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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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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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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4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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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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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2화 세리아 (1)

DUMMY

세리아는 방송 장비 안에 홀로 외롭게 있었다.

그닥 외롭지도 않았다. 외롭다는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모른다.

그러니 세리아는 혼자 있어도 별다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세리아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이 등장했다.


‘윤현성···’


그녀는 이 행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씨앗을 심고 열매를 맺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구원의 열쇠가 될 자를 다른 차원으로 유기해 버렸다. 그로 인해 인류는 지금 처참한 상황이었다.

빛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움만 짙게 깔려있는 상태였음에도, 인간들은 이런 불행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어서 돌아올 것이라 했는데, 용의 힘을 그대로 받아 돌아왔다.

그게 인류에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다.

곧 용의 힘이 격동하기 시작했고, 마신의 힘까지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종말이 찾아오나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 불안감이 커져가는 것이 무색하게 용과 신의 힘이 점차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


정말 다행이었다. 윤현성은 열쇠다. 이 차원을 구하기 위한, 그러나 다른 열쇠가 또 존재했다. 그녀는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됐다는 걸 깨달았다. 차원과 인류를 구원할 열쇠는 한 사람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야 말로, 이 차원을 구원할 진정한 열쇠였다.


* * *


우리는 돌아오자마자 방송실에 있는 세리아를 찾았다.

마신의 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세리아는 기다렸다는 듯 스피커로 통해 나오는 소리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반갑습니다. 드래곤의 힘과 마신의 힘, 두 힘이 격돌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세리아는 역시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아주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신의 힘이라는 건 도대체 무슨 소리죠? 신이라니···”

[신을 믿지 않았던 건 윤현성 씨 본인입니다. 저는 신이 존재한다고 했고, 다각도로 우리를 지켜본다고 까지 말을 했죠.]

“정말 신이라는 게 존재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고차원의 영역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손짓 하나에 차원의 운명이 결정될 만큼, 그들은 아주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요.]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존했습니다.]


그 말 그대로다.

말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신이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마신이라니, 그의 힘을 겪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마신의 힘은 강력하다.

고진북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그가, 마신의 힘을 내려받은 화신이기 때문이었다.

사후 잠깐 들어낸 그의 존재감 앞에서 우리들의 존재는 무력했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윤현성 씨.]


세리아가 불렀다. 고개를 들었다. 내게 무언가 부탁할 눈치다.


“무슨 일입니까?”

[외람되지만, 윤현성 씨에게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릴까 합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

[침묵은 동의로 알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일단 들어보고 결정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좋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곧 세리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제 몸을 되찾고 싶습니다.]

“···당신의 몸이요?”

[그렇습니다.]

“당신의 몸이라면 그··· 녹색 괴물 말씀하는 소린가요?”

[그게 아닙니다. 제 본체는 다른 차원에 존재합니다. 제가 윤현성 씨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그 차원으로 가서 남아 있는 제 몸을 회수하는 것입니다.]

“회수···”

[저 또한 윤현성 씨와 같이 신들의 유희거리에 놀아난 차원에서··· 아닙니다. 직접 보시면 이해하기 편할 겁니다.]

“당신의 몸을 구한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세리아의 목적이 궁금하다.

그가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겠으나, 우리들에게 피해를 입힐 거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초적인 궁금증은 어쩔 수 없었다.


[제 영혼을 다시 제 몸에 이식할 생각입니다.]

“그런 게···”


···가능하겠지.

이제 물어보는 것 자체가 지친다.

세리아가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가능한 것이다.


[제가 만약 제 본래의 몸에 복구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제 차원의 기술력을 여러분들에게 가르쳐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여러분들이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 또한 편의성이 증가할 겁니다.]


어떠한 기술력인지 잘 모르겠으나, 세리아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알겠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멈춰있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패배다.

우리는 계속 달려야 했다.

다만 이제 혼자가 아닐 뿐이다.


“일행들과 상의 후에 말해도 될까요?”

[편하실 대로.]


세리아의 허락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모여 회의가 한창인 곳으로 돌아갔다.

이민재가 침을 튀겨가며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문을 지키던 사람이 나를 보고 눈인사를 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대장의 말이 있었지만, 현성 씨라면 다르죠.”


그가 옆으로 한 발자국 물러주었다. 그와 눈을 맞추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 현성 자네 왔는가?”


그가 열띤 설명을 제하고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세리아를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세리아를?”

“그렇습니다. 부탁을 하더라고요 자신의 몸을 찾아달라는 소리를··· 그래서.”

“안 되네, 사람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점에 또 자네 꼴을 당할 수 없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건···”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가장 두려운 것은 나다.

또 이번에 균열을 타고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서 돌아온다면 시간이 얼마나 지나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힘은 시간의 드래곤의 힘이다.

그가 시간을 비틀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았다.


“그건 문제없을 겁니다.”

“자네··· 정말로 들어가겠다는 눈치로군?”

“그렇지 않다면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흠······”

“제가 가겠습니다.”


그때 손을 들고 자신이 가겠다고 주동진이 당당하게 일어나 외쳤다.


“저도 갈게요.”


이하루 역시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해 준다면, 상당한 힘이 되었지만, 그 둘 역시 여명의 핵심 전력이다.

이민재가 저 둘을 쉽게 놓아줄 리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 데리고 가도록 해, 대신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십 년 뒤에 돌아오면 나도 이제 육십이야. 안 돼.”

“벌써 나이를 그렇게 먹었습니까?”

“그때가 마흔이었으니까···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

“저 둘을 데려간다면···”

“여기 걱정은 한동안 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북두 길드도 사라진 마당에 이곳을 위협할 수 있는 길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여차하면 신성 길드도 있기도 하고.”


파티는 완성되었다. 바로 그 둘에게 눈짓해 나오라고 하고 우리는 세리아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오셨습니까? 이건 마지막으로 허락된 제 제 힘입니다. 여러분들을 제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겁니다.]

“잠깐만 그러면 돌아올 때는요?”


이하루가 정확하게 콕 집어 물었다.


[돌아올 힘은 남기겠습니다. 대신 제가 있는 곳과 조금 많이 멀어지게 됩니다.]

“못 돌아오면 왜 보내는 건데요?”

[······.]


대답이 돌아오질 않는다.

잠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저를 확보하신다면, 뒷일은 어떻게든 해결이 될 테니까요.]

“세리아 당신이 어떻게든 이라는 말을 하니까. 그보다 더 무서울 수가 없는데요?”

[죄송합니다.]


균열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게 몇 년 만에 균열을 타고 이동하는 건지···”

“오래됐나요?”

“상당히 오래됐죠. 마지막 균열의 몬스터는 너무나도 끔찍했거든요. 차원이 멸망하는 모습이었어요···”


내 질문에 이하루가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소름 끼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곳엔 왜 간 겁니까?”

“당연히 현성 씨를 찾으러 간 거죠.”

“······.”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한 그녀를 볼 자신이 없었다.

더더욱 할 말이 사라졌다.

애꿎은 균열만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들어가도록 하죠.”


내가 먼저 균열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포근하게 감싸는 기운을 그때는 뭣도 모르고 좋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포근한 느낌이 가장 불길한 느낌이라는 걸 깨달아 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황폐한 사막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뒤이어 균열 안에서 주동진과 이하루가 나와 모래밭을 밟았다.


“사막이네요?”

“우리는 이곳에서 세리아의 몸을 찾아야 한다고요?”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래 알갱이 밖에 없는 곳이었다.

어떤 곳을 갈피로 삼고 이동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무언가 힌트라도 있으면 그걸 따라가볼 텐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현성 씨 이걸 보십시오.”


작은 반딧불 같은 것이 제 자리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신기하다.

영롱한 녹빛이었는데,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곳에서도 그 발광이 절대 뒤지지 않았다.


“한 번 만져볼까요?”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주동진이 녹빛을 만졌다.

그 순간 확 펼쳐지는 빛에 눈을 감았다 뜨니, 사막은 사라지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동한 건가···


“하, 하루 씨 조심하세요!”


거대한 자동차가 이하루를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몸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트럭이 이하루를 그대로 처박았다.

실눈으로 본 그녀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트럭의 그녀의 몸을 그대로 관통하고 지나갔다.


“아무래도 이것은 과거의 환상을 보여주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이 힌트를 따라가면 될 것 같군요.”


내 손이 그대로 구조물을 통과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라 과거였다.

과거의 이곳은 자가 비행기가 공중을 날며 상당히 기술이 발전된 곳이었다.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그 높이를 아우를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마천루였다.

하지만 높이가 높아질수록 그 아래는 짙은 그림자만 깔렸다. 그 빛의 줄기는 사람들의 계급을 나누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그냥 내 상상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욕 없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허망한 눈동자로 위를 바라보는 양복쟁이까지.


“이동하도록 할까요? 세리아를 찾아야 하니까요. 이런 곳에서 오래 있다가는 머리가 다 벗겨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도록 하죠.”


내 말에 주동진이 동의했다.

그가 손을 떼자 환상은 사리지고 다시 모래 알갱이와 강렬하게 내리 쬐는 태양밖에 존재하지 않는 황무지가 펼쳐졌다.


“이걸 따라 가도록 하죠.”


둘은 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만요.”


이하루가 출발하기 전 뭔가 주문을 외웠다. 내 머리맡에 푸근한 기운이 느껴졌다.


“간단한 쉴드 마법이예요. 태양열을 어느 정도 막아줄 거예요.”

“상당히 편리한 마법이군요.”

“그래도 실용적인 마법을 꽤 많이 익혔어요. 이제 큐브가 사라져 더는 마법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지만요···”


그녀가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루 씨는 더 강해 질 수 있을 겁니다. 이곳에서 저희들이 강해질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겁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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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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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030화 23.03.07 121 2 12쪽
29 029화 23.03.06 12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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