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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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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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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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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832

작성
23.01.1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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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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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근데 이걸 어쩌나

DUMMY

40.


‘방심하지 말라니까.’


털을 쭈뼛 세운 차도윤은 다가오는 김태하의 공격을 가뿐히 후려칠 수 있었다.

상층 회귀자답게 공격을 날카로웠지만 타이밍을 맞추긴 어렵지 않았다.

마침 발톱이 무기 판정도 됐고.


냐아!


사납게 울음을 흘리며 차도윤은 마력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고양이, 정확히는 나이트 캣의 스킬인 [나이트 피어]라는 이름의 스킬이다.

스킬에 적중당한 이들을 한 순간에 그로기에 빠트릴 수 있는 유용한 기술.

당연하게도 동료들을 위협하고자 꺼내 든 스킬이 아니었다.

목적은 하나다.

정신을 좀 차리라고!


“크윽······!”


다행스럽게도 일행은 나이트 피어에 대한 면역을 전혀 갖고 있질 않았다.

당장 난쟁이의 부적이 제 기능을 하질 못해 오감이 엉망이 된 상태였으니까.

상태이상 공격에는 취약한 게 도움이 됐다.

아니, 애초에 취약하질 않았더라면 구태여 나서질 않아도 됐으려나.

김태하는 비틀대다가 신경질이 난 눈을 치켜뜨며 차도윤을 향해 소리쳤다.


“고양이 새끼가······ 진짜!”


쟨 고양이에 뭔 한이라도 씌였나.


“잠깐만요. 뭔가 이상해요.”


눈살을 찌푸린 김희우가 겨우 김태하를 말리며 정면을 가리켰다.

흉흉한 눈으로 차도윤을 노려보던 김태하도 이쪽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 아니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뒤편으로 쓰러진 녀석에게 향했다.

안유리가 황망히 중얼거렸다.


“······서킹 뱃이 아니잖아요?”


그곳엔 볼품사납게 날개의 한쪽이 뜯겨나간 참새가 쓰러져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참새가 왜······.”

“그럼 이 녀석은 뭐야?”


바닥에 널브러진 참새를 쳐다보던 안유리는 종전까지 그녀의 곁에 있던 참새에게 향했다.


-킷.


어딘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찬 참새는 갑자기 안유리를 향해 새카만 구슬을 토해냈다.

그 자리로 차도윤이 난입했다.


콰아앙!


별안간 퍼펙트 패링의 이펙트가 번지면서 안유리의 앞에 다다랐던 공격이 튕겨나갔다.


냐아!


눈살을 찌푸리며 차도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할 말이 많았다.


“정신 차려. 저놈은 인간의 오감을 속이는 데에 이골이 난 괴물이니까. 여태까지보다 더 집중해야 할 거야.”


물론 그 말이 일행 모두에겐 그저 고양이가 냐냐 거리는 것으로밖에 들리진 않겠지만.


“뭐해! 움직여!”


이후로 서킹 뱃은 어둠을 휘감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보스 룸 자체에도 큰 변화가 생겨났다.

더 이상 분신은 나타나질 않았다.

대신 응축된 어둠이 주변을 완전히 뒤덮고 말았다.

오감을 어지럽히는 데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실제로 눈앞의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워졌다.

공중에 떠있는 건지 뒤집혀 매달려 있는 건지 혹은 숨을 쉬고 있는 건지 아닌지.

자신의 감각을 모조리 의심하고 또한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기존의 오감의 저주보다도 더 강력하고 지독했다.

아무렴 여기엔 ‘환각’이 더해졌으니까.

물론 차도윤에겐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다.


‘오히려 작은 몸이라 이득 봤네.’


차도윤은 마력을 전신으로 퍼트려 한층 강화된 오감의 저주를 버텨내었다.

작은 고양이의 몸인지라 마력은 대단히 많이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전신을 마력으로 도포한 채 도도한 발걸음을 움직이며 눈을 부릅떴다.


[스킬 ‘나이트 비전’을 발동합니다.]

[어둠 속에서 사물을 인식합니다.]


나이트 캣의 전용 스킬을 활용하며 차도윤은 어둠 속에 숨어든 서킹 뱃을 찾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약화의 저주 Lv.3이 적용된 고양이의 몸은 전투에 최적화되질 못했다.

나이트 캣은 탐지에 특화된 몬스터였다.

묘족 중에서도 정찰을 위주로 수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빠르고 날렵하며 균형을 잘 잡고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엔 너무나도 유용하지만.

공격력이 너무나도 형편없다.

퍼펙트 패링을 할 수는 있어도 정작 보스 몬스터에겐 씨알도 안 박힌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서킹 뱃이 표독스럽게 노려보며 직선으로 날아왔다.

표적으로 노린 건 일행 중 가장 강한 걸로 추정되던 김태하.


쿠웅!


차도윤은 퍼펙트 패링의 이펙트와 함께 한 차례 서킹 뱃을 튕겨내었다.

하지만 공중을 선회한 녀석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안유리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나이트 캣의 몸을 십분활용하여 이번에도 튕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서킹 뱃은 생각보다 훨씬 영악했다.


츠츠츠츳!


서킹 뱃은 서서히 분열되더니 한 번에 열 마리로 나뉜 것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차도윤은 서킹 뱃을 쭈욱 둘러보았다.


‘······전부 실체를 가졌어.’


오감의 저주로 인해 시야를 속이는 환각이 아니었다.

놈은 자신의 몸을 열 조각으로 나누어 동시에 공략하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제아무리 날쌘 나이트 캣이라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열 마리의 공격을 튕겨낼 수는 없다.

그리고 오감의 저주에 덧씌워진 헌터들은 제대로 된 싸움이 불가능하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았다.


-키키킷!

-키킷!

-키이이잇!


비웃음을 흘려대는 서킹 뱃을 보면서 차도윤은 그르릉 울음을 흘려댔다.

조막만 한 박쥐 새끼가 건방지게도.


-키이이잇!


거두절미하고 서킹 뱃은 헌터들을 향해 빠르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의 공격 반경엔 이번에도 망령은 없었다.

난쟁이, 매드릭, 참새, 오크, 엘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망령들도 쉽게 서킹 뱃에게 접근하질 못할 테니까.

일찍이 매드릭이 말했듯 접근하기만 해도 그들의 존재를 또 다시 빼앗기기 때문이었다.

서킹 뱃보다 수준이 높으면서도 망령들이 섣불리 자신의 힘을 되찾질 못한 이유였다.

설령 이곳에 ‘라헬’이 개입하질 않더라도 망령은 보스 몬스터를 이길 수 없다.

어쩌면 탑의 규칙 같은 거다.


“근데 이걸 어쩌나.”


이죽이며 달려들던 서킹 뱃의 앞으로 샛노란 전격을 흩뿌리며 매드릭이 나타났다.

열 마리로 흩어졌던 서킹 뱃의 앞으로 망령들이 일제히 사나운 기세를 토해내고 있었다.

가까이에 다가가기만 해도 모조리 빼앗겨 다시 분신이 될 터인데도.

그들은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내가 놀고만 있는 줄 알아?”


고양이로 변하자마자 차도윤은 황급히 보스 룸을 탐색하기에 이르렀다.

원래의 몸이라면 딱히 망령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었지만 약화된 이후로는 승패를 솔직히 장담하긴 어려웠으니까.

김태하나 안유리, 김희우를 못 믿는 게 아니었다. 공략 확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그저 보스 룸에 숨겨진 하나의 숨겨진 돌멩이를 부수기만 하면 된다.


‘망령의 이름이 담긴 보관함.’


이른바 그들의 모든 근원을 숨겨놓고 있던 수정만 부수면 상황은 쉽게 무마된다.

마침 흑수정이 부서지는 통에 서킹 뱃도 자신의 행보를 눈치채질 못했으니까.

즉 이미 상황은 역전됐다.


-나는 매드릭이다. 영광스런 헤일로의 가장 위대한 전사! 수호수 매드릭이다!


가공할 만한 번개가 사방으로 튀면서 서너 마리의 서킹 뱃을 튀겨버렸다.

오크와 엘프도 빠지지 않았다.


-난 알로라는 이름을 가졌더군.

-그로디! 그로디! 그로디이이이!


엘프가 차분하게 중얼거렸고 오크는 자신의 이름에 취했는지 연신 소리쳐댔다.

두 종족의 성격만큼이나 차분한 일격과 화끈한 도끼질이 사방으로 난무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지점에서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론. 그런가. 난 론이었어.


이름을 되찾은 참새도 다친 몸을 이끌고 바로 서킹 뱃을 공략해나갔다.

궁지에 몰렸는지 서킹 뱃의 저주는 한층 더 약해지고 있었다.

망령들이나 헌터들은 더 이상 착각하질 않았다.

모든 경우는 그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난 와이본이다아아!


난쟁이의 포효가 우렁차게 터졌고.


-키이이이잇!


당황하는 서킹 뱃은 삽시간에 뒤로 물러났다.

흩어졌던 놈들이 볼품사납게 찢겨죽자 놈도 큰 대미지를 입었다.

그 순간 흑수정 하나가 허공에 나타났다.

녀석이 대미지를 입은 탓인지 오감의 저주가 한결 약해진 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난 김태하다!”


갑작스레 몸을 움직인 김태하가 나지막이 포효하며 검을 휘둘렀다.

근데 넌 왜 이름을 호소하고 있는 거냐.


“안유리. 안유리. 난 안유리.”

“······김희우. 전 김희우입니다.”


자기 이름을 연신 불러대는 일행을 둘러보며 차도윤은 멋쩍게 콧등을 긁었다.

아무래도 저들이 겪은 환각엔 이름을 호소해야 하는 모종의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름을 불러대며 서킹 뱃에게 달려드는 망령들을 보며 정신을 차렸는지도 모르지.


“뭐든······.”


차도윤은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며 땅을 박차 올랐다.

당황하며 물러나는 서킹 뱃의 등짝을 빠르게 공격할 수 있었다.


냐아아!


보잘 것 없는 나이트 캣의 일격이 녀석의 등을 긁어줬다.

서킹 뱃이 그를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봤지만 신경쓰진 않았다.

이미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니 얼른 보상이나 내놓아라!”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차도윤은 하등 대미지도 없는 냥냥 펀치를 날렸다.


*


[보스 몬스터 ‘서킹 뱃’을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코인’을 습득했습니다.]


서킹 뱃을 공략하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마지막 흑수정이 하나만 남았을 때는 놈의 수준은 한 단계 진화한다.

페이즈가 올라간 녀석은 자신의 생명력이라도 불태우듯 잠시간 어마어마한 힘을 갖게 된다.

오감의 저주를 견디느라 마력을 소모시킨 그에겐 더더욱 쉽지 않은 상대였고.

이름을 되찾은 망령들조차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고압적인 힘을 보여줬다.

그땐 차도윤도 퍼펙트 패링을 시도하진 못했다.

광역기를 줄줄 날려대는 놈을 상대로 어찌 퍼펙트 패링을 시도한단 말인가.

나이트 캣은 한 대라도 잘못 맞으면 그대로 골로 갈 정도로 약한 몸이다.

하지만 그조차 시간 문제였고.


[최초로 ‘미로의 틈’을 공략했습니다.]

[숨겨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생존 특전을 지급합니다.]


일행은 완전히 옅어진 어둠을 둘러보며 환호성을 내지를 수 있었다.

미로의 틈의 보스 룸으로 희미하게 새벽녘의 광명 같은 게 깃드는 것도 같았다.


“이걸······ 진짜 공략해냈네.”

“살았어! 살았다고!”


황망히 중얼거리는 김태하와 다른 헌터들의 환호가 사방에서 어울러졌다.

망령들도 숨을 길게 내쉬며 감격에 젖어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옅어진 어둠 속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으음······ 이게 뭔.”

“어라?”

“여긴 어디죠?”


어둠에 잡아먹혀 허무하게도 분신이 되어버렸던 일련의 헌터들이었다.


“으엇? 내 무기 어디갔어!”


허리춤을 뒤적이며 억울한 듯 소리치는 이대영을 무시하며 차도윤은 갸르릉 울음을 흘렸다.

아직 눈앞으로 메시지가 끝나진 않았다.


[잊혀진 망령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숨겨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생존 특전이 주어집니다.]


차도윤의 앞으로는 더욱 특별한 메시지와 함께 찬란한 빛무리의 스킬 카드가 떠올랐다.

그건 놀랍게도, 색감이 투명했다.


“다, 다이아?”


차도윤을 예의주시하던 김태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악 어린 헌터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아직 탑의 1층도 공략하지 않았건만.

골드도, 플래티넘 카드도 아닌 다이아 카드의 등장이었다.


“미친······ 저게 어떻게 벌써.”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뒤로하고 차도윤은 차분하게 스킬 카드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보이진 않은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만 홀연히 떠올라 있었으니까.

차도윤은 콩닥거리는 고양이의 작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마 지금부터가 중요할 거다.


[탑의 관리자가 당신에게 독대를 요청합니다.]


올 게 오고야 말았으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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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45 57 12쪽
36 너도 마음이 급했나봐? +2 23.01.14 1,617 51 12쪽
35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16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71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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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45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60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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