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1,151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13 19:00
조회
94
추천
2
글자
11쪽

036화 본 드래곤 (2)

DUMMY

레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주변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되어 있었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동료들이 생각난 것이다.

최대 피해를 본 신성 길드는 그야말로 죽상 이었다.

하지만 슬픔에 젖어있을 시간도 없었다.

본격적으로 실패를 분석하고 2차 레이드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성우가 구석에서 쉬고 있던 나에게 물었다.


“못할 것은 없죠.”

“그렇다면 이번 회의에 참여해 주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합니다. 현성 씨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막심한 손해를 봤을 겁니다.”


그가 허리를 깊게 숙여 감사를 표현했다.


“감사 인사는 레이드가 끝나고 난 뒤에 받아도 늦지 않습니다.”


사소한 것까지 챙겨 갈 겨를이 없다. 지금은 본 드래곤 레이드에 집중해야 할 때다.


“회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같이 가시죠.”


시간이 다가오자 각자 알아서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당연히 한 팀의 머리를 맡고 있는 동생 또한 회의에 참여하였다.

동생은 이렇게 대규모로 모인 회의는 처음인 듯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상당했다. 그중 날카로운 기운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그 사람들 역시 모두 한 가닥 하는 사람일 게 분명했다.


“본 드래곤 능력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레이드에 실패한 건 모두 신성 길드 탓 아닙니까?”


자동 번역 기능이 있는 기계 앞에서 우리를 탓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사전에 조사하려고 다가가려고 하면, 막았던 길드가 바로 엠페러 길드 아닙니까?”


서로 잘잘못을 따져가며 회의의 분위기가 점점 과열되었다.

자기들은 잘못한 게 없으니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군.”


내 소리에 모두 나를 집중하였다.


“···당신은 이번 레이드에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든 사람 아닙니까?”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턱수염을 제대로 밀지 못하여 덥수룩하게 덥힌 모습이었다.

마초 같은 모습이 꽤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은데, 아마 수염을 밀어놓으면 더 인물이 좋아질 것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


“맞습니다. 이번에 용병으로 들어오게 된 윤현성이라고 합니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보기 전에 저걸 먼저 공략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 아주 역겹군요.”

“뭐, 뭐라구요··· 역겨워?”


턱수염이 아닌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이 발끈하며 대뜸 머리를 들이댔다.


“이 보시오 지금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저걸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손을 든 자는 없었다. 모두 벙어리처럼 침음을 삼켜가며 시선을 회피하기에 바빴다.


“지금 문제는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저 본 드래곤을 무찌를 수 있을지 궁리해야 할 때지.”


핵심을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래야 회의에 방향성이 틀어지지 않고 일직선으로 갈 수 있었다.

턱수염이 나를 바라본다.


“말씀감사합니다. 현성 씨. 저는 필립이라고 합니다. 엠페러 길드의 부길드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러분 현성 씨의 말이 맞습니다. 일단 본 드래곤을 어떻게 하면 무찌를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를 시작하죠.”


과열 되었던 분위기는 필립의 주도 하에 유연하게 진행되었다.

화력을 담당하는 엠페러 길드의 지원으로 해골들이 공세를 갖추기 전에 모두 박살 낼 기세로 공격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 윤현성이 전위를 맡기로 했다. 가장 강한 공격력을 갖고 있는 내가 본 드래곤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정해졌다.

이 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모두 입을 다물었다. 동의하기는 싫지만, 대부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인 듯했다.


“후우···”


회의를 끝마치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본 드래곤이 점거한 자리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하루 뒤 잠들어 있는 본 드래곤의 잠을 다시 깨워야 했다.


“여기 계셨군요.”


윤현성의 목소리여서 굳이 뒤돌아 인사하지 않았다.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나설 수 있었는데도 일부로 안 나섰잖아.”

“저야 힘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들에게 확실한 힘을 보여 준 현성 씨의 목소리의 무게라면 다를 거라 생각했습니다.”

“말은 잘하네요···”

“말을 잘하는 것도 길드를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요.”

“말만 잘한다 했습니다···”


그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여유롭게 웃으며 햇살을 맞았다.

시간이 되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정막이 흐른다. 다들 저마다 각오를 하고 온 듯 비장한 표정이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엠페러 길드는 측면에서 화력을 담당하기로 했다. 우리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모든 화력을 쏟아부었다.

뼈가 가루가 되도록 수많은 포탄들과 마법들이 눈 부실 정도로 터졌다.

그중에서도 화염계 마법으로 보이는 폭탄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있는 것 같았다.

그 자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나중에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본 드래곤의 권능인 시체를 자신의 병사로 만드는 네크로맨시를 모두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병사의 생성을 늦추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좋습니다. 돌격하겠습니다.”


한성우의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조용히 옆에서 그를 따라다니며 천천히 만들어지는 해골들을 모조리 격파했다.

아직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깨우기도 미안할 정도로 싱거운 습격이었다. 나중을 위해 힘을 아낀다는 판단은 유효하다.

아직 미완성된 해골의 뼈가 날카롭게 나를 향해 찔렀다. 몸을 틀어 찔러오는 공격을 피한 뒤에 그대로 스멀스멀 완성되어 가는 해골을 박살 냈다.

확실히 느리다. 가능성이 보였다.


“돌파하겠습니다.”

“뭐라고요?”


한성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페이스에 잘 맞춰 따라오십시오.”

“자, 잠깐만요!”


후미는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판단된다. 지금부터 전력으로 뚫는다.

용의 힘을 개방한다. 내 전신을 훑는 거친 기운은 대지를 달리는 야생마와 같았다.

들끓는 힘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검의 변형 또한 시작되었다. 거검을 들고 그대로 본 드래곤을 향해 뛰어들었다.

뒤 쪽에서 한성우가 바짝 쫓아와 내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힘이 넘쳐흘렀다.


“윤현성 씨! 위쪽입니다!”


본 드래곤의 거대한 오른손이 천지를 덮듯이 내리찍었다.

숨을 바짝 들이킨 뒤에 그대로 뛰어올라 <마룡참>을 사용했다.

거대한 마력의 칼날이 그대로 본 드래곤의 오른손을 부숴버렸다.


“나이스! 공격이 먹힌다! 모두 저 자를 엄호해라!”


환호성이 들렸다. 승기가 기울어지는 걸 본 사람들의 사기가 바짝 올랐다.

본 드래곤은 오른손이 부서진 건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왼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뒤이어 터진 폭발 공격에 그만 중심이 흐트러지고만 드래곤이 휘청거렸다.

역시 까다로운 능력이다.

저 능력이 터지는 순간까지 어디서 터졌는지 몰랐다. 타이밍을 읽을 수 없는 공격이야 말로 가장 무서운 무기였다.

높이 뛰었다. 내 안에 들끓는 용의 힘과 한성우의 가호가 함께한 힘의 크기는 실로 거대한 힘이었다.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의 기억들이 본 드래곤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었다. 마치 내 기억처럼 늘 그래왔던 것처럼.

놈의 심장을 향해 뛴다.

<마룡절멸참>

거대한 마력이 검으로 쫙 빨려 들어갔다. 몸에 있는 마력이 텅텅 비어버렸다.


“그대로 가라!”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그대로 본 드래곤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힘을 잃은 내 몸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놈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검기가 그대로 본 드래곤에게 적중 하였다. 검기가 닿은 모양대로 실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드래곤의 양옆에 있던 빌딩이 검기의 모양대로 베어졌다.

콰앙-!

잔해들이 쏟아지며 본 드래곤을 묻어버렸다.


“오빠!”


윤지혜가 내 몸을 받았다.


“나이스 캐치···”


먼지가 자욱하게 깔렸다. 규모가 규모인지라 걷히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끝난 건가···”


허무한 듯한 목소리···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여러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심정인 것 같았다.


“그런 것 같군요. 아군들의 상황도 그렇게 좋지 못한 것 같으니. 일단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마석 회수가 남아있습니다.”


한성우의 말에 반응한 다른 병사가 말했다.


“잔해들이 이렇게 깔려있어서 지금 마석을 회수하기란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이건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성우가 <엑스칼리버>를 집어넣었다.


“돌아가도록 하죠.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그 뒤로는 휴식이었다.

다들 본 드래곤을 처지하고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 듯 표정과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이건 신성 길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는 남을 거야.”


동생과 둘이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 중에 동생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때문에?”

“응··· 어차피 이곳에서 해야 할 일도 남아있고, 치료를 약속받았으니까.”

“그래, 그러는 편이 좋겠지. 그나저나 진짜 많이 늙었다. 어떻게 십 년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나? 내가 이제 너한테 누나라고 불러야 할 판인데?”


동생이 쥐던 젓가락이 힘에 의해 휘어졌다.


“···죽고 싶냐?”


두 눈을 부라린 동생의 눈을 슬쩍 피하며 자리를 옮겼다.


“도망가지 말라고!”


뒤에서 괴성이 들려왔지만, 살기 위해서 재빠르게 도망쳐 나왔다.

동생의 시야 밖으로 나왔는데, 한성우와 마주쳤다. 그는 도망가는 나를 급히 불러 세웠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엠페러 길드에서 마석의 권한을 저희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군요.”

“그래서요? 무시하고 마석을 넘겨받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들이 약점을 잡고 있어서 그럴 수 없습니다.”

“약점?”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그들이 사람이 아니고서야 설마···


“만에 하나 마석을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현성 씨의 어머니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습니까?”

“그것도··· 지금 하늘 위를 지배하고 있는 몬스터들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극도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때 우리를 공격했던 몬스터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뭣 같은 상황이네요. 안 되겠습니다. 엠페러 길드장을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성 씨··· 괜한 분쟁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뿐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동생부터 눈 돌아갈 게 뻔해요. 지금 이나마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가 가는 게 나을 겁니다.”


감히 가족을 건드리는 걸 어떻게 용서해야 할까.

그것도 아픈 병자를 두고 말이다. 이것 또한 힘이 있기 때문에 찍어 누를 수 있는 방법이었다.

힘 좋아한다.

그렇다면 그 힘을 제대로 한 번 보여 줄 때가 온 것이다.

부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052화 공항에서 생긴 일 (2) 23.03.29 54 2 12쪽
51 051화 공항에서 생긴 일 (1) 23.03.28 61 2 12쪽
50 050화 새로운 일 (5) 23.03.27 57 2 12쪽
49 49화 새로운 일 (4) 23.03.26 56 2 12쪽
48 048화 새로운 일 (3) 23.03.25 58 2 12쪽
47 047화 새로운 일 (2) 23.03.24 62 2 12쪽
46 046화 새로운 일 (1) +1 23.03.23 59 2 11쪽
45 045화 세리아 (4) 23.03.22 59 2 12쪽
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9 2 12쪽
43 043화 세리아 (2) 23.03.20 68 2 12쪽
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9 2 12쪽
41 041화 북두 길드 (5) 23.03.18 77 2 12쪽
40 040화 북두 길드 (4) 23.03.17 78 2 12쪽
39 039화 북두 길드 (3) 23.03.16 77 2 11쪽
38 038화 북두 길드 (2) 23.03.15 80 2 12쪽
37 037화 북두 길드 (1) 23.03.14 86 2 12쪽
» 036화 본 드래곤 (2) 23.03.13 95 2 11쪽
35 035화 본 드래곤 (1) 23.03.12 102 2 12쪽
34 034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3) 23.03.11 94 2 11쪽
33 033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2) 23.03.10 102 2 11쪽
32 032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1) 23.03.09 111 2 12쪽
31 031화 23.03.08 118 3 12쪽
30 030화 23.03.07 122 2 12쪽
29 029화 23.03.06 129 3 12쪽
28 028화 23.03.05 136 4 12쪽
27 027화 23.03.04 133 2 12쪽
26 026화 23.03.03 134 5 12쪽
25 025화 23.03.02 140 4 12쪽
24 024화 23.03.01 146 3 12쪽
23 023화 23.02.28 15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