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1,161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10 17:00
조회
102
추천
2
글자
11쪽

033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2)

DUMMY

대전에 도착했다. 쭉 뚫린 고속도로를 타니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왜 블랙 필드의 개념이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큐브의 힘이 사라진 지금, 균열의 힘을 버틸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대전 시내로 들어섰다. 삭막하다. 내가 알던 대전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 세계가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니다.

이질적인 느낌과 강한 반감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지혜 팀장님, 연락받았습니다.”

“반가워요.”


우리는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섰는데, 그곳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 이분이···”

“맞아요. 이번에 테스트를 볼 분이죠.”


그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신성 길드 대전 지부장, 김형식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윤현성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권하며 손을 잡았다. 그의 오른손에서 굉장한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저는 어떤 테스트를 거쳐가야 하는 겁니까?”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나마 멀쩡한 건물에 멀쩡한 방으로 들어가 종이로 된 문서를 받았다.

이번 블랙 필드 정화에 대한 건 이었다.


“보시다시피 블랙 필드 정화에 대한 건입니다. 저희들은 이번 건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큽니다. 이번 정화의 예상 면적은 이 정도입니다.”


다음 장을 넘기자 예상 범위에 대한 면적이 나왔다. 약 6000평 정도의 예상 면적과 함께 정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물품 또한 나왔다.


“이렇게 범위도 예상할 수 있는 겁니까?”

“저희는 이 일을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하고 공부해 왔습니다.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나 마찬 가지죠.”


김형식이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과거 탄약창이었던 것만큼, 산지 깊숙한 곳에 있어 굉장히 지형적으로 취약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십 분에 걸친 브리핑을 마치고 탄약창으로 향해 출발할 준비를 했다.

차량으로 이동이 불가능했다. 김형식은 우리를 위해 오토바이를 준비해 주었고, 오토바이를 타본 적 없던 나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혹시 오토바이는 처음 이십니까?”


멀뚱히 오토바이를 보고 서있는 이지혜가 물어보았다.


“예, 처음입니다.”


그녀가 다소 당황스럽다는 듯 나와 오토바이를 번갈아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냥 자전거 타듯이 타면 되겠죠?”

“짧게 속성 강의를 해드릴게요.”


이지혜가 그럭저럭 오토바이를 타는 법을 설명해 주었다.

복잡하진 않았지만, 익숙하지 않아 가끔 휘청거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고, 결국 어느 정도 탈만 해졌다.


“···괜찮네요.”


바람을 맞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다. 속이 뻥 뚫리며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그런 바람에 익숙한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바람 소리에 내 소리를 그녀까지 닿지 못했다.

도로를 달리던 순간 몬스터가 우리들을 덮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두에 있던 이지혜의 오토바이였다.

그녀의 오토바이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그 순간 그녀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입이 쩍 벌어지는 몸놀림이었다.

공중제비를 하며 고양이처럼 부드럽게 착지한 그녀가 권총을 꺼내 들었다. 무슨 소용이냐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곧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증명했다.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조그마한 원숭이 같은 몬스터의 미간에 그대로 구멍을 내버렸다. 내가 알던 권총이랑 다르다.


“······대단한데.”


나 역시 놀고 있을 수만 없었다. <마력의 칼날>을 발동하고 그대로 내 쪽을 향해 달려드는 원숭이를 베어 넘겼다. 그게 끝이 아니다 한 녀석을 베면 또 한 녀석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내 검에 목이 날아간 원숭이가 수 십 마리가 넘었을 때 우리를 둘러싸던 원숭이들이 어디론가 돌아갔다.


“···대단한 실력이군요.”


전투가 종료되고 그녀는 권총을 품 안에 넣었다.


“괜히 팀장 직을 달고 있는 건 아니죠.”


이지혜의 도도한 태도가 거만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호감으로 다가온다.


“대단한 솜씨네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몬스터의 시체에 거리낌 없이 손을 대뜸 집어넣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손에 반짝이는 보석이 보였다.


“그건 뭡니까?”

“대부분 보스 몬스터의 심장에서 채취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석을 채취할 생각입니다. 성공할 수 있다면요.”

“성공할 겁니다.”

“그럼 다시 들어가 보도록 할까요?”


그녀가 쓰러진 오토바이를 세웠다.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 미끄러지면서 뭔가 문제가 생긴 듯했다.

그에 비해 내 오토바이는 멀쩡하다.


“함께 타고 가죠.”


그녀가 내 뒤에 탑승했다. 사실 이지혜가 운전하는 게 더 안전할 터였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이미 뒤에 타버려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우리는 더욱 깊숙하게 들어왔다. 더 이상 오토바이로 움직일 수 없어, 걸어가야만 했다.

검은빛으로 물든 산을 걸었다.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었다. 색을 잃어버렸다.

무언가 이질적인 색.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색이었다.


“······.”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바람이 불어오지도 않았다. 모든 생명이 시간을 멈춘 듯 나무 이파리 또한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뭔가 께름칙한 기운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조심하세요!”


급한 대로 그녀를 발로 밀었다. 앞으로 나동그라졌지만, 죽는 것보다 낫다.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좀 전에 보았던 원숭이들보다 몸집이 몇 배는 더 커 보이는 원숭이가 숨을 길게 내쉬는 중이었다.


“괜찮습니까?”

“···덕분에요.”

“다행이군요. 이 녀석이 보스일까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블랙 필드의 기운을 먹고 저렇게 거대화한 것 같군요. 마석이 놈의 심장에 있을 겁니다.”


이해가 갔다. 블랙 필드의 검은 수정의 힘을 먹고 자란 놈이라는 걸.

대충 이해했다. 그런데 위화감이 들었다. 저런 덩치를 갖고 어떻게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은 뒤로 하고 일단 몬스터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몸 안에 잠들어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해방했다. 거친 힘이 그대로 내 몸속을 질주했다.

검의 크기가 커지고 넘치는 야성에 눈을 떴다.


“바로 가겠습니다.”

“···서포트하겠습니다.”


그녀는 원숭이의 공격을 피하며 다시 내 쪽으로 붙었다.

공세를 펼치기 위해 원숭이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놈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엄청난 힘이었다.

최소 몇십 미터는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대로 뒤쪽 산으로 사라진 녀석은 마치 우리 보고 안 쪽으로 들어오라는 듯했다.


“어떻게 하죠?”

“저 녀석을 죽이지 못한다면, 이곳을 다시 되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겠네요. 어차피 제 능력도 증명해야 하구요.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팀장님은 내려가 이곳에서 기다려 주세요.”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녀가 나를 흘겨보았다. 내가 그녀를 배려하는 것으로 느껴져 기분이 상한 듯했다.


“어차피 그런 권총으로는 놈에게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겁니다. 차라리 혼자가 편합니다.”


자존심이 상한 듯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이지혜는 말없이 돌아섰다.

위험에 말려들 게 할 수 없다.

그녀를 뒤로하고 놈이 사라진 곳으로 뛰어갔다. 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다. 상당히 경사진 곳으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 정도다.

완전히 녀석의 놀이터에서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쪽인가.

날 선 살기가 느껴진다. 그대로 놈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도약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옷을 스쳤다.

시야가 제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놈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난감한데···”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는 언젠가는 당하고 만다. 계속 집중을 유지하며 싸울 수 있다면 상과 없겠지만, 인간의 집중력에는 반드시 한계가 존재한다.


“어떻게 해야 한담···”


다시 날 선 살기다. 이번엔 조금 더 조용하고 은밀하다.

자칫 집중을 놓쳤더라면 보기 좋게 당했을 거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다시 놈은 사라지고 이걸 반복할 것이다. 소리도 색도 사라진 이곳은 그야말로 놈의 발밑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키키키킼.”


웃음들린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나를 놀리기 위해 방향을 바꿔가며 소리를 퍼트린다.

소리··· 그래 소리!

드래곤 슬레이어다. 드래곤을 사냥하는 존재지만 역설적이게도 드래곤의 힘을 받아 그들을 사냥하는 존재.

조용하고 은밀하게 나를 향해 위협하는 놈의 공격에 맞춰 그대로 소리를 찔렀다.

<용의 함성>


그대로 녀석의 몸이 굳으며 땅을 미끄러졌다. 그 속도와 힘이 얼마나 좋던 지 굵직굵직한 나무들이 놈의 체중에 의해 모두 부러졌다.

그게 완충 작용이라도 된 것인지 놈은 곧바로 정신 차리며 움직였다.

하지만 <용의 함성>에 당하여 전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좋았지?”


드래곤이다.

무려 세계를 군림하고 몬스터 사이에서 최상위에 서있는 포식자.

그리고 그들을 사냥하는 자가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다.

놈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 또한 놈의 눈동자를 조용히 응시했다.


“끼에에에에에엑!!!”


오지 말라는 듯 뒤로 물러나는 놈이 그 자리에 오줌을 지렸다.


“그래··· 조용히 해라.”


놈과 몇 발자국 가까워졌을 때 그대로 땅을 박차며 검을 휘둘렀다.

<마룡참>

거대한 참격이 그대로 원숭이의 목을 잘랐다. 마석의 힘을 받아들인 놈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상태에서도 아직 살아있었다.


“징글징글한 놈이군.”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원래 크기로 돌아온 검을 그대로 녀석의 미간에 찔러 넣었다.

푹-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바람 빠지는 소리가 이제 그만 들려왔다.

심장이라.

놈의 심장을 갈랐다. 보랏빛을 띠는 주먹 정도 되는 돌이 심장에 박혀 있었다.

그걸 그대로 떼어내어 손에 쥐었다. 순간 마력이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화끈한 느낌에 순간 마석을 놓쳤다.


“······.”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다시 마석을 주었을 때는 이미 보랏빛을 띠던 돌이 회색빛으로 물들어 힘이 사라졌다.

그냥 돌덩이가 되었다.


“큰일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순간 ‘변명이 통할까’라는 근본적인 생각이 들었다.


“지금 무슨······”


이지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따라오지 말라고 했더니 기어코 따라 들어왔다.

그녀가 내 손에 쥔 마석을 바라보았다.


“저게 마석이에요?”

“···그렇습니다.”

“···원래 색이 저러지 않을 텐 데요?”

“아 그게··· 제가 아무래도 마석의 힘을 흡수한 것 같습니다.”

“···뭐, 뭐라고요? 마석의 힘을 흡수해요?”


순간 그녀가 황당한 표정이 되어 들고 있던 권총을 떨어트렸다.


“사실입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052화 공항에서 생긴 일 (2) 23.03.29 54 2 12쪽
51 051화 공항에서 생긴 일 (1) 23.03.28 61 2 12쪽
50 050화 새로운 일 (5) 23.03.27 57 2 12쪽
49 49화 새로운 일 (4) 23.03.26 56 2 12쪽
48 048화 새로운 일 (3) 23.03.25 58 2 12쪽
47 047화 새로운 일 (2) 23.03.24 63 2 12쪽
46 046화 새로운 일 (1) +1 23.03.23 60 2 11쪽
45 045화 세리아 (4) 23.03.22 59 2 12쪽
44 044화 세리아 (3) 23.03.21 59 2 12쪽
43 043화 세리아 (2) 23.03.20 68 2 12쪽
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9 2 12쪽
41 041화 북두 길드 (5) 23.03.18 77 2 12쪽
40 040화 북두 길드 (4) 23.03.17 79 2 12쪽
39 039화 북두 길드 (3) 23.03.16 78 2 11쪽
38 038화 북두 길드 (2) 23.03.15 80 2 12쪽
37 037화 북두 길드 (1) 23.03.14 86 2 12쪽
36 036화 본 드래곤 (2) 23.03.13 95 2 11쪽
35 035화 본 드래곤 (1) 23.03.12 102 2 12쪽
34 034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3) 23.03.11 94 2 11쪽
» 033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2) 23.03.10 103 2 11쪽
32 032화 토벌전을 준비하는 단계 (1) 23.03.09 111 2 12쪽
31 031화 23.03.08 118 3 12쪽
30 030화 23.03.07 122 2 12쪽
29 029화 23.03.06 130 3 12쪽
28 028화 23.03.05 136 4 12쪽
27 027화 23.03.04 134 2 12쪽
26 026화 23.03.03 135 5 12쪽
25 025화 23.03.02 141 4 12쪽
24 024화 23.03.01 146 3 12쪽
23 023화 23.02.28 151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