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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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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0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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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9화

DUMMY

없었다.

현실로 돌아오면 안내 음성이라도 들릴 줄 알았는데, 아무런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손목시계로 변한 큐브가 빛바랜 상태 그대로였다. 아무리 작동해보려고 해도 작동하지 않으니 이상함이 느껴졌다.


“이곳은 내가 기억하던 세상이 아니야···”


멸망했다 말해도 될 정도로 세상이 어지러워 보였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자동차들은 도로 위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혼란스러움만 가중될 뿐이었다.

고가대로 위를 걸었다. 평소라면 수백 대의 차가 지나다니기 바쁜 도로였지만, 이 대로 위엔 나밖에 없었다.


“망해버린 건가···”


다른 세계에 떨어진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한테는 며칠 밖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고, 도시의 모습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이 도로와 무너진 건물을 똑똑히 기억한다.

걷던 도중에 사람의 기운이 느껴졌다. 몸을 숨기고 천천히 다가가 치열한 전투를 잠시 멈춰 지켜보았다.

각자 무기를 들고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말의 형상이기도 했고, 자세히 보면 소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몬스터가 콧바람을 일으킬 때마다 작은 불꽃이 뿜어졌다.


“본 적 없는··· 몬스터야. 그리고 본적 없는 사람들이고.”


몬스터에게 맞서는 사람들은 여유롭진 않았지만 침착하게 몬스터의 공세에 맞서 싸웠다. 조금만 더 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간다면 인간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몬스터는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인지 온몸의 상처들이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제, 제기랄··· 이건 우리가 절대 못 이기는 싸움이란 말이야! 누가 우리한테 이 임무를 맡긴 거냐고 도대체가···”


방패를 든 큰 덩치 하나가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나 우렁차던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그는 몬스터가 내뿜는 불꽃에 방패를 세워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였다. 불꽃이 갈라지며 주변을 불태웠다. 아니 녹여버렸다.


“지금이다!”


덩치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에 맞춰 뒤쪽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사람 한 명이 그대로 뛰어올라 괴물의 목을 단숨에 벨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괴물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그녀의 사정거리를 벗어났다. 매우 놀라운 몸놀림이었다.


“제, 제길! 브레스 공격이다! 모두 내 뒤로와! 저 새끼는 저거 쿨타임이 없는 거냐!”


다시 한번 뜨거운 불길이 지면을 녹였다. 발 밑에 아스파트가 끈덕지게 녹아버렸다. 진액같이 끈적한 것이 불길에 날려 다른 사람들의 피부에 붙었다.


“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대로 간다면, 모두 죽을 게 틀림 없어진다.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했다.

슬레이어의 힘을 조금만 개방했다. 아직 제대로 제어할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나았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은 곧 드래곤의 힘이었다.


“후우···”


숨을 가볍게 뱉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대검을 들고 그대로 내달렸다.


“뒤, 뒤에 적인가?”

“아니, 사람이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어떻게 알아 설마 신설 놈들이 설마 또···”

“아니 신설···”


알아듣지 못할 말들이 들려왔다. 저들을 구해주고 나서 이 상황에 대해 궁금증이 해결되었으면 싶었다.

몬스터가 나를 발견하고 높은 적대감을 표시했다. 그 증거로 눈앞에 있는 저들을 무시하고 가까이 접근하는 나에게 붙었다.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인 것 같다.”


몸으로 기억하는 <마룡참>이 그대로 펼쳐졌다. 큐브의 시스템이 스킬의 움직임을 보정해주지 않았다.

그걸 미리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스킬을 연계할 수 있었다. 놈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꼭 말의 머리 같아 보였다.

머리는 말이고 몸은 소라니···

단숨에 베어내고 검이 원래 크기로 돌려보냈다. 눈앞에 있는 자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전위를 책임지는 방패를 든 사내가 이번에도 앞으로 나서 내 정체를 물었다.


“이곳은 어딥니까?”

“이곳이요? 이곳이라면 도곡동···”

“도곡동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도곡동이 왜 이렇게 됐냐는 걸 묻는 겁니다.”

“왜 이렇게 됐냐고 묻는 거라면··· 저희가 어떻게 대답을 해드려야···”

“미친놈 아니야···”


우리의 대화 중에 옆에 있던 키 작은 남자가 덩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감이 발달한 터라, 굳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서 문제였다.


“···미치진 않았습니다.”

“···허업! 죄, 죄송합니다.”


미친 거 아니라며 욕하던 자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얼굴을 붉혔다.


“감히 대단하신 분이신 것 같은데···”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혹시 지금이 몇 년도 인지 아십니까?”


혹시나 싶은 불안감에 침을 삼켰다. 부디 내 생각이 틀렸기를 바랐다.


“지금 말씀이십니까? 지금은 2032년입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제발 아니길 바랐던 상상이 곧 현실이 되었다.


“균열이 나타난 지 10년이 넘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균열··· 그렇습니다. 균열이 나타나고 반년 뒤에 저희가 감당할 수 없는 균열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균열에서는 계속해서 몬스터가 저희를 공격하고 상황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더욱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냥 무너진 것도 아닌 긁혀서 건물이 무너진 것 같은 건물들도 있었고, 거대한 무언가에 짓눌린 듯한 흔적을 보이는 건물도 있었다.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이 살아온 나날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 게 아니라. 여기 있는 것도 그러니 저희들이 지내고 있는 캠프로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렇게 해도 될까요?”


그들의 의중을 물어보았다. 그는 괜찮을 수 있으나 낯선 사람들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법이다.


“야··· 너 정말 괜찮겠어?”

“대장이 낯선 사람 들이는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괜찮다. 어차피 우리는 저분 아니었으면 이미 여기서 죽은 목숨이었던 거 몰라?”

“그건 그래도···”


한 명은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 탐탁지 않았던 모양이다.


“···윤설 우리를 구해주신 분이다. 예의를 갖춰서 행동해라.”


그의 엄격한 말에 윤설이라 불린 여자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저는 주동진, 1팀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쪽부터 윤설, 최진우, 강혁이라고 합니다.”


모두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나를 욕했던 최진우가 가까이 다가와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해주었다.


“윤현성이라 합니다. 기억이 없는 건 아니고 사건이 있었습니다. 많이 혼란스러운 터였는데,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인사를 마치고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낡은 건물도 아니다. 무너져가는 건물인데···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건물이었다.

모습은 비참하게 변했을지 몰라도 건물의 외관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교문을 지키던 사람들이 팀원을 발견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낯선 존재인 나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주동진 팀장님, 저 자는 누굽니까.”

“위험에 빠질 뻔했던 팀원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다. 너희가 함부로 대할 분이 아니시다. 키메라를 단 칼에 죽이신 분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냐?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알아 들었으면 비켜줘.”

“넵, 알겠습니다!”


그들이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어설프게 입구를 막고 있던 바리케이트가 열렸다. 운동장 안으로 사람들이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저들은 일반 사람들입니까?”

“그렇습니다. 화기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모두 화기를 다루는데 익숙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힘을 가지신 겁니까? 저는 큐브를 가진 십만 명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난전을 치러오면서 각성자들 모두 많은 숫자가 줄었습니다.”


입안이 씁쓸한 말투였다. 표정도 그리 좋지 않은 걸 보아 힘든 일이 있었구나라고 유추하는 것이 전부였다.


“일단 저희 대장을 먼저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장이라고 하는 자는 대체 누굽니까?”

“그, 그게··· 어쩔 때는 사기꾼 같고 어쩔때는 또 동료를 위하는 것 같은 사람인데,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사기꾼이었으면 진즉 사람들이 이곳을 모두 떠났을 겁니다.”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시큼한 화약 냄새가 코를 스쳤다. 우리는 계단을 올랐다. 주동진이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는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1팀 보고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들어와.”

“······.”


익숙한 목소리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문이 열렸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거친 눈빛을 하고 있긴 하다만, 어디 맹한 구석을 가진 눈빛을 있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민재 아저씨?”

“대장?”


어이없는 재회가 이루어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한테 지금 이 상황을 말해준다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호통할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었다.


“정말 윤현성이냐?”

“그렇습니다. 윤현성입니다. 그새 많이 늙으셨습니다···”

“으하하하하하! 정말이네 정말이야. 어떻게 십 년이 지난 지금인데 너는 하나도 안 변했냐···”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에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저들일 것이다.

모두 토끼눈으로 우리를 번걸아가며 바라보는 중이었다.


“주동진 너 예전에 기억 안 나냐? 그 여자하나 살리겠다고 처음에 헐레벌떡 뛰어다니던 그 어리바리하던 남자.”

“잠시만요··· 윤현성 설마···”

“그 설마가 맞다. 그 녀석이 돌아온 거야. 도대체 어디 갔다가 지금 온 거냐 십 년 동안··· 널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이민재가 나를 바라보았다. 궁금한 것이 많은 듯한 얼굴이었다.


“제 기준으로는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한 한 달 정도··· 그런데 여기 오니까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그게 정말이냐?”

“네, 정말이죠. 이 검의 비밀을 풀기 위해 저는 균열을 타고 다른 곳으로 넘어갔어요. 그게 세리아의 마지막 모습이에요. 그건 그렇고··· 큐브는 어떻게 된 거죠? 반응을 안 하는데요?”


일동의 침묵이 이어졌다. 상당히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솔직하게 나도 궁금한 것이 태산이었다. 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이하루까지. 다행히 일렬의 상황을 설명해 줄 이민재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앉아라.”

“저희들은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두 분이서 시간 보내시지요.”


주동진이 눈치껏 행동했다. 뒤돌아 그를 향해 손을 내밀어주었다.


“감사했습니다.”

“감사받을 사람은 오히려 현성님이죠. 그때 그 오우거 잡을 때 방패막이 기억하십니까?”


그때는 헬멧에 가려진 터라 얼굴을 기억할 수 없었다. 그 상황으로 돌아가보니 덩치나 목소리 그때나 다를 바 없었다.


“설마···”

“맞습니다. 그때 저희 한 번 합을 맞춰 보지 않았습니까.”

“한성우 씨는 어딨는 겁니까?”

“그건 대장한테 들으시면 됩니다. 그러면 대화 나누시지요.”


주동진이 나가고 몸을 돌려 이민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앉으라는 듯 앞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서로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으니까. 일단 너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어야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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