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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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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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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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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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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46화 새로운 일 (1)

DUMMY

회의는 놀랍게도 세리아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원래 큐브 속에서 우리들을 책임지던 자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기도 했다.

회의의 주제는 별 다를 게 없었다. 마석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치환하는 일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였다.

이민재도 당연히 이것에 동의하였다.


“우리야 오히려 두 손 들고 좋아해야 할 일이지. 앞으로 10년 뒤면 저장된 에너지도 다 떨어질 판국에 새로운 기술로 에너지 자원을 메꿀 수 있다면, 이건 큰 힘이 될 거야.”


이민재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전부터 마석의 힘을 다른 에너지로 치환하는 연구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아직 우리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앞으로 문제는 그 기술을 대중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이냐··· 이거야.”


이민재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해졌다.


“내 생각은 이래, 우리들이 이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되는 것 같다.”


이민재는 실리주의였다. 그는 이기적인 모습이기도 했지만, 그랬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내가 봤을 땐 그래 보였다.


“하지만 대장··· 지금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전기가 없어서 얼어 죽기도 하고··· 그러는데 우리만 편하게 살 수는 없잖아.”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더더욱 그 기술을 풀 수 없는 거다. 이유가 있어. 이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큰 가치가 존재해. 만약 이 기술이 다른 길드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아마 우리들은 편히 누워 자지도 못하게 될 정도로 피곤하게 될 거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동진도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가 이 기술로 안정기를 갖고 충분히 기술을 습득하였을 때, 그때가 이걸 시장에 내놓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세리아 이 기술을 우리들이 모두 흡수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백 년 정도.”


누군가 이 대답을 듣는 다면, 장난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리아의 표정을 보면 장난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정말 백 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당신들의 기술력으론 이 기술을 이해하기만 하는 것도 벅차.”

“그 정도인가?”

“그 정도야.”


그녀는 단호했다.


“내 힘으로도 모든 걸 끌어올릴 순 없어. 그냥 발전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좋아.”

“마석을 이용한 발전기라··· 사람이 패들을 밟던 때를 생각한다면, 감지덕지한 발명품인데, 우리가 공간을 하나 마련해 주도록 할 게.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이 사람한테 말해 주시게.”


이민재가 한 여자를 가리켰다. 그녀의 머리는 잠을 자지 못한 듯 푸석푸석한 머리와 잔뜩 피곤이 잔뜩 내려앉은 눈꺼풀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고된 일을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우리 기술 담당관인데, 그래도 슬기 덕분에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지. 슬기야 너도 세리아한테 배우도록 해.”

“알겠어요···”

“슬기는 예전부터 마석에 관심도 많았고, 정체불명의 힘, 마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아이이니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서, 현성아 너한테 일이 떨어졌다.”

“······일?”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내 이름이 불러졌다. 적지 않게 당황했는데, 일단 들어 보기로 했다.


“그래, 신성 길드에서 너한테 주는 의뢰라고 하던데, 요즘 들어 무차별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신성 길드에 의뢰가 폭주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짬 처리를 저보고 하라는 소린가요?”

“뭐, 그렇지··· 따지고 본다면 말이지. 다만 그걸 시킨 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거 한성우가 직접 시킨 거야. 너한테 다이렉트로 보낸 것 같다. 그리고 너한테 빚이 있으니 받아야겠다고 하더라.”


이민재가 손에 들린 쪽지를 내 쪽으로 던졌다. 수리검처럼 회전하며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것을 바로 잡아 쪽지를 폈다.


“어떻게 할래?”

“뭐 어떻게 하나요··· 빚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일단 부탁을 받았으니 하긴 할 텐데. 사건이 일어난 곳은 어딥니까?”

“음··· 환락의 도시라고 할 수 있지.”

“환락의 도시?”

“가보면 알 거야.”


환락의 도시라니, 뭔가 즐거운 유흥 거리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저 혼자 다녀···”

“아니요 제가 같이 갈 겁니다.”


이하루가 적극적으로 나서 동행의 의사를 밝혔다.


“하루 씨, 할 일도 있을 텐데···”

“아니요! 저도 같이 갈 거예요.”


뭔가 다급해 보이는 느낌은 기분 탓인 건가.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일 것 같다. 이민재도 내 생각과 같았는지 고개를 저으려던 것을 잽싸게 고쳐 끄덕였다.


“그, 그래 이 팀장이 같이 다녀와. 이 팀장 마법이라면 필시 도움이 될 거라고. 난 그렇게 생각해.”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앞으로 튀어 나가려던 그녀의 상체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 * *


이곳은 밤과 환락의 도시라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밝을 때 왔기 때문에 왜 이곳이 밤과 환락의 도시인지 모른다.


“굳이 이런 곳까지 쫓아오지 않아도 되는데···”

“아니요. 제가 반드시 가야 해요. 이런 곳에 빠지게 되면 안 되니까요.”

“하루 씨는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나요?”

“얼핏 알고 있긴 해요···”


잠시 그녀의 얼굴에 부정적인 그림자가 드리웠으나, 곧바로 지워버렸다.

그걸 보았으나 굳이 묻진 않았다.


“그래요? 어떤 도시인데요?”

“그냥 그 밤 문화가 형성된 환락의 도시라고 보면 돼요. 세상이 망해도 이런 것은 잘 안 망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별로 내키지 않은 표정이었다.

거리는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거리에 잠든 사람들은 뭔가 의욕이 전혀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이···”

“이따가 해가 지고 나면 왜 여기가 밤과 환락의 도시인지 뼈저리게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우리는 정보를 캐묻기 위해 근처에 있는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문이 열렸다. 그전에는 모든 술집들의 문이 거의 닫혀 있던 상태였다.

유일하게 이곳만 문을 잠가놓지 않았다.


“실례하겠습니다.”

“어머, 젊은 오빠네··· 아쉬운 걸 어떡해 우리 가게는 지금 열지 않았는데···”


진한 화장과 야릇한 옷차림으로 한껏 치장한 꽤나 젊어 보이는 여사장이었다.

그 사장으로 유혹하는 듯한 걸음으로 내 쪽을 향해 다가왔지만, 내 눈엔 술 취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이런 일에 면역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착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것도 <불굴의 의지>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렇게 웃어 주는데, 오빠도 좀 웃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나 조금 서운해지려고 하는데···”


금방 눈물을 떨어트릴 것처럼 그녀의 눈동자에 물이 맺혔다.

그러면서 울먹거리며 내 가슴을 쓸어내리려 하던 것을 이하루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적당히 해주세요···”


그녀의 짧은 한 마디, 분노가 담긴 차가운 일갈이었다.


“뭐야 이 여자는···? 연상 취향이었구나··· 보기보다 오빠도 좀 능글맞은 구석이 있구나.”


여우가 꼬리 치는 것처럼 살랑살랑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상대를 유혹하는 것이 왜 이곳이 밤과 환락의 도시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럴 거면 혼자 왔지, 이 사람과 동행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살인 사건에 대해 조사 차원에서 신성 길드에서 온 사람입니다.”


우리가 찾아온 이유를 밝히자 흥미가 팍 식어버렸다는 듯 귀찮음이 가득한 걸음으로 다시 왔던 자리를 되돌아갔다.

상반된 분위기에 어이가 없을 뻔했으나, 차라리 지금의 태도가 이야기 하는데 편할 것 같았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할 말 없어.”

“뭔가 알고 계시다면 말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사람 죽는 거야,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제 와서 왜?”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뭐··· 저도 길드에서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니 잘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진짜 모른다. 구태여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말을 해도 그녀가 했던 말을 좋게 풀어 말할 자신이 없었다.


“하긴 너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말이야··· 그래도 맨 입으로 알려주기는 좀 아깝지 길드에서 왔다면 실력도 좀 있는 사람일 테니까.”


그녀가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뭡니까?”

“가져가서 확인해 봐.”


나와 이하루가 서로 눈을 맞추었다. 종이에 적힌 것을 보았다.


“나도 맨입으로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이 주소로 찾아가서 외상값 좀 받아와 줘.”

“외상값?”

“그래, 술값 떼먹은 놈인데, 아직 까지 술 값을 안 갚고 있으니까. 그 돈을 좀 대신 가져와 달라는 말씀이지.”


그녀가 테이블 위에 팔을 기댔다. 그러자 깊게 파인 그녀의 옷 안으로···

여기까지만.

이하루가 도끼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시선 처리를 올바르게 했다.


“크흠, 알겠습니다.”

“귀여운 오빠네.”


그녀가 피식 웃었다. 구미호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내 이름은 차미혜야. 오빠 이름은?”

“윤현성입니다.”

“이하루.”


이하루가 내키지 않은 듯 차갑게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래도 이름이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다.


“내가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

“좋을 대로···”

“뭐가 좋을 대로예요! 오빠는 안 돼요 그냥 이름을 부르란 말이에요. 당신도 참···!”


그녀가 차미혜의 어깨를 잡고 몸을 바로 세웠다. 기울어진 몸이 똑바로 스며 그녀는 쉽게 어깨를 놔주지 않았다.


“···알겠어요?”

“응··· 알겠어······.”


차미혜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계속 여유롭게 상황을 끌어가던 흐름이 이하루의 행동 하나로 흐름이 뒤바뀌어 버렸다.


“좋습니다. 당신의 의뢰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준다면 고맙지. 돈을 가져온다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 주겠어.”

“······.”


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정신이 피폐 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통이 조금씩 밀려오는 것이, 머리 옆을 눌러 두통을 조금 덜어주었다.


“뭔가 왜 이런 이름인지 단번에 알겠네요.”

“그렇죠? 이곳에선 방심하면 그대로 털리는 거예요. 제가 왜 현성 씨 혼자 보내지 않았는지 알겠죠?”

“아주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얼른 우리 쪽지에 적힌 주소가 있는 곳으로 가봐요. 단서를 하루빨리 찾아야 하잖아요.”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주소를 찾기란 굉장히 버거웠다.

다행이라는 것은 조그마한 약도 비슷한 것이 그려져 있어 찾아가기가 수월했다.


“저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나오는 빌라인 것 같아요.”


모퉁이를 돌자 정말 빌라가 나왔다.

귀신이라도 사는 것 같은 분위기다. 들어가기 껄끄러웠지만, 일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힘겹게 걸음을 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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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화 세리아 (4) 23.03.22 59 2 12쪽
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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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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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040화 북두 길드 (4) 23.03.17 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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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화 본 드래곤 (2) 23.03.13 95 2 11쪽
35 035화 본 드래곤 (1) 23.03.12 10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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