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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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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
작품등록일 :
2016.09.10 00:01
최근연재일 :
2017.06.21 00: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51,300
추천수 :
7,047
글자수 :
29,660

작성
16.09.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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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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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
10쪽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1)

DUMMY

<C-POP Artist>에서는 4개 중견 기획사에서 한 명씩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KP의 공동대표이자 프로듀서인 하인길,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수석 보컬트레이너이자 가수인 담여원, TYK의 아티스트 부문 이사이자 가수인 지노(Zino), 그리고 인디밴드 ‘휘민락’의 리더로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이자 인디밴드연합의 부대표인 수휘이다. 특히 인디밴드가 심사에 나서는 프로그램은 지상파 오디션 중 <C-POP Artist>가 유일하다.

본선 1라운드에서는 심사위원 중 3명 이상의 합격 버튼을 받은 참가자가 2라운드로 진출한다. 2명에게만 합격을 받은 참가자는 합격자가 부족한 경우에 한해 심사위원 협의 후 2라운드 진출 여부를 가리게 되며, 1명 이하의 합격을 받으면 자동 탈락한다.


***


우진과 아리는 2차 예선을 마친 후 곧바로 본선 준비에 들어갔다.

아리는 당분간 우진과 함께 노천공원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잖아.”

“시간 많아졌어. 오늘부로 커피숍 끝났거든.”

“뭐?”

“그 시간에 공부하면 돼.”

“이거 때문에 그만둔 거야?”

“아니. 6개월 계약이 끝났어.”

“연장을 하지···.”

“그냥 나가라던데? 내가 일을 잘 못했나 보지.”


아리의 이 말은 거짓말이었고, 우진도 그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공부하다가 여기 들러서 편의점 가면 돼. 1시간쯤은 낼 수 있어.”

“미안하다. 나 때문에···.”

“아니거든? 너 자꾸 왜 그래?”

“후우.”


두 사람은 공연장에서 듀엣으로서의 팀워크와 화음, 실전 경험을 쌓아 나갔다.

얼마 전까지 뮤지컬을 한 데다가 우진과 2년간 함께 노래한 경험도 있었기에, 아리 역시 노래하는 감각을 회복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연장을 무심코 지나치던 사람들은 아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걸음을 멈추곤 했다.


“확실히 네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

“그래?”

“네 목소리에는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어. 날도 더운데 시원한 목소리 좋지.”

“웃기시네.”

“그리고 시선을 끄는 데는 아무래도 여자 보컬이 좋잖아.”

“그거 성차별 아냐?”

“···미안하다.”


두 사람은 사흘간 공연한 후 중요한 한 가지를 합의했다.


“이 노래는 폭발적이어야 살아. 난 언니처럼 폭발적이진 않다고.”

[그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해. 그리고 똑같이 부르는 건 너보다 잘하는 사람 많아. 우리 색깔을 내야지.]

“어떻게?”

[어차피 기타에 맞는 노래로 편곡해야 하잖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불러 보고, 너한테 제일 잘 맞는 걸로 하면 돼.]

“알겠어. 그런데 이건 남자가 들어갈 부분이 없을 텐데?”

[생각해 볼게. 안 되면 랩(rap)이라도 만들어서 넣지 뭐. ···에일리 누나가 싫어하려나?]

“웃기시네! 그런 것까지 따지면서 편곡하게?”


두 사람은 본선 1라운드에서 기성곡 하나와 자작곡 하나를 부르기로 했고, 기성곡은 에일리의 <보여줄게>로 정했다. 원곡은 잔잔하게 시작하지만, 후렴의 고음 부분을 먼저 시작하여 심사위원들의 주의를 한꺼번에 집중시키자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이다.


“자작곡은 어떻게 할 거야?”

[그건 나 혼자서 못 정해. 우리가 같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해야 되잖아.]

“네가 알아서 해도 돼.”

[그럴 수는 없어. 이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

[네 마음이 움직여야 노래 듣는 사람들 마음도 움직여. 특히 너는 더 그렇다고.]

“야! 너 진짜 고리타분한 거 알아?”

[어쩔 수 없어. 다른 참가자들도 기술적으로는 다 뛰어나잖아.]

“···.”

[이따 집 앞으로 갈게. 그때 얘기해.]

“아니. 노천공원에서 봐.”

[할 얘기 많은데···.]

“나 혼삿길 막힌다고.”

[너 결혼 안 한다며?]

“야!”

[알았어. 나도 안 가는 게 편하거든? 너는 왜 잘해 주겠다는데도 싫대···.]

“끊어!”


“아 진짜! 얘는 왜 나 같은 애한테 지 인생을 걸고 난리야?”


아리는 통화종료 버튼을 연달아 눌러댄 후 스마트폰을 팽개쳤다.


우진은 <C-POP Artist>에 자신의 음악 인생을 걸었다. 따라서 아리가 잘하냐 못하냐에 따라 우진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순정남녀를 결성한 후부터 아리를 대하는 우진의 태도가 확 바뀐 이유이다.

아리는 십년지기 친구를 적극적으로 돕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누가 결혼 안 한대? 못 하는 거지? 그리고 아무리 한 팀이라도 그렇지, 뭐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야? 남친보다 더하다니까? 어휴! ···이러니 하연이가 도망가지. 얼마나 숨 막혔겠냐고.”


침대에 눕는 아리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


우진과 아리에게는 자작곡을 정하지 못한 것 외에도 문제가 있었다.


[오늘은 어디서 연습해?]

“···.”

[연습 장소 없어?]

“미안하다.”

[됐어. 어디 으슥한 데 찾아야지 어쩌겠어.]

“너는 무슨···.”

[연습은 어디서든 해야 할 거 아냐? 돈 내고 연습실 빌리게?]

“후우.”


처음에는 우진과 안면이 있는 밴드의 연습실을 새벽에 빌려 썼지만, 그것도 겨우 이틀이었다. 그 밴드가 클럽 공연에 참여하면서부터 연습실을 빌려주기 어렵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연습실을 빌리는 비용은 1시간에 만 원 정도인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두 사람으로서는 흔쾌히 지불하기 어려운 액수였다.

그렇다고 우진의 고시원이나 아리의 원룸에서 연습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우리 집 근처엔 밤에 사람 없는 건물 많아. 거기 아무데나 들어가서 연습해.]

“그럼 네가 마음 놓고 노래를···.”

[연습 못하는 것보다는 나을 걸?]

“···.”

[아! 고수부지 갈까? 거기서는 한밤중에 노래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거 아냐!]

“거긴 실외라 노래 점검하기가···.”

[그럼 어디?]

“···.”


아리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우진은 기타를, 아리는 돗자리를 들고 근처 고수부지에서 연습했다.

태풍과 비바람이 온 날 아리는 자신의 집 근처 오피스빌딩의 텅 빈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저 경비원 아저씨, 정말 착하시다.”

“네가 애교 부려서 그러신 거 아냐?”

“웃기시네. 나 애교 없거든?”

“들어가. 늦게까지 연습하느라 고생했어.”

“소주 마시는 것보다는 좋은데? 너도 가.”


새벽 5시.

우진은 아리의 방에 불이 켜지는 것까지 보고서야 몸을 돌렸다.


***


우진은 아르바이트를 2개 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꾸려 왔으나, 순정남녀를 결성하자마자 모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그가 그 동안 모아 온 푼돈과 함께, 대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3천만 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시원 방값 35에 휴대폰 요금 2만 원. 다른 거 다 빼도 최소 45쯤? 최대 60 잡으면 일 안 해도 당분간 버틸 수 있어. 써야 할 돈은 아까워하지 말자.”


우진은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서 물을 마시다 안을 보았다.

감정 없는 눈빛으로 술과 마른오징어, 과자 등을 스캐너에 찍어대는 아리의 얼굴이 보였다.


“메인보컬한테 알바를 시키는 프로듀서가 있기나 할까. 더구나 이렇게 늦은 시간에···.”


클럽에서 공연하는 프로 밴드는 물론이요, 프로를 꿈꾸는 아마추어 밴드에서도 메인보컬은 세심하게 관리한다. 그의 목소리에 따라 밴드의 생계와 존폐가 걸리기 때문이다.

클럽 오디션을 볼 때도 “노래 들어보죠.”라고 하지 “연주 들어보죠.”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진도 프로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은 상황이기에, 아리를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만으로 될 일은 아니었다.


아리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우진에게 왔다.


“우진아.”

“어?”

“오늘은 연습 못하겠어. 소주나 먹자.”

“그래. 근데 무슨 일 있어?”


우진은 아리의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다른 편의점에서 ‘무슨 일’을 들었다.

우진이 오기 전, 술에 잔뜩 취한 진상 손님이 물건 값이 비싸다며 아리를 향해 바나나 우유를 집어던진 것이다.


“나한테 반말 찍찍 쓰는 건 그렇다 쳐. 부장님이라더라? 직원들이 나한테 미안하다고 우윳값 주고 가는데, 아유! 그 사람들이 뭔 잘못인데?”

“하아.”

“내가 그 인간 부하야? 그 인간은 자식 없나? ···없겠네. 그딴 성질머리로 장가는 갔겠어? 생긴 건 늙은 말미잘같이 생겨가지고···.”

“다친 데는 없어?”


아리가 우진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우유 맞았다며.”

“···.”

“어디 맞았는데? 괜찮아? 아프지는 않고?”

“여긴데 괜찮아.”


아리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가리켰다.


“휴우. 다행이네.”

“노래하는 데가 아니라서?”

“괜찮으니까.”

“···.”

“하여튼 개진상들이 문제라니까. 면전에서 욕 한 번 날렸으면 좋겠어!”

“내 말이! 근데 너는 팁이라도 받았지 난···.”

“그래서 이거, 내가 쐈잖아.”

“···.”

“네가 이해해. 세상이 좀 더럽잖아.”

“그래! 더럽긴 더럽지.”

“근데, 그 진상들은 지가 진상이라는 걸 알까?”

“아는데 그러겠어? 마셔!”

“짠!”

“크크크.”


종이컵을 맞부딪히는 소리는 입에서 났다.




“하아.”


우진은 아리를 바래다준 후 하늘을 쳐다보며 걸었다.


그 역시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진상 손님 때문에 잠도 못 잤던 날이 많았다.

그가 최근에 야간 아르바이트를 호프집에서만 한 것도 편의점 진상들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반면, 호프집 진상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르바이트생에게 노래를 시키는 창의적 진상은 그 역시 처음 경험했지만.


“쟤 많이 힘들었나 본데. 편의점 알바는 멘탈이 강해도 상처받기 쉽잖아. ···어!”


우진은 문득 눈을 크게 떴다.

남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잡힌 것이다.


“이걸 아리가 좋아할지는 모르겠네. 공감은 하겠지만···.”


그는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수첩에 뭔가를 휘갈겨 적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은 좀 늦게 올립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는데 힘드시진 않은지요..


적어도 5천 자 이상은 매일 올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ㅠㅠ

이번에는 분량보다는 그저 꾸준히 올리는데 집중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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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antastic Ending. <오디션(Audition)>을 떠나보내며 +8 17.06.21 461 10 8쪽
6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2) +2 16.09.15 3,634 74 10쪽
» Round 1.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다(1) +2 16.09.14 4,770 64 10쪽
4 Preliminaries. 함께(3) +4 16.09.13 3,877 72 11쪽
3 Preliminaries. 함께(2) +6 16.09.12 5,148 76 8쪽
2 Preliminaries. 함께(1) 16.09.11 5,192 83 9쪽
1 Prologue. +8 16.09.10 7,857 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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