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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16.09.10 00:01
최근연재일 :
2017.06.21 00: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51,297
추천수 :
7,047
글자수 :
29,660

작성
16.09.12 13:52
조회
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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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Preliminaries. 함께(2)

DUMMY

다음 날 오후.

우진은 아리의 전화를 받았다.


[나, 6시 반까지 노천공원 간다.]

“뭐?”

[너 거기서 공연하지?]

“오늘은 안 하려고···.”

[노래해. 내 파트너가 어떤지는 나도 알아야 할 거 아냐? 끊어!]

“하아아.”


우진은 한숨을 쉬었다.


***


오후 7시.


“그녀와 싸우고 돌아서는 집 앞 길가에, 그녀처럼 나를 째려보는 길고양이···.”


우진은 대학로 노천공원에서 또 노래를 불렀다.

그의 앞뒤로 공연했고 공연할 사람들,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 간식을 먹다 대화가 끊어진 연인들, 걸음을 늦추고 그를 힐끗대는 사람들 등.

우진은 스물 남짓한 사람들의 틈 속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아리의 기운을 느꼈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던 공연장에서 긴장을 느낀 것도 오랜만이었다.


우진이 자작곡 <길고양이에게 묻다>를 마치자 아리가 그에게 다가왔다.


“잘 들었어.”

“응.”

“저기. 나 하나 불러도 돼?”

“어?”

“나도 경험 필요하니까.”

“그렇지. 하고 싶은 노래 있어?”

“<잠든 너>.”

“뭐?”

“그거 네 곡이잖아.”

“네가 그걸 알아?”

“알아. 할 수 있어, 없어?”

“알았어. 잠깐만.”


우진이 빈 의자를 자신의 옆에 놓고 마이크 스탠드를 갖다놓자, 아리는 그곳이 자신의 자리였던 듯 무심히 앉았다.

다음 순서인 ‘크로스볼’ 팀의 노준경이 휘파람을 불었다.


“오! 형. 메인보컬 영입했어요? 미인인데요?”

“메인 맞고, 보컬은 봐야 알겠고, 뭐, 미인은 확실하지.”


아리가 우진을 빤히 보았는데, 우진은 자신의 기타를 두드리다 현을 퉁기며 말했다.


“이 정도면 돼? 아님, 키를 좀 낮출까?”

“조금 낮춰.”

“···이 정도?”

“그래.”

“시작한다?”

“응.”


우진은 자신의 녹음기를 작동시킨 후 전주를 시작했고, 아리는 리듬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다 노래를 시작했다.




<잠든 너>


믿음이 깨진 날

믿던 이에게 뒤통수 맞은 날

오늘도 변함없이 하늘은 푸르렀지


집 앞 골목길

원룸의 방과 화장실 사이 길

그 길들 변함없이 무겁게 걸었지


나에게 말 못하는

아니, 할 수 없는 네가

한숨 쉬다 때 낀 이불 덮으며 잠드는 밤


누구도 네 잠이 힘듦을 모른대도

나는 알아

누구도 네 웃음이 외로운지 모른대도

나는 느껴


내일은 그나마 나을 거야

적어도 이유 없는 아침의 희망은 다시 생겨날 테니.




“오!”


아리가 일어서자 크로스볼 팀이 곧바로 박수쳤고, 몇몇 관객들도 박수에 동참했다.

준경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와. 형! 언제 이런 보컬을 구하셨어요?”

“내 친구야. 실력 아깝지?”

“조금만 보완하면 필주(크로스볼 팀의 메인보컬) 정도 하겠는데요?”

“뭘 보완하면 좋을까?”


우진의 말에 준경이 뭔가를 생각하다 아리에게 물었다.


“혹시 뮤지컬 하셨어요?”

“네.”

“형 노래는 극한 고음은 잘 없는데, 고음이 나오니까 너무 세게 지르신 것 같아요. 조금만 힘을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어요.”


준경의 말에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우진은 아리가 일하는 편의점 앞의 파라솔에 앉아 아리가 불렀던 <잠든 너>를 몇 번이고 들었다.

손님이 휩쓸고 지나간 자정. 아리가 그의 앞에 마주앉았다.

우진은 점원 앞치마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꿈에 아리를 끌어들인 것이 과연 잘한 일인가 싶었다.


“너, 아르바이트 그만 둬도 괜찮아?”

“앞으로 아르바이트 할 시간 없어.”

“하아.”

“오디션 끝나면 다시 할게.”

“그때까지 어떡하려고?”

“한두 달쯤이야 뭐···.”


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의 우진과 오늘의 우진이 뭔가 다름을 느꼈다.


“너는 내 노래 어땠어?”

“···.”

“누구보다 네가 나를 냉정하게 봐야 돼.”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우진의 말에 아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는 나한테 최고의 보컬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맞춰서 노래를 만들면 되잖아.”

“어?”

“고음을 너무 지르는 게 문제면, 지를 만한 고음을 안 넣으면 되지. 고음 때문에 너를 영입한 게 아니잖아.”

“그럼 나를 왜 영입했는데?”

“너 아니면 안 된다니까.”

“나는 그냥 노래방에서 조금 하는 수준이야. 아마추어라고! 나보다 노래 더 잘하는 사람들 많아.”

“그 사람들은 내 뜻에 끌려 다니겠지.”


우진은 아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네가 완성되지 않아서 좋아.”

“뭐?”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제일 쉬운 방법은 너를 성장시키는 거야. 다른 사람한테는 진심으로 할 수 없어.”

“···.”

“그래서 너뿐이야.”

“하아.”


우진은 아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보다 훨씬 많은 별.

별이 하얗게 박힌 하늘이 바로 그가 원하던 풍경이었다.


“사실 나도 고음이 좀 걸리긴 했어.”

“···.”

“그런데, 역시 너는 아리더라.”

“어?”

“<잠든 너>, 네 노래였어.”

“···!”

“나는 내 노래를 부르고, 너는 내 노래를 네 노래로 부르고. 그게 팀 아닌가?”

“···.”

“손님 왔다. 들어가.”

“응.”


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 2시.

아리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우진과 함께 인적 드문 길을 걸었다.


“아리야.”

“응.”

“너 정말 이거 해도 괜찮겠어?”

“그럼, 하지 마?”


우진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아리가 말했다.


“거기 나가려면 연습도 해야지?”

“그래야지.”

“언제?”

“···.”

“시간 정해. 딴 애들은 하루 종일 연습만 할 텐데.”

“그걸 어떻게 내가 정하냐. 바쁜 사람이 넌데.”

“···.”

“네가 편한 시간이 언제야?”

“나 어차피 5시쯤에나 자거든. 그 전까지는 공부도 안 하고, 그냥 인터넷이나 폰 아니면 너랑 소주 마시는 시간이니까.”

“아르바이트 끝나고 하자는 얘기지? 요일은 언제가 좋아?”

“커피 마시자. 잠깐만 기다려.”


아리는 집에 들어갔다가 가방을 놓고 캔커피를 들고 나왔다.

두 사람은 근처 쉼터로 갔다.


아리가 벤치에 앉으려는데 우진이 손수건을 재빨리 깔았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여기 앉아.”

“···뭐야? 왜 이래?”

“우리 팀 메인보컬 감기 걸리면 안 되지.”

“웃기시네.”


아리가 활짝 웃었는데, 우진은 하늘의 별빛을 보다 담담히 말했다.


“아리야.”

“응.”

“나, 너한테 정말 잘할 거야.”

“···뭐?”

“이제 너는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면 안 돼. 나, 그런 모습 보고 싶지 않아.”

“···!”


아리의 눈이 또 커졌다.


“내가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너한테는 많이 모자랄 거야. 그런 거 있으면 나한테 꼭 얘기해 줘. 무조건 고칠게.”

“오디션 할 때까지만?”

“아니. 그 뒤에도.”

“···하아.”


아리는 우진의 얼굴을 슬쩍 본 후 한숨을 내쉬었다.

무심코 ‘오디션 할 때까지만?’이라고 묻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는데, 다행히 우진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우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연습 장소는 다른 팀에 부탁해 놨어. 그 팀 연습시간만 피하면 돼.”

“그 팀은 몇 시인데?”

“아침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안 겹치네.”

“무슨 요일에 할까?”

“매일 해야지.”

“매일 하면 네가 힘들 텐데.”

“딴 애들은 하루 종일 연습할 거야. 보컬이랑 댄스도 학원 같은 데서 배우다가 올 거 아냐. 근데 우리는 그것도 못 하는데 연습을 요일 따져가면서 하자고?”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 이쪽도 결국 돈이지.”

“그래도 작곡은 이론이 아무리 빠삭해도 안 될 사람은 안 되는 거 아냐? 너는 되고.”

“내가 무슨.”


아리는 화제를 바꾸었다.


“예선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

“전화 ARS에 노래 한 곡 부르고 번호 남기면 돼. 그럼 3일 안에 합격 알려준대.”

“전화는 언제까지 해야 돼?”

“일주일 남았어.”

“그럼 바로 곡 정해야겠네. 생각해 둔 건 있어?”

“있어.”

“듀엣 곡이어야 하는데.”

“듀엣 버전으로 편곡했어.”

“내일부터 바로 연습해야겠네.”

“그래. 고마워.”


우진의 마무리에 아리가 그를 빤히 보았다.


작가의말

새 작품 시작할 때마다 늘 궁금한 게...

다른 작가님들은 시작하는 순간 어느 정도의 조회수가 나오는데, 저는 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어디 홍보하면 나아지는 건지...


작품만 좋으면 되는 일이라면 할 말이 없어요.

로맨스가 원체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62 방이동
    작성일
    16.11.08 21:51
    No. 1

    하아'가 좀 거슬리네요

    나만 그런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진사로
    작성일
    16.11.09 01:24
    No. 2

    방이동님!
    29화에서 같은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달았던 제 답댓글을 여기에 붙입니다.

    ***

    방이동님! 애정어린 지적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도 10년간 판타지를 쓰고 출판까지 한 작가인데, 저거 싫어하시는 분들 계신다는 걸 왜 모르겠습니까...

    저는 제가 쓴 모든 작품에서 "하아"를 주로 썼던 인물이 누구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작 [100일간의 이야기]의 여주인공 지연이 그랬죠. 엄청 한숨쉬었습니다.
    얘는 나라 잃고 부모 잃고 객지에서 혼자 사는 여자입니다.

    이 작품의 두 주인공... 맥빠지는 인생 살았습니다.
    지금이야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한숨 안 쉬는 게 이상한 애들이라고 생각하여 인물 설정을 그렇게 했습니다.

    저는 힘들게 사는 애들한테는 한숨 쉬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하아"는 제 의도이며, 얘들의 사정이 나아질수록 한숨소리는 줄어들 겁니다.
    독자 분들이 알아채시든 아니든 저는 그렇게 갈 겁니다.

    방이동님의 독서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헌데 이건 독자 분들께는 취향의 문제일 수 있지만, 제게는 신념의 문제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천여
    작성일
    16.12.23 20:04
    No. 3

    뭔가 기대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진사로
    작성일
    16.12.23 22:49
    No. 4

    천여님! 레벨이 엄청나시네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산소걸
    작성일
    16.12.29 14:53
    No. 5

    이야기가 잔잔하네요. 서서히 스며들 것 같아요. 전 이런 소설 참 좋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진사로
    작성일
    16.12.29 16:44
    No. 6

    산소걸님! 댓글 감사합니다.
    잔잔한 이야기 맞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더 좋겠네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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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antastic Ending. <오디션(Audition)>을 떠나보내며 +8 17.06.21 461 10 8쪽
6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2) +2 16.09.15 3,633 74 10쪽
5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1) +2 16.09.14 4,769 64 10쪽
4 Preliminaries. 함께(3) +4 16.09.13 3,877 72 11쪽
» Preliminaries. 함께(2) +6 16.09.12 5,148 76 8쪽
2 Preliminaries. 함께(1) 16.09.11 5,192 83 9쪽
1 Prologue. +8 16.09.10 7,856 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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