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1,148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24 19:00
조회
61
추천
2
글자
12쪽

047화 새로운 일 (2)

DUMMY

“2층이네요···”


빌라는 평범했다. 외관을 봤을 때 살짝 금이 간 것 빼고는 멀쩡했다.


“올라가도록 하죠.”


우리는 그렇게 이동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종이에 적힌 호실과 일치하는 곳의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걸까요?”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안쪽에서 묘한 기척이 느껴진다. 긴장하여 잘 못 느낀 걸 수도 있었지만, 일단 눈으로 확인하는 게 가장 좋았다.


“들어가겠습니다. 이동우 씨.”


한 번 말을 해준 후에 손잡이를 돌렸다. 매우 부드럽게 돌아가는 손잡이를 당겼다.


“개판이네요···”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물건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고, 우리는 방을 조금 더 조사해 보기로 했다.

사진들과 여러 책들 사이에서 담배 가루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그가 얼마나 골초였는지 알 수 있었고, 뚜껑 열린 술 병에는 아직 술이 남아있었다.


“이런 애주가가 술을 남기기 쉽지 않은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 까요?”


이하루가 내용물이 남아있는 술병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 그녀의 걸음이 멈칫하며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다.


“뭐가 있습니까?”


그녀의 등 뒤에서 보이는 것은 사람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빼빼 말라비틀어진 시체였다.

완전히 말라 버린 탓에 부패는커녕 아무런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묘한 이질감이 과연 저것일까.


“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어요.”


이하루가 그 시체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면밀하게 살폈다.


“목을 물린 자국이에요. 날카로운 송곳니를 꽂아 아무래도 피를 흡수한 것 같아요.”

“전형적인 흡혈귀의 방식이네요. 아무래도 집이 어질러져 있던 건 끝가지 저항하려다가 아무래도 이곳에서 잡힌 것 같군요···”


붙잡히던 것을 강하게 저항한 흔적이 눈에 보였다.

손톱이 모조리 빠져 있었고, 말라비틀어졌지만, 피부에 여러 생체기가 보이는 걸로 봐서는 꽤나 저항이 거센 것 같아 보였다.


“정말 흡혈귀의 짓일까요?”

“정황상 흡혈귀가 아니라면, 이상할 정도로 강력하게 흡혈귀의 짓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 순간이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미묘한 기운이 곧 살기로 바뀌었다.

그 살기는 나를 향했고, 재빠르게 몸을 굴러 나를 덮치던 것과 마주할 수 있었다.

기습에 실패한 것이 아까웠는지 상당히 분노한 표정이었다.


“···네가 흡혈귀냐?”

“크르르···”


흡혈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언제 공격할지 기회를 잡으려는 것 같았다.

살짝 틈을 보여주었다. 놈은 그 빈틈으로 느껴지는 걸 바로 잡아내려 했다. 그 미끼가 자신을 옭아매려는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내 손이 섬광처럼 그의 목을 잡았다. 그대로 그를 들어 바닥에 그대로 찍었다.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팔을 잡아 뜯었다.


“다시 한번 묻겠어. 네놈이 이 사람을 죽인 건가?”


창백한 피부와 광기에 물든 눈동자로 잡힌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영락없는 짐승과 같았다.

즉,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뚜둑-

그대로 놈의 목을 비틀었다.


“······끄아아···”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흡혈귀의 몸이 축 늘어졌다.

내 팔을 쥐어뜯던 손도 이내 힘을 잃고 힘 널브러졌다.


“···괜찮아요?”


이하루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녀는 내 팔에 입은 상처를 마법으로 치유해 주었다.

굉장한 마법이었다.


“이건···?”

“제 마력으로 세포의 재생 속도를 높이는 거예요.”


상처가 아주 빠르게 아물었다.


“···정말 대단한 마법인데요?”

“원래 이렇게 회복이 빠르지 않은데, 아무래도 현성 씨가 자연 치유력이 좋아서 제 마법과 좋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상처는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흉하나 지지 않고 피만 닦아내면 원래 상처 없던 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다.


“일단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네요. 그 사람한테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곳에서 나오자 어느새 황혼이 길게 늘어졌다.

주황빛으로 세상을 물든 구름이 촘촘하게 그 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름다웠다.


“벌써 시간이··· 얼른 돌아가도록 하죠.”




왔던 길을 돌아 술집 [라이진]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가게의 주인 차미혜는 오픈 준비에 한창이었다.


“돌아왔구나? 어때 좀 수확은 있었어?”


그녀는 우리의 굳은 표정을 보고 살짝 짓던 웃음을 지웠다.


“외상값은 못 받았나 보구나?”

“맞습니다.”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못 받은 건 못 받은 거니까.


“아쉽네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흡혈귀를 봤습니다. 아마 그 흡혈귀가 우리가 오기 전에 이동우를 죽인 것 같네요.”

“오호, 흡혈귀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흡혈귀와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그들은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정신은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목을 비틀었습니다.”

“오호,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골똘히 무언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진하게 번졌다.


“흡혈귀에 대해 설명해 줄까?”

“······.”


우리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설명해 주신다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대신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해.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녀의 매혹적인 눈빛이 더욱 도드라지며 깊게 내려앉았다.


“알겠습니다.”

“뭐 그렇게 이상한 거 아니니까. 그런 걱정할 필요는 없고. 지금부터 잘 들어.”


차미혜가 자신이 정리하던 테이블의 의자를 빼 앉았다.

그녀는 곧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불을 붙이려면 붙이던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꼭 내가 불을 붙여달라는 것처럼 보였다.

옆에서 이하루가 한 숨을 푹 쉬며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차미헤가 입에 물던 담배에 불이 붙으며 하얀 연기가 올라갔다.


“흐음··· 땡큐.”


그녀는 깊게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에 연기를 뱉고 이야기도 함께 뱉기 시작했다.


“이곳은 원래 죽어있는 도시였어, 이렇게 활발한 도시가 아니었지. 세계의 인구가 거의 10분의 1로 줄었는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웃기지 않아? 이 도시는 흡혈귀가 세운 도시야. 그리고 그 위에는 데이비드 박이라는 흡혈귀가 이곳을 지배하고 있지.”

“데이비드 박?”

“그래 진조라고 불리기도 하고, 이곳에 깊게 뿌리내린 흡혈귀의 왕이라고도 볼 수 있지. 흡혈귀는 낮에는 활동할 수 없어, 어둠이 짙게 깔린 밤에만 활동할 수 있지. 보통 낮에는 활동하지 않아.”

“저희가 알고 있는 흡혈귀와 거의 비슷하군요. 혹시 십자가나 마늘도 무서워합니까?”


내 질문을 들은 그녀가 헛웃음을 쳤다.


“아니 십자가나 마늘을 무서워하지 않아. 가끔 내 가게 찾아오는 흡혈귀들은 갈릭 파스타도 시켜 먹는데 뭘···”

“흡혈귀가 이곳을 찾아오기도 합니까?”

“말했잖아. 이곳은 그들의 왕국이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어.”


그때 문이 가게의 종소리가 들리며 사람 두 명이 찾아왔다.

창백한 피부와 난해한 머리 모양과 옷이 인상적이었다.


“사장님 안녕? 잘 지냈어? 오늘도 우리 같은 걸로 해줘.”


들어오면서 주문을 동시에 했다.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더니 이내 입맛을 다셨다.


“정신이 멀쩡한 인간들은 조금 오랜만인데. 너희들도 이곳에 꿀을 찾아서 온 거야?”

“꿀? 꿀이 뭐지?”

“뭐야 꿀도 모르면서 이곳에 왔어? 너희들 멍청하구나?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하면 정말 맛있어 보이잖아···”


그는 자신이 흡혈귀라는 것을 과감하게 들어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자랑했다.

그는 유독 이하루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봐 저 사람들은 오늘 처음이라고 주문 안 받을 거다?”


차미혜가 버럭 화를 내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흡혈귀는 아쉽다는 듯 이하루를 향해 입맛을 다시다가 구석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미안하다···”

“미안할 것까지는 없고, 저들은 제가 생각하는 대로 흡혈귀인가요?”

“그래, 다비드 윤의 부하들이야.”

“다비드 윤은 또 누굽니까?”

“이곳은 거의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있어, 그중 하나 이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우두머리가 바로 다비드 윤이야.”

“그렇군요. 당신이 말한 부탁이라는 건 또 뭡니까?”

“다비드 윤을 죽여주는 것. 그게 내 부탁이야 길드에서 왔다면, 그런 것쯤은 해줄 수 있겠지?”


이 여자 진심이다.

그 눈빛에서 강한 모멸심이 느껴졌다. 흡혈귀를 언젠가는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지금이라니···


“현성 씨···!”


이하루가 다급히 나를 불렀다.


“설마 싸움 걸려구요?”

“다비드 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부하를 건드리면 되지 않겠어요?”

“하,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요.”

“괜찮을 겁니다.”


이하루를 진정시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 발소리를 들은 그들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넌 뭐야.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저 여자나 데리고 오라고! 네 피 맛은 별 볼일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맞아 맞아! 더럽게 맛없게 생겨가지고 진저리 나니까 말로 할 때 썩 꺼져!”


그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나를 경멸하였다.


“잠시 궁금한 게 있는데, 나는 다비드 윤을 찾고 있다. 너희들의 대장을. 너희들이 좀 안내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대장을? 대장이 너 같은 놈이랑 만나줄 것 같아? 잠깐! 내가 왜 이 자식이랑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건방진 새끼!”


그러다 문득 깨달은 듯 다짜고짜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일반인이라면 그 주먹에 안면이 박살 났을 것이다. 이동우를 찾으러 갔을 때 느꼈던 흡혈귀의 힘은 일반인들을 크게 상회한다.

그대로 놈의 주먹을 잡았다.


“······!”


그가 놀라 주먹을 빼보려 하지만 힘을 주어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멍청한 자식 뭐 하고 있어!”


옆에 있던 흡혈귀 동료가 그에게 버럭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대로 주먹을 잡은 놈을 끌어당겨 서로 엉겨 붙게 만들었다.

서로 중심을 잃고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그중 하나가 고개를 들었지만, 발로 짓이겨 밟아버렸다.


“자 어떻게 할래?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나를 다비드 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래?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죽고 싶다면 너희들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도록 해줄 테니까.”

“너, 넌 뭐야···!”


발로 밟고 있지 않던 녀석이 정신을 차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머리를 걷어찼다.

약간의 힘만 담겨 있어도 치명상인데, 조금 힘을 주어 찼더니 이내 고개를 내리깔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자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어떻게 하고 싶나?”

“···우릴 놔줘! 나는 너희한테 잘 못한 게 없다고!”

“잘못한 게 없어? 너 저 사람한테 뭐라 했는지 기억도 못하는 건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하루를 향한 말이 영 거슬려서 그렇게 못하겠다.


“사, 사과할 게···!”

“이미 늦었어, 자 어떻게 할래 선택해!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052화 공항에서 생긴 일 (2) 23.03.29 54 2 12쪽
51 051화 공항에서 생긴 일 (1) 23.03.28 61 2 12쪽
50 050화 새로운 일 (5) 23.03.27 57 2 12쪽
49 49화 새로운 일 (4) 23.03.26 56 2 12쪽
48 048화 새로운 일 (3) 23.03.25 58 2 12쪽
» 047화 새로운 일 (2) 23.03.24 62 2 12쪽
46 046화 새로운 일 (1) +1 23.03.23 58 2 11쪽
45 045화 세리아 (4) 23.03.22 59 2 12쪽
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9 2 12쪽
43 043화 세리아 (2) 23.03.20 68 2 12쪽
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9 2 12쪽
41 041화 북두 길드 (5) 23.03.18 77 2 12쪽
40 040화 북두 길드 (4) 23.03.17 78 2 12쪽
39 039화 북두 길드 (3) 23.03.16 77 2 11쪽
38 038화 북두 길드 (2) 23.03.15 80 2 12쪽
37 037화 북두 길드 (1) 23.03.14 86 2 12쪽
36 036화 본 드래곤 (2) 23.03.13 94 2 11쪽
35 035화 본 드래곤 (1) 23.03.12 102 2 12쪽
34 034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3) 23.03.11 94 2 11쪽
33 033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2) 23.03.10 102 2 11쪽
32 032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1) 23.03.09 111 2 12쪽
31 031화 23.03.08 118 3 12쪽
30 030화 23.03.07 122 2 12쪽
29 029화 23.03.06 129 3 12쪽
28 028화 23.03.05 136 4 12쪽
27 027화 23.03.04 133 2 12쪽
26 026화 23.03.03 134 5 12쪽
25 025화 23.03.02 140 4 12쪽
24 024화 23.03.01 146 3 12쪽
23 023화 23.02.28 15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