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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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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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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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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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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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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5화

DUMMY

24화


받아들인 힘에 부하가 걸려 정신을 잃은 지 꼬박 하루가 지났다.

그 노인은 그 사이에 다시 원래 처음 봤던 모습 그대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내 머리맡에 쪽지 하나가 접힌 채로 놓여있었다.


“그 힘으로 오우거를 잡아오라···”


오우거라···

혼자서도 잡을 수도 있을 정도의 몬스터였다. 힘을 받은 지금이라면 오히려 지금이 상대하기 훨씬 수월할 것이다.

기절하면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늦장부릴 시간 없다. 바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는 무심한 눈으로 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본래 하던 일에 집중하였다.


“오우거가 어딨 는지 알 수 있습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나.”

“그러면 어디로 가야 오우거를 찾을 수 있습니까?”

“몬스터 퇴치라면 나보다는 모험가 길드에 가서 물어보는 게 훨씬 빠르네.”

“모험가 길드?”


일이 복잡해진다.

나는 이곳 사람이 아니다.

아무래도 모험가 길드라 하면 신분을 내걸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는 사이에 양아치 놈들이 찾아왔다.

야단법석한 소리에 뒤돌아보자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의 표정이 딱 귀신과 마주쳤을 때와 비슷한 눈빛이었다.


“귀신이라도 봤나?”

“아, 아닙니다···”

“여기는 또 돈 겉으로 온 건가?”

“그,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좀 먹고 마시고 놀려고··· 저 녀석이 돈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녀석이 대표로 나서 뒷덜미를 긁적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예! 뭐든 질문하십시오 기사님! 최대한 성심성의 껏! 답해드리겠습니다.”


거의 버튼 누르면 대답이 나오는 기계 같은 느낌이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오우거를 토벌하려면 어느 정도 이상이 되어야 하지?”

“오, 오우거···”


오우거란 소리에 주변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그럴 만도 하다. 현실에서 묘사되는 오우거는 엄청난 힘과 민첩 그리고 몹집을 자랑했다. 거구의 신체에서 나오는 육중한 힘과 속도는 인간을 아득히 초월했다.


“그으··· 오우거를 잡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최대한 모험가 길드와 접촉을 피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나?”


그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꼼수를 부리려나 아차 싶은 생각이 들긴 해도 저렇게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걸 보면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너희들은 먹고 있어 나는 기사님을 모시고 오겠다.”


밖으로 나가는 그를 따라나섰다.


“성을 벗어나 깊은 숲까진 들어가야 합니다.”

“이럴 때 나를 이용해 먹는군.”


그가 뜨끔 했는지 몸을 잠시 떨었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는 그렇게 파렴치한 놈이 아닙니다.”

“애써 변명할 필요 없다. 나는 지금 오우거만 잡으면 된다.”

“옙! 당장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상당히 즐거운 듯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골칫덩어리를 알아서 해결해 주니 좋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저희가 지금 밀수 루트를 개척하는 중인데, 저곳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기사님은 저희를 신고하지 않을 것 같으니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밀수 루트?”

“그렇습니다. 소금을 밀수하는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이 루트를 뚫을 수 있다면, 막대한 금화가 쏟아질 예정입니다. 하하하···”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지 지레 겁을 먹은 그가 딸꾹질을 하였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은 말을···”

“괜찮다. 그 밀수 루트에 오우거가 길목을 막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모험가 길드에 의뢰하자니 그들도 이 길목을 알아볼게 뻔해서 말입니다. 누군가 대신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기사님이 그 이야기를 꺼내신 거구요. 검은뱀단은 더 성장하고 커질 것입니다.”


그의 말과 표정이 상당히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정말 뚫기만 한다면 확실한 수입이 보장되는 곳이라 판단되는 모양이다.


“이곳입니다.”

“음···”


울창한 숲밖에 없다. 어딜 봐서 길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곳입니다. 이곳을 드나들다 보면 자연스레 길이 뚫릴 것입니다. 숱한 밀수를 하면서 생긴 감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걸 자랑스럽게 떠드는 그의 억양에 자부심이 상당히 묻어 나왔다.


“알겠다. 그만 말해라 저기 오우거가 보인다.”


소리에 민감할 지도 모른다.

역시··· 녀석이 떠들던 소리에 반응한 오우거가 이쪽을 바라본다.

고개를 돌려 녀석을 보니 이미 안색이 새파래져 다리를 후들후들거렸다.

떨리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멀리서 지켜봐라. 혹시 날 두고 간다면···”

“저, 절대 그럴 리 없을 겁니다.”

“나 아직 길 모른다.”


그대로 뛰쳐나갔다. 오우거가 잘 만났다 먹잇감이라는 듯한 웃음과 함께 괴성을 내질렀다.


[스킬 <불굴의 의지(B)>가 발동 중입니다.]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공포에 면역을 갖습니다.]


스킬이 발동 중이라 녀석의 괴성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뒤를 슬쩍 바라보니 도망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 괴성에 이미 정신이 나가버려 바닥에 쓰러진 상태다.


“후우···”


전신에 힘이 차고 넘친다.

이건 슈트에서 오는 힘이 아니다. 내 신체 본연에 쌓인 힘.

그걸 해방하였다. 차분하게 기운이 흐르던, 노인이 보내준 힘의 제어를 풀자,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야생마와도 같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었다. 아직 그러기에는 내 감이 부족하다.


“크윽···”


넘치는 힘에 반동이 온다. 심장에 무리가 오는 느낌을 받았다.


[강력한 힘이 몸 안에 깃듭니다.]


[신체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검은 칼날의 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검을 버리고 검은 칼날의 검을 뽑아냈다.

늘씬한 검이 그대로 펼쳐지며 이내 오우거의 목에 닿았다.


‘···얕다.’


다른 몬스터였다면, 충분히 깊이 들어갔을 공격인데, 저 두꺼운 가죽을 뚫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검으론 무리가 있다···”


더 굵고 거대하고 무거운 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상처를 입지 않은 건 아니다. 칼날이 닿은 부분에 초록색 피가 조금씩 흐르는 중이었다.

상처 부위를 만져 자신의 피를 본 오우거의 눈빛이 붉게 변했다.

화가 단단히 난 것인지 괴성이 끊이질 않았다. 그 소리에 나뭇잎이 흔들거리다 못해 잎이 떨어졌다.

놈이 고성을 멈추고 나를 향해 달려온다. 아니 달려오는 듯했으나, 눈떠보니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이런!”


쩌억-!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몸을 웅크려 방어하려 했지만, 이건 방어가 아니었다.

트럭에 받친 듯한 느낌에 어디까지 날아간 건지 거리를 가늠해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걸 맞고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놈이 다시 한번 도약한다. 딱 한 걸음에 상당히 떨어진 거리를 한순간에 좁혔다.


“오우거가 맞나···”


이번엔 막지 않고 가까스로 피해냈다. 볼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에 베인 건가···’


분명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볼에 뜨겁고 끈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 같다.

힘을 더욱 끌어올렸다. 심장에 부하가 조금 심각할 정도로 올렸다. 크게 움직인 것도 없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뛴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전신 곳곳에 퍼지게 만드는 중이다. 예열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전신에 뜨거운 열이 올라온다.

그 순간.


[당신은 진정한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깨우칠 자격이 주어집니다.]


[검의 형태가 스스로 변화합니다.]


이게 무슨 일···

검이 두둥실 떠올랐다. 검을 감싸던 빛이 사라졌을 때는 본 적 없던 검이 내 손으로 들어왔다.

투박하고 거대한 검이었다. 그리 크지도 않으면서 또 작지도 않은 그런 크기였다. 손에 들어오는 감각이 묵직하다.

아무래도 이 검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마룡검, 칼락서스]


[먼 옛날 초대 드래곤 슬레이어가 마룡 칼락서스의 뼈로 만든 검.]


[예로부터 칼락서스는 동족을 사냥하기로 유명했다. 초대 드래곤 슬레이어 ‘카인’은 혹시 마룡의 뼈로 검을 만들면, 드래곤을 죽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카인의 일기 중 발췌>


무거우면 기술로 극복하면 된다.

손에 딱 감기는 느낌이 오히려 그전보다 훨씬 좋았다.

칼락서스라··· 불길한 이름인 만큼,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듯하다.

검은 쥔 순간 광포한 힘이 내 전신을 지배하려는 듯 나를 구속했다.


[스킬 <불굴의 의지> 발동 중입니다.]


[칼락서스의 원념이 당신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통제에서 벗어납니다.]


아무래도 스킬이 없었다면, 나도 그 해골처럼··· 몸을 조종당할 뻔했다.

오우거가 불길함을 느낀 것인지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달려왔다.

깊은숨을 뱉어낸다. 그걸로 준비는 끝이다. 그대로 뛰어들어 칼락서스를 휘둘렀다. 큰 궤적과 함께 오우거의 목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스킬 <베기(E)>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스킬 <마룡참(A)>이 생성되었습니다.]


단지 오우거의 목만 벴을 뿐인데,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오우거의 머리 높이에 맞게 기중이 잘린 상태로 서로 얽혀있었다.


“말도 안 되는 힘이로군···”


검은 어느새 다시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상태였다.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자유자재로 크기를 조종할 수 있다면,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봐. 일어나라.”


그를 툭툭 건드려 깨웠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두들겨서야 녀석이 눈을 떴다.


“이게 지금 무슨 일입니까··· 으아아아아! 오, 오우거다 오우거다!”


비몽사몽하던 그가 눈앞에 놓인 잘린 오우거의 머리를 보고 기겁했다.


“정신 차려라. 이 놈은 죽은 놈이다.”

“이, 이걸 단신으로 해치우신 겁니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서, 성으로 돌아가실 겁니까?”


그의 말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하겠습니다···”


그를 따라 성으로 돌아오고 길이 엇갈렸다. 녀석은 내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그리고 내 발걸음은 노인이 살고 있던 곳으로···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장난 아니었다. 오우거의 잘린 머리를 본 주변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아이는 질겁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노인의 앞으로 찾아왔다.


“찾아왔습니다.”


그의 흐리멍덩한 눈동자에 다시 힘이 들어가며 초점이 돌아왔다.


“정말 오우거를 잡아냈군··· 그 검은 역시 <마룡검, 칼락서스>인 것 같구만.”

“이 검을 알고 있습니까?”

“역대 드래곤 슬레이어 중에 가장 높은 서열에 위치한 그랜드 마스터에게 주어지는 검일세.”

“그런 물건을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내 말을 들은 그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럴 필요 없네! 어차피 이미 드래곤도 다 죽은 마당에, 우리보다는 자네가 더 필요해 보이는 구만.”


입가에 그려진 선명한 미소를 지우고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제 마지막으로 드래곤을 죽이면 된다네··· 이게 내가 내리는 마지막 과업일세.”

“드래곤은 다 죽었다고 방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니··· 다 죽지 않았네.”


설마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노인의 주변에서 끝도 알 수 없이 깊은 광활한 힘이 넘쳐흘렀다.

노인의 눈동자가 사람의 것이 아닌, 세로로 찢어진 파충류의 눈을 하고 있었다.


“바로 나··· 광염룡 칼리슨을 제외하고 말이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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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7화 새로운 일 (2) 23.03.24 61 2 12쪽
46 046화 새로운 일 (1) +1 23.03.23 58 2 11쪽
45 045화 세리아 (4) 23.03.22 59 2 12쪽
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8 2 12쪽
43 043화 세리아 (2) 23.03.20 68 2 12쪽
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9 2 12쪽
41 041화 북두 길드 (5) 23.03.18 77 2 12쪽
40 040화 북두 길드 (4) 23.03.17 78 2 12쪽
39 039화 북두 길드 (3) 23.03.16 77 2 11쪽
38 038화 북두 길드 (2) 23.03.15 80 2 12쪽
37 037화 북두 길드 (1) 23.03.14 86 2 12쪽
36 036화 본 드래곤 (2) 23.03.13 94 2 11쪽
35 035화 본 드래곤 (1) 23.03.12 102 2 12쪽
34 034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3) 23.03.11 94 2 11쪽
33 033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2) 23.03.10 101 2 11쪽
32 032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1) 23.03.09 111 2 12쪽
31 031화 23.03.08 118 3 12쪽
30 030화 23.03.07 122 2 12쪽
29 029화 23.03.06 129 3 12쪽
28 028화 23.03.05 136 4 12쪽
27 027화 23.03.04 133 2 12쪽
26 026화 23.03.03 13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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