑 통화했어. 촬영이 얼마나 걸리나 해서.”

[얼마나 걸린대?]

“불합격하면 4시간, 합격하면 8시간쯤 걸린대. 오전은 9시, 오후는 1시 시작이고.”

“그럼 오전으로 해야겠네? 끝나자마자 알바 가려면.”

“토요일이 낫지 않을까? 알바 없잖아.”

[그래.]

“토요일 오후로 할게. 그리고 자작곡 썼는데, 네가 가사를 봐 주었으면 좋겠어.”

[알겠어. 노천공원에서 보자.]

“응. 좀 더 자.”

[응.]


우진은 전화를 끊고 수정에게 ‘순정남녀 / 9월 3일 오후’라고 문자를 보냈다.


***


아리의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근처 오피스빌딩의 지하주차장으로 왔다.


“아!”


아리는 우진이 쓴 가사를 보고 눈을 시퍼렇게 빛냈다.


“난 좋아. 이거야말로 내가 할 말 많지.”

“나도 할 말 많아.”

“아! 개진상들 진짜. 어떨 땐 죽여 버리고 싶다니까?”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지.”

“알겠어. 노래에 감정 실으면 된다고? 내가 100%, 아니 200% 실어 줄게!”

“그래.”

“<조별과제> 때도 그랬잖아. 내 얘기라 쉽게 불러졌다고.”


우진은 아리 몰래 얕은 한숨을 쉬었다.

1라운드에서 부를 자작곡을 만들지 못하던 상황에서 그는 어제 아리의 넋두리를 토대로 가사를 썼다. 자신의 경험도 많았기에 가사는 쉽게 뽑혔지만, 아리의 나쁜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기에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아리는 우진의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조별과제> 역시 아리가 억울했던 일을 풀어낸 이야기였고, 할 말을 정하는 순간 가사가 스르르 풀려나왔다.


“너는 노래 만드는 건 진짜 잘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이 꼴로 사냐.”

“됐어! 너는 칭찬을 해 줘도 지랄이니?”

“말 좀 예쁘게 해라. 이미지 관리 안 해?”

“웃기시네.”

“보완할 점은 없을까?”

“듣다 보면 생각날 거야. 곡은 썼어?”

“대충 써봤는데···.”


우진은 기타를 두드리다 노래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5시가 다 되도록 가사를 수정하고 곡을 조금씩 바꾸며 노래를 만들어 나갔다.


***


<C-POP Artist season 3>에서 두 번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팀은 모두 181개.

나흘간의 본선 1라운드가 끝나면 이 중 절반 이상이 또 탈락할 것이다.


9월 3일 토요일 낮 12시 40분.

우진과 아리는 CBC 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방송국보다 더 가깝네? 다행이다.”

“그래도 걷기엔 먼 거리 아냐? 날도 덥잖아.”

“난 괜찮은데? 그리고 이제부터는 경쟁률이 2대 1 정도밖에 안 되네.”

“그때랑 지금이 같냐?”


우진은 아리의 말을 데퉁맞게 받은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과 같은 입장의 참가자들이 앉아 있었고, 한 팀인 듯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솔로로 참가한 사람 중에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거나 음악을 듣는 이들이 많았다.


“<C-POP Artist> 본선 1라운드 오후 조 참가자 모이세요.”


작가들이 21개 팀을 호명하며 이름표를 나누어 주었고, 몇 조로 나누어 각 장소로 안내했다.

우진과 아리는 인터뷰실로 향했다.


“혹시 먼저 하고 싶은 팀 있어요?”

“저희요!”


몇몇 팀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아리가 손을 번쩍 들자 주위의 눈이 모두 두 사람에게 쏠렸다. 안 그래도 둘은 나이와 외모, 특이한 복장 때문에 시선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

우진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야. 이런 건 나랑 상의라도 해라, 좀.”

“봐봐. 여긴 우리 말고 다 애들이야.”

“···.”

“이럴 때는 언니 오빠가 먼저 나서줘야 한다고.”


아닌 게 아니라 사실이 그랬다. 우진과 아리가 스물다섯 살인 반면, 주변 참가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이다.

중견 기획사 입사가 걸린 오디션인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네. 순정남녀 먼저 인터뷰할게요.”

“감사합니다.”


이들은 9월 3일 오후 조에서 가장 먼저 인터뷰에 들어갔다.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혼성 듀엣 순정남녀입니다.”

“저는 프로듀서 서우진.”

“저는 메인보컬 매아리예요.”

“감사합니다.”


우진과 아리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자 작가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게 다예요?”

“네?”

“어떻게 해서 만났는지, 어떻게 팀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런 것도 얘기해 주세요. 대답은 제가 말한 후 3초쯤 뒤부터 해 주고요.”

“저희는 10년 전, 중학생 때 만나 가요 동아리에서 같이 노래했습니다. 저는 이후에도 계속 작곡을 했고 공연도 많이 했고 오디션도 봤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고 이유를 들을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노래를 평가받고 싶어서 아리에게 부탁해서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냥 노래를 좋아하지, 전문적으로 음악을 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참가자를 모집할 때 우진이가 저한테 부탁하더라고요. 얘의 꿈을 돕고 싶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틈을 두고 질문과 답변을 하는 것은 방송에 나갈 때의 편집 때문이었다.


“우진 군. 부탁은 아리 양에게만 했나요?”

“예. 얘가 거절했으면 씨팝에 안 나왔을 겁니다.”

“이유는요?”

“얘는 저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 중 하나이고, 제 단점이나 고민을 잘 알고 이해해 줍니다. 제 주위에서 노래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팀 이름을 순정남녀로 정한 이유는요?”

“그건 아직 모릅니다. 저희와 명한이라는 친구까지 셋이 십년지기인데, 팀 이름을 명한이가 정해 주었거든요. 방송에 나가면 알려 주겠다고 했어요.”

“두 사람은 꿈이 뭐예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작곡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작곡하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흥얼거릴 노래를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저는 일단 대학교를 졸업하고 싶어요. 광고나 마케팅 쪽 일을 하고 싶고요, 나중에 제 이름으로 라이브 카페를 차려서 거기서 노래하는 것이 음악 쪽의 꿈이라면 꿈이겠네요.”

“···수고했어요. 이쪽 통로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무대 쪽이에요. 그리로 가면 돼요.”

“감사합니다.”


우진과 아리는 작가의 질문에 유창하게 대답했고, 이들의 인터뷰는 NG 없이 끝났다.

우진은 무대로 향할수록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너 인터뷰 잘한다?”

“그래?”

“작가님도 그러셨잖아. 너 긴장 안 한다고.”

“티가 안 난 거지.”

“너 때문에 나도 덜 떨었어.”

“그런데 나, 이제 긴장돼.”

“어?”

“무대에서는 거짓말 하면 티가 나잖아.”


우진의 말에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우진은 지금껏 걸어온 길을 몇 분 만에 모두 보이고 냉정히 평가받아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서 삶의 길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괜찮아. 너 지금까지 잘 했어. 여기까지 잘 왔잖아.”

“···.”

“아까 작가님이 그랬어. 혼성 듀엣이 몇 팀 없어서 우리는 꼭 방송에 나갈 거라고.”

“나도 들었어.”

“그러니까 죽이든 밥이든, 네 꿈은 이미 이루어진 거야. 편안하게 하자. 즐기면서. 어?”


눈이 마주쳤다.

아리의 웃는 얼굴에 우진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내가 잘했네.”

“뭘?”

“너랑 이거 하자고 한 거.”

“···.”

“네 말이 맞아.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후회 없이 하자.”

“그래! 너 덕분에 나도 방송국 구경하고 좋네.”

“휴우.”

“그래도 긴장돼?”

“어.”

“잠깐 연습할까?”

“어.”


아리가 자신의 이어폰 한쪽을 우진에게 꽂아 주자, 우진이 녹음한 기타 반주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서로를 바라보고 노래를 속삭이며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을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추석입니다. 차례는 잘 지내셨는지요..

모쪼록 즐겁고 풍성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내일 올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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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antastic Ending. <오디션(Audition)>을 떠나보내며 +8 17.06.21 461 10 8쪽
»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2) +2 16.09.15 3,634 74 10쪽
5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1) +2 16.09.14 4,769 64 10쪽
4 Preliminaries. 함께(3) +4 16.09.13 3,877 72 11쪽
3 Preliminaries. 함께(2) +6 16.09.12 5,148 76 8쪽
2 Preliminaries. 함께(1) 16.09.11 5,192 83 9쪽
1 Prologue. +8 16.09.10 7,857 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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