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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1,146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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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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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4화 세리아 (3)

DUMMY

거대한 녀석의 움직임은 확실히 둔했다. 내 속도에 대응하는 것이 한 박자 씩 느리다가 어느새 아예 속도를 못 따라오고 있었다.

거대 로봇은 그대로 바닥을 쓸 듯 발을 회전했다. 그건 그것대로 매우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압도적인 신장 차이로 오는 공격은 조금의 공격만 허용하더라도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계속 달리십시오!”


주동진이 방패를 세웠다. 저 회전력을 가득 머금은 공격을 막아 세울 기세로 그는 땅바닥에 뿌리를 내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뒤에서 이하루가 마법을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데, 아무래도 주동진을 강화시켜 주는 마법인 것 같았다.

이제 내 차례다.

주동진과 회전하는 발이 그대로 만났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날아갈 줄 알았던 주동진이 버티고 있었다.


붉은 마력을 머금은 내 검이 마력에 의해 굉장히 무거워졌다. 그 무게의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용아일섬>을 일발 장전한 상태로 그대로 도약했다. 녀석이 나를 발견하고 팔을 휘둘렀지만, 내게는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그 팔을 타고 위로 질주했다. 나를 떼어놓기 위해 또다시 팔을 휘둘렀지만, 그 순간에 맞춰 뛰자 평소보다 적은 힘으로 높게 날아오를 수 있었다.


“······.”


공중에 잠시 부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옷자락을 펄럭이며 정확하게 검을 휘둘렀다.

붉은 마력이 그대로 놈을 향해 쏘아졌다. 그 마력은 아홉 갈래로 갈라지며 녀석의 사지를 두부 자르듯 손쉽게 잘라냈다.


“···됐습니다!”


서로 지탱하는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로봇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더기로 서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용아일섬>이 휩쓸고 간 자리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모습으로 복구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기계들은 아직도 많다.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성 씨!”


주동진이 상황을 설명했고, 이하루가 내 이름을 부르며 마법을 사용했다.

바람의 흐름이 기계들을 조금씩 움직이며 중심부로 모여들었다.

벗어나려 저항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한 기계들은 한 기도 빠짐없이 깔끔하게 서로 뭉쳤다.

대단하다··· 엄청난 마력이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표정까지 체내에 있는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다 사용하는 중인 듯했다.


“현성 씨 제게 방금 전 사용한 기술을 사용하실 수 있겠습니까?”

“<용아일섬>을요?”

“그렇습니다.”

“사용할 순 있는데, 버티지 못할 겁니다.”

“아닙니다. 전 버틸 수 있습니다. 방패로 현성 씨의 기술을 튕겨낼 겁니다. 제 힘과 현성 씨의 힘이 합쳐져 난데없는 위력을 가진 스킬이 탄생할 겁니다.”


주동진이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를 믿어볼 만했다.

<용아일섬>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나 또한 거의 모든 힘을 끌어올린 터라 잠시 머리가 띵할 정도였다.

용아일섬의 기운을 한 점으로 모아 주동진으로 쏘아 보냈다.

그가 방패를 세웠다. 황금빛 투명한 막이 내 스킬을 조금씩 흡수하는 것 같았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솔직히 말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완전히 내 힘을 흡수한 그의 방패가 그대로 위를 향해 들어 올렸다. 마치 저격이라도 하는 듯 뭉쳐있는 놈들을 겨냥했다.


“<신의 심판>”


그가 조용하게 말하였다. 그가 서 있던 땅이 움푹 꺼질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황금색 광선이 쏘아지며 녀석들이 그 힘과 만나자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었다. 정말 신의 심판이기라도 하듯 말이다.


“대단한 힘이군요···”


스킬 사용을 마친 주동진이 힘을 모두 소진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정말 강력한 힘이군요··· 자칫 잘못했으면 제가 그 힘에 먹혀버릴 뻔했습니다.”


진이 다 빠진 모습으로 헛웃음을 터트린 주동진이 옆을 슬쩍 바라보며 눈치를 주었다.

그 눈짓을 알아먹고 이하루에게 다가갔다.


“하루 씨. 괜찮습니까?”

“네, 보시다시피 아주 멀쩡해요.”


그녀가 멀쩡하다고 말하지만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 역시 많은 마력을 소모하고 진이 다 빠진 모습이었다.

다음 전투가 있는 걸 대비해야지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경고음과 함께 이곳의 땅이 꺼질 듯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위험을 느끼고 그대로 일어나 최선을 다해 입구가 열려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하루를 업고 주동진이 아슬아슬하게 그 턱을 밟았다. 그 뒤로 내가 거의 몸을 날리듯이 도약하여 멀쩡한 땅을 밟았을 때 뒤를 돌아보자 완전히 땅이 꺼져 버렸다.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푹 꺼진 모습이었다.


“다행이네요··· 자칫 잘못했으면 정말 골로 갈 뻔했습니다.”


주동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갔다. 느낌에 세리아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통로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적당히 걷자 입구를 막은 문이 있었다. 전력이 아직까지 돌아가는 것이 신기했다.


“이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요?”

“힘으로 열죠.”


주동진이 손바닥에 침을 뱉고 그대로 문을 밀었다. 뭔가 열릴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주동진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힘을 주었는데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하루가 문을 옆으로 슬쩍 밀더니 우리를 무슨 바보 보듯이 보았다.


“옆으로 미는 건지는 몰랐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우리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버려진 실험실처럼 보였다. 신기한 곳이었는데, 무슨 연구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곳에 쪽지가 있어요.”


이하루가 쪽지를 발견하고 그걸 술술 읊었다. 한국어로 쓰여있는 것도 신기했다.


“······우리는 인류를 위협하는 대 병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최악의 수가 되어버렸다는 걸 깨닫는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쪽지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읊은 이하루가 밑에 있는 것을 마저 읽었다.


“······우리가 만든 병기들은 점점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우리들의 손으로 창조한 것들에 의해 인류의 멸망을 지켜봐야만 했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도 이제 그 책임질 사람마저 없다는 것이 절망스럽다.”


이하루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그때였다. 이하루의 커진 동공이 나를 향했을 때 나도 위험을 감지하고 그대로 허리를 숙여 앞으로 굴렀다.

뭔가 뜨거운 것이 나를 스치고 지나갈 뻔했다. 그 열기가 자칫 잘못했으면 피부를 그대로 녹일 뻔했다.


“···메이드?”


뜬금없이 웬 메이드···

감정 없는 눈동자로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그녀가 팔이 조금씩 기괴하게 움직이더니 손에서 푸른 칼날을 뿜어냈다.

그건 에너지의 결정체였다.

그 품에서 나온 마력은 순도 높은 마력 그 자체임을 느낄 수 있었다.

굉장한 기술력이었다. 솔직한 마음에 내 스킬 <마력의 칼날>보다 훨씬 더 순도 높은 마력임이 분명하다.


“저 메이드의 심장에 마석이 존재합니다.”

“마석이요?”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메이드의 심장 부근에 강력한 마력의 파동을···

그건 마석의 마력을 느낄 때와 비슷한 기운이 흘렀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의 전반적인 시설 자체가 마석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마석 자체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건 알겠는데, 마석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치환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들었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마석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세리아가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구나 느꼈다.


“적··· 제거한다.”

“잠깐 우리는 적이 아니야!”


주동진은 여자에게 약한 모습이었다. 날카로운 표정으로 방패를 들던 주동진의 모습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적··· 제거할 뿐···”


메이드의 감정 없는 목소리로 제거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오른손에서 흐르는 에너지 소드를 그대로 휘두를 뿐이었다.


“으아앗···!”


주동진이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메이드의 공격은 단조로움을 벗어나 그야말로 인간을 죽이기 위한 검술이었다. 심장과 목을 중점적으로 노리며 공격했다.


“허리를 뒤로 꺾으세요.”

“예?”


주동진은 반문하면서도 본능적으로 허리를 뒤로 꺾었다.

그 틈을 노렸다. 내가 달려가기에 충분한 시간 달려가서 그 검을 쳐내기엔 아주 충분했다.

그대로 공수가 뒤바뀌었다. 공격을 강행하던 메이드가 막기에 급급했다. 위, 아래, 사선 검은 그렇게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그딴 검은 자객이나 휘두르는 것이지.”


메이드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기세가 바뀌었다. 방금 전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 거친 기세로 나를 몰아붙였다.

단조롭게 공격하던 것이 조금씩 빈 잔이 채워지듯 공격의 다양성이 생겼다. 내 행동을 그대로 보고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배우는 게 빠르다. 하지만 아직 백 년은 일러.”


실전 검술로 다져진 나를 이길 순 없었다. 메이드는 내가 던진 미끼를 바로 물었다. 찌가 흔들렸고. 나는 그대로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아아··· 세리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메이드의 오른팔이 떨어지며 그녀의 늙은 눈동자 또한 바닥으로 떨어졌다. 몇 번 깜빡이는 것을 반복하다. 완전히 색을 잃어버렸다.


“···대단한 실력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겁니까?”


주동진이 넋을 잃고 물어보았다.


“그냥 하면 됩니다.”


우리는 메이드가 등장한 곳으로 들어갔다.


“이건······.”


우리가 발견한 것은 단 하나 멀쩡한 실험체 안에 잠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세리아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본능이었다.

메이드가 마지막으로 말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건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저게 저희가 알던 세리아가 맞는 건가요?”

“우리가 알던 세리아는 그냥 녹색 괴물인데··· 이렇게 예쁠 수가···”


주동진이 천천히 다가가 넋을 잃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초록빛 머리를 가진 여성이 몸을 웅크리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이젠 잠에서 빠져나올 때가 되었다.

빨간 버튼을 그대로 눌렀다. 뭔지 모를 액체가 빠져나가고 그녀의 몸이 떨어지려는 것을 주동진이 받아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동진이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일어날 거라 예상을 하긴 했는데,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세리아! 너의 몸을 확보했으니, 우리가 나갈 곳을 보내줘!”


묵묵부답이었다. 곰곰이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 문득 생각이 스쳤다.


“검은 수정··· 이곳의 검은 수정 즉 마석을 흡수한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주사기를 이용해 마력을 흡수한다면 원래 있던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석은 메이드가 갖고 있었고, 나는 마석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어쩌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무도 완수했으니 이제 돌아가 볼까요?”


메이드가 쓰러진 자리에 손바닥을 피고 그대로 손을 뻗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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