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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서재

유언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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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eL
작품등록일 :
2019.11.24 01:08
최근연재일 :
2020.02.03 16:1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783
추천수 :
68
글자수 :
118,297

작성
19.12.30 23:12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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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3. 죽음(4)

DUMMY

압도적 무력감이 일행을 지배했다. 서둘러 골목을 나온 이들은 발을 바삐 놀리며 도시를 달렸다.

죽음 같은 침묵도 잠시, 한껏 인상을 찌푸린 그들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지?”

리더가 죽었기에 지위는 동급. 개개인이 개성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기에 판단력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했다.

따라서 그곳에 있는 모두가 동등한 지분의 의견을 낼 수 있었고,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빠르게 교환했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당연히 임무 완수지. 아무리 싫다 해도 우리에게 내려진 공식 명령이야.”

“상대는?”

“사악의 기사. 확인된 특징은 없었어. 원거리 공격이 아닌 근거리 전투를 한 것으로 보아 특별한 수단은 없다고 판단돼.”

“누가 현재 전력 분석 좀 해봐.”

“적은 한 명. 추가 인원은 없으리라 판단. 있었거나 있을 예정이면 모든 전략이 무의미. 아군의 상태는 최악. 기습으로 인해 리더를 잃었으며, 전력 자체도 완전하지 않음.”

“현재 실행 가능 전략은?”

“현 여덟 명으로 기사와 맞서 싸우는 건 무리. 싸운다면 70% 확률로 전멸. 팀 분할 또한 무리. 인원수는 전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침. 기사를 저지하기 위해선 5명 이상을 요구. 하지만 세 명만으로는 임무 속행이 불가함.”

기사뿐만 아니라 도시를 쏘다니는 마물, 마법사, 각성자 무리 또한 그들의 적이었다. 따라서 기사만을 생각했다간 예상치 못한 복병에 당할 위험이 있었다.

“아니, 싸워도 뒤지고 나눠도 뒤진다는 거지 같은 소리 그만하고, 실질적인 대책 있는 사람 없어?”

누군가의 질문에 한 사냥꾼이 입을 열었다.

“쓸만한 게 하나 있어. 도박이나 마찬가지인 건 감안하고 봐.”

그는 동료들에게 알림을 보냈다. 모두가 망막에 떠오른 푸른 창에 시선을 옮겼다.

[율법 : 헨젤과 그레텔]

[어리석은 아이들은 빵을 뿌려 길을 잃었어요. 쫓기고 있나요? 빵을 뿌려봐요. 혹시 모르죠. 추격자가 길을 잃을지도?]

율법을 읽은 그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한 사냥꾼이 입을 열었다.

“강제 율법이군.”

제물을 바쳐 원하는 운명을 불러오는 율법, 제물이 가치 있으면 가치 있을수록 바라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율법이었다.

“과연 저 기사에게 통할까? 어지간한 제물이 아닌 이상 율법이 발동되기 전에 우리가 죽을 거야.”

“우리가 완전히 벗어나기를 바라면 그렇겠지.”

입을 연 사냥꾼은 그의 생각을 얘기했다.

“우리에겐 공간 이동의 패가 있어. 발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확보하면 그 뒤에는 추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설령 따라왔다 해도 그때쯤이면 경계의 지킴이들이 우리를 보호해줄 거야.”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휴식만을 바란다면 많은 것을 바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들은 그다음 문제를 떠올리며 얼굴을 굳혔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둘의 관계에서 가치 있는 건 무엇인가?

답을 아는 그들이기에 대답 또한 곧바로 나왔다.

“나부터 하지.”

한 사냥꾼이 입을 열었다.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지쳤어. 그리고 여기서 내가 실력이 가장 떨어지거든.”

생긋 웃은 그는 달리기를 멈췄다. 빠르게 멀어지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그가 유언을 내뱉었다.

“먼저 간다.”

사냥꾼들은 인사하지 않았다. 뒤돌아볼 시간에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게 그를 위한 배려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달리는 사냥꾼들의 속도는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 늦췄던 속도를 올리며 더욱 빠르게 멀어졌다.

그렇게 남겨진 그는 가득 찬 쓸쓸함을 외면하듯 몸을 돌렸다. 어느새 가까워진 붉은 안광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짧게 숨을 들이쉰 그는 무기를 꺼내며 외쳤다.

“와라, 괴물.”

그 말에 화답하듯 기사가 걸음을 내디뎠다.

은빛 섬광이 사냥꾼의 목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


한 명의 희생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희생자가 네 명이 된 어느 때였다.


넷만 남은 일행은 어느 순간 그들을 옭아매던 시선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그들의 율법-헨젤과 그레텔이 성공했다는 의미였고, 그제야 그들은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은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심장이 뼈를 부술 듯 쿵쾅댔고, 기침과 헛구역질이 치밀며 숨을 괴롭혔다. 비 오듯 흐르는 땀에 온몸이 젖은 것은 이미 옛날이었다.

추적의 기운이 사라지기 전까지 전속력으로 달렸기에 숨쉬기조차 괴로운 고통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제···. 이제 지금부터···. 아, 말을···. 못, 하겠네.”

가쁜 숨에 말 한마디 뱉는 것도 힘들었다. 억지로나마 입을 열려던 것도 몇 차례,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함을 깨달은 그들은 짧게 휴식을 취한 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땀을 훔치며 사내가 입을 열었다. 질문받은 사내가 답했다.

“빵을 쫓던 헨젤과 그레텔은 빵을 먹은 새들로 인해 길을 잃었지. 우리도 마찬가지야. 미끼를 쫓던 기사는 목적인 우리를 놓치게 돼.”

“우리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제물의 수, 가치, 대상자의 강함 등 변수가 많지만, 최소 5분은 버틸 거야.”

“5분이라, 턱없이 부족하군.”

사내의 말에 여인이 답했다.

“그만큼 귀한 시간이지.”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 그렇기에 그들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빠르게 전략을 구상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구역 경계까지 이동하는 것. 조금이나마 거리를 줄였으니 공간 이동이 조금 더 쉬워졌을 거야. 이봐, 지금부터 준비하면 얼마나 걸려?”

대화를 듣고 있던 사냥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목숨 걸고 하면 대략 3분. 아슬아슬하지?”

숨을 고르는 데 소비한 시간이 30초, 전략을 나누는 데 30초. 1분이라도 늦으면 모두가 죽는 상황. 단 한 시도 쉬지 못했던 그의 어깨를 막중한 책임이 짓눌렀다.

“할 수 있겠어?”

“죽어도 해야지. 먼저 간 녀석들도 있는데.”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을 듣는 나머지 일행들은 웃을 수 없었다. 한시도 쉬지 못한 그가 최악의 조건에서 공간 이동을 성공시킬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자살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면서도 그는 미소를 그치지 않았다.

“시간 아까우니까 바로 시작할게.”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눈을 감았다. 지친 육체와 뇌로 정신을 모으며 한 구절씩 논리를 쌓아나갔다.

당연한 반동으로 그의 전신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혈관이 터지고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땀에 젖었던 모습이 붉게 물들어갔다. 그와 반대로 안색은 초췌해지며 빠르게 생명이 꺼져갔다.

하지만 동료들은 등을 돌려 그에게서 눈을 뗐다. 그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할 시간 따윈 조금도 없었다. 짧게라도 휴식을 취하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뿐이었다.

기사 외에 다른 적이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들은 몸을 벽에 기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산산이 무너졌다.

숨소리조차 죽였던 그들의 눈앞에 수많은 마물이 나타났다. 골목 앞뒤 전부를 막은 그것들로 인해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었다.

“하하, 씨발.”

한 사냥꾼이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목소리엔 짙은 체념이 묻어 있었다.

“되는 거 하나 없네, 정말.”

무기를 들어보지만 무슨 소용일까. 마법사를 노리고 다가온 마물들은 하나같이 그들보다 강력했다. 질도 수도 모두 밀리는 그들에게 남은 건 공간 이동을 통해 도망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공간 이동을 준비하던 사냥꾼은 율법을 실패해 피를 토하고 쓰러진 뒤였다. 작은 미동조차 없는 것이 죽은 듯했다. 남은 방법따윈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다들 고생했다.”

그는 권총으로 동료들을 겨누었다.

마력을 다룰 줄 아는 그들이 마물에게 죽으면 그 힘은 마물에게 넘어간다. 따라서 마물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서로를 죽이려는 것이었다.

“처형인이 있으면 마법사도 죽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난 고통 없이 죽이는 것밖에 못 해.”

“그 정도면 충분해.”

남은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의 의미, 총을 든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쉽네. 나중에 밥 한번 먹자.”

“그래.” “그러지.”

탕, 탕. 짧은 총성을 시작 삼아 마물들이 달려들었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그것들을 보며 남은 사냥꾼은 머리에 자신의 총구를 겨눴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그는 힐끔 성녀를 쳐다보았다. 그러고선 검지에 힘을 주며 피식 웃고 말았다.

“거, 그쪽도 고생 좀 하슈. 먼저 가리다.”

탕, 건조한 총성이 마지막 사냥꾼을 쓰러뜨렸다. 마물들은 시체를 넘어 마법사에게 이를 드러냈다.

찌걱, 철퍽. 쩍, 쩝쩝.

방해꾼 하나 없는 그들은 탐욕을 드러내며 성녀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신체를 뜯어먹는 소리가 골목을 메웠다.


작가의말

흠....

분량이 적죠?

요즘 바빠요.ㅇㅅㅇ. 이번,저번 주는 주말에 모두 알바했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 약속도 많고....

네, 모두 변명입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제가 성격상, 저는 장면 중간에 글 끊는 걸 되게 싫어합니다. 때문에 여기서 끊지 않으면 화수가 1만자가 넘어갈 거 같아서 짧지만 일단 끊었어요.....

ㅠㅠ

내일 화요일 연재는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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