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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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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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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7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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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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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39화 북두 길드 (3)

DUMMY

정용빈은 나와 같이 검을 쓰는 자였다.

그와 처음 대면 하였을 때 서로 느낄 수 있었다. 호적수라고.

그가 검을 뽑아 들었다. 나 또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았다.

손잡이의 차가운 기운을 손끝으로 느끼며,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오래간만이로군요.”

“그렇네.”


죽이지 못해 안달인 표정으로 안면 근육을 씰룩 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어느 정도 도발은 성공한 것 같았다.

그를 기억 못 할 리 없었다. 똑똑히 기억하지만 그의 자존심을 일부러 건드려 봤다. 내 예상을 웃도는 반응에 나쁘지 않았다.


“반드시 당신을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차갑게 웃으며 그대로 뛰어오며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대각선으로 휘두를 것처럼 자세를 잡은 녀석이 그대로 어깨를 더욱 밀었다.

내 자세를 무너뜨릴 셈이었다.

하지만 이미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그대로 녀석의 어깨를 타고 옆으로 빠져나왔다. 자연스럽게 몸이 회전하면서 손의 연장이 된 검을 휘둘렀다.

검이 정용빈의 검에 가로막혔다. 불똥이 일며 더욱 가까이 붙었다. 숨결의 온도가 식지 않을 정도의 따듯한 입김이 느껴졌다.

정용빈이 눈은 반드시 나를 죽이겠다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간절함 보다는 살인자의 장난스러운 눈빛처럼 느껴졌다.

불쾌한 느낌이다.


“하압!”


그대로 기합을 내지르고 힘을 주어 녀석을 밀어냈다.

내 힘에 밀린 정용빈의 몸이 붕 떠 그대로 땅을 미끄러지며 뒤로 물러났다.


“힘이 좋으시군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그건 저도 마찬 가집니다! 제 고유 스킬 이십사수 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 진가를 보여드리도록 하죠.”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피워 오른다. 그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들어본 적이 있다. 무협 소설에 흔하게 나오는 화산파의 검법.

정말 매화향이 느껴진다.

전율이 돋는다. 꿈에 그리던 검법을 직접 검을 맞대 느낄 수 있다니···

적 이전에 검을 든 자로서 설레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스킬도 있으니 무공이 없다는 법은 없다.

매화향이 아주 진해진다.

곧 공격의 시작을 알렸다.


“하압!”


그가 기합을 던지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검을 휘두르기도 전인데 정용빈의 검이 여러 갈래로 나뉘더니 이내 수많은 검이 나를 향했다.

허와 실 속에서 정확한 검을 찾으려고 했지만, 순간 느껴지는 싸함에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허상이라 생각했지만, 저 검에 맞았다가는 그대로 온몸에 구멍이 뚫릴 뻔했다.


“감이 좋군요! 제가 나누는 이 검격에는 허상이란 존재하지 않죠.”


어떻게 저런 스킬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정말 놀라웠다.

하지만 놀라울 뿐이었다. 녀석의 공격에는 살의만 있을 뿐···


“무공은 살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가 사용하는 무공이 더럽혀져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뭔 개소리를 시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죽어라!”


조금 전은 짙은 매화향이 넓게 퍼져있었다면 지금의 느낌은 그 향이 한 점으로 모이는 느낌이었다.

정용빈의 검에서 연분홍빛 기운이 감돌았다. 그 짙은 매화향을 그대로 찌르며 연분홍빛 기운을 그대로 내질렀다.

기운이 그대로 아홉 갈래로 나뉘며 나를 동시에 공격했다.


“이 매화성류(梅香成流)이 공격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저런 공격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면, 깨부술 뿐이다.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공격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최대한 급소를 향해 노려오는 공격을 피했다.


“마, 말도 안 된다!”


그대로 초식을 깨부쉈다. 정용빈이 검을 들어 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내가 초식을 깬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인지 힘을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렀다.

정용빈의 몸이 축 늘어진 상태로 일어났다. 허리를 펴지 않고 뭐라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곧 그의 주변에서 혼탁한 기운이 섞이는 게 눈에 보였다.

굉장히 악한 기운처럼 보였다.


“제기랄··· 팀장님이 힘을 사용하신다 모두 피해!”


주동진, 이하루와 전투를 벌이고 있던 북두 길드원들이 모두 빼기 시작했다.

그만큼 기운이 불길했다.


“우리도 뒤로 빠져야 합니다.”


내 말에 맞춰 이하루와 주동진이 뒤로 빠졌다. 우리와 북두 중심에 정용빈이 의식을 잃은 듯 고개를 처박고 아직까지는 조용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 펼쳐진 건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지만, 뭔가 일이 벌어진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같은 길드원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강력한 힘인 것 또한 틀림없었다.


“죽인다···”


그의 입에서 죽인다는 말이 반복되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살의는 나를 향해 있었다.

가볍게 발을 툭 찼을 뿐인데, 바로 내 눈앞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검을 급히 세워 공격을 막았지만, 힘이 상당하다. 발이 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만약 발이 붕 떠 날아갔다면, 후속 공격을 맞고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다.

난잡하게 휘두르는 공격이지만, 검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현성 씨!”

“나서지 마세요! 이건 저와 녀석의 싸움입니다!”


북두 길드도 가만히 있는 걸로 봐선 적, 아군 구별이 없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도대체 이건 무슨 힘이지?”

“너를 죽이기 위한 힘이다.”


이미 녀석의 눈은 눈동자가 사라진 상태였다. 붉게 충혈된 흰자만 있는 눈, 그건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나 또한 참고 있을 순 없다.

용의 힘을 개방한다.

주변의 마력이 내 힘에 반응하여 요동쳤다. 공기가 무겁게 짓눌리고 온몸에 힘이 감돈다. 본능으로만 움직이던 녀석이 몸을 움찔거렸다.

오히려 본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녀석이 그런 반응을 보인 걸지도 몰랐다.

한 보.

공기를 가르며 녀석을 가를 기세로 검세를 펼친다.


“소용없다!”


쩌엉-!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공기가 터지면서 일어나는 현상과 함께 수 차례 공방이 이어졌다.

상황은 내가 우세한 것도 녀석이 우세한 것도 아니다.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당겨진 고무줄과 같았다.


“하압!”


내 공격을 쳐낸 녀석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 공격이 빗나가고 중심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아직 팽팽한 고무줄은 내 쪽으로 끊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비틀었다. 갑작스러운 근육의 움직임에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검에 꿰뚫리는 것보다는 이게 나았다.

피부를 살짝 스치며 지나가는 검격은 오랜 전투 때문에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크크크···”


녀석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갑작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녀석은 말은 하지 못하고 웃고 찌푸리고 그저 감정을 드러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거야 말로 몬스터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불길한 기운과 사람을 초월한 자의 움직임···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래곤의 힘을 물려받은 드래곤 슬레이어로서 나 또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인 건 매한가지다.

용의 힘을 끄집어 올렸다. 근육이 확장되고 피가 머리로 향한다. 체력도 많이 떨어져 시야도 어지러웠지만, 이내 선명하게 돌아왔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은 많이 유지할 수 없었다. 끌어올리려면 더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나 또한 이성을 잃고 말 것이다.

용의 난폭한 기운을 이겨내기 위해서 더 많은 훈련과 수련이 필요하다. <불굴의 의지>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아니다.


“죽어라!”


녀석이 더는 싸움을 길게 끌고 가면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사념에 빠져있을 때를 놀렸다.

그게 빈틈이라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마, 말도···!”


순간적으로 반응한 <마룡참>에 의해 놈의 검이 박살 났다. 그리고 이어진 공격에 놈의 머리가 뚝 떨어졌다.

허무한 싸움이었다. 단 한순간에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서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잠깐 정적이 흘렀다.


“요, 용빈아!”


고진북이 쓰러진 정용빈을 향해 달려왔다. 머리가 잘린 상태지만, 정용빈이 눈을 떴다.

그 모습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목이 잘렸는데도 움직일 있다는 게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였다.


“혀, 형님··· 죄송합니다.”


심지어 말도 한다.

내 옆에 있는 동료들의 표정을 보자 큰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들이었다.


“아니다 내가 미안하다··· 편히 눈 감거라 너의 복수는 내가 해주겠다···”

“형님···”


잘린 정용빈의 머리를 끌어안고 고진북이 서글프게 흐느꼈다.

우리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힘이 무슨 힘인지 물었지···?”


그가 흐느끼던 것을 멈추고 힘에 대하여 설명하려고 했다.


“그럼 직접 보여주도록 하마. 마신과 계약한 우리의 힘을···”

“마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직접 보여주마··· 윤현성, 너는 우리 길드를 잘 못 건드린 거다.”


우린 건드린 적 없다.

그의 말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순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지금 이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에 이유는 필요 없다.

그 불길한 기운이 배로 느껴진다.

이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이 든다.


“두 분은 돌아가십시오.”


그러자 주동진이 발끈한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동진 씨! 정신 차리세요. 저도 제 모든 힘을 해방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현성 씨···”


주동진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 씨.”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기억을 찾아주겠다고 했는데.”

“······.”


그녀는 내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게 정상인 거지. 처음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듣고 충격이었다.

그래도 나에 대한 기억이 일말이라도 존재한다면, 되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본 그녀는 나에 대한 일말의 기억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나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었던 것 같다.


“자 얼른 도망가세요!”


북두 길드원은 알아서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중이었다.


“꼭 살아 돌아 오십시오···”

“그러겠습니다. 그러니 두 분은 마음 편하게 가셔도 됩니다.”


주동진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억지로 떼었다. 주동진은 이하루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끌고 가려 했지만, 그녀의 두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하루 씨··· 가야 합니다.”


그녀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와 주동진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주동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이하루를 번쩍 들어 안아 올리고 그대로 건물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천천히 숫자를 세었다. 둘이 충분히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하지만 고진북은 그 시간도 아까운 듯했다.

그는 정용빈이 사용하던 검신이 반으로 부러진 검을 들었다. 부러진 검신을 타고 검은빛 칼날이 형성되었다.


“허···”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그대로 검이 복부를 관통했다.


“그대로 쓰러져 죽어라. 나머지 둘도 외롭지 않게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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