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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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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
작품등록일 :
2016.09.10 00:01
최근연재일 :
2017.06.21 00:10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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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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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60

작성
16.09.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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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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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Preliminaries. 함께(1)

DUMMY

CBC 방송국의 가수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인 <C-POP Artist>는 발음의 친숙함(?) 때문에 흔히 ‘씨팝’이라 불린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시즌 3여서 ‘씨팝쓰리’라고도 한다.


<C-POP Artist>의 참가신청은 ARS의 자동응답 안내를 통해 연락처를 입력한 후 노래 1곡을 녹음하는 것으로 완료되며, 신청 후 1주일 내에 2차 예선 참가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통보받게 된다.


<C-POP Artist>는 다른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과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국내 예선만을 치르고, 국내 가요만을 불러야 하며, 각 라운드마다 노래를 2곡씩 부르므로 참가자들의 부담이 매우 크다. 그리고 방송의 대부분은 참가자들의 경연과 심사, 인터뷰만으로 구성된다. 참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길게 내보내는 일도 없고, 팀 미션이라는 미명 하에 이미 만들어진 팀을 찢거나 다른 팀과 합하는 일도 없었다.


<C-POP Artist>가 처음 방송되었을 당시,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은 출연자들의 스토리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방송가의 공식이었고, 오디션 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메인 PD가 출연자들의 스토리를 배제하고 노래로만 승부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C-POP Artist>는 첫 시즌에서 심야 시간대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0%를 넘겼고, ‘씨팝폐인’이라는 마니아층이 생겼으며, 한 회가 방송될 때마다 방송 내용과 특정 참가자들이 화제에 올랐다.


<C-POP Artist>의 합격자 선정 규칙은 단순했고, 한 번 결정된 사항은 번복된 적이 없었다. 자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의도적인 편집도 없었다.

이 프로에서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출연을 환영했고, 대형 기획사에서 찍어낸 듯한 기존 곡에 질렸던 시청자들은 신선한 자작곡에 귀를 열었다.

특히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이 노래할 때는 소리를 편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소절을 부를 때 심사위원들이 놀라는 장면을 내보내느라 똑같은 소절이 반복하여 재생되지만, <C-POP Artist>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애청자는 “눈 감고 들어보세요. 참 좋아요.”라는 글을 시청자 게시판에 남겨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C-POP Artist>는 시즌 2부터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고,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 지난 시즌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여기에 참가하여 높은 순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대부분 실력을 인정받는 가수가 되었다.

시청자들은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가장 공정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C-POP Artist>를 첫손에 꼽는다.


***


우진과 명한은 중학생 때 교내 가요 동아리에서 만났고, 아리는 둘이 다니던 학교에 전학 와 우진과 친해진 후 동아리에 합류했다.

이들은 이사와 전학을 자주 하다가 시골 마을에서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진은 아빠의 직장, 명한과 아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이유의 차이는 있었지만 말이다.


세 사람은 고등학교 때는 가끔 전화만 하다가 성인이 된 후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최근에는 명한만 취직하여 우진과 아리가 자주 만나고 있다.


“어! 진짜?”

“살기도 힘든데 취미만 할 수 없잖아.”

“넌 거기 올인한다며.”

“···.”


7월 24일 일요일 오후, 한 쇼핑센터 건물 안.

드넓은 통로의 양쪽에 각종 상점이 있고, 통로의 한가운데에는 벤치와 자판기, 화분 등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이 장소는 앉을 데가 많고 물건을 사지 않아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며 냉난방이 잘 되어서 셋이 자주 만나는 장소이다.


“동영상 사이트에라도 올려 보지.”

“안 해 본 줄 아냐?”

“그럼 말을 했어야지. 그래야 내가 들어가서 노래 좋다고 댓글이라도 달지.”

“그런 식으로 한다고 되겠냐?”

“하아아.”

“일찍 왔네?”


아리가 나타나 두 남자에게 캔커피 하나씩 쥐어 주고 옆에 앉았다.

야구 모자를 눌러 쓴 그녀는 얼핏 보면 중학생 같기도 했다.


명한이 데퉁맞게 말했다.


“너 머리 안 감았냐?”

“···!”

“너 평소에 모자 잘 안 썼잖아.”

“야!”


아리는 한동안 붉으락푸르락했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얘 음악 때려친대.”

“뭐?”


우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비전이 없잖아, 비전이.”

“회사에 전속 작곡가 하면···.”

“알잖아. 다 안 된 거.”

“하아.”

“작곡은 인맥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나 봐. 학교를 자퇴하지 말았어야 했나.”

“···.”


아리와 명한은 입을 닫았고, 우진은 셋의 캔을 따 주고 자신의 캔커피를 마셨다.


“시원하네.”

“밖에 진짜 덥거든. 근데 너 진짜 그만두게?”

“내가 그만둔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하아.”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번 오디션은 보고 그만둬.”


아리의 말에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

“이대로는 어차피 봐 봤자 똑같으니까···.”

“그래도 해 봐야지!”

“그래. 그것까지는 해 봐.”

“···.”

“그거 해 보고, 이력서 더 넣어 보고 생각해.”

“내 얘기 안 끝났어.”


말이 끊어졌다.

우진은 아리를 보았다.


“<C-POP Artist>는 나가고 싶어.”

“그래. 그건 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는 안 되겠더라. 네가 나 좀 도와줘.”

“내가? 뭘?”

“너, 나랑 같이 나가자. 오디션.”

“···!”


아리의 눈이 커졌다.

그런데 명한의 표정은 확 폈다.


“그거 좋네! 얘는 노래 잘하고, 뮤지컬도 했잖아! 너희 둘이 같이 노래한 적도 있고, 무엇보다 너희가 그림은 좀 되지.”

“노래를 그림으로 하냐?”

“요새는 비주얼이 얼마나 중요한데! 군대에서는 안 예쁜 가수 나오면 바로 채널 돌린다고.”


명한의 말에 아리가 말했다.


“요새 가수들은 나이도 어리고 고치기도 하니까 그렇지.”

“그럼 너도 더 늙기 전에 나가야겠네. 그리고 너는 고칠 데 없어. ···코는 좀 세우는 게···.”

“야!”

“어쨌든 너희가 같이 노래하면 진짜 방송 탈 것 같은데?”

“큭!”

“같이 해 봐라. TV에서 너희들 보게. 어?”


셋 중 가장 들뜬 사람은 의외로 명한이었다.


***


“나 먼저 간다! 팀 이름은 나한테 맡기라고!”


세 사람이 함께 저녁을 먹은 후, 명한은 일찍 쉬고 싶다면서 먼저 집에 갔다.

우진과 아리는 한산해진 쇼핑센터 건물의 통로를 천천히 걸었다.


“우진아.”

“어.”

“딴 여자 없어?”

“없어.”

“···.”

“너 아니면 안 돼.”


아리는 문득 이 대화가 묘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디션 같은 데 나가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는데. 노래 안 한 지도 오래됐고.”

“그래서 도와 달라는 거야. 너도 원하는 거면 돕는 게 아니잖아.”

“···.”


우진은 길을 멈추고 화려한 장식이 달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이 장소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야. 매아리.”

“왜?”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

“너랑 명한이는 알고 있지? 친구니까 말을 안 하는 거고.”

“아니야.”

“너희들끼리 얘기한 적 없어?”

“없어.”

“나는 알고 싶어. 내가 왜 안 되는 건지.”

“···.”

“이유 알면 속 시원하게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아.”

“하아.”

“우승이나 Top 10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심사위원들한테 내가 만든 노래 들려줬으면.”


두 사람은 쇼핑센터 건물을 나와 한동안 걸어 아리의 집 앞에 설 때까지 말이 없었다.

우진이 희미하게 웃었다.


“아리야.”

“응.”

“잠깐이라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

“어차피 어려운 건 알아. 너는 공부랑 알바도 해야···.”

“할게.”

“···어?”

“하겠다고.”

“···!”

“정말로 나 아니면 안 되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게 네 꿈이라면 내가 도와야지 어쩌겠어.”

“그래. 고맙다.”


서로를 바라보는 남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때 우진과 아리의 전화가 동시에 울렸다. 명한의 문자 메시지였다.


[팀 이름은 순정남녀. 다른 이름 쓰면 절교다. 이유는 방송 나가면 알려준다.]


“뭐냐 이건? 웬 20세기 이름이지?”

“풉! 너 20세기 노래 좋아하잖아.”


아리는 짙게 미소 지으며 명한에게 전화 걸었다.


[어.]

“야! 이름 이상해.”

[그냥 해.]

“이거 혹시 순정남 앤드(and) 녀야?”

[뭐?]

“얘는 순정남 맞는데 나는 아니잖아.”

[그런 뜻 아니야.]

“그럼 뭔데?”

[알고 싶으면 TV에 나가.]

“···.”

[마음에 안 들어도 토 달지 마. 나랑 절교하기 싫으면.]

“아···.”

[나 잔다. 끊어.]


아리는 샐쭉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넣었다.


“뭐래?”

“마음에 안 들어도 토 달지 말래.”

“그놈 웃기네. 내가 무슨 순정남이야···.”

“그런 뜻 아니라는데?”

“나 참.”

“그리고 너 순정남 맞아. 지금도 하연이 좋아하잖아.”

“들어가라, 그냥.”

“풉! 잘 가.”


우진은 붉으락푸르락한 표정을 거두고 뒤를 돌았다.


작가의말

<오디션>은 출품작이라 9월 말까지는 월~토에 연재합니다.

이후에는 주 3회 정도 연재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첫 스토리의 시작이라 일요일이지만 올려 봅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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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antastic Ending. <오디션(Audition)>을 떠나보내며 +8 17.06.21 461 10 8쪽
6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2) +2 16.09.15 3,633 74 10쪽
5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1) +2 16.09.14 4,769 64 10쪽
4 Preliminaries. 함께(3) +4 16.09.13 3,876 72 11쪽
3 Preliminaries. 함께(2) +6 16.09.12 5,147 76 8쪽
» Preliminaries. 함께(1) 16.09.11 5,192 83 9쪽
1 Prologue. +8 16.09.10 7,856 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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