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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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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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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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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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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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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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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0화 북두 길드 (4)

DUMMY

주동진과 이하루는 무사히 빠져나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흔적이 가득 보이는 여명 길드원과 만날 수 있었다.

이민재가 피가 뚝뚝 흐르는 창날을 날카롭게 세웠다. 감각이 예민해진 터라, 조금의 실낱같은 인기척에도 반응하였다.

시선이 돌아가고 나서서 동료라는 것을 알아 날을 세운 창을 거두며 이야기를 꺼냈다.


“왜 둘이 왔습니까? 현성 씨는 어디 가고?”


주동진이 심경이 복잡한 표정이었다. 할 말은 많았다.

함정이라는 것 하며, 또한 우리 내부에 간자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난감했다.


“함정이었습니다. 북두 놈들은 저희들이 내부 깊숙이 침투할 것을 미리 알고 병력을 빼둔 상태였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간자가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민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있는 줄 몰랐다. 없길 바라는 것도 안일한 생각이다 싶었지만, 여명 길드에 남아있는 사람들 모두 어려운 형편에 모인 사람이니 굳이 크게 통제하지 않았다.


“간자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성 씨는 저희들에게 도주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혼자 북두 길드와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상한 힘이었습니다.”

“이상한 힘?”

“그게··· 마신의 힘이라고 하던데, 힘이 강력해지고 흉흉한 기운이 피부를 따끔하게 찌르는 것이 이 세상 기운이 아니었습니다.”

“마신의 힘··· 이건 세리아의 도움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군요.”


이민재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가 생각에 빠졌을 때 하는 일종의 버릇이었다.

그가 곰곰이 자신만의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을 때 이하루의 표정 변화를 스쳐보았다.

이민재는 놀라웠다. 그녀의 감정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 절대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억을 잃은 근래 동안 단 한 번도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런 이하루가 생각이 혼잡한 것 같이 눈동자에 파문이 일렀다.


“이하루 팀장? 괜찮나···?”


그런 변화를 눈치챈 이민재가 물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아 주었다.


“아아······”


그녀는 긴 침음성만 토할 뿐 이민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루야! 괜찮아?”

“아아······”


똑같이 ‘아···’만 반복할 뿐, 그녀의 눈동자는 저 멀리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순간 그녀의 동공의 확장되었다. 몸이 심각할 정도로 떨리며 결국 떨림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루야! 왜 그래? 너 괜찮은 거 맞아?”


이민재가 바닥에 주저앉은 이하루와 눈높이를 같이 하며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저 돌아왔어요···”

“뭐라고?”

“저 기억이 돌아왔어요···”


공허하던 이하루의 눈동자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때 보았던 예전의 이하루의 눈동자로 돌아왔다.

그제야 이민재가 이하루의 눈과 마주쳤다. 텅 빈 눈동자가 아닌 것을 본 이민재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저 환상을 보았어요···”

“환상?”


갑작스러운 뚱딴지같은 소리에 이민재가 궁금한 표정이 되었다.


“맞아요. 제정신은 어디론가 깊숙한 곳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었어요. 떨어지면서 저는 이곳에 대한 미래를 보고 있었어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이곳의 미래는··· 멸망을 피하지 못할 거예요.”


이민재는 멸망이라는 소리에 한껏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하지만 올라오는 감정을 푹 누르고 침착하게 이하루에게 말했다.


“그 소리 나중에 다시 해줄 수 있겠니?”

“알겠어요. 그보다 현성 씨··· 현성 씨를 구해야 해요···! 저희를 구하려다가!”

“일단 알겠으니까. 진정해··· 그보다 정말 기억이 돌아온 거야?”

“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기억이 돌아오긴 한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래··· 다행이다.”


이민재는 바닥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방금 전 전투로 인해 담배는 모두 부서져 버렸다. 그는 그걸 보고 한 숨을 푹 쉬고 담배를 구겨 그냥 던져버렸다.


“믿고 기다리죠. 현성 씨는 돌아올 겁니다.”


주동진이 이하루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하지만···”

“저희가 그쪽으로 간다 한들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여서요.”


주동진이 핵심을 찔렀다. 그 말에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하루는 결심을 굳힌 듯 주동진의 앞을 지나쳤다.


“하루 씨!”

“저 혼자 가겠어요.”


주동진은 그녀가 밝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다. 그러니 더는 어떻게 말릴 수도 없었다. 그는 주저앉은 이민재를 바라보았다.

주동진과 눈이 마주친 그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하루의 발걸음을 막지 말라고 전했다.


* * *


치명상을 입혔다. 살가죽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제대로 찔렀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마력은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폭주할 뿐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고진북은 그대로 무자비하게 칼을 뽑아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윤현성의 상식을 벗어난 힘을 보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를 비웃었다.


“네놈 역시 인간이 아니로군.”


관통상을 당한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절대 단시간에 아물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할 것이 분명하다. 칼을 뽑을 때 한껏 틀어서 뽑은 탓에 흘러내려야 할 것이 쏟아지지 않았다.


“크으으으···”


윤현성이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뱉는다.

이미 이성을 잃은 상황. 검은 눈동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눈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붉은색 보석이 박힌 듯한 것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제는 <불굴의 의지>로 버틸 수 없을 만큼 힘을 해방시켰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수 없었고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폭군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래그래··· 서로 죽고 죽이는 거지. 나 역시 최선을 다해 네놈을 상대하겠다.”


그렇게 말하며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동시에 공격을 강행했다.

윤현성의 공격은 검을 쥐고 휘두를 수 없을 정도로 이성이 마비된 상태.

하지만 그의 신체가 무기였다. 고진북은 반이 잘려나간 검에서 마력이 연장되어 칼날이 되었다. 검은 칼날이 그대로 윤현성을 토막 낼 기세로 휘둘렀다.

하지만 고진북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칼날이 윤현성의 손에 잡혔다.


“말도 안 되는···”


급히 힘을 주어 잡힌 칼날을 뿌리치려 했지만, 얼마나 세던지 그럴 수 없었다.

윤현성은 칼날을 옆으로 치우고 주먹을 쥔 반대쪽 손을 그대로 날렸다.

쩌억-!

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고진북이 잡은 칼을 놓칠 정도로 멀리 날아갔다. 윤현성은 그대로 뛰어 고진북을 향해 죽일 기세로 바닥을 찍었다.

콰앙-!

건물 바닥에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한 층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윤현성이 도약해서 내리찍는 힘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괴, 괴물 같은 자식···”


고진북은 그 순간 정신 차려서 내려찍는 공격을 피했다.

만약 피하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절명했을 터, 마신의 힘을 일깨운 그 역시 윤현성의 완전 해방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크르르르르···”


짐승 소리를 내면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이 기분 나빴다. 고진북 역시 주어진 마신의 힘을 더욱 해방시켰다.

이 힘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영혼을 마신에게 종속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뒤를 생각한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다.

방금 전 했던 말을 지키지 못할 뻔한 것에 먼저 간 정용빈에게 미안했다.


“그래 역시 뒤는 생각하는 게 아니야. 미안하다.”


그 역시 점점 불길한 기운의 농도가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그의 눈동자는 흰자가 완전히 사라진 형태로 검게 변했다.

이성을 잃은 고진북이 손을 뻗는다. 검이 두둥실 떠올라 고진북의 손으로 빨려 들었다.

서로 또다시 격돌했다. 그럴 때마다 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멀리서 느껴질 만큼 땅이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둘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기세처럼 보였다.


윤현성이 손을 뻗었다. 고진북은 그걸 노렸다는 듯 가볍게 피하고 그대로 팔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던 것 같다.

때엥-!

하지만 인간의 팔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둔탁한 소리에 그만 검이 튕겨 나왔다. 하지만 검압을 견디지 못한 옷이 찢겨나갔는데, 그 자리에 윤현성의 피부가 파충류의 피부처럼 변해 있었다.

다소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놓치지 않은 윤현성 팔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반대쪽 손을 뻗어 고진북의 복부를 뚫어버렸다.

당한 것을 똑같이 돌려주었다는 사실에 윤현성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있었다. 복부에 손을 꼽은 상태로 그를 들었다.

발이 공주에 떠오르고 그대로 옆으로 던졌다. 팔이 쑥 빠지며 벽을 뚫고 건물 외벽까지 뚫을 기세였다.


“커헉···”


마신의 힘을 받았음에도 드래곤 본연의 힘을 갖고 있는 윤현성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드래곤···

감히 신에 대적할 자라 불렀다. 과거 이스판 대륙의 신은 드래곤의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까 두려워 드래곤들을 모조리 몰살시켰던 전래가 있을 만큼.

신과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이었다.


“현성 씨!”


윤현성의 고개가 팍 돌아갔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윤현성의 본능은 파괴와 멸망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하루의 얼굴을 본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끄어어어···”

“정신 차려요 현성 씨···! 저 기억이 돌아왔어요. 어디 갔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그녀는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았다.

용의 힘과 마신의 힘이 섞인 이곳에서 숨을 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일 텐데, 이하루는 개의치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오, 오지마···”


고통스러워하는 윤현성이 힘겹게 한 마디 뱉었다.

그녀의 발걸음을 거부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위험해질 거라 오지 말라는 뜻인 걸 알고 있었다.


“제발 오지 마요···”

“정신 차려요. 현성 씨는 그런 힘을 빌리지 않아도 이길 수 있잖아요.”


이하루는 단호했다. 그녀 역시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 힘을 감당하기에 인간이란 존재는 약해도 너무 약하다. 힘의 중심으로 더 들어오게 된다면 그녀의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져 이하루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녀가 반응하는 시간보다 그가 질주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때 윤현성의 시간은 멈춘 듯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사고가 정지하고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

콰앙-!

이하루의 머리카락이 충격에 의한 바람에 날렸다. 어찌나 바람이 강하던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머리 모양이 잡힐 정도였다.


“···도망가세요.”


윤현성이 힘겹게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1초? 아니 1초를 수십 번으로 나눠 쪼개도 못 막을 공격을 막아냈다.

막았다고 볼 순 없었다. 고진북의 검은 이번엔 윤현성의 심장을 관통했다. 관통하면서 이하루 역시 같이 보낼 생각이었지만, 윤현성이 칼날을 붙잡아 그것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


“기억이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입안 가득히 피를 머금은 윤현성이 말과 동시에 피를 토했다.

드래곤의 힘이 많이 사그라 그는 더 이상 상처를 치유할 수 없었다.


“그럼요. 다 현성 씨 덕분인 걸요.”

“···왜 돌아왔어요. 기억 돌아온 걸 알려주려고 온 거예요?”

“그래서 싫어요?”


당돌하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싫지 않다.


“아닙니다. 싫지 않아요.”

“그러니까 같이 싸워요.”


그녀의 밝은 웃음엔 신성이 함께하는 것 같다.

아, 눈부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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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화 세리아 (4) 23.03.22 59 2 12쪽
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8 2 12쪽
43 043화 세리아 (2) 23.03.20 68 2 12쪽
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8 2 12쪽
41 041화 북두 길드 (5) 23.03.18 77 2 12쪽
» 040화 북두 길드 (4) 23.03.17 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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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화 북두 길드 (1) 23.03.14 86 2 12쪽
36 036화 본 드래곤 (2) 23.03.13 93 2 11쪽
35 035화 본 드래곤 (1) 23.03.12 101 2 12쪽
34 034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3) 23.03.11 94 2 11쪽
33 033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2) 23.03.10 101 2 11쪽
32 032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1) 23.03.09 110 2 12쪽
31 031화 23.03.08 118 3 12쪽
30 030화 23.03.07 121 2 12쪽
29 029화 23.03.06 128 3 12쪽
28 028화 23.03.05 136 4 12쪽
27 027화 23.03.04 1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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