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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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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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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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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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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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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6화

DUMMY

주변을 짓누르는 강대한 기운이 노인의 중심에서 뿜어져 나왔다.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용이라니, 그렇다면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어떻게 내어줄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살아남은 다음에 해야 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살기에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용이라니···


[스킬 <불굴의 의지(B)>의 힘이 약해집니다.]


스킬의 힘 또한 줄어들었다. 그만큼 드래곤이란 이름의 힘은 강력했다.


“내 이름은 발락스,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광염룡이다. 인간이여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어 마지막으로 나를 즐겁게 해 다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저를 드래곤 슬레이어로 만든 겁니까?”

“그렇다!”


노인의 입가에 찐득한 미소가 지어졌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은 드래곤의 힘을 지배하는 것. 너는 드래곤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졌다. 광염룡의 힘 또한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겠지.”


그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세로로 찢긴 눈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주었다.


“자, 별로 재미없던 삶이었다. 모든 드래곤이 죽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죽고 평화의 시대가 찾아왔지. 이계의 존재여. 너를 보고 알게 되었다. 더욱 재밌는 곳이 있다는 것을 나 또한 너를 죽이고 이계로 넘어갈 것이니라! 파괴의 왕을 영접할 시간이다!”


광염룡이라 하더니 정말 미친놈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계의 존재라는 걸 눈치챈 것을 보아 드래곤의 눈은 어딘가 다른 것 같아 보였다.


“너와의 결투는 네가 힘이 익숙해질 때쯤 돌아오겠다. 부디 유의미한 성장을 이룩하길 바란다.”

“···이대로 살려 보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당장 죽여줄까? 그러면 너를 애써 내 힘을 주고 그러진 않았겠지.”


그는 다시 초점이 없는 노인의 눈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목을 베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되돌아왔다. 무한한 부담을 가득 안고서.


“얼굴이 안 좋아 보이오.”

“···그렇습니까?”


내게 방을 준 여관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사색이 되어 있는데, 당연 그리 보이지 않을 수밖에··· 무슨 일 있습니까?”

“별 일 아닙니다. 오랫동안 돌아다니니 피곤해서 그런가 봅니다.”


대충 둘러댔다. 그도 내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

“기사님 덕분에 빚도 갚게 되고 딸도 무사히 병이 나았습니다.”

“제가 한 건 없습니다. 서로 상호 간에 교환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 주인은 안전을 저는 방을.”

“···그렇군요.”


그가 옅게 웃으며 접시를 닦던 것을 멈추었다.


“제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대한 성의껏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까부터 내 눈치를 살살 보고 있던 검은뱀단 패거리들에게 다가갔다.

내 발걸음이 저들에게 향하는 걸 귀신같이 눈치챈 놈들이 눈을 슬쩍 내리 깔았다.


“궁금한 게 있는데.”


슬쩍 다가가 물었다.


“넵! 말씀해 주십시오!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의지만으로 본다면, 드래곤도 때려잡을 의지였다.


“이 성의 성주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떡하긴 방법이 없습니다. 정면 돌파밖에는··· 원래 높으신 양반들이 소란스러운 걸 좋아하니까. 알아서 등장할 겁니다.”


무식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내가 이곳에 무슨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성의 성주가 나를 만나 줄 이유 따위 없었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됐다.


“저, 정말 하실 생각입니까? 감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이 성의 성주는 아주 미친놈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그래? 오히려 좋지.”


마음은 이미 정했다.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봐 거기 너. 성으로 좀 안내해 줘라.”

“아, 알겠습니다!”


그가 먹던 것도 내팽개치고 재빠르게 일어섰다.


“저만 따라오십시오.”


그를 따라 대로를 걸었다. 성까지 어떻게 걸어가다 보면 가장 화려한 건물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건 화려함의 범주를 넘어섰다.

조금 사치스럽기까지 한 것 같다.


“이곳입니다. 정말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그래, 너희들의 이름은 팔지 않으마.”

“···감사합니다.”


그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아무래도 자기가 속한 단의 이름을 팔아먹을까 봐 걱정하는 듯보여 이야기한 거다.


“여기서 더 얽히면 안 되니 들어가 봐.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간다.”

“부디 살아서 뵙겠습니다.”


그가 허리를 깊게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마지막이 됐든 드래곤을 막지 못한다면, 이곳뿐 아니라 대륙 전체가 마지막이 될 테니까.

그의 인사를 받아주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문을 지키며 우리를 지켜보던 그가 걸음을 제지시켰다.


“그만··· 이곳에 어떠한 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지?”

“성주님을 뵙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드래곤이 나타날 겁니다.”


표정을 굳히고 내 걸음을 막던 자들이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 뭐라고? 푸하하! 드래곤? 이봐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던 놈인지는 몰라도 드래곤은 이미 수백 년 전에 모두 죽었다. 지고하신 드래곤 슬레이어님의 힘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 말이야.”

“정말입니다. 드래곤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숨어있단 말입니다.”


사실을 말하자 대뜸 옆에 있던 문지기가 내 어깨를 밀쳤다.


“이 새끼가 불길한 소리 그만하고 썩 꺼지지 못해?”


힘을 주어 민 터라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그들의 눈빛이 사납게 돌변했다. 들고 있던 검을 뽑아 그걸 내 목에 들이밀었다.


“좋은 소리 할 때 가는 게 좋을 거야 피 보기 싫으면 말야. 아니 피 보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드래곤을 들먹이고 있어···”


금방이라도 찌를 듯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입가에 웃음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무슨 일이야!”


안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냥 웬 미친놈이 찾아와서 드래곤을 들먹이고 있어서 교육 좀 시키려던 참입니다!”

“드래곤? 갑자기 드래곤이 왜 튀어나와?”

“잘 모르겠습니다.”


안쪽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윽고 눈앞에 있는 병사들보다 더 떼깔이 좋아 보이는 갑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이야?”

“예, 그렇습니다.”

“야이 무식한 놈아, 일단 칼부터 치워.”


그가 나를 똑바로 노려보며 검을 거둬 자신의 검집에 넣었다.


“그래, 드래곤 때문에 찾아오셨다고? 여기서 그런 소리를 하면 별로 고운 시선을 받기 어려울 거요.”

“왜 그런 겁니까?”

“수 백 년 전 드래곤이 이 땅에 직접 내려왔기 때문이지. 아직까지도 그 흔적들이 성 곳곳에 남아 있다네.”


말이 통하는 사람일까?

차분하게 행동하는 걸 봐선 꽤 괜찮을 사람일 수도 있었다.


“드래곤이 찾아올 겁니다.”

“이 새끼가 아직도 그딴 소릴···”

“그만 그만! 너도 좀 화를 가라앉히거라 너의 조상이 드래곤에 죽은 거지 너까지 죽은 건 아니잖느냐. 하, 하지만···”


중년 남성이 날카롭게 병사를 노려보자 그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미안하게 됐소. 그보다 누구시오? 누구신데 성주님을 찾아오신 거요.”

“드래곤 슬레이어.”


온화한 표정을 짓던 그도 이제 마찬가지로 얼굴이 붉어지려 하였다.


“장난 그만···”

“무슨 소란이냐!”


뒤 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얇고 가는 음성이 쇳소리처럼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그 모습이 보였다. 얇은 콧수염과 째진 눈 그리고 큰 키에 비교적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었다.


“성주님··· 오셨습니까?”

“대체 무슨 소란이기에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더냐.”


열려있는 문 뒤쪽을 바라보니 큰 소리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이 자가 자신을 드래곤 슬레이어라 칭하여 성주님을 만나 뵙고 싶다기에···”

“드래곤 슬레이어? 이놈이?”


째진 그의 눈이 더욱 째지며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네놈이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했더냐?”

“그렇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주님.”

“으하하하하! 네놈이 드래곤 슬레이러라면 다른 자들과 다른 눈동자를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직접 보진 못했지만 말이야! 어디 너도 그런 눈동자를 갖고 있는지 한 번 보여줄 수 있나!”


눈동자?

내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성주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 것도 같다.

눈을 감았다.

아직도 야생마처럼 거칠게 날 뛰고 싶어 하는 힘의 제어를 살짝 풀어주었다.


“······.”


감았던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으허어어어어어헉! 저, 정말이로구나.”


그가 뒷걸음질 치고 눈가를 파르르 떨며 침을 삼켰다.


“정말 네놈은 드래곤 슬레이어로구나.”


다시 힘을 제어하였다. 눈은 원래대로 돌아왔을 터였다.


“이 사실을 왕국에···”

“시간이 없습니다. 성주님. 드래곤이 찾아올 겁니다.”

“···드래곤이 찾아와?”


그가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말 그대로 드래곤이 찾아와 이 땅을 불질러 버릴 것입니다. 드래곤이 있는 곳에 드래곤 슬레이어가 있는 법입니다.”


그의 눈이 상당히 커지면서 입가의 미소가 작게 떨렸다.


“그래,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네 놈의 말이 사실이렸다?”

“저 말을 믿으실 작정입니까?”


보다 못해 답답했는지 얼굴을 붉히려 했던 자가 앞으로 나섰다.


“경은 가만히 있게 저 눈을 보고도 지금 의심한단 말인가?”

“저도 물론 보긴 봤습니다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수 백 년 동안 사라졌던 드래곤과 드래곤 슬레이어가 나타난다니!”

“우리가 너무 평화에 심취해 있던 것일 수도 있겠지···”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성주와 이야기가 더 잘 통했다.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보게 란돌프···”


그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자 턱시도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머리를 그에게 가까이 내밀었다.


“드디어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의 결과를 직접 확인할 때가 되었네.”


그의 표정이 욕망으로 물들었다. 드래곤이 어서 나타나 주길 바라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준비하겠습니다.”


무슨 준비인지, 궁금하던 찰나에 성주가 뒤돌아섰다.


“자네 이름은?”

“윤현성입니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군, 그냥 편하게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부르겠네.”

“좋을 대로 하십시오.”


그가 웃으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를 따라오게나, 자네에게 보여줄 것이 있네.”


성주가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점점 멀어지고, 내 앞을 막아서던 사내와 눈빛을 교환했다.


“사고 치지 마라.”


그들은 마지 못해 막아서던 앞길을 터주고 멀어지는 성주의 뒤를 바짝 쫓았다.


“방금 전 그 준비란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는 사라졌다고 믿어도 드래곤이 사라졌다고는 믿지 않네.”


그는 높은 요새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서 드래곤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줄곧 만들어왔네. 자네의 말대로 만약 드래곤이 있다 한들··· 우리가 막을 것일세.”


그는 천으로 덮여있는 엄청난 크기의 무언가에 다가섰다. 그는 천을 활짝 당겼다. 그러자 걷어낸 부분부터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하였나? 웃기지도 않는 군··· 이게 바로 우리의 드래곤 슬레이어일세!”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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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2화 세리아 (1) 23.03.19 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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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화 북두 길드 (2) 23.03.15 8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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