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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1,142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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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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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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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7화

DUMMY

“이게 무엇인지 아는가?”

“석궁처럼 보입니다만···”

“석궁처럼 보여도 보통 무기가 아닐세.”


그 결전 병기 옆에 화살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건 두 사람의 키를 합친 것보다 길고 거대하며 또 두꺼웠다. 이런 걸 날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무거워 보였다.


“이렇게 무거워 보이는데 날아가긴 하는 겁니까?”

“그래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게지. 마력을 촉매로 사용하여 그 폭발력을 이용한 결전 병기일세,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도 쫓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하게 날아간다네.”


화약을 터트리는 총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 보였다.

대신 이곳은 화약이 아니라 마력을 사용하는 듯했지만, 어쨌든 그가 자신하는 만큼의 성능이 나와주었으면 했다.


“드래곤인이! 와이번인지 하는 놈이 지금 당장 나타난다 하여도 이것 하나면 끝장을 볼 수 있네! 드래곤 슬레이어인 자네가 나설 일은 절대 없을 걸세.”


그가 자신만만해하였다. 그 자신감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불길하다. 불길한 기운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드래곤이 나타날 때까지 성주는 이곳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했다.

덕분에 화려한 성에서 편하게 지냈다. 사실 현대의 침대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더 편했다.

역시 침대의 푹신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놓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마다 밥을 대령해 준다. 그 음식들도 결코 정성이 적게 들어간 것도 아니다.

이 정도면 굉장히 진수성찬이라 부를 만하다. 현대인인 내 입맛에도 거부감 없이 술술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요리사의 실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아··· 오늘 연무장은 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기사단의 큰 행사가 있어서요.”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이곳 기사단 내에서 내 평판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찬밥 신세나 다름없다. 그닥 신경 쓰면서 지내지 않은 터라 그들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더 냉랭해졌다.

연무장에서 처음 만났을 땐 어느 정도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기사단장인 그가 혼이라도 낸 것이지 다음 날부터는 인사, 아니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종이 음식을 놓고 뒤돌아나갔다. 그녀가 챙겨준 밥을 다 먹고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냥 천천히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적당히 챙겨 먹은 그릇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큰 행사가 있다고 하더니 사람들이 분주해 보이기도 하며,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설렘과 행복을 가득 안은 표정으로 연무장 쪽으로 가볍게 폴짝 거리 듯 뛰어다녔다.


“······.”


이 기운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불길한 존재감이 나를 끌어당기는 듯했다.


“넌 뭐야!”

“그냥 늙은 노인일 뿐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시지요.”


느껴지는 기운이 가까워졌다. 발락스··· 그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병사들에게 자비를 구하고 있었다.

발락스 역시 내 기운을 느낀 것인지, 흐리멍덩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한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 노인네가 결국 미쳤나 보군. 지금 웃음이 나오나? 오늘은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니까. 우리를 거칠게 만들지 말라고! 으하하··· 어.”


노인을 윽박지르던 병사가 갑자기 단검을 빼들어 옆에 있던 동료의 목을 찔렀다. 피가 공중으로 솟구치며 목을 찔린 병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절멸했다.


“으아아아··· 이, 이게 뭐야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한 게 아니라고!”


그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며 뒷걸음질 치다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맞습니다. 당신이 한 게 아니지요···”


똑똑히 보인다. 드래곤의 눈··· 광기에 물들어있고, 세로로 찢어진 파충류의 눈이다. 그 눈을 마주한 병사가 괴성을 질렀다.

듣기 싫을 정도로 흉측한 소리였다. 감히 인간이 낸 소리라고는 생각 들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충분했다. 그 소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호기심 짙어 보이는 모습으로 모여들었다.


“좋아 모두 모였구나.”


그 노인이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두 팔을 펼쳤다.


“나, 나 죽기 싫어···”


눈물을 흘린다. 고통에 좌절한 모습으로 단검을 손에 쥔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제, 제발···”


단검이 스스로 자신의 목에 갖다 대기 시작했다. 팔을 움직이면서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이건 내가 하는 게 아니야! 제발··· 제발··· 살려줘 살려달라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실성해 버린 모습으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


“드래곤 슬레이어! 나 좀 살려줘! 제발 저 녀석은··· 저 녀석은···!”


단검이 쑥 들어갔다.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힘을 주어 그었다.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었다.

붙어있는 게 최선인 머리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지며 쓰러졌다.


“축제로구나! 크하하하하하!”


노인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의 눈을 바라본 사람들이 안색이 새파래지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모두 비켜라!”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결전 병기를 가져온 성주가 저 노인의 웃음소리와 비슷한 웃음으로 결전 병기를 조준하였다.

노인이 호기심 짙은 눈으로 그 병기를 바라보며 흥미로워하고 있을 때, 성주의 행동에는 자비 따위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대로 병기를 발사하였다.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발사되었다.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큰 소리와 깜짝 놀라고 노인을 바라보니 옆구리를 스쳐 반원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치명상에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에 사람들이 더 기겁했다.


“재밌는 무기로군··· 하지만 그런 공격으로는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 인간은 늘 그렇듯 항상 재밌는 걸 만들어내더 군. 죽이고 싶게 말이야.”


그의 몸이 이상하게 울룩불룩 하더니 이내 옷을 찢으며 날개가 나왔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발락스의 힘은 아직 더 남아있었다. 사람들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해지더니 이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 무기를 들고 싸우고 살을 찢고 뼈를 부수면서도 비명하나 지르지 않았다.


“축제로구나 축제! 으하하하하! 역시 너는 내 권능에도 현혹되지 않는 걸 보면 말이야. 참 신기한 인간이라 생각한다!”


그 말 그대로였다.


[스킬 <불굴의 의지(B)>가 강력한 정신 상태 공격을 방어합니다.]


[현혹되지 않습니다.]


[위기감을 느끼고 정신력을 더욱 강화합니다.]


오히려 더 강한 정신력으로 그의 권능에 대항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공격해 온다. 이들을 죽일 수 없었다.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고, 또한 권능에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다.


“제기랄···”

“자! 이제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드래곤의 힘을 개방해라. 그러면 나를 죽일 수 있다! 나와 함께! 최후의 최후까지 발악하여라!”


발락스가 완전히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태 하였다. 완전한 짐승의 소리가 천지를 뒤덮었다.

그리고 내 심장이 급격하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 발락스가 넘겨준 힘이 폭주하기 시작하며 그대로 제어하는 것을 놔주었다.

발락스와 그 힘이 공명하였다. 좋지 않은 상황인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진정한 힘을 내보여라!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보여보란 말이다! 드래곤 슬레이어란 드래곤을 먹고 자란다! 자 어디 누가 포식자이고 피식자인지! 겨루어 보자!”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과 무기는 드래곤 하트에서 나온다.

즉 진정한 검의 힘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면 저 녀석의 심장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녀석의 정수리에 새까만 수정이 박혀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기운과 모습이었다.


“너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검이 조금씩 거대해진다. 드래곤의 질긴 가죽과 뼈를 양단할 정도의 크기가 만들어졌다.

압도적인 힘이 전신을 휘감아 끓어오르는 힘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 그 모습이다! 서로 죽고 죽여보자! 그리고 그 위에 누가 서 있을지! 서로 최선을 다해 죽여보자!”


드래곤은 그 존재 자체야말로 최상위 포식자라 할 수 있었다.

다른 매체에서도 적수가 없는 마법을 극한까지 다루고 용언이라는 특수한 힘을 사용한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공격의 브레스.

모든 걸 태워버리고 녹여버리는 브레스야 말로 진정한 드래곤의 힘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드래곤은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드래곤 피어>라는 스킬은 갖고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 놈!”


[스킬 <마룡참>을 사용합니다.]


중후한 검의 무게가 느껴졌다. 놈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고 그대로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무거운 검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질긴 가죽을 뚫고 거친 비명이 들렸다. 그대로 멈추지 않고 드래곤의 두꺼운 발목을 절단해 버릴 기세로 휘둘렀다.

놈의 두 날개가 펼쳐졌다. 조금씩 움직이는데, 강풍에 몸이 날아갈 정도다. 버티는 게 최선이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왜 다 죽었는지 네놈은 아직도 모르는가?”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가 역시 만족한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힘을 갈망하는 자는 그 힘에 사로잡혀 패망하기 마련이다.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자가 그 힘을 마주하였을 때 느끼는 비참함··· 나는 역대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그런 비참함을 내려주었다.”


그가 공중을 날아오르며 다시 소리쳤다.


“너는 내 힘에 사로잡혀 결국 나의 수하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너를 상대해 주도록 하마. 너는 어차피 나의 것이니 말이야.”

“망상도 그런 망상을 하다니··· 저질스럽군 위대한 드래곤이 말이야.”

“크하하하하하하! 언제까지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마! 고작 버티는 것이 최선인 놈이! 그 힘은 너를 갉아먹을 것이다!”


놈의 마법이 펼쳐졌다. 용의 마법이다.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뜨거운 열기가 여기까지 닿았다.

앞세운 검을 쥔 두 손에 힘을 꽉 쥐었다. 저 마법을 베어야 한다.

검이 내 의지에 응하기라도 한 것인지 검신을 떨었다.


“이 마법에 맞서겠다는 것이냐! 너는 뼛가루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멍청한 것!”


할 수 있다. 아니 무조건 해야만 한다. 발락스의 힘이 전신을 뚫고 밖으로 나오는 듯했다.


“무리해서 힘을 끌어올리다간 네놈 또한 미쳐버리고 만다! 벌써 내 수족으로 들어오려고 아주 발버둥을 치는구나!”

“어이 입으로만 싸우는 도마뱀··· 닥치고 들어와라.”


그가 흥분한 듯 강한 콧바람을 불었다. 그 힘에 바람의 방향이 뒤바뀔 정도였다.


“감히 위대한 드래곤의 존재를 그렇게 부르지 마라. 죽음을 재촉한다면, 죽여주겠다. 흥미가 식었다. 네놈을 죽이고 다른 놈을 슬레이어로 만들어야겠다.”


발락스가 힘을 거두어가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 의지가 그것을 거부했다. 인간의 의지는 기적을 일으키는 법이다.


[스킬 <불굴의 의지(B)>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자, 잠깐 뭐라고?”


뜻대로 되지 않자 당황하는 것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네가 무시하던 인간의 손에 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자, 잠깐···”

“보여주마, 자신의 힘에 스스로 죽어나는 비참함을 보여주도록 하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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