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1,147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28 19:00
조회
149
추천
2
글자
12쪽

023화

DUMMY

그녀가 나에게 묻는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곳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의 언어를 습득하지 못했다.

어쩌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으니, 혹시 내 말도 이해하지 않을까, 결과는 성공이었다.

모르겠다하는 그런 표정은 아니었다.


“다행이네요. 복장이 특이해요. 이곳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아··· 저는 조금 멀리서 왔습니다.”

“조금 먼 곳이요? 얼마나 먼데요?”

“그게, 조금 먼 게 아니라 정말 많이 멀어서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가···”

“그런가요? 저는 모험가들이 부러워요, 자유로운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잖아요.”


부럽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억양과 표정이 그다지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솔직한 마음에 경멸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차갑게 느껴진다.


“아가씨, 아버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얼른 돌아가셔야 합니다.”


나를 발길질하였던 덩치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작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소리가 다 내 귀로 들어왔다.

귀 기울여 듣던 그녀가 내 쪽을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겠어요?”

“···그러도록 하죠.”


떨떠름했다. 무슨 인연으로 이어지는 건지는 몰라도 내게 왜 호의적인지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내게 잘해주는 이유는 오직 그녀만 알고 있었다.


“볼 일 다 봤으면 꺼져라···”


여자를 보호하던 기사가 당장이라도 목을 벨 듯 차갑게 쏘아붙였다.

베일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재빠르게 길을 비켜주었다. 그는 나를 한번 째려보고 다시 제 길을 갔다.


“어렵다···”


내가 이곳에서 뭘 해야 하는지. 인벤토리에서 그때 획득한 검의 정보를 확인했다.

처음에는 물음표로 도배되어 있었는데, 혹시나 바뀌었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드래곤 슬레이어] [A+]


[먼 옛날 유라이트 대륙에서 사용하던 전설적인 드래곤 슬레이어가 사용하던 검.]


[해방 조건 : 드래곤 하트의 파괴.]


차라리 모르던 게 나았다. 어떻게 드래곤을 죽여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정말 죽일 수 있기나 한 건지 묻고 싶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 살아서 못 갈 수도 있겠는데···”


덩그러니 혼자 떨어진 이 세계에서 드래곤은커녕 굶어 죽게 생겼다.

일단 근처 여관을 찾았다. 휴식을 취할 공간이 필요했다.


“안녕하십니까.”

“······.”


큰 용기를 내 여관 주인장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가만히 나를 쳐다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혹시 방이 있습니까? 방을 좀 구하고 싶은데요···”

“동화 다섯 냥만 주시오.”

“그, 그게··· 지금은 돈이 없으니 혹시 저에게 맡기실 일은 없으십니까?”


다년간 게임으로 다져진 실력을 보여야 한다. 원래 이런 여관에서 퀘스트가 발생하기 마련.

퀘스트를 완료하고 방을 구할 생각이었다. 물론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에.

그가 차가운 눈동자로 가만히 날 응시한다.


“혹시 뭔가 필요한 건···”

“없네, 돈이 없으면 나가게나···”


그의 차가운 억양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면서 웬 양아치 무리가 주변을 에워쌌다.


“돈 받으러 왔다. 칼리안. 약값으로 딸을 살렸으면, 그에 맞는 돈을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들이 키득거리며 칼리안이라는 자를 비웃었다.


“네놈들에게 줄 돈은 모두 준 걸로 알고 있다. 여기서 그만 행패 부리고 썩 꺼져!”

“언제까지 우리가 네 편의를 봐줘야 하지? 원금은 갚았는데, 이자가 남았잖아 이자가.”


비열하게 웃는 그의 뒤로 다른 양아치들이 물 샐 틈 없이 들어왔다.

손님도 없어 이곳엔 나와 가게 주인만 있었는데, 상황이 묘하게 변했다.

뜻대로 흘러가진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행운이 발밑으로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일··· 아직도 필요 없으십니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살짝 억울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그건 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도와주겠나···”


됐다. 찾아온 복덩이들을 바라보았다. 나를 먹잇감 노리듯 바라보는 그들과 마주 섰다.


“이봐 그냥 오지랖 부리지 말고 갈 길 가는 게 좋을 텐데.”

“아니, 나도 이 사람한테 볼 일이 조금 있어서 말이야. 들었잖아. 퀘스트 시작이라고.”

“뭐? 퀘스트···”

알 턱이 없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부터 나와 그들의 싸움이 시작될 뿐이다.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

그들 역시 싸움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일단 느리다.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품에서 빼든 단검이 내 복부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푸욱-

승리를 자신한 미소다. 하지만 찔리지 않았다. 옆구리를 향해 찌르는 걸 살짝 흘렸을 뿐이다.

내 미소를 확인한 그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대로 단검을 든 놈의 팔을 꺾었다.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비명이 함께했다.

그가 뒷걸음질 쳤고, 그대로 발로 밀어차 무리의 품으로 보내줬다.


“좀 놀았나 보군···”

“꼭 삼류 양아치 대사로군. 시간 없으니까 얼른 들어와라.”

“다들 뭐 하고 있어! 오늘 굶을 거야? 쳐!”


그가 거칠게 팔을 휘둘렀다. 그 명령을 들은 양아치들이 모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적당히 뒤로 물러가면서 양아치들과 공방을 나누었다.

한 놈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 나를 덮치려던 것을 그대로 그의 발목을 쓸었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요란하게 쓰러지며 테이블이 박살 났다.

그 잔해물에 먼지가 자욱했고, 적당한 것이 눈에 띄었다. 테이블을 지탱하던 적당한 두께의 다리를 잡고 붕붕 휘둘러보았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 검은 뱀단을 공격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냐!”

“검은 뱀이든 살모사든··· 모두 상관없으니 다 와라.”


다섯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대로 다섯 명의 품으로 파고들어 놈들이 붙기도 전에 내가 붙어버렸다. 그대로 손에 쥔 나무를 휘둘렀다.

머리를 맞고 쓰러진 녀석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최대한 급소를 노렸다. 한 번에 한 놈씩 노리지 않으면 둘러싸여 불리해지기 마련이었다.


“이 쓸모없는 새끼들··· 다들 나와 이 새끼들아 어떻게 다섯 이서 한 놈을 못 잡고 무서워하고 있어!”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던 양아치가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느껴진다. 괜히 이들을 주름잡고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좀 치는 걸 보아하니, 너를 곤죽으로 만들어야겠다. 괜한 오지랖 때문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마라. 끼어서 될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으니까.”

“······.”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쏘아봤다. 녀석이 칫- 혀를 차며 달려들었다. 급격히 거리가 가까워진 녀석이 품에서 단검을 들고 그대로 사선으로 그었다.

프로다··· 단검술에 관해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필시 베였을 거다. 역으로 쥔 단검이 날카롭게 한 번 더 휘어지며 들어왔다.

턱-!

손에 쥔 나무 기둥을 세워 목 근처로 가까워진 단검을 멈췄다.


“아까 같은 기세는 어디 갔냐···”


날카롭게 찢어진 눈으로 나를 보는 그의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 보았다.

큐브를 얻기 전 검도를 했었던 시절로 돌아가 그를 상대하라고 한다면, 절대 이기지 못했을 상대였다.

하지만 큐브의 힘을 얻고, 강화한 슈트를 입고 있는 나를 상대하기엔, 조금 많이 부족한 실력이다.


“장난은 여기까지만 하지. 정리를 부탁받을 순 없거든.”


숨을 뱉는다. 나뭇가지에 스킬을 사용하는 건 처음이다.


[스킬 ‘마력의 칼날(C)’을 사용합니다.]


[사용하는 무기의 특성으로 칼날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무기에 마력을 다 담을 수 없습니다.]


[공격력이 반감됩니다.]


[관통력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 녀석을 끝장내기에는 충분한 공격력이었다.


“마, 마력··· 네놈 기사였나. 게다가 검이 아닌 나무 기둥에···”

“기사?”

“칫··· 기사든 뭐든 우리 검은 뱀단의 앞길을 막으면 그저 죽일 뿐이다! 죽어라!”


그가 흥분하여 달려들었다. 방금 전 보다 단조로운 공격의 흐름에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스킬 ‘베기(E)’를 사용합니다.]


[당신의 움직임이 스킬을 초월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스킬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알 수 없는 알림과 함께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부드럽게 공격을 흘린 다음 대각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휘둘렀다.

아니 때렸다는 게 맞았다. 오른쪽 어깨를 찍어 내리자 그대로 어깨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혀, 형님! 너 이 자식 잘도 형님을···”


그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몸을 떨면서 나를 노려봤다.

노려본다고 상황을 바꿀 순 없다. 그대로 놈들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돌아가라. 더는 나도 참지 않겠다.”

“정말 검은 뱀단을 건들고도 살기를 바라는 거냐··· 우리는 한 번 건든 자는 절대 곱게 죽이지 않는다···”


분노로 가득 찬 그의 두 눈에 얼마나 억울했으면 눈망울이 맺힐 정도였다.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자들이 눈에 눈물이 고이다니···


“오면 벨뿐··· 그뿐이다.”


손에 쥔 나무를 버렸다. 그리고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았다. 검이 매끄럽게 뽑히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차가워졌다.


“기, 기사가 검을 뽑았습니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겁을 먹은 것이다. 기사라는 존재들이 이곳에서 엄청난 존재인 듯하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우리 검은뱀단의 체면이 서질 않는다. 그리고 우린 형님의 복수를···”

“···그만.”

“혀, 형님!”


내게 어깨가 부서진 자가 손을 들어 더 이상 그만할 것을 명령했다.


“이름은?”

“윤현성.”

“검은뱀단이 너를 지켜보겠다. 윤현성··· 이대로 물러가도록 하지.”

“잠깐만, 내가 언제 너희들을 살려서 보내준다고 했지?”


인간을 베는 것이, 두렵진 않다. 하지만 내가 사람을 베면 벨수록 드리워지는 어두운 무언가가 나를 침식하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두려워한다고 해서 그만둘 수는 없는 법이다.


“너희들은 오늘 내 검에 모두 죽는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스킬 ‘마력의 칼날(C)’이 발동합니다.]


[당신의 의지와 뜻에 칼날이 더욱 날카롭게 빛납니다.]


뚜렷한 마력의 칼날이 푸른색을 띤다. 지금까지 희미하던 칼날이 아니라 날카롭게 벼린 칼날이 되었다.


“오러 소드··· 기사다. 어째서 기사가 여기에···”


단 한 사람의 말이 주변을 공포로 물들였다. 이 스킬이 무언가 굉장한 것 같기는 하다. 이렇게 겁을 먹을 줄이야.


“정말 기사였나···”


무리를 이끌던 그가 부상당한 어깨를 붙잡고 돌아서던 것을 멈추었다.


“죄, 죄송합니다···”


마지못해 무릎을 꿇고 억지로 사과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저는 밧트··· 검은뱀단의 간부입니다··· 부디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경 밑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보를 어디까지 다룰 수 있지?”

“뭘 원하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경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돌려 여관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뜻을 묻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보고 뜻을 알아들었다.


“일단 돌아가라. 내가 직접 찾아가도록 하지. 네가 직접 찾아오든 다른 놈을 보내 찾아오든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무리를 이끌고 들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후우··· 연기하는 것도 힘들구만. 자 이제 자리를 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고맙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052화 공항에서 생긴 일 (2) 23.03.29 54 2 12쪽
51 051화 공항에서 생긴 일 (1) 23.03.28 61 2 12쪽
50 050화 새로운 일 (5) 23.03.27 57 2 12쪽
49 49화 새로운 일 (4) 23.03.26 56 2 12쪽
48 048화 새로운 일 (3) 23.03.25 58 2 12쪽
47 047화 새로운 일 (2) 23.03.24 61 2 12쪽
46 046화 새로운 일 (1) +1 23.03.23 58 2 11쪽
45 045화 세리아 (4) 23.03.22 59 2 12쪽
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9 2 12쪽
43 043화 세리아 (2) 23.03.20 68 2 12쪽
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9 2 12쪽
41 041화 북두 길드 (5) 23.03.18 77 2 12쪽
40 040화 북두 길드 (4) 23.03.17 78 2 12쪽
39 039화 북두 길드 (3) 23.03.16 77 2 11쪽
38 038화 북두 길드 (2) 23.03.15 80 2 12쪽
37 037화 북두 길드 (1) 23.03.14 86 2 12쪽
36 036화 본 드래곤 (2) 23.03.13 94 2 11쪽
35 035화 본 드래곤 (1) 23.03.12 102 2 12쪽
34 034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3) 23.03.11 94 2 11쪽
33 033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2) 23.03.10 102 2 11쪽
32 032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1) 23.03.09 111 2 12쪽
31 031화 23.03.08 118 3 12쪽
30 030화 23.03.07 122 2 12쪽
29 029화 23.03.06 129 3 12쪽
28 028화 23.03.05 136 4 12쪽
27 027화 23.03.04 133 2 12쪽
26 026화 23.03.03 134 5 12쪽
25 025화 23.03.02 140 4 12쪽
24 024화 23.03.01 146 3 12쪽
» 023화 23.02.28 15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